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전혀 다르게 접근한 두 가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전쟁지역이나 소외지역을 기록한 성남훈의 “부유하는 슬픔의 시”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한희준의 “플라스틱2”가

인사동 ‘KOTE’ 3층과 '갤러리 라메르' 1층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둘 다 사진전이지만, 전자는 발로 뛴 다큐멘터리사진이고

후자는 머리로 만든 파인아트 사진이라는 것이다.

 

사진적으로 접근한 성남훈의 사진과는 달리 한희준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진과 회화, 설치미술을 넘나드는 혼종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사진 개념이 확장되어 구분하는 자체가 고리타분한 생각이겠지만,

엄밀히 말해 한희준의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 미술의 영역이다.

 

어떤 접근법이 더 바람직한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볼 때는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의 문제다.

 

다큐사진가 성남훈의 ‘부유하는 슬픔의 시’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KOTE 3층에서 열린다.

 

이 전시에는 성남훈의 대표적 사진으로 꼽히는 집시소녀 사진도 있었다.

프랑스 사진에이전시 ‘라포’ 소속 사진가로 일할 당시에 촬영한 사진들로,

20여년에 걸쳐 세계의 수많은 분쟁지역과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유민들의 부유하는 삶을 기록해 왔다.

 

코소보, 보스니아, 르완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레바논, 우즈베기스탄,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페루, 발칸반도 등을 찍은 사진에서 일부를 보여준다.

난민들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들을 살펴보면 한숨과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난민들의 고통을 온 몸으로 껴안으며 찍었다.

따뜻한 인간애에 휩싸여 더러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느낌까지 든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쟁지역이나 소외지역을 찍은 사진 외에도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붉은 섬”도 새로이 선보였다.

제주의 아름다움에 감춰진 4.3사건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찾아 나선 것이다.

1948년 4.3사건 후, 7년 7개월 동안 3만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지만,

유가족과 희생자들이 겪었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못한 채 남아있기 때문이다.

 

성남훈의 사진은 온몸으로 부딪히며 찍은 사진이라

작품이 주는 울림이나 여운이 만든 사진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 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 한희준은 심각한 환경문제를 들고 나왔다.

그가 만든 사진 아닌 이미지는 카메라 없이 만든 ‘플라스틱2’다.

7월19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초창기 인화방식인 검 프린트, 시아노타입 프린트에서부터

플라스틱 병에 흙과 에폭시를 혼합하는 등 표현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인화지에 인화하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헝겁, 유리, 한지 등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재료와 방법을 활용해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회적 접근이라는 점에서는 다큐의 골격을 유지하나

표현방법에서는 기록사진의 객관화를 버리고 주관적 방법을 택한 것이다.

플라스틱은 잘 분해되지 않아 지구의 재앙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지난 번 보여 준 ‘플라스틱1’에서는 세계 명소에서 나오는 생수병을 찍어,

좋은 생명수를 오염의 근원인 프라스틱 병에 담아 마시는 모순을 풍자하기도 했다.

이젠 한걸음 더 나아가 플라스틱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하거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차용하였다.

 

프라스틱 물병의 뒤틀린 형상으로 인체가 허물어지는 경각심을 깨우거나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아노타입의 푸른 빛깔은 마치 영혼이 떠도는 것 같다.

죽음을 상기시키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이미지는 영상이 아니라 완전한 추상화다.

인지의 영역에서 벗어나 사유의 측면을 강조하였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면에서는 높이 평가되지만,

그 대신 사진의 기록성과는 결별한 것이다.

 

그렇지만 방법론에 고민하며 표현 방법을 확장해 간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대중에게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시키는 데는 직설적인 사진에 미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온몸으로 부딪히며 찍은 성남훈의 사진에 따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진에 바친 세월이 성남훈씨에 미치지 못해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노력에 따라서는 한 장의 이미지로 더 큰 울림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진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누구처럼 시대적 유행 따라 가느라 오랜 세월 일구어 온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한희준의 '플라스틱2'를 보고 나오니, 이층에서 또 다른 단체전이 열린다는 정보를 주었다.

'흑백사진 연구회'라는 동아리의 사진전인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떤 이가 지도했는지는 모르지만, 하나같이 사진이 아니라 미술로서의 접근이었다.

자칫 겉 멋에 취해 허송세월할까 걱정되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예술이란 유행도 아니고 재미도 아니라는 점이다.

지도하는 자의 지시에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우선되어야 하고,

초지일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에 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밀려오는 슬픔은 사진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작업도 돈 따라 가는 것 같았다. 예술 작업을 돈 벌려고 하는 것이던가?

제일 경계하야 하는 것이 모든 것을 망치는 돈인데...

 

사진, 글 / 조문호

 




정선에서 지내는 날은 유독 밤이 한가롭다.
티브이도 컴퓨터도 없으니, 볼거라고는 책 밖에 없다.
뭘 볼까 살피다, 성남훈씨의 ‘소록도’사진집이 눈에 박힌 것이다.




 


그 사진을 처음 본 것은, 20여년 전 ‘삼성카메라’에서 일할 때였다.
‘삼성포토갤러리’에서 열린 성남훈씨 ‘소록도’ 전시를 보며 감흥을 받은 것이다.
그 좋았던 기억이 사진집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들었다.






성남훈씨의 ‘소록도’ 사진은 볼수록 정감이 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사진이다
한센병 환자들의 가슴 아픈 삶의 모습이 세월의 두께에 숙성되어
그 당시 받은 감흥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소외되고 고통 받은 이들의 아픔이, 큰 사랑으로 빤짝였다.





성남훈씨가 보여준, 당시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거나,

혹은 숨기려 했거나, 아무도 모른 척 했거나, 아니면 관심조차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전쟁폐해에 의한 가난과 기아, 병자 등 약자나 소외계층의 삶을 서슴없이 보여주었다.

우습게도 예술이란 것이,  아픔의 고통이 클수록 사람들은 더 감동하고 예술성을 높게 산다.






일세기가 지난, 기나 긴 역사의 소록도 애환은 보는 이의 가슴에 사무친다.
소록도를 기록한 사진들이 더러 있지만, 성남훈씨 사진을 아무도 따를 수가 없다.
그는 잘 못 인식되었던 다큐멘터리사진의 실체를 온 몸으로 보여 준 사진가다.





한센병환자들이 머무는 '소록도'는  전라도 고흥군에 위치한 조그만 섬이다.

1910년 선교사들이 세운 ‘시립 나 요양원’에서 시작되어

1916년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소록도 자혜병원으로 정식 개원되었다.

'소록도'는 아픔의 섬이었고, 치유의 섬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체재하다 돌아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소록도라고 한다.
어느 누가? 그 곳에 들어 가 사진 찍을 생각을 할 수 있으랴!
깊은 상처를 보여주기 꺼려하는 그들을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진가의 진정성을 느끼고, 교감을 이루기까지의 노력은 보나마나다. 



 


다큐멘터리사진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지만,
사진보다 인간적으로 그들의 삶에 다가갔다는 점을 높이 산다.
그 앞에 작업한 루마니아 집시 생활상에 이어 인간애를 다룬 두번째 작업이다.






삼 년동안 두 달 넘게, 그곳에 생활하며 이루어 낸 역작들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그의 사진은 사회비판이나 캠페인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서정성이 짙게 깔려 있다.
큰 목소리보다, 잔잔한 여운이 깊고 오래간다는 것을 증명한다.






성남훈씨의 촬영기록에 적힌 마지막 글은 자기 밖에 모르는 오늘의 현실을 반성케 한다.


“소록도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도 속엔 자신들의 이야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웃의 평안을 비는 시간이 더 많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조심스럽게 등 도닥여주는 행동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소록도'가 한센병 걸린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그곳에도 우리네와 똑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 없이 보여준다.



글 / 조문호











지난 금요일은 단오제’ 촬영하러 강릉 가야했다.
사진가 성남훈씨가 기획한 ‘100개의 카메라, 100개의 시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국관광공사' 프로젝트로 일 년 동안 계절별로 20명씩, 80명의 사진가가 투입되고,
동영상 20명 등 100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강원도 홍보기록’이다.
난, 포토그래퍼 10팀으로 이규철씨와 조가 되어 ‘강릉단오제’를 찍어야 했다.
단오제는 토요일부터 시작되지만, 하루 전에 출발하기로 했다.





금요일 오후3시경 낙원동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어,
느긋하게 어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반가운 손님이 방문했다.
무의도를 예술 섬으로 만들려고 전 재산을 털어 넣은 무의도 촌장 정중근씨와
경기민요 전수자인 예당문화원 조수빈원장이 찾아오신 것이다.
어제는 김도이씨가 오더니, 요즘 밥 사주겠다는 분이 많아 즐겁다. 

 





시원한 대구탕으로 아침을 겸한 점심을 먹었다.
커피는 사창가에 올라가 한 잔하자는 것이다.
팔년도 없는데 사창가는 무슨 사창가냐고 했더니,
사진을 창작하는 집이란다. 꿈보다 해몽이 그럴듯했다.
그러면서 가게에 들려 믹스커피 한 박스를 사왔다.
“우메! 내가 믹스커피 중독자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할 좁은 방에서 커피마시며,
시시껄렁한 한담을 나누었다. 좀 애로틱한...
듣기가 좀 거시기한지 조수빈씨는 가곡 ‘비목’을
민요로 편곡해 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아 난감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어차피 사창가에서 일 치룰 것 아니면 빨리 일어나야 했다.
강릉 갈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낙원동에서 이규철씨 차로 서너 시간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현장 부근에 근사한 여관 잡아두고, 근사한 식당에서 한 잔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 이규철씨가 홀 애비로 지낸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독거의 편한 점도 있지만, 그 외로운 밤을 지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런데, 촬영스케줄이 잘 못 짜여 있었다.
우린 정해진 일정 따라 움직였지만, 강릉단오제의 중요한 볼거리가
대부분 다음 날부터 잡혀 있었다.
강릉단오와는 무관한 ‘동래야유’ 탈춤과 초등생들의 ‘강릉관노가면극’이 고작이었다.
하루 더 머물면 되겠으나, 일요일 정오에 약속이 있어 밤늦게 돌아와야 했다.
정해진 소재가 없어 보이는 대로 찍었는데. 마음이 조급하니 보이지도 않았다.

찍힌 사람들에게 동의서를 받기 위해 ‘관광공사’직원이 따라다녔으나,
그가 무료할 정도였다.






돌아다니다 공연준비 중인 아리마당에 들려 반가운 분도 만났다.
삼척엠비시 황지웅 피디가 취재 나와 있었다.
동자동에 한 번 가겠다고 벼루다 아직 못 갔다며,
오래 전 서울역과 영등포 홈리스를 취재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로의 촬영모습이나 프로필사진도 몇 장씩 찍어야해,
이규철씨의 촬영모습을 관찰하였는데,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삼각대는 물론 드론까지 챙겨왔더라.
다행히 이규철씨가 하루 더 체류하여 보충하겠다기에 한 시름 놓고 돌아왔다.






작년에는 20년 전에 찍은 무당들을 만나 사진을 전해 주지 않았던가.
굿 보러 일부러 찾아 갔었는데, 이번엔 목전에 두고도 그냥 와야 했다.
세상만사 다 연이 있는 것 같았다.
강원도 홍보기록을 위해 소지라도 한 장 올려야하는데...

사진, 글 / 조문호

단오제 사진은 의뢰 받은 사진이라 올리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



























[스크랩] 서울문화투데이 2016년 8월19일

▲ 조문호 기자/사진가


미술품거래가 꽁꽁 얼어붙은 현실 속에 한 가닥 신선한 바람이 인다.

바로, 다큐멘터리 사진이 서서히 뜨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남 그림 대작과 이우환 위작 사건에다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디자인 표절 의혹, 그리고 전직 문체부 간부의 도둑질에, 그 것도 모자라 엉터리 그림을 비싸게 강매한 짜증나는 뉴스가 넘쳐나는 시국이라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요즘 들어 예술을 사기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예술은 사기가 아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이야기는 예술가들이 갖고 있던 권위와 기존 방식만 옳다는 선입견을 말한 것이지, 창작 행위 그 자체를 말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 없다지만, 예술을 사기로 여기고, 예술가를 유린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돈이 최고라는 지금의 황금만능주의는 헤르만 헤세의 명언을 무색케 한다.

‘독제에 저항한 침묵의 언어’라는 한국단색화 계열 화가들의 궤변도 민망하고, 단색화열풍이 시들하니, 돈 가진 그림 장사들의 민중미술 띄우기도 속보인다. 아무리 바람 잡으려 하지만 도무지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가진 자들은 가진 자대로 돈 단속하고, 없는 자들은 없는 자대로 눈 돌릴 겨를이 없으니, 오로지 작가들만 죽을 지경이다.

그런데, 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 아닌 복더위에 한 가닥 봄바람이 일고 있다.

그것도 여태껏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 사진 중에서도 설움을 가장 많이 받은 다큐멘터리사진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것이다. 더 고마운 것은 기득권자들의 돈 늘리기 놀음이 아니라, 대중들의 순수한 바람이라 더 눈물겹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제사 사진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채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이 사기의 허울에서 헤매면 헤맬수록 기록의 가치에 대한 진실성은 더욱 더 빛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일먼저 빛을 본 사진가는 우리나라 국토를 기록하는 다큐사진가 임재천씨다. 삼 년 전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도와 부산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에 매년 후원자들이 나서 그의 작업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한 지역이 끝나는 전시에서는 후원자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서로 나누어 갖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예술 나눔 프로젝트다.

지난달의 강원도 전시를 성공적으로 끝내며, 다시 부산 작업에 대한 후원자를 모집했는데, 몇일 전 후원자 50명이 모두 성원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 차례의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SNS의 위력이었다.

두 번째 성공적으로 전시를 하고 있는 다큐사진가는 성남훈씨다. 오는 23일까지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성남훈의 초창기 빈티지 시리즈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은 전시가 중반에 이르렀으나 벌써 많은 작품들이 팔려나가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22'에서 선정한 작품을 일반인들이 소장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 아트마켓 프로젝트인 '셀렉션 앤 컬렉션‘은 우리나라 사진시장의 숨통을 터서 전업 작가들을 지원하려는 시도였다. 집시사진을 포함한 많은 사진들을 구분해, 10장씩 묶은 소장용 시리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다큐멘터리 사진의 선전에 힘입어 인사동 ‘아라아트’에서도 다큐기획전이 준비되고 있다. 30년 동안 전국 오일장 600여개를 기록한 여성다큐사진가 정영신의 ‘장날’은, 80년대 기록된 향수어린 장날 사진이라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이 기획전의 후원자를 모집해 우리나라 오일장과 함께하려는 나눔의 미덕까지 갖춘 프로젝트다.

허구보다 진실이 앞서고, 돈의 논리보다 삶의 가치가 앞서고, 욕심보다 인정이 앞서는, 이 반가운 현상에 한 가닥 희망을 건다.



다큐사진가 성남훈씨의 파리 빈티지 시리즈 ‘꿈은 시간을 모른다’사진전이

지난 3일 오후6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SPACE22’가 야심차게 시도한 아트마켓 프로젝트 '셀렉션 앤 컬렉션(Selection &Collection)

첫 번째 작가로 다큐 사진가 성남훈씨 사진이 선정된 것이다. 


 '스페이스22'에서 선정한 작품을 일반인들이 소장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사진시장의 숨통을 터서 전업 작가들을 지원하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개막식에는 사진가 엄상빈씨와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가 전시를 축하하는 인사말을 했고,

‘스페이스22’정진호 대표와 운영위원 이은숙씨를 비롯하여 김문호, 이기명, 박종우, 이상엽, 김영호, 안미숙,

장 숙, 남 준, 이상봉, 김남진, 강제욱, 이정용, 박영규, 한설희, 이한구, 이규철, 곽명우, 이재갑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전시를 축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 첫 날부터 많은 작품들이 팔렸다는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퍽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성남훈씨 와는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파리' 사진들이 많았는데, 처음 공개된 사진들도 많았다.

아련한 시절의 파리 사진학교 첫 과제부터 리베라시옹 신문에 20일 간 연재한 파리 20개 구의 이방인의 시선 등

초창기 작품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미술관에 소장되는 수준의 화이버베이스 인화지에 수작업으로 프린트된 사진들은 아날로그는 강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풀숲에서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집시소녀나 바이올린 선율로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한 집시사진을 포함한 많은 사진들이 규격별로 다양화되어 10장씩 묶은 소장용 시리즈로 선보였다.






초대된 성남훈씨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국내외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보도사진 콘테스트인 '월드 프레스 포토'에서 두 번이나 수상했고,

프랑스 파리 사진대학인 이카르 포토(Icart Photo)에 재학 중에 '집시' 사진으로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르 살롱'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는데, 그 문제작들이 모두 전시되고 있다





‘미진프라자’의 후원으로 열린 성남훈의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은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작가의 해설로 듣는 전시는 8월 11일(목) 6시부터 8시까지 SPACE22 세미나룸에서 진행된다.



사진,글 / 조문호












































다큐사진가 엄상빈 선생과 몇몇 전시를 함께 돌아보기로 약속한바 있었다.

지난 3일 오후1시무렵, 통인동 메밀꽃 필 무렵에서 엄선생을 만났다.






제일먼저 사진위주 류가헌부터 들렸다.

그 곳에는 박찬원씨의 숨 젖 잠이란 제목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에 돼지 사진들이 걸려있고, 스피커에서 들리는 돼지들의 거친 숨소리는

마치, 돼지우리에 들어 온 느낌을 주었다.


오로지 고기로 왔다 고기로 가는 돼지를 통해,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 생명의 의미를 사람에게서 찾는 게, 더 빠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상빈선생은 사람 찍기가 어려우니, 그 기에 이르는 과정일 것 같다고도 했다.  

그 전시 사진들은 눈과 귀는 빠져들게 하였지만,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두 번째는 창성동 온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차장섭씨의 한옥의 ’을 보러 갔다.

이 전시는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보았으나, 시간에 쫓겨 꼼꼼히 살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전시작가인 차장섭교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반가운 만남의 시간도 되었다.

건축부문, 전문 갤러리인 온그라운드는 적산가옥 골격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전시장이었다.


한옥 벽의 조형미에 빠져, 10년에 걸쳐 전국400여개 고택에서 찾아낸 한옥 이미지는 매혹적이었다,

자연스런 비대칭구도의 어울림은 마치 선사의 붓길 같기도 하고, 잘 이해되지 않는 추상화 같기도 했다.

천장 판자 사이로 비쳐내린 햇살의 그림자와 어울려, 한옥의 현장감까지 더해 주었다.

    







그 때 마침 다급한 차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제~ 아제~”라 불렀는데, 유리창 넘어로 고향 친척 한 분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한 모양이다.

전시장을 찾아 헤 메는 것을 먼저 알아차렸는데, 두 분 반가운 만남에 슬며시 빠져나왔다.





세 번째 들린 곳은 옥인동 갤러리 룩스에서 열리는 안옥현, 김병규의 넌 벽에 박혔어.

곳에서 작가인 안옥현씨와 사진평론하는 최연하씨도 만났다.


선생님은 여자 가슴사진을 춘화로 알고 오셨구나라는 농담을 받았는데,

내가 여자 밝히는 게, 동네방네 소문난 것 같았다.

”아이구! 너무 그러지마쇼. 여자 안 좋아하는 사내 있으면 한 번 나와 보라 그래요.“


그리고 전시된 사진들의 감정묘사 하나는 확실했다.

여인들의 리얼한 표정들은 마음 속에 감추어진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젖가슴을 통해 욕정의 찌꺼기까지 다 보여주었다.

 







네 번째는, 최연하씨의 안내로 일정에도 없던, 구기동 아트 스페이스 풀 퇴폐미술전에 들렸다.

전시 제목 자체가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내가 퇴폐적이라 그럴까? 아니면 퇴폐적인 현실 때문일까?

먼저, 퇴폐미술하면 독일 나치정당이 작품을 퇴폐미술로 규정해 문제를 일으켰던, 1937퇴폐미술전이 떠올랐다.

 

권용주, 김웅현, 안경수, 오용석, 옥인 콜렉티브, 임유리, 장파, 전소정, 정덕현 등의 작가들이 참여해

회화, 비디오, 조각. 아카이브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기획자인 안소현은 나치의 퇴폐미술전과는 반대로, 예술이 먼저 사회의 경직성과 편견을 드러내,

사회를 규정해보고자 했다고 적어 놓았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바르게 살자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돌덩이 형상에도 실소를 머금었지만,

한나라당이라 세겨진, 긴 나무 현판을 옮겨 놓은게, 더 죽였다.







 

오영석씨의 작품은 남성의 아름다운 신체와 동성애 장면을 마치 흔들린 것 처럼 보여 주었다.

한 화면에 화려한 색감으로 풀어내, 마치 금기와 환상 사이를 오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오랜 동안 권력자들이 쳐 놓은, 금기의 울타리에 주눅 들어 살아 온 민족이다.

한 번 금기로 정해지면, 그 틀을 벗어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퇴폐 아닌 퇴폐도 많지만, 퇴폐로 분류되어야 할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들린 동아일보 일민미술관에는 포르투칼의 영화감독 페드로 코스타와, 조각가 후이 샤페즈의

멀리 있는 방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러나 너무 불친절한 전시였다.

입장료를 받았지만, 아무런 안내조차 없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둠 속의 흐릿한 형체가 떠올랐다. 소재는 강철인데, 강철 같아 보이진 않았다.

마치 먹물을 잔뜩 머금은 붓을 공중에 휘두른 듯, 흐드러진 곡선들이 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조각들도 마찬가지다. 강철 조각들은 육중함을 뽐내기는커녕 날아오를 듯 가벼워 보인다.

어떤 것은 풍선처럼 공중에 뜬 것 같았고. 어떤 것은 천으로 만든 가림막처럼 천장으로부터 늘어져 있다.


이 가벼운 강철 조각들 사이에는 과묵한 영상들이 반복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카메라는 표정 없는 인물을 관찰하였고, 모니터의 흐릿한 빛들만 전시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멀리 있는 방'이란 조각과 영상 이면의 관념이 공진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여러 전시를 돌아보며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일민미술관'을 제외한 모든 전시가 무료였지만,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작가들의 헌신적인 노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관심두지 않았다.

돈에 갇혀, 창살없는 감옥에 사는 많은 대중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그들은 작가들이 불쌍하게 보이겠지만...


작가들의 예술을 향한 일방적인 짝사랑도 가슴이 미어터지지만,

무더위에 못 견뎌, 거리에 더러누운 노숙자들의 모습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사진, 글 / 조문호


 

    






성남훈의 '파리' 빈티지 시리즈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에서...SPACE22, 23일까지




꽁꽁 얼어붙은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사진이 꿈틀거리고 있다.

바로 ‘SPACE22’가 시도한 아트마켓 프로젝트 '셀렉션 앤 컬렉션(Selection &Collection)에서다.


스페이스22가 선정한 작품을 일반인들이 소장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사진시장의 숨통을 튀워 전업 작가들을 지원하려는 새로운 시도였다.



▲‘집시’ 10장의 소장용 시리즈(뮤지움 퀄리티 화이버 베이스 인화지 프린트 수작업)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Selection &collection'프로젝트 1호로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의 사진이 선정되었는데, 앞으로도 새로운 작가들을 선정해 이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지난 3일,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처음 열린 성남훈의 파리 빈티지 시리즈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은

개막 첫 날부터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들며 사진이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전시에 투자한 전액이 환수될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집시’ 10장의 소장용 시리즈(뮤지움 퀄리티 화이버 베이스 인화지 프린트 수작업)



'셀렉션 앤 컬렉션'에서 판매되는 모든 작품들은 미술관에 소장되는 수준의 화이버베이스 인화지에

수작업으로 프린트된 사진인데다, 거품을 걷어낸 가격으로 판매한 것이 주효했다.

전시작을 갤러리 수익이 포함되지 않은 특별가로 판매한 것은 비영리 대안공간 ‘스페이스 22’의

아트마켓 프로젝트였기에 가능했다.



▲ 최초 공개되는 빈티지 시리즈 _ 에이전시‘라포’ 소속 시절 첫 취재,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이민자 아이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된 사진들이 좋았다는 점이다.

드레스를 휘날리며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집시소녀나 바이올린 선율로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한 집시사진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규격별로 다양화 된, 10장으로 장정된 소장용 시리즈도 인기였다.



▲최초 공개되는 빈티지 시리즈 _ 에이전시‘라포’ 소속 시절 첫 취재,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이민자 아이들


그리고 성남훈 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파리' 사진들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아련한 시절의 파리 사진학교 첫 과제부터 리베라시옹 신문에 20일 간 연재한 파리 20개 구의 이방인의 시선,

그리고 베를린 천사의 시에 나옴직한 아이들 사진 등, 당시의 40여장도 빈티지 프린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 공개되는 ‘파리’ 빈티지 시리즈 _ 파리 사진학교 이카르 포토 재학시절 과제 사진, 1990년대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은 잘 알려진 사진가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보도사진 콘테스트인 '월드 프레스 포토'에서 두 번이나 수상했고,

프랑스 파리 사진대학인 이카르 포토(Icart Photo)에 재학 중에 '집시' 사진으로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르 살롱'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최초 공개되는 빈티지 시리즈 _ 에이전시‘라포’ 소속 시절 첫 취재,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이민자 아이들


그리고 1999년에는 인도네시아 민주화과정을 취재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월드프레스포토에서 '일상뉴스 부문'에 선정됐고, 2009년에는 옛 동티벳 캄지역 비구니승려의 포트레이트인 '연화지정' 시리즈로 '포트레이트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 사연 있는 수상작들이 모두 전시된다는 것이다.



▲ 최초 공개되는 빈티지 시리즈 _ 에이전시‘라포’ 소속 시절 첫 취재,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이민자 아이들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국내외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코소보,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발칸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전쟁지역, 소외지역을 다녔으며,

아직까지 유민들의 부유하는 삶을 기록하는 중이다.



▲최초 공개되는 빈티지 시리즈 _ 에이전시‘라포’ 소속 시절 첫 취재,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이민자 아이들


성남훈은 작업노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파리, 아이, 집시들의 사진은 기억의 서쪽이다.

불안한 20대의 나를 숨기기 위한 가림막이자 얼어붙은 나를 깨트려준 작은 바늘 같은 것이다."


‘미진프라자’의 후원으로 기획된 성남훈의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은 오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최초 공개되는 빈티지 시리즈 _ 에이전시‘라포’ 소속 시절 첫 취재, 포르투갈의 아프리카 이민자 아이들


그리고 작가의 해설로 듣는 전시는 8월 11일(목) 6시부터 8시까지 SPACE22 세미나룸에서 진행된다.

(SPACE22 / 02-3469-0822)



▲개막식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성남훈씨


[서울문화투데이 / 조문호기자/사진가]



성남훈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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