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농 허건의 손자 화가 허진이 21일부터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아라아트 센터에서 25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유목동물+인간-문명 시리즈 중 한 작품(2013-14, 130×162, 한지에 수묵채색 및 아크릴). (아라아트)


                                         남농 허건의 손자 화가이자 전남대 교수인 허진의 25번째 개인전이 21일부터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 한스타 = 서 기찬 기자 ]


남종산수화의 대가 남농 허건의 손자이자 운림산방 화맥 5대손인 화가 허진(53)이 25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허진의 개인전은 ‘유목과 순환(Nomad and Circulation)’ 이란 주제로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아라아트센터(종로구 인사동 9길 26, 문의 02-733-1981) 3~4층에서 열린다.

전남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화가 허진은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3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입학하여 동양화전공을 선택하였고 1985년 2월에 학사 졸업하였다. 1987년 3월에 동 대학원에 입학하여 1990년 2월에 “형상성의 서술적 표현양식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허진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조선 말기 남종화의 대가로 불린 소치(小痴) 허련(許鍊ㆍ1808~1893), 미산(米山) 허형(許瀅·1862~1938), 남농(南農) 허건(許楗ㆍ1908~1987)의 손자로서 대를 잇는 화가다.

이번 아라아트센터 기획개인전은 1988년 첫 번째 작품활동 이후 27년 동안 선보여온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정리하여 대표작을 전시하고 또한 최근 2-3년간의 신작들을 선보이면서 지난 화업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를 가진 전시이다.

3층 전시실은 1988년도부터 2012년까지의 작품들(묵시, 유전, 다중인간 등)을 시리즈별로 모아 대표작을 전시한다. 4층 전시실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해온 유목동물+인간-문명,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시리즈작품들을 선보인다.

허진은 수묵화의 전통적 특징인 함축미를 벗어난 서사적 미적구조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형상적 유희세계를 채색화적 성격이 강한 표현방식에 의해 표현고자 한다. 이는 전통이라는 중압적 중층의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세이며 모더니즘에 대한 다중적 콤플렉스를 승화시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합하는 순환적 자연생태관을 지키고자 하는 친환경론을 주제로 삼은 작품세계를 제시하는 것이다.

미술평론가 변길현(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은 “허진은 광주가 예향의 증거로 내세우는 운림산방의 5대손이다. 소치 허련의 아들이 미산 허형이고 그의 아들이 남농 허건이며 그의 손자가 허진이다. 그의 가계(家系)는 그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칼이었다. 소치의 남종화는 중국에서 기원한 남종화의 고증이자 조선 문인화의 완성이었다. 조선이 망하고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소치의 손자 남농은 새로운 남종화를 꿈꾸었다. 일제시대 호남지역의 중심지는 목포였고, 어릴 적 목포로 이사한 남농은 목포에 터전을 잡았다. 오늘날 남농기념관이 광주에 있지 않고 목포에 있는 이유이다.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화가의 숙명이고 의무이다. 남농은 선대의 중국화풍을 벗어나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었고 그렇게 운림산방의 전통과 창신이 이어졌고, 이제 5대손인 허진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라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이번 개인전은 자연과 인공, 인간과 동물 등이 함께 어우러진 작가 허진의 세계관이 반영된 또 다른 세상으로의 초대가 될 것이다.

kcsuh63@hanstar.net

소치家 허문 화백 4代 5인의 그림 모아 ‘운림산방’전 열어

 

운림산방’의 4대 임전 허문 화백은 “운림산방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애쓰는 것이 나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다. 그림은 ‘구름과 안개의 화가’ 임전의 2011년 작 강무(江霧).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전남 진도에는 4대에 걸쳐 한국화가 5인을 키워낸 화실이 있다. 국가지정 명승 제80호 운림산방(雲林山房)이다. 조선후기 남종화의 거두인 소치 허련(小癡 許鍊·1808∼1893)에서 시작해 2대인 미산 허형(米山 許灐·1861∼1938), 3대인 남농 허건(南農 許楗·1908∼1987)과 임인 허림(林人 許林·1917∼1942), 4대 임전 허문(林田 許文·73)이 대를 이어 일궈온 화맥을 담은 곳이다.

소치 가문의 4대 5인의 그림을 한데 모은 ‘운림산방 4대전’이 8∼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4대인 임전의 회고전 ‘붓질오십년’을 겸해 열리는 전시다. 운림산방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기 위한 홍보전이기도 하다.

“소치의 고손자이자 제 조카인 4명도 한국화를 하고 있으니 5대 9인입니다. 얘들은 아직 그림이 어려 이번 전시에선 제외했어요. 5대째 화맥을 이어가는 집안은 허소치 일가밖에 없을 것이오.”

 

 

25세에 요절한 3대 임인 허림이 별세한 해에 그린 ‘유월 무렵’. 물감을 아끼려고 흙으로 점을 찍어

그린 뒤 물감을 입혀 ‘토점화’ 또는 ‘색점화’라고 불린다. 운림산방 제공


7일 만난 허 화백의 사투리엔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배어 있었다. ‘그림이 어려’ 제외된 4명 중엔 남농의 손자인 허진 전남대 미대 교수(52)도 있다. 허 화백은 2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가문의 이야기를 2시간 동안 ‘간략하게’ 들려줬는데, 소치가의 당당한 예맥은 가난이라는 땅에 그림 재주가 씨처럼 뿌려져 자라난 것이었다.

남도의 외딴섬에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렵게 자란 소치는 ‘스스로 일깨운 그림 재주’로 “압록강 이동엔 소치만 한 그림이 없다”는 찬사를 받으며 남종화의 거봉이 됐다. 붓에 먹을 조금만 찍는 ‘갈필법(渴筆法)’의 원조로 이 화법은 소치 가문을 남도 화단의 중심에 올려놓게 된다.

 

2대 미산은 운림산방에서 농사일로 어렵게 가세를 꾸려가며 24세의 늦은 나이에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화맥의 뿌리를 목포로 옮겨 내렸다. 집안에선 소치와 남농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한다.

3대 남농 역시 한겨울 냉방에서 지내다 동상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잘라낼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결국 그는 갈필산수로 독특한 화풍을 일궈내 임전의 표현에 따르면 ‘화가 재벌’이 됐다.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4대 임전도 어린 시절엔 “그림 그리면 밥 굶는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셔서 백부(남농) 댁에서 8남매와 함께 자랐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을 눈대중으로 조잡한 그림들을 그려 숨겨 놓았는데 그걸 백부께 들켰지요. ‘썩을 놈, 그림 그리지 말랑께는’ 하시며 전부 찢어버리셨어요.”

하지만 25세에 요절한 동생 임인에게서 물려받은 조카의 재주를 몰라볼 남농이 아니었다. 남농은 “기왕에 붓을 들었으니 선대들의 명성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임전을 홍익대 미대에 보냈고, 임전은 갈필법으로 ‘운무(雲霧)산수’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해 백부의 뒷바라지에 보답했다. 구름과 안개의 움직임을 수묵 담채로 잡아낸 동적인 한국화다. 그림의 주인공이 운무이니 붓이 지나간 자리보다 여백이 넓다. 그는 “여백이 그리기 가장 어렵다. 여백이 그림이 돼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가난한 사람들이 그림을 했지만 요즘은 부자들이 그림을 하잖아요. 붓을 맘대로 쓰고 먹맛을 제대로 내려면 10년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걸 귀하게 자란 사람들은 안 하지요. 이런 한국화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거요.”


동아알보 / 이진영 기자

 

(사진=국립남도국악원 제공)


전라남도 기념물 제51호로 지정된 허소치 선생의 화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1982년 소치의 손자 남농이 복원해 국가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전라남도 제일의 미술관이다.

운림산방의 화맥과 전통은 자자손손 200여년을 이어오면서 5대에 걸쳐 9인(5대 4명)의 화가를 배출했다.

2011년에는 운림산방을 복원한 지 30년 만에 국가지정 명승 제80호로 지정되어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사적 성지로 발돋음했다.

임전 허문 선생의 회고전 '붓질 오십년'은 2014년 10월 8일~21일까지 두 주일간 인사동의 중심 '아라아트' 전시장(☎02-733-1981)에서 열린다.

이번 회고전은 선대들을 모시고하는 '운림산방 4대전'으로, 200여 년간 4대에 걸쳐 5명의 화가를 배출한 운림산방의 경이로움을 임전 선생 생전에 다시 한 번 각인하고 조명하기 위해 열리는 행사다.

이번 전시회는 임전의 예술세계는 물론, 허소치 일가의 화맥과 운림산방의 전통을 보전하기 위한, 총 320 페이지에 이르는 '붓질 오십년'이라는 도록(300부 한정판매)도 제작하였다.

이 책과 전시회에서는 임전 선생이 24세 때 그린 소장자 작품(28점)을 비롯하여 최근 작품(37점)이 전시된다.

또 초대: 小痴(1808~1893)의 작품(20점), 2대: 米山(1861~1938)의 작품(19점), 3대: 南農(1908~1987)의 작품(21점)과 林人(1917~1942)의 작품(19점)등 운림산방 4대 5인의 작품 142점이 전시된다.

그리고 임전이 평소에 숙원하던 '이제는 유네스코로' 라는 부제를 붙여 유네스코로 가야하는 당위성을 천명하고, 그 당위성을 부각시키려고 기획한 전시회이다.

 

CBS노컷뉴스 임기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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