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정씨의 “색으로 속삭이다”가 열린 지난 수요일은 정신없이 바빴다.
동자동 경노잔치와 아들 선거사무소에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지랄 같았다.






장대처럼 내리는 비를 뚫고 집을 나왔으나,
물에 빠진 쥐 처럼 웅크려 떨고있는 노숙하는 친구들 모습에 마음도 편치 않았다.
더구나 셋째 수요일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대포 한 잔하는 날이 아니던가.





오후 늦게 인사동에 도착했는데, 우연히 영화감독 이정황씨가 알려 준
유혜정씨의 “색으로 속삭이다” 전시를 보게 된 것이다,
작가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 작품들은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았다.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스쳐가는 사소한 감정과 생각들이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었다.
때로는 천경자화백의 영혼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젊은 한국화가 김현정의 발칙한 도발도 느껴졌다.
그림들이 하나같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은 작가의 솔직한 감정 때문일 것이다.






난, 미술평론가도 아니고, 기자도 엉터리기자다.
기자라면 인터뷰나 보도 자료에 의해 글을 써야하지만,
말이 어눌하고 귀까지 어두워 인터뷰를 할 수 없는데다,
작업노트는커녕, 인터넷 검색을 해도 작가에 대한 글 한 줄 나오지 않았다.






오직 작품을 보며 느꼈던 생각의 파편들뿐이다.
책상 위에 놓인 것이라고는 그림이 인쇄된 엽서 한 장과
그의 명함에 그려진 변기에 걸터앉은 요염한 여인의 깜찍 발랄 함 뿐이다.
개인적인 감상문에 불과한 글을 굳이 쓰는 것은 작품이 색으로 속삭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림들이 너무 매혹적이다. 욕망에서부터 사랑과 희망이 버무려져 있고,
순간순간의 감정은 물론 일상의 지루함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화법이나 기법에 연연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욕망의 찌꺼기까지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림은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철학적 사유가 담긴 메시지였다.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유혜정씨의 “색으로 속삭이다”는
인사동 ‘갤러리 H'(02-735-3367)에서 열린다.

꼭 한 번 감상하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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