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기와장 오세필씨다.
만난 지가 수십 년이 된 후배지만, 인사동에서 더 자주 만나는 오래된 벗이다.
그는 밀밭에만 가도 취하는 사람이지만, 남을 위한 술자리는 자주 만든다.
워낙 미식가라 울산만 가면 뭘 먹일까로 고민하여, 늘 내 입이 호강 해왔다.
기장 칼치집에다 고깃집, 회집 등 맛 집을 훤히 잡고 있어 갈 때마다 설렌다.

부산 국제시장에서 울산으로 출발하였는데, 또 똥차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다.
크라치에 이상이 생겨 도통 변속이 되지 않았다.
뒤에서 빨리 가라며 빵빵거리지만, 차가 꼼짝 않는데 난들 어쩌란 말인가?
급히 견인차를 불러 끌려갔지만, 걱정이 태산 같다.
분명 미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견적이 만만찮을 것이고, 폐차시켜도 서울까지 끌고 가야했다.

응급조치만 하고 다시 운행했으나, 틈틈이 말썽을 부리며 애간장을 태웠다.






울산에서의 점심약속은 저녁 약속으로 미루어졌는데, 간절 곶 남평 회집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디까지 왔냐며 수시로 전화가 울렸는데, 전화만 오면 눈치 챈 듯 시동이 꺼지며 말썽을 부렸다.

아마 복에 없는 회 맛을 보려니, 차가 심통을 부리는 것 같았다.
도착하니 오세필씨와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일하는 한양현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자마자 내뱉은 소리가 나 신용불량자에서 해방될 수 없냐고 물어보았다.

신용카드 하나 만들어 짝짝 긋고 싶어 어깃장을 부렸다.

오랜만에 만나 나눈 대화래야 고작 인사동이야기였다.

나도 요즘 인사동 출입이 뜸하니, 그가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주로 김명성씨에 대한 근황이었다.

서울까지 운전하고 가야 할 놈이 소주를 쪽쪽 들이키니 정영신씨가 불안한 눈빛이다.

‘먹다 죽은 놈은 화색도 좋다’며 염장을 질러댔다.






술자리가 끝난 후, 정초에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0732라는 커피 집에 갔는데, 그 시설이 보통이 아니었다.

엄청난 투자로 고작 손님이 몇 명 뿐이니, 주인도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별장처럼 자기가 즐긴다면야 무슨 대수겠는가? 없는 놈은 항상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커피로 술기운을 다독인 후, 서울로 출발했다.
고속도로에선 변속할 일이 없으니 별탈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휴게소에 들릴 때 마다 말썽을 부렸다.

간이 배 밖에 나와 죽는 것도 두렵지 않으나 정영신씨는 약간 쫀 것 같았다.


“어차피 인간이 태어나 한 번은 죽는 거야!

충무공 말처럼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음도 불사하는 자는 살 것이니라”

나무관세음보살~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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