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이 인사동 같지 않다.

그 많은 인파는 오간데 없고, 북한 거리처럼 적막강산이다.

전시장이나 가게들은 겨울철이라 날릴 파리조차 없다.

빈 점포에 임대 쪽지 붙은 곳이 도처에 늘렸다.

 

전염병이 끝나면 본래의 인사동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마 많은 것들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갤러리들은 밀린 임대료에 버텨내지 못하고,

팔리는 작품조차 없으니 작가인들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코로나에 주눅 들어 인사동 출입을 자제하지만,

요즘은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다.

인사동 ‘나무아트’에서 ‘말하고 싶다’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말하고 싶다’가 드디어 말했다.

 

이 전시는 정치 풍자와 더불어 역사에 대한 이야기.

현실의 아픔과 분노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사동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좋은 작품을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말하고 싶다’는 소통만이 아이라 유통에 초점을 맞춘 전시로

반출 없는 완판 전을 목표로 세웠기 때문이다.

이 불경기에 전시 닷새 만에 숱한 작품이 팔려나갔는데,

팔리지 않는 나의 홈리스 사진도 두 점이나 팔렸다.

 

전시작은 고경일, 김우성, 레오다브, 박건, 박순철, 박재동, 성완경,

아트만두, 이윤엽, 이하, 이태호, 이현정, 조문호, 주 홍, 정보경,

하일지, 홍성담씨 등 열 일곱 명의 야전 작가가 참가하고 있다.

 

인사동 활성화와 작가 생존을 위해 인사동에 전시 보러 가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는 아니다.

전시는 26일까지다.

 

사진, 글 / 조문호

 

위쪽 사진은 1월 13일 찍었고, 아래 사진은 12일 찍었다

'말하고 싶다' 온라인 전시 동영상 버전입니다.

아래 유튜브 주소를 클릭하면 됩니다

 

youtu.be/d88MiuZ3hoY

 

 

말하고싶다 2020 온라인 전시회를 오픈합니다.

 

-전시 서문-

 

모든 그림은 말을 한다. 나 예쁘죠? 나 아름답죠? 나 새롭죠? 나 놀랍죠? 같이 생각해 보지 않을 래요?......

그러나 다른 말도 있다. 세상에 대한 이야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 새로운 발견. 현실에 대한 아픔과 분노....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한 편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예술의 전당 개관전 때 일이다 당시 안기부가 이러 이러한 작품을 빼라고 검열을 한데 대항해

당시 윤범모 관장이 사표를 던진 적이 있다.

지금은 안기부가 하던 검열을 일부 언론이 하고 있고 야당이 거들고 있다.

 

사회의 적폐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정치적이라고 몰아가는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인 태도이다.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불합리한 검열로 포기할 수 없다.

비록 하루지만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재동-

 

참여작가

고경일, 박건, 박영균, 박재동, 성완경, 아트만두, 이윤엽,

이인철, 이하, 조문호, 주홍, 하일지, 홍성담, 레오다브

 

<말하고싶다> 온라인전을 하기까지

 

예술의전당 대관지원사업에 응모하면 어떨까?
성완경, 박재동, 박불똥이 이를 수락하고 함께할 작가를 찾았다. 대체로 들판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모였다. 사진, 만화, 판화, 벽화, 회화, 입체.. 분야도 다채롭다. 예술의전당과 같은 온실과 잘 어울리지 않지만 각자 명분을 찾아 감과 촉각을 세웠다. 말은 안해도 추석선물 같은 만남으로, 빈 집 '스쾃'하자는 심보로, 성완경에 대한 오마주..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여건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열흘 전시기간에 설치, 철수일 빼고, 개천절, 휴관일 빼면 실제 전시할 수 있는 날은 고작 엿 새? 게다가 공간만 무료일 뿐 그 밖에 비용은 모두 작가 부담 아닌가.
특히, 이번 전시에 애정과 열정을 보인 성완경 비평가가 자신의 노트북 속 사진 수십만장을 정비하여 기습사진을 선 보인다. 가짜 미투로 전 인생을 부정 당하는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 손바닥아트를 부활시키는 박재동도 말하고 싶다. 교보빌딩 외벽 전면에 독립운동가 초상을 보여준 레오다브가 젊은 작가로 합류하고, 독보적이고 강력한 시사캐리커처를 보여주고 있는 아트만두, 저 마다 삶의 현장에서 거침없이 표출 해 온 작가들의 게릴라 전시인 셈이다.

장마 끝에 불은 저수지에서 '번개' 치고, 각자 무지개를 펼치고 싶었을거다. 8월25일 단톡방이 생기고 논의가 활발히 펼쳐졌다. 8월29일 인사동 '낭만'에서 첫모임을 갖고 전시 제목을 논의했다. 참석못한 작가는 카톡으로 참여했다. 여러 제안이 쏟아졌다.

박재동의 <말하고싶다>가 다수의견 전시명으로 뽑혔다.

그런데 난관은 그 전부터 부딪히고 우여곡절과 청룡열차를 탓다. 첫 난관은 신청서류 접수였다. 십 여명의 작가 정보와 포토폴리오를 모아 기획서를 작성하고 예술의전당에 접수하는 문제였다. 다행이 오미진 기획이 합류하면서 가까스로 마감전에 넣고, 다행이 8월25일 전시 지원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전제조건이 따라 붙었다. 감염병방역조치로 미술관운영중단이 계속되는 상황이었고 무산될 수도 있었다.

변수도 터졌다. 전시가 확정되자 아트만두는 전시 홍보를 위해 자신의 연재 시사캐리커처를 활용한 웹포스터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내 걸었다. 이어 조국 전 법무장관이 이 웹포스터를 자신의 페북에 연결하여 붙였다. 조국의 페북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조선일보는 웹포스터에 실린 만평이미지 해설기사를 내 보냈다. 짠 일처럼 이 날 국회 문예위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소속의원은 예술의전당을 대상으로 전시의 부당함을 소명하라는 질의를 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승인된 전시를 ‘정치적 중립’을 근거로 전시를 못하게 압박하는 꼴이 되었다. 이어 경향신문(박재동 작가에 대한 가짜미투를 강진구 소속기자의 심층기사를 언론사와 다른 관점에서 보도 했다는 이유로 운영진에 의해 징계조치를 당한 바 있다)과 여성신문(박원순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표현물-시사캐리커처에 대해서)도 <말하고싶다>전시를 ‘2차가해’로 몰아붙이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이유로 예술의전당측은 전시계약자인 박재동 작가에게 협의를 요청해 왔다.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는 와중에 예술의전당에서 코로나로 인한 방역지침이 훅 들어왔다. 10월6,7,8일3일만 전시할 수 있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를 할 것인지 말 것인 지를 알려줄 것을 요청해 온 것이다. 이것은 하지말라는 말 아닌가. 우리는 이 지침이 국회 문예위의 압박으로 인한 예술의전당 측의 일방적 조치인 지, 정부 방역지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인지 헷갈렸다.

전례가 떠 올랐다 ‘초창기 예술의 전당 전시에 관해 당시 안기부가 검열을 한데 대항해 관장이 사표를 던진 적이 있다. 지금은 안기부가 하던 검열을 일부 언론과 야당이 거들고 있다. 사회의 적폐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정치적이라고 몰아가는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인 태도다.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불합리한 검열로 포기할 수 없다’ 비록 하루지만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박재동 작가가 서문 초안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밝혔다.

<말하고싶다>10.7하루전을 하기로 했다. 이 결정이 무모하고 섣불렀는 지 이인철, 박불똥 작가가 하차했다. 감염병 예방조치로 전시 기간이 하루로 납작해졌다. 이 마저 같은 조치로 못쓰게 될지 모르고, 그 결정도 하루 앞을 알 수 없는 갑갑한 상황이 이어졌다. 여러 논의 끝에 성완경 작가의 입장이 나왔다.

“<말하고싶다>전의 타이틀과 그 사이 있었던 사태진행의 추이와 이에 대한 항의성, 반박성 테제에 너무 고착되어 우리가 너무 좁은 골목 속으로 우리 자신들을 몰고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많이 우려스럽습니다. 하루라는 악조건하입니다만 그것을 반대로 풀어내는 역발상 또한 긴급해 보입니다. 쉽게 풀어 얘기하면 기존의 자신의 통상적 본격작품을 풀어 내는 일이 긴요하게 요구된다고 봅니다. 물론 하루 전시라는 시공간적 제약과 비용(작품 제작비와 운송, 설치, 철거 등 비용)도 문제입니다. 예술엔 나이가 없다지만 여기 거론된 작가들이 존중받는 이름들이라면 그건 청장년과 노년, 각자의 인생과 예술, 시대의 경험을 자신의 예술 속에 녹여왔기 때문일 겁니다. 한마디로 그것이 예술이고 그래서 주목받고 재미도 있는거죠. 이것부터가 좀 더 진지하게 고려되고 또 우선되어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하루 전시라도 그 각오가 없으면 전시를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저 개인의 답은 이미 전시 참여하는 쪽으로 일찍부터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같습니다“

또한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의 현실적인 애로도 있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 전시장은 모두 휴관 중입니다. 전시장이 재개관하려면 1단계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1일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로 1주일 이상 지속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에서 입니다. 주변에 국공립미술관에 근무하는 친구나 전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추석 이후에도 전시장이 재개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명절이 있기 때문에 예술의전당에 9/29(화)까지 모든 자료를 드려야합니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내용업로드, ARS 전화안내문 작성, 주차권 신청, 현수막 제작, 리플릿 디자인 및 제작, 웹포스터 사이즈별 디자인, 그 외 각종 서류 제출 등 현수막(1개 필수)의 경우 명절 전 9/29(화)까지 인쇄해서 걸어야 하고, 명절이 있기 때문에 리플릿 디자인 후 차주 월요일에 인쇄가 들어가야 전시 전에 나올 수 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며 예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명절 전에 이러한 비용을 다 지불하고 전시를 못하게 될까 우려가 되어 여기에 적어 봅니다”

그러나 이 마저 뒤엎는 방역지침이 9월25일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예측과는 달리 추석 전후 공공미술관의 전시가 가능하다는 지침이었다. 예술의전당도 3일 사용일정을 바꿔 당초 전시 승인 열흘을 모두 쓸 수 있다는 통보를 해 왔다. 전시 사용일인 9월29일로부터 4일 앞두고 나온 방역지침이었다. 언론 폭격, 국회문예위원의 압력, 예술의전당과 정부방역지침의 차이..들이 뒤섞여 누구를 탓하기 어려운 황당한 상황이 되고 만것이다. 이 전시는 안하거나 못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대안으로 온라인 전으로 재빨리 갈아 타기로 했다.

처음에 사정상 함께 하지 못한 노순택, 이윤엽 작가와 도중 하차한 작가도 온라인전에 함께 하게 되었다. 접근성은 다소 떨어질 지 모르지만 격리 시대의 소통, 작가주도로 지속가능한 업데이트,
연대, 계승, 다목적 아카이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은 발견이 되길 바란다.


내가 왜
궁핍현대미술광장 개관展
2016_1224 ▶ 2017_0113


이윤엽_구속하라 근혜_다색목판화_30×20cm_2016



초대일시 / 2016_1230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이윤엽_정택용_오진호_최병수_노순택
일상의실천_광장신문편집위원회

기획 / 신유아
관람문의_Tel. +82.(0)10.9270.0830
관람시간 / 10:00am~09:00pm


궁핍현대미술광장
Field Museum of Poor Political Contemporary Art
서울 종로구 세종로 188 광화문광장 한가운데


당신은 지금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광장에 서 계십니다. 묻고 싶습니다. 왜 지금 이 자리에 서 계신가요. 다섯 명이 모인 자리에 다섯 개의 사연이 있습니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건 더 이어져야 할 304개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똑같은 사람이 없듯, 삶의 이야기도, 삶의 이유도 같을 리 없습니다. 하물며 1백만개의 촛불이 타올랐던 이 광장의 이야기는 어떨까요.





박근혜 당선 이틀 뒤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있습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 씨는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와 손배가압류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마땅히 사회가, 정치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으나 '누군가'의 당선은 한 노동자가 품어야 할 일말의 희망마저 거두어 간 것이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부정선거에 항의해 서울역 고가에서 분신한 이남종 씨의 외침은 어떠한가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 씨는 "힘들고 배고팠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지금 이 광장에는 가혹한 노조파괴의 과정에서 죽어간 동료 한광호 씨의 영정을 붙들고 힘겹게 싸우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 광장은 노동자들을 버리고 야반도주한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한겨울 오체투지를 이어가며 흐느꼈던 곳입니다. 쌍용차, 콜트콜텍,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의 고통이 배어있기도 합니다. 세월호참사 304명의 작은 영정이 밤새 빛나는 광장이지요.



내가 왜展_궁핍현대미술광장_2016


광장신문발행위원회_『광장신문』 첫 번째 호외_2016


다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지금 여기에, 왜 서 계신가요. 우리는 지금 여기에, 왜 서 있을까요. 궁핍현대미술광장 개관전 『내가 왜』는 노래패 꽃다지의 노래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 노래는 찬바람 부는 날 거리에서 잘 수밖에 없었던, 시리고 추운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농락당한 우리의 삶에 '왜'를 되묻고 있습니다



정택용_박근혜퇴진캠핑촌 / 나규환_우리바뀐애_스티로폼조각에 채색_높이 3m_2016


독재자의 딸 2012 『타임』 표지 / 민성훈_독재자의 딸의 무당 최순실_2016

노순택_독재자의 딸의 무당의 후원자 이재용과 정몽구_2016


정택용_새마음애국퇴근혜애국청소봉사단발대식_가변크기_2016


당신과 나의 삶이 파괴되는 밑그림에 농락당한 사회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두운 장막의 뒤에서 누군가 즐겁고 화려한 파티를 벌여왔음을 낱낱이 알게 되었죠. 그래서인가 봅니다. 당신과 내가, 지금 이 광장에서 만난 까닭. 어떤 시의 한 구절이 그 까닭을 말해줍니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사랑으로 살기 위하여.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 광장에서 만난 거겠죠.



정택용_희망촛불_강성봉, 이원석 외 민미협회원들_2016


오진호_캠핑촌 웹자보 시리즈_가변크기_2016


노순택_잘라라 약자에게만 가혹한 그 손을_80장의 종이를 이어붙임_가변크기_2016


'궁핍현대미술광장'은 초라하고 궁색한 한국 정치의 풍경을 그립니다. 가난할지언정 삶을 위해 싸우는, 소중한 이들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다채로운 광장의 외침을 담으려 합니다. 궁핍한 정치의 멱살을 잡습니다. 그것이 당대의 예술이니까요. ■ 신유아



Vol.20161224d | 내가 왜-궁핍현대미술광장 개관展



남풍리 판화통신
이윤엽展 / LEEYUNYOP / 李允曄 / printing

2015_0305 ▶ 2015_0331 / 월요일 휴관

 

이윤엽_밤에 출근하는 사람_한지에 다색판화_210×150cm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910e | 이윤엽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트렁크갤러리TRUNK 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128-3번지

Tel. +82.2.3210.1233

www.trunkgallery.com

 

 

이윤엽의 남풍리 판화통신 ● 예술하기를 일상으로 생각하는 이윤엽, 자연과 삶을 같이하는 남풍리의 이윤엽, 그는 판화로 자기주변의 이야기들을 다색판화로 구성해 봄소식을 전해왔다. 그에게 작업들은 세상과의 소통방식이며, 전달매체인 다색판화작품은 삶의 기틀이다. 그 남풍리 이야기들이 따뜻하다. 생각만으로 꽉 찬 요즘 사람들에게 보내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감동스럽다.. 전통판화형식을 벗어났기에 관심을 모으고, 그래서 우리들의 마음을 끈다. "합판나사접합판화" 와 "소멸식다색판화" 라는 두 가지의 판화형식을 창안한 그의 작업들은 새롭고,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재미있다. ● 그의 "합판나사접합판화"형식은 주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파편합판과 그 조각들을 잊는 나사못이 전부였다. 그 조각들이 모아지면서 큰 이미지로의 판화가 갖게 되는 기능을 더해주고 있다. 합판조각에 나사못자국이 기존 판화형식에서 불 가능 했던 어떤 부분을 보완 해 내면서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게 되었다. 예를들어 허름한 합판결 위에 작업한 "낫을 든 사람"은 그 풍기는 맛이 독특하다. 기계인간 같기도 한 그 사람은 무엇도 다해낼 수 있을듯한 하이테크놀로지 미래인간(?)인 듯 하다. 그러나 매우 친밀하고 다정하기도 하여 반가운 내 이웃도 되고, 과학시대의 "로봇" 같기도 하다. 동시대성을 지닌 것 같아 친밀했다.

 

이윤엽_까마귀-한라산에서_한지에 목판_210×150cm_2014

 

이윤엽_겨울산_판화지에 다색판화_56×76cm_2012
 

판화는 소형이었다. 그런데 넓은 공간에서 대중과 소통하려면 거대해져야 할 필요가 발생되게 된다. 그 요구가 150×210cm인 대형화 합판사이즈를 탄생 시켰다. 또한 합판이 갖고 있는 미송무늬 결에 매료된 이윤엽이 선택한 판화형식이 바로 "소멸다색판화" 이다. 대형합판에 다 채색을 찍어낸다. 첫 판에 그리기와 채색하기, 그리고 다음 판의 또 다른 그리기와 색채 올리기로 심도를 더해가며, 반복 된 이미지들의 프린트 과정을 보여준다. 첫판의 이미지를 칼질로 깎아내야 다음 판에서 첫판을 방해 하지 않으며, 후(後)판의 이미지를 구성하며 찍는 방식을 창안한 것 이다. ● 각각의 색채들이 결합하며 묘한 색채들을 이루어내는 예상 못한 혼합이 깊고 풍부한색을 연출하니 그 독특한 세계가 발현된다. 이 같은 방식에서는 결코 일정 숫자의 'Edition'이 불가능 해지고, 매 장마다 똑같은 이미지도 불가능하다. 판의 각각이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한다. 그래서 판화에는 일반적으로 부여하는 'Edition' 보다 'Version'이라고 불러주어야 할 것 같다.

 

이윤엽_남풍리 겨울_판화지에 다색판화_76×56cm_2009

 

이윤엽_땅에서_판화지에 다색판화_76×56cm_2011

 

이윤엽_여름날_판화지에 다색판화_76×56cm_2009
 

목판화의 단조로움을 뛰어넘은 판화, 자연의 생명감들이 생동하는 논과 밭, 꽃과 동물, 땅과 나무, 그 자연의 이야기가 싱그럽다. 그 기운들이 피워 올려낸 합판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다채로운 빛깔들은 이윤엽의 자유로운 사유세계를 말하고 있었다. 치밀한 칼 맛과 어우러지는 색감들이 새로운 판화세계를 형성해낸 것이다. 2014년작 "까마귀" 와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는 오늘을 사는 대중에게 호소하는 듯 하다. 먹 빛 "까마귀"가 산을 딛고 서 있다. 까마귀의 외형이 산과 극 대비 되어 어떤 괴력을 풍긴다. 깃털은 곧고 섬세하며 예리하다. 산 속 뿌리들이 혈관처럼 펼쳐있다. 그 산을 움켜진 까마귀가 고개를 떨구고 날개는 꽉 접혀 날 수 없다. 눈 길이 하늘이 아닌 땅으로 숙여 있고 다리가 땅속 나무뿌리에 박혀 꼼짝할 수도 없다. 이 상황이 마치 잘못된 욕망에 사로 잡혀 날 수 없는 우리의 아니 나의 모습이지 싶다. "우리는 올빼미가 아니다", 라는 작업에서도 노동과 생명의 가치가 돈과 대치되며, 인간들이 끝 없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방향 없이 가방 들고 내 달리는 우리시대 인간형이다. 그는 "어디로 가야 하지?" 고민하다 잠시 멈춘 듯 하다. ● 넓은 들판, 움터 오르는 풀잎, 막 피어 오른 꽃, 고양이, 멍멍이, 부엉이 까지. 봄 소식이다. 따뜻함으로, 포근함으로,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안기고 안고픈 고향의 소리가 보인다. 작은 마을풍경들이 다가온다. 그리워지게 한다. ■ 박영숙

 

이윤엽_비오는날_한지에 목판_210×150cm_2009

 

이윤엽_개-복날_한지에 채색판화_150×210cm_2008

 

이윤엽_고양이 띵가_한지에 목판_52×75cm_2014
 

Lee YunYup's woodcut messages from the Nampung-ri ● For Lee YunYup, creating art is part of everyday life. Living side by side with nature in his studio in the rural village of Nampung-ri, he uses multicoloured woodcuts to tell stories of what goes on around him. Lee's works are his way of communicating with the world; his colourful woodcuts are the foundation upon which his life rests. The stories he tells are full of warmth. To us, with our thought-dominated lives, these stories are moving. Lee's departures from traditional woodcut styles draw our attention and affection. Lee has created two new and interesting styles of print: the "plywood-screw composite print" and the "deteriorating polychromatic print." ● The plywood-screw composite print consists of random bits of scrap plywood fastened together by screws. The coming together of these fragments brings an additional function to the large prints: the screw marks, absent from any conventional woodcut print, add something new that creates unprecedented, revolutionary images. Man with Sickle, a work that features the pattern of cheap plywood grain, has a highly distinct feel. Its protagonist seems almost half-man, half-machine: a hi-tech, futuristic being capable of anything and everything. Yet at the same time, he seems as welcome as a close neighbour; and as familiar as a robot from the age of science. ● Most woodcut prints are small. But the need to communicate with the general public prompted Lee to produce larger version, measuring 150 x 210cm. Charmed by the Douglas fir grain pattern of plywood, the artist chose to create the "deteriorating polychromatic print." He begins by applying coloured paint to a large piece of plywood. He draws the image for the first impression, then applies the colour. Next, he adds depth with another image in another colour. The print is created through several repetitions of this process. The image from the first impression has to be scraped off with a knife in order to avoid a clash with that of the second: Lee has created a method of printing one image while constituting the next. ● This is what makes these stories, with their overlapping colours and narratives and their complementary before-and-after relationships, so much fun. The individual colours come together to create deep, rich and unexpected mixtures and produce a unique world of their own. This method makes it impossible to produce a run of several printed "editions". No two prints are the same. It seems more appropriate, therefore, to call them "versions." ● These prints, free of the monotony of conventional woodcuts and full of vivid images of life, nature, fields, flowers, animals, ground and trees, tell refreshing stories. The natural texture of the plywood that brings out this life force, and the bright colours, speak of Lee's liberated world of thought. The combination of his skilled knife work and colours have created a new world in the print genre. His 2014 works, Crow and We Are Not Owls, seem to call out to today's public. ● The ink-black crow stands on a mountain. Its appearance strikes an extreme contrast with the mountain, so that exudes it a strong sense of power. Its feathers are straight, delicately rendered, sharp. As it clutches the mountain, its head is lowered and its wings immobilized. Its gaze is directed at the ground, not the sky, and its feet nailed to tree roots, pinning it down. Perhaps its situation represents us, tied down by our own misguided greed and unable to fly. We Are Not Owls, too, contrasts the values of work and life with money; a portrait of ourselves today as we run onwards, in no particular direction, clutching our bags and caught up in our senseless greed. We seem to have paused for a second, wondering where we should run to next. ● Wide plains, sprouting leaves, blooming flowers, cats, dogs, owls… news of spring. It comes to us as warmth, tenderness, comfort, a visual embodiment of the sounds of home that we long to embrace and be embraced by. It comes to us small scenes from village life. And we long for it. ■ Park Young Sook

 

 

Vol.20150307h | 이윤엽展 / LEEYUNYOP / 李允曄 / pr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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