무의도 촌장 정중근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자동에서 술 한 잔 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인사동 ‘유목민’에서 만나자고 했다.
요즘같이 푹푹 찌는 쪽방에서 손님 맞으려면 힘들어서다. 다들 벗고 사는데...

퇴근시간대의 지하철은 만원이었으나, 객실은 시원하여 견딜만했다.
종로3가에서 내려 인사동 길로 들어서니, 거리에 유난히 한복 입은 젊은이들이 많았다.
전통의 멋을 내는 것이 대견스럽기는 하나, 이 더위에 어떻게 견딜까 걱정되었다.
젊으면 덥지도 않을까?





‘유목민’에 들어서니 약속한 정중근씨를 비롯하여 소리꾼 조수빈씨도 와 있었다.
술시가 일러 그런지 술집을 전세 내어 맥주에 사이다를 타 마시고 있었다.
갈증을 풀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으나, 통풍환자라 맥주를 못 마시니 어쩌랴.
시원한 실내라 더위를 말끔히 씻었는데, 술벗에다 명창의 소리까지 따라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뒤늦게는 언론인 정경호씨도 합류했다.


애절한 ‘진주난봉가’에 이어, 나를 위해 ‘정선아리랑’까지 불러주었는데,
무대에서 앵무새 소리처럼 들어 온 '정선아리랑'과는 감이 달랐다.
역시 우리 소리는 많은 관객을 두고 부르는 틀에 박힌 노래보다,
오붓한 술자리가 훨씬 좋았다.






박자에 끌려다니지 않는, 진득한 삶의 감정이 묻어나니 감동이 백배 천배다.
옛 선비들이 정자에 술상 차려놓고 듣는 그 풍류를 알 것 같았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로 시작되는 다소 짜증스러운 태평가도 완전히 다르게 불렀다.
다들 소리에 빠져 눈을 지그시 감고, 술 마시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안주로 나온 전복 데침이나 가지찜도 ‘유목민’에서 개발한 별미였는데,
모든 게 독창적인 것이 대세다.
오랜만에 맛보는 신선놀음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 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닐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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