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트 기금마련전 'plan B를 위하여

지난 1011일부터 16일까지 인사동 57th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화가들이 나서고 예술하라‘, ’네오룩이 후원한 이 전시는

미술평론가이자 기획자인 김진하씨에게 드리는 상이자 짐이다.

 

30여 년간 '삶의 미술''비판적 형상성'을 지향하며

현장성 미술을 중시해온 나무아트의 또 다른 도약을 바라는 전시다.

 

  사실나무아트'그림마당 민'을 이은 인사동의 자존심이었다.

우리나라 민중 미술의 본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아트'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현장성 미술을 더욱 발전시켜,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많은 작가가 동참한 것이다.

 

  원로급에 속한 주재환, 신학철, 김정헌화백을 비롯하여 김보중, 김상구, 김억, 김재홍,

 김주호, 김준권, 김진열, 류연복, 박진화, 손기환, 송창, 안창홍, 윤여걸,

이동환, 이인철, 이태호, 이흥덕, 장경호, 정복수, 최경선, 최병민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민중미술가 24명이 작품을 내 놓았다.

 

  늦장 부리다 지난 14일에서야 정동지 만나 전시장에 들리게 되었는데,

주말을 맞은 인사동과 연결된 송현동 주변에는 가을 소풍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시장에 올라가니, 우리나라 민중 미술의 원조를 만난 듯 눈에 익은 작품이 늘렸다.

 

  송현동 꽃밭 가는 길은 북새통이라 사람을 비집고 들어갔는데,

옆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에 사람이 없어니, 기분 더럽더라.

이건 모르는 국민들 잘못이 아니라 이끌고 알려야 하는 정치와 행정의 잘못이다.

 

  전시장은 홍성미씨가 지켰고, 옆 베란다에서 손기환, 김진하씨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술이라도 한잔 마셔야 속이 풀릴 것 같았는데, 몸이 불편해 끌고 나온 차가 발목을 잡았다.

딱 한 잔만 얻어 마셨는데, 그 맛에 끌려 인사동 벽치기 골목을 배회했다.

 

  사실은 페이스북에서 보았던 이태호씨가 새긴 홍범도장군 벽화가 보고 싶었다.

마치 유목민상표처럼 유목민앞을 버티고 섰는데, 골목 분위기가 꽉 잡혔다.

이놈들! 어디 나타나기만 하라” 는듯 골목을 지켜주니, 어느 잡귀가 얼씬거리겠나?

 

  ’57th갤러리에서 열리는 나무아트 기금마련전 'plan B를 위하여

오늘이 마지막이라 보실 분은 서둘러야 한다.

일단 좋은 작품이 많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함께하는 의미는 더 크다.

 

사진, / 조문호

 

'plan B'를 위하여

나무아트 기금마련

2023_1011 2023_1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보중_김상구_김억_김재홍_김정헌_김주호

김준권_김진열_류연복_박진화_손기환_송창

신학철_안창홍_윤여걸_이동환_이인철_이태호

이흥덕_장경호_정복수_주재환_최경선_최병민

 

후원 / 예술하라_네오룩

 

관람시간 / 12:00pm~06:00pm

 

57th 갤러리

57th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17

(송현동 57번지) 2

Tel. +82.(0)2.733.2657

www.57gallery.co.kr

@57gallery_official

 

나무아트... 1. 지난 35여년간 '삶의 미술''비판적 형상성'을 지향하며, 이념대립 너머 개별 미술가들의 실존 현장성 미술을 중시해온 나무아트.

 

김보중_나무에 오르다_종이에 아크릴채색_40×30cm_2020
김억 _ 제주용연 _ 한지에 목판 _99×31cm_2023
김재홍_거인의 잠-202105-1_아크릴채색_130.3×97cm_2021
김정헌_풀,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cm_2021
김준권_자작나무숲의 가을2_유성목판_32×50cm_2018
류연복 _ 겨울삼선암 _ 소멸다색판화 _60×30cm
박진화 _ 초상 _ 연작
손기환 _Wow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50×50cm_2023

2. 현존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포괄적 공공 이익에 복무하고 있는 나무아트.

 

신학철 _ Ⅰ -4  한국현대사 _2013
이동환 _ 뒷다리에 힘 팍주고 … _ 유성목판 _25×20cm_2023
이인철 _ 사과 - 탄
이흥덕 _ 소녀 _ 캔버스에 유채 _33.5×33.5cm_2023
장경호 _ 묵시 - 순천
최경선 _ 비오톱의 저녁 _ 캔버스에 유채 _60.5×72.7cm_2017
송창 _ 섬강풍경 _ 캔버스에 유채 _31×41cm_2004

3. 공간의 역사와 성격을 스스로 아카이빙 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사의 뿌리이자 줄기가 되고 있는 공간. 그 미술 공간의 디렉터, 비평가, 미술사가로 현장에서의 노동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고투에 찬 미술지식 노동자 김진하. 노역의 퀄리티를 갖춘 채 동요하지 않는 정신. 해방 이후 이런 전시공간과 전문가는 일찌기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나무아트'라는 토대를 바탕으로 더욱 더 한국 당대 미술에 기여할 수 있기 바라며, 이 행사에 저도 마음을 보탭니다. 강성원

 

김진열씨의 ‘모심’전이 지난 5월17일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개막되었다.

그는 좋아하는 화가 열 손가락에 꼽히는 분이라, 기대했던 전시였다.

 

전시장으로 가다 지리산에 은거하는 무예가 하태웅씨를 만났다.

그 역시 ‘모심’전을 보고 가는 길이라는데, 그날 일진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그 날은 가야 할 전시가 세 곳이나 되어 ‘일타삼피’라며 좋아했으나,

반가운 분들 만나다 보면 술에 녹초가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덱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창성의 ‘나는 시민군이다’전과

김진열의 ‘모심’전은 민중의 한과 연결되어 궤를 같이한 전시라고 느껴졌다.

김진열씨의 형상미술은 민중들의 아픔을 담아내는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4시에 개막식이 열린 ‘나는 시민군이다’부터 보고 갔더니,

김진하관장과 나종희씨 두 분만 남아있고 모두 뒤풀이 집으로 가버렸다.

 

전시된 작품을 돌아보니 입이 쩍 벌어졌다.

‘레오록’에 소개된 작품을 보긴 했으나 실제 작품과는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철판이나 양철을 덧붙여 만든 작품들은 마치 찢기고 분열된 민중의 노동이고 상처였다.

투박한 질감은 존재 자체의 진정성을 담아내고 있었다.

 

용도를 다해 휘어지고 녹슬거나 쇠락한 사물을 연결하거나 덧붙인 형체 위에

붓질한 드로잉은 막 쌓아 올린 토담처럼 간결하면서도 원시적 편안함을 주었다.

 

투박한 조형적 감수성이 빚어낸 그의 작품에서 삶에 대한 경외감이 일었고,

버려진 사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역동적 에너지가 꿈틀거렸다.

 

작가의 삶이 베인 원시적인 힘은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직관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물질과 거침없는 붓질에서 민중의 울림이 일었다.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김진열씨의 생명존중 작업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미술평론가 김진하씨의 비평 ‘투박한 존엄, 그 생명의 모심’으로 부족한 소견을 대신한다.

 

“김진열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오윤의 판화나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에 등장하는 숱한 사람들처럼 익명적 민중성을 확보한다. 다만 오윤이나 리베라가 객관적으로 기호화된 인물의 전형성을 확보했다면, 김진열의 인물들은 정서를 환기하는 추상적 기운으로 기능하는 점이 다르다. 김진열의 작업이 사실주의적 재현성보다는 표현주의적 속성에 가까운 건, 정형적으로 패턴화된 캐릭터를 부여받은 인물 구성 방식에서 이탈하는 그의 조형적 특성으로 인해서다. 그런 면에서 김진열의 비정형적 형상성의 회화적 긴장감은 오히려 싱싱하다.”

https://blog.naver.com/josun7662/223105243701

전시는 5월30일까지 열린다.

 

작품에 대한 여운을 안은채, 뒤풀이 장소인 ‘사랑채’로 갔더니, 김진열씨 외에도 미술평론가 최석태,

화가 장경호, 김 구, 손기환, 김재홍, 이태호, 이재민, 이운구, 이흥덕, 조신호, 김이하시인 등 여러 명이 있었다.

앞쪽에는 지방에서 오신 손님들이 계셨고 다락방까지 가득 차 끼일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반가운 분들 사진 찍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신 술에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소주를 드시는 분이 없어, 탈 많은 막걸리를 마신 게 마음이 걸렸다.

 

정동지를 '사랑채'에 남겨둔 채, 이창성씨 뒤풀이가 열리는 ‘부산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막식에서 사람이 많아 인사도 드리지 못한 이창성선배께 인사도 드리고,

시민군 방송원이었던 차명숙씨 더러 40여 년 전에 찍힌 예쁜 모습에 반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왜 술만 취하면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내성적인 성격인데, 그놈의 술만 들어갔다 하면 180도로 바뀌어 버린다.

정동지라도 같이 있으면 덜 할 것 같아 부산식당으로 불렀으나, 이미 파장이었다.

 

김문호, 이규상씨와 ‘사랑채’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곳은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김문호씨와 이규상씨는 언제 갔는지도 모르겠고, 정동지마저 줄행랑쳤다.

오죽하면 인사동 물귀신 장경호씨가 택시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었겠나?

뒤늦게 찍은 사진을 보니, '예당'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임경일씨 모습도 보였다

 

제 버릇 개 주지 못해, 술 자리는 일체 가지 않기로 맹세했으나, 이 역시 개 맹세 될까 두렵다.

 

사진, 글 / 조문호

 

[2023.5,20작성]

이명복作, 사라진 꿈, 153 x 208cm,장지에 아크릴, 2023

‘나무아트’ 기획전 ‘무장지대’ 2부가 지난 17일 개막되었다.

 

2월 6일 부터 16일 까지 열린 1부에서는 강재구(사진),김진하(사진), 송창(설치), 이태호(입체), 임종업(대성동마을 스냅+르뽀), 정기현(영상, 설치) 작가가 참여했다.

 

김진하_망각의 한 방법-소원에 대하여_사진몽타_61×182cm_2023
강재구_private#1~3_젤라틴 실버 프린트_각 70×55cm_2002
송창_大兄-바라보기_스팽글, 필름출력_설치, 232×546cm_2020
이태호_분단풍경_여러가지 재료_100×85×168cm_2021
임종업_대성동-DMZ의 숨겨진 마을_르뽀_도서출판 소통_2021
정기현_topos_도라전망대 설치전경_2021

지난 17일 부터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2부에서는 이명복(회화), 류연복(목판화), 손기환(회화), 이동환(회화+입체),  이인철(디지털 회화) 김억(목판화) 작가가 참여한다.

 

류연복_꽃 한송이_소멸다색목판화_97×72cm_2018
손기환_DMZ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200cm_2015~21
이동환_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같은 풍경_장지에 목탄, 먹, 안료_60;134cm_2023

지난 15일 전시장에 들렸으나 아쉽게도 문이 잠겨 1부를 놓쳐버렸고, 2부는 정영신 동지와 함께 개막시간에 맞추어 찾아 간 것이다,

 

이인철_파주2_디지털 회화_2023
김억_DMZ-백령도에서 고성까지_목판화_2020

김진하관장을 비롯하여 제주의 이명복씨와 김 억, 류연복, 손기환, 이인철씨 등 참여 작가를 두루 만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이승미, 김 구, 장경호, 김은태, 강욱천, 성기준, 정기현씨 등 여러 명이 전시를 관람한 후 '산골물'에서 조촐한 뒤풀이를 가졌다.

 

손기환작

아래는 전시를 기획한 김진하관장의 ‘무장지대’ 서문이다.

 

"1953년 유엔사와 북한의 휴전 협정에 의해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 분계선과, 그 선을 기준으로 남북 2km의 남방한계선/북방한계선에 의한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되었다.

 

비무장지대. 말 그대로 무장이 해제되어야만 하는 곳. 그러나 현재 동서 256Km, 남북 4Km인 이곳엔 수백 만 개의 지뢰가 설치되어 있을 거라고 전해진다. 게다가 북한 G.P는 북방한계선 남쪽 1.6Km, 남한의 G.P는 남방한계선 북쪽 1.2Km까지 진입된 곳도 있다. 그러니까 양 G.P간 실 거리는 기껏 1Km의 거리. 모두 중화기로 무장한 긴장된 상태다.

 

이인철작

일촉즉발 상태인 이곳이 어찌 비무장지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비무장지대』라는 네이밍에 근거하자면, 폭 4Km의 이 공간을 제외한 북과 남쪽 국토 전체는 역설적으로 『무장지대』란 뜻이 아닌가.

 

지난 70년 간 우리는 분단 현장 남측 『무장지대』에서 분단 정치, 분단 문화, 여타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한 온갖 부조리한 현실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왔다. 국토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벙커, 참호, 철조망, 그리고 우리들 일상에 존재하는 군사 시설들... 뿐인가, 과거 교련을 위시한 반공과 군사 교육, 관제 행사 동원, 여타 학술과 문화 예술과 대중문화에까지 드리웠던 검열과 블랙리스트의 기억까지 소환된다.

 

김억 작

그 레드 컴플렉스의 작동은 최근에도 남북 관계를 더 경색 시키고, 한발 더 나가 전쟁 위기까지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 의제에서 한반도 분단 극복과 무장지대 탈출을 위한 지성적 담론과 사회 문화 운동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동환작

이런 현실에서, 평소 사회 역사적 주제로 작업을 하던 작가들이 정체된 분단 논의에 파문을 일으키려 함께 이 전시에 참여했다. 이 작가들이 직접 체험한 『무장지대』에 대한 예술적 발언이, 지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분단 논의에 던져 지는 짱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진하

 

오는 2월 26일까지 열리는 '무장지대'전을 많은 관람바랍니다.

 

류연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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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2022_0304 ▶ 2022_0327 / 월요일 휴관

 

손기환_잠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30am~06:30pm / 월요일 휴관

 

 

인디프레스_서울

INDIPRESS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Tel. 070.7686.1125
@indipress_gallerywww.facebook.com/INDIPRESS

 

이번 전시의 주요 테마와 주제는 역사적 이미지와 현실 풍경에 대한 작가의 시각적 해석으로 볼 수 있다. ● 작업은 근, 현대사에서 등장하는 아주 주목할 만한 사건의 기록과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바라보는 현재 풍경 그리고 조형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특히, 작업에 등장하는 사진 이미지들은 보도나 르포 사진으로 대부분 역사적 사건 사진이나 당시의 사진을 참고로 제작된 삽화들을 활용한다. 시각적 이미지 기록의 오랜 역사에서 창작자의 감성과 해석이 대부분 배제된 사진은 정확한 현실과 사실로 인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거 역사를 기록한 사진이미지가 갖는 정확함 또는 확실한 존재와 과거로서 여기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현재 시점이 더해지며 이를 해석하는 사고와 시각적(그림)의 요소가 한 화면에서 결합되어 역사와 현실 또는 현재를 미술로 해석하려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손기환_보색대비-DMZ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94cm_2021
손기환_보색대비-DMZ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94cm_2021
손기환_잠실풍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91cm_2020
손기환_만화사랑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94cm_2020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작가와 현 역사에서 중요한 기점이나 원인이 되었던 사건들-근대 개화와 수구 세력에서 시작된 분단의 씨앗과 이어진 한국전쟁 그리고, 고착된 남북분단, 60-70년대의 「분단의 히스테리」로 불리는 남북 갈등 시대, 이후, 80년 봄, 광주민주화 운동 등 실향민의 아들로 태어나 늘 잠재되어 있던 심리적 불안감에 DMZ현장에서 근무하며 보고 경험했던 특별했던 추억, 그리고, 작가로서 80년대를 온 몸으로 느꼈던 역사적 체험이 현재 이 순간 어떤 의미로 되살아나고 기억과 트라우마로 작품에서 보여 질 수 있으며, 더 해서 주변의 풍경-광화문, 잠실, 작업실 주변 등-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과 해석이 작품을 만들어 내는 내용과 뼈대가 될 수 있다. 이 내용과 뼈대에 조형이라는 살을 붙여 나가며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체적인 형식을 구축해 낸다고 볼 수 있다.

 

손기환_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0cm_2020
손기환_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0cm_2020
손기환_연평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200cm_2020
손기환_연평도정물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72.7cm_2019

 

결론적으로, 역사의 중요한 사건과 상황이 기록된 사진과 현재 작가가 경험하는 현재 시점의 실, 내외 풍경, 그리고 역사적, 사회적 평가와 문제의식에 대한 작가만의 생각이 그려지며, 이러한 두 개의 이미지를 한 작품 내에서 묶어 주는 역할은 색의 조화와 선, 형의 구성 등 조형적 요소로 언어적 발언으로서가 아니라 시각 구조로 대중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이다. 이러한 이미지의 해석은 물리적 이미지 창작이라는 미술이 갖는 사회적 역할과 창작 태도에서 기인하며 일반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창작의 재미를 추구해 본다. (2022. 2) ■ 손기환

 

Vol.20220304g |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인사동 거리를 가득 메우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 갔을까?
징그럽도록 많은 인파와 상인들의 장삿속에 진저리를 쳤지만, 막상 사람이 없으니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코로나 19’가 휩쓴 여파가 실로 대단했다.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 문 닫은 가게가 속출하고 건물을 헐고 다시 짖거나 실내장식 하는 점포도 있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한동안 쉬면되겠으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 비싼 가게 임대료에 얼마나 버텨낼지 모르겠다.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어, 이러다 나라는 배겨날 수 있을까?




남 탓할 일은 아니지만, 이제 사이비종교는 과감히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라지만, 사람을 쇠뇌 시켜 갈취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행사는 물론 사소한 모임까지 취소하는 판국에
신도들을 교회에 집결시키는 인간들이 살인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신천지’란 정신 나간 교주 말에 어떻게 그 많은 신도들이
모든 걸 다 갖다 바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한 둘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영악해도 참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국 좋아 하지마라.’ 죽고 나면 한 줌의 흙일 뿐이니, 제발 사람답게 살아라.




인사동에 사람 찍으러 왔으나, 사람이 없으니 찍을게 없었다.
사람만 보이면 쫓아갔으나, 그마저 마스크로 무장한 괴한 같았다.
미세먼지도 심각한데다 전염병마저 설쳐대니, 머지않아 거리엔 얼굴가린 사람뿐일 게다.
어쩌면 산소 호흡기를 짊어지고 다닐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이달 전시소식지 한 권 구해, 손기환씨 판화전이 열리는 ‘나무아트’로 올라갔다.
전시장에는 김진하관장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하루 관람객이 몇 명되지 않는다며, 한 숨을 쉬었다.




전시작을 돌아보니, 거친 칼질이 빚어낸 반 풍경적인 궤적들이 마치 지옥도를 보는 듯 했다.
분단현실을 상징한 정치적 도해가 한스럽게 또는 격렬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칼질의 힘을 한지릴리프기법에 의한 요철로 드러내어 더 강한 느낌을 주었다.
그동안 궁금하게 여겨 온 릴리프기법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김진하씨가 상세히 가르쳐주었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룩해낸 작품들이라 작가에 대한 존경감이 일었다.




전시장에서 커피도 얻어 마시고, 제작기법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손기환 판화작품집도 한권 가져가란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판매하는 책을 어찌 그냥 가져올 수 있겠는가?
소중한 책 한 권 살 수 없는 형편이 부끄럽긴 했으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모두 돈을 우습게 여긴 죄다.
그러나 아무리 무식하고 거지같이 살지라도, 돈만은 발가락 사이 때보다 더럽게 여기며 살 것이다.




인사동거리는 가보지도 못한 평양거리처럼 적막에 휩싸였으나,
전시장에 들어가면 인사동만의 또 다른 기쁨조들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야! 봄 가기 전에 빨리 물러가거라.
양심은 전당포에나 맡긴 정치꾼과 사기꾼들이 우글대는 이 더러운 세상,
꽃놀이라도 한 번 가보고 죽어야 할 것 아니가.

사진, 글 / 조문호














손기환·목판화 2019-1981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2020_0226 ▶︎ 2020_0310



글_손기환, 김진하 || 판형_국배판 22.5×28cm || 초판발행_2019년 12월20일

ISBN_979-11-88845-02-6(부가기호 97650) || 정가_20.000원 || 발행인_김진하 || 발행처_나무아트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80405c | 손기환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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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의 단층과 떨림-손기환 목판화의 역사적 형상성 ● 가로로 길게 늘어지는 풍경이 어느 지점에서 단층처럼 어긋나고 다시 다른 시점의 풍경으로 연결된다. 또 그 풍경은 거기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고 진동한다. 대기도, 산도, 물도, 나무도, 기타 건물도 모두 비끼어서 흔들리듯 정지를 거부한다. 떨림-움직임-흔들림의 칼의 궤적, 시공을 건너뛰는 입체파적인 공간 몽타쥬, 호방하게 편집된 구도 등이 화면을 거침없이 견인한다. 그 화면은 "풍경화인가?" 싶을 정도로, 대상은 풍경으로 묘사되지 않고 활달한 필치의 밑그림과 듬뿍듬뿍 퍼낸 칼질로 거칠다. 풍경은 풍경이되 시각적 대상으로 소위 '멋진' 풍광은 해체되고 의도와 표현의 결과물인 어떤 상징이 '풍경'을 대신한다. 풍경이라기보다는 풍경을 통한 작가의 이념 혹은 지향성의 기호라고나 할까, 그도 아니면 감각 뒤에 숨겨진 분단의 현실적 리얼리티를 풍경으로 번역한 것이라 할까. 그러니까 그것은 그 풍광을 감상이나 관조의 대상을 넘어서서 현재 그렇게 존재하는 풍경의 조건에 대한 인식적, 그리고 반어적 접근으로의 풍경, 즉 시각에 대한 '反-풍경'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손기환_산수 A Scene at Korea_A.P 1/ Ed. 5_목판화에 한지릴리프_68×140cm_2017


"反-풍경. 풍경에 反한다는 것. 눈으로 보는 시각의 범주를 넘어서서 풍경을 풍경이 아닌 것으로 보는 것. 왜일까. 근대 이후 풍경은 죽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의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게 하라"는 명제처럼, 산업사회 이래로 인류는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지명하고 그 능동성을 사살했다. 그런 폭력적 인위에 의해서 풍경도 자연과 함께 그 성격을 박탈당했다. 한국에서는 제3공화국에 들어서 서구의 근대적 개발방식을 추종했다. 국토는 난개발 되었고, 거기에 분단국의 군사적 목적까지 더해져서 풍경은 더 능욕을 당했다. 손기환의 「한강」연작은 이런 국토와 풍경의 죽음을 쓸쓸하게 독백한다. 자연은 간데없이 회색 가득한 화면에 GP와 벙커 넘버만 기입된, 전술적 작전지도의 개념이 '풍경화'를 대체한 현실을 형상 없이 그렸다. 뿐인가, 「DMZ-강박산수」연작에서는, 그가 근무했던DMZ의 기억과 전통적인 조선시대 문인화나 산수화에서의 풍경들이 오버랩되는 강박을 기록한다. 거꾸로 옛 산수화를 보면 DMZ의 풍경이 떠오르는 강박도 동시에…. 그것도 명료한 형광색으로. 그래서 손기환의 '산수山水'는 풍경이되 '反-풍경'이다. 한반도의 풍경, 그 표피적 일루젼 뒤에 감추어진 분단현실의 심리적 풍경이자, 이데올로기의 정치적 도해라서 그렇다." (김진하,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손기환의 회화』 중에서, 나무아트, 2017)


손기환_산수 A Scene at Korea_A.P 1 / Ed. 5_목판화에 한지릴리프_68×140cm_2017


'반-풍경' 작업을 하는 이유는 작가의 동시대적 상황에 대한 태도와 통일하는 미적 이념에서 기인한다. 즉 그의 세계관과 미학이 향하는 건 감상의 대상인 경치가 아니라, 그런 작가의 생각과 시선을 반영하는 감성적 기호(記號)로써 분단풍경의 드러냄이다. 손기환만의 개인적 서정과 역사적 서사, 조형방식, 화면배치, 판각기법 등을 통해서 형상화된 도상의 상징적 조형방식으로 말이다. 손기환의 목판화에서 상징을 유발하는 주된 매개 이미지는 산수(山水), 즉 산과 강이다. 풍경으로 산과 더불어 강은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성을 아우르면서 항일, 분단, 그리고 그런 역사적 사건들이 문화적인 결과로 반영되는 시간적 흐름과 공간에 대한 서술적·상징적 표지(表識)다. 거기에서 물이란 소재는 한강이나 임진강 등을 의미하기도, 또 현재적 일상과 과거의 역사를 연결하는 시간성을 리드미컬하게 매개하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물이란 소재는 문예작품에서 그런 이미지와 역할을 한다. 예컨대 한 시대와 지리를 가로지르는 장편의 문학작품엔 큰 강을 의미하는 대하(大河)란 접두어를 그 장르적 특성으로 쓴다. '임꺽정'이나 '토지'와 같은 대하소설이나 '한라산'과 같은 대하시처럼 물은 역사성을 함축한 의미다. 장엄한 국토풍경과 함께 민중에 대한 삶의 이력이 산과 골, 강과 호수, 도시와 마을마다 유장하게 배어있다. 그 삶의 애환이, 역사로, 그리고 현장의 삶의 애환으로 드라마틱하게 스토리텔링으로 펼쳐지는 것이 대하문학작품이다.



손기환_산수 A Scene at Korea_Ed. 5_목판화에 한지릴리프_50×135cm_2016


물론 손기환의 회화나 판화는 장르와 형식적 조건상 그런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은 아니다. 그 길고도 긴, 질기고도 질긴, 민중의 역사가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되고 환원된 형상을 띄는 핵심적 이미지로, 손기환의 정서와 지향성을 드러내는 표현적이면서도 개념적인 사유의 결과다. 작가는 그 핵심적 형상으로 말을 대신하고 싶은 것이다. 역사에 대해서, 분단조국의 현실에 대해서, 월남한 아버지의 기원과 자식인 자신의 희구를 반영하면서 목판화란 장르형식과 드로잉, 그리고 칼과 맛 프린팅으로… 바로 그런 과정이 화면에서 목판화적인 상징성으로 돌올하게 된다. 특히 근작에서 이 모두를 아우르는 조형적 질료인 '물(水)'은 새로운 형식인 '릴리프'기법을 구사하는 더 큰 단서가 된다. 물이 있는 빈 여백을 채우는 묘철의 한지 표정으로 말이다. 이런 손기환의 목판화를 통해서 40여 년을 가로지르는 작업의 줄기는, 결국 역사는 단절되거나 정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현재-미래로 끊임없이 시제와 공간을 유동하며 넘나드는 움직임 혹은 운동의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의 판화에서 한강이나 임진강(『강 건너 고향』 연작), 기타 통영이나 제주 풍경 등에서 물의 흐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런 시간성과 공간성이 역사성으로 대체되는 한 징표다. 그것은 일종의 염원이다. 크게는 비극적인 근현대사를 대체하는 성숙한 민주주의와 통일, 작게는 남북 이산가족의 재회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즉, 식민지와 분단 이후 군부독재로 대변되는 산업화시대를 거친 지식인 작가가 조국의 상황에 대한 정치적 인식의 문제의 의지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월남한 부친의 실향에 대한 슬픔-망향-그리움-귀향에 대한 간구가 그의 정서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한 가족이 피난과 이산을 통해서, 남쪽에서 정착하는 과정과 그 이후 귀향에의 염원을 안고 사는 것은, 분단이라는 정치사회적 사건과 문화현상의 한 전형이라 하겠다. 문학에서야 분단문학을 통해서 이런 크고 작은 실례들이 다양하게 형상화 되었지만, 미술에서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서구 미술의 세례를 받은 모더니즘 형식론이 화단의 축을 형성하면서 그 서사적 형상성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 와중에 손기환은 회화와 만화를 통한 '팝 Pop'적인 방식으로 대하적 역사성을, 목판화를 통해서는 가족사로부터 분단으로 확대되는 제유(提喩)방식의 서사적 서정성을 펼쳐 보인다. 「물의 노래」, 「의병」, 「강 건너 고향」, 「우리 동네」 등으로 명제화 된 다소 을씨년스런 풍경들의 '분단기호'를 통해서 그의 이 '반(反)풍경'적인 풍경들은 한스럽게, 때로는 건조하고 을씨년스럽게, 또 때로는 장렬하고도 크게 우리 근현대사를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풍경화'나 '산수화'의 자연 감탄의 풍경과는 전혀 다르게 한국현대사적 맥락으로 '山水'를 소환하며 재개념화하면서 내용과 형식의 연관이 자기 완결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손기환의 목판화가 주목받아야 하는 근거는 충분하다. 기실, 한국 근현대목판화에서 역사·정치·사회를 정면으로 소재화해서 다루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았고 또 단편적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양기훈의 『혈죽도』, 1909년 『대한민보』의 이도영 그림-이우숭 판각의 만평 형식의 연재물, 그리고 1932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이북명의 소설 『질소비료공장』의 이상춘 삽화가 있다. 이후 해방공간에서 정현웅·손영기·최은석 등의 좌파적 문예운동 이후 1980년대 민중미술에 이르기까지 그 맥락은 끊어졌었다. 그러던 것이 70년대 후반 오윤과 이상국의 등장, 80년대 이철수·조진호 · 홍성담 · 『두렁』 · 『목판모임-나무(손기환 · 이상호 · 이섭 · 정원철 · 김억 · 김진하…)』 · 화가 문영태가 기획한 『시민미술학교』 · 홍선웅 · 김준권 · 류연복 · 최병수… 등의 활동, 90년대의 이윤엽으로 다시 연결된다. 그러니까 손기환은 80년대 초반부터 『서울미술공동체』 · 『민족미술협회』 · 『목판모임 나무』를 통해서 목판화운동의 주역 중 하나로 지금까지 작업해오고 있는 것이다.

손기환_물의 노래-한강, The song of Water-Han river_A.P 2 / Ed. 25_한지에 목판화_12×90cm_1995
손기환_물의 노래-한강, The song of Water-Han river_A.P 2 / Ed. 10_한지에 목판화_12×90cm_1995
손기환_한강 Han River_A.P 2 / Ed. 10_한지에 목판화_12×90cm_1995
손기환_한강 Han river_A.P 2 / Ed. 10_한지에 목판화_12×90cm_1995
손기환_한강 Han river_A.P 2 / Ed. 10_한지에 목판화_12×90cm_1995


최근 손기환의 목판화는 그 형식에 있어서 하나의 전기를 맞았다. 일단 스케일이 대형으로 커지고, 그다음으로는 프린팅 과정에서 한지릴리프(Relief) 기법을 수용했다. 규모가 커진 작업은 판각이전 활달하고 액티브한 드로잉의 힘을 묘철의 표정으로 더 깊이 반영한다. 전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몸의 반응을 실어냈다는 것. 저간의 손기환의 작업은, 회화와 판화를 막론하고, 디테일을 생략한 채로 짧은 작업시간의 집중력에 의한 표현성과 작업내용의 통일이 빚은 형상으로 그 개념성이 강했다. 그런데 큰 판화로 전이되면서 드로잉의 붓 맛은 더 강하되, 칼의 쓰임이 자유로워지면서 오히려 심미적인 '기운'이 더 '생동'하게 된 것이다. 뭐랄까, 서사적인 풍경화의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추상표현주의적인 몸짓으로 드로잉하고 판각한 화면은, 그래서 살아서 진동하고 요동치는 듯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역설적으로 한지 저부조(低浮彫) 기법의 장인적 과정을 수용하면서 더 꼼꼼해진 입체적 화면은, 한지의 물성을 제대로 발현하며 질료적 물질성과 촉감이 더 견고해졌다. 판각하고 찍은 판화를 다시 빈 여백에 묘철로 텍스쳐를 준 판에 대략 6~7겹의 배접으로 릴리프를 한 이런 방식은 한지로만 가능한 기법이다. 긴 시간 반복되는 단순한 노동력과 작업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드로잉과 판각에서의 회화적인 액션과, 릴리프 과정에서의 정교한 공예성을 합치면서 이전의 판화와는 다른 얼굴이 탄생한 것이다. 작업 내용과 개념이란 몸과 뼈대는 여전하나, 피부와 옷은 훨씬 세련되고 중후한 묵직함을 더하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아니, 조형적 근육을 더 튼실하게 키웠다는 표현이 맞겠다.


손기환_희망 Hope_A.P 2 / Ed. 10_한지에 목판화_44×38cm_1994


한편 손기환의 또 다른 특징인 대상의 구체적인 묘사를 많이 생략해버린 실루엣의 형상은 여전하나, 근골과 뼈대로 구축된 대상의 형태감과 큐비즘적 공간 및 시간의 몽타쥬 형상은 강력하고 동적인 이미지로 확장되었다. 거기에 대담하고 호방한 터치를 곁들인 칼의 구사는 소재인 강과 산, 그리고 여타의 구조물과 건물들을 진동시키듯 시공을 흔든다. 대상의 정밀한 재현보다는 화면 전체를 동적인 움직임의 궤적으로 표현해냄으로 인해서 가능한 방식이고, 그것은 실루엣으로 대상의 외적 형태를 취했을 때 원근법이나 명암법이 제거된 평면성의 형태적 미감과 칼의 표정 때문에 그렇다. 마치 수묵화에서 운필의 운용이 빚은 이미지가 대상의 객체성을 대체한 주관적 표현성처럼 말이다. 이 지점은 손기환의 회화와 목판화가 완전히 다른 조형적 감수성을 띄고 있음을 의미한다. 개념과 인식을 통해서 대상을 파악하고 발언하고 소통하는 '물리적 풍경'이란 반성적 사유의 회화에 비해, 이 목판화는 '심리적 풍경'으로 좀 더 강한 표현적 감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월남한 부친의 귀향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손기환이 대신해 드러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손기환_6월-고문 June-pain_A.P 1 / Ed. 5_한지에 목판화_38.5×65cm_1987


이처럼 미디어와 장르에 따라 같은 소재라도 작가적 어법과 장치를 달리하는 건 분명히 긍정적이다. 다양한 여러 장르의 미디어를 다루고 있는 작가(손기환은 회화, 만화, 애니메이션, 목판화 등의 다양한 장르를 다룬다)에게서는 각 미디어마다의 특징에 따라 진술방식을 달리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의 면모가 필요하다. 회화와 목판화에서는, 적어도, 손기환이 나름의 자기 언어와 스타일을 각기 독립적으로 확보했음은 분명하다(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쪽은 필자가 그 정보나 전문성이 모자란지라 여기서는 언급을 생략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증거하는 그의 독자적 시각작업의 형식성이 정치적 함의를 자연스레 발생시키는 소통성으로 연결되는 문제의식을 분명하게 보이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관객들에 대해서 계몽적인 태도로부터 벗어난 수평적인 작품의 언술과 제시방식이 주는 교감의 폭이 넓어서 그렇기도 하다. ● 손기환은 난해한 미학적 수사를 통해 관객에게 선험적인 미적 아우라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의 미적 방식인 '팝'적 이미지와 거기에서 연유하는 소통과정의 정치적 공감력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내용과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목판화에서 이런 소통의 시도는 자연스럽다. 형식이 내용을 견인할 수 있는 튼실한 기량이 있어서다. 미술작품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통의 정치학으로 연결되는가는 작가의 세계와 작업에 대한 태도와, 거기에 비례하는 매체에 대한 인식, 그리고 표현 역량에 의해서 증명된다. 목판화를 다루는 손기환은 능숙하다. 그러면서도 기술적·기능적으로만 작업에 매달리지 않는다. 무엇을 위한 테크닉인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최근 많은 목판화가 작가의 뛰어난 기술력은 보여주고 있으나, 적어도 자신의 미학적 이념과 목판화라는 매체의 개념적 합일에 대한 인식적 논리를 드러내는 경우는 빈약하다. 그런 기술과 기교가 무기력하고 무용한 이유다. 손기환은 자신이 목판화를 진행하는 분명한 목적성과 거기에 따른 문제의식을 스스로가 작업으로 증명하고 있기에, 우리시대 중요한 목판화작가 중 하나라고 단언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목판화 작업에 대한 관념적·문화속물주의자의 껍데기는 모조리 벗어 던진 채 자신의 미학적 목표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하다. 특히 그의 근작은 이런 지점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Well made'의 미적 표현성과 함께, 동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말하는 그의 목판화에 대한 역사적·조형적 문제의식으로 말이다. ■ 김진하



Vol.20200223a | 손기환展 / SONKIHWAN / 孫基煥 / painting




안녕하세요. 인사동을 사랑하는 분들이시여!




지난 10일 ‘툇마루’에서 오랜만에 ‘인사모’ 모임이 있었다.
민건식회장을 비롯하여 김완규, 박일환, 윤경원, 전국찬, 박원식씨가 나왔는데,
'인사모' 회원의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
다들 바빠서 못나왔을까? 아니면 인사동의 매력을 잃어서 일까?




그 날 나오다 보니, 옛 민정당사 자리의 건물이 완공되어 문을 열었더라.
상호가 ‘안녕 인사동’이라는데, 안녕이란 인사말이 왜 작별을 연상시킬까?
인사동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건축물이 주는 위화감에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 그럴 것 같다.




‘안녕 인사동’은 상업공간과 나인트리호텔, 인사센트럴뮤지엄으로 구성된 복합몰이다.
상업공간은 먹거리, 멋거리, 즐길 거리, 볼거리로 구성되었다는데,
제일 관심을 끄는 것은 인사동에서 가장 넓은 ‘인사센트럴뮤지엄’이다.
지하1층에 약850평의 전시공간이 마련되었는데,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첫 전시는 ‘미니언즈 전시’라고 한다.




맞은편 자리에는 대법관을 지낸 박일환 변호사가 앉았는데,
법란이나 마찬가지인 요즘의 시국을 보는 솔직한 견해를 듣고 싶었으나,
자칫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될까 입 다물었다.




요즘 박일환변호사는 '차산선생 법률상식'이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치솟고 있다.

검찰조직을 잘 알아 요즘의 시국에 대해서도 사이다 발언이 나올 만도 한데 말이다. 


 

마침 옆자리에는 정복수, 김진하, 손기환씨 등 화가들이 앉았는데, 축하할 소식을 들었다.
정복수씨로 부터 제31회 이중섭미술상을 받게 된 시상식 안내장을 전해 받은 것이다.
시상식은 11월7일 오후5시에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리니, 다들 축하해 주시기 바란다.




돌아오는 길에 ‘유목민’에 잠시 들렸다가 사진가 이정환씨를 만났다.
이처럼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골목골목 박혀있어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새로 들어 선 건물 상호가 ‘인사동 안녕’이 아니라 ‘안녕 인사동’이니, 한 번 희망을 가져볼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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