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사마당 주차장 가는 '인사11'에는 생태탕으로 유명한 부산식당이 있다.

80년도 초반부터 출입했으니, 내가 들린 요식업종 중 가장 오래된 가게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귀천이나 사동집도 남았지만, 술과 인연이 닿는 집은 부산식당이 유일하다.

 

지금은 사동집주인인 송점순씨만 살아계실 뿐,

부산식당조성민씨나 귀천의 목순옥씨는 세상을 떠나 아들이나 조카가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음식 맛은 그대로 전승되어, ‘부산식당생태탕은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아 온 술안주다.

 

그리고 밥도 언제나 새로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내놓았다.

맛은 있어도 음식이 늦어 손님들의 불만과 독촉도 따랐지만,

아무리 빨리 달라고 난리를 쳐도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밥이나 생태탕을 먹게 되면 모든 불만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어쩌랴!

 

지금은 인정 많던 부산식당주인장 조성민씨는 가고 없지만,

16년 전 인사동 사람들전시 때 찍은 초상사진만 남아 부산식당트레이드마크처럼 벽에 걸려있다.

 

지난 18일은 건축가 임태종씨로 부터 부산식당에서 만나자는 전갈을 받았다.

오후 다섯 시 무렵, 정동지 따라 갔더니 임태종씨를 비롯하여 인천의 김광원씨도 와 계셨다.

김광원씨는 처음 만났으나, 정영신씨 장터 사진을 소장한 사업가란다.

모든 것이 작품을 꾸준히 소장해 준 임태종씨 덕분이었다.

 

그동안 나의 인사동 사진을 비롯하여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등 여러 점을 컬랙션 했는데,

그 날도 정영신의 장터 사진 두 점을 사겠다고 했다.

사진을 사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밥과 술까지 사주어 황송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런 독지가가 있는 덕에 가난한 예술가가 어렵사리 연명할 수 있는 것이다.

 

좀 있으니, 양산에서 일하는 공윤희씨도 나타났다.

한때 인사동 지킴이로 불린 그는 양산에 살지만, 틈만 있으면 나타나는 몇 안 되는 인사동 물귀신이다.

요즘은 몸이 아파 약 먹는 처지라 술을 마실 수 없으나,

이런 반갑고 고마운 자리에 어찌 술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부산식당의 오래된 늦장 부림도 여전했다.

밥부터 주었으면 술보다 밥을 먹었을 텐데, 생태찌개를 반쯤 먹어서야 밥이 나왔다.

금방 지어낸 밥이라 맛있기는 하지만, 인내력 없는 사람은 열 받기 십상이다.

 

그 날은 김광원씨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땅값 비싼 인천 송도에서 농사짓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분은 공들인 것만큼 돌려주는 농사의 미덕을 예찬하는 분으로,

주변에 몰려드는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단다.

공터만 보이면 갖다 버리는 못된 인간들의 습성은 어디나 똑 같았다.

 

그는 경찰 간부 출신으로 섬에 들어가 번데기 장사를 했던 이야기에서부터

여태 살아온 이야기를 구구절절 들려주었는데,

진정성있는 처신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에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이차로 늘 마중으로 옮겼으나,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어 먼저 일어나야 했다.

인사동의 술자리는 늘 아쉽기만 하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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