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감독 안애경씨를 만난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5월경 통인가게 김완규대표가 마련한 오찬모임에서 처음 보았다.

마침 옆자리에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었는데,

필란드를 오가며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맡는 아트 디렉터였다.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모순적인 폐단들을 이야기했는데,

일단은 생각이 깨어 있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한 달 쯤 지나 정동의 신부님이 운영하는 국밥집에서 밥 한 끼 먹자는 연락을 받았다.

올 여름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어린이아트캠프 ‘TO BE FREE'를 진행하는데,

와서 사진 좀 찍어줄 수 없냐는 것이다.

돈만 주면 젊고 잘하는 사진가들이 많은데, 굳이 늙은이더러 부탁하는 게 좀 그랬다.

그러나 그녀는 사진보다 진심으로 어린이들과 놀아 줄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하기야! 이 빠진 늙은이의 웃음에 깔깔댈 얘들을 생각하니, 나도 하고 싶어졌다.



 


덕분에 올 여름 진행된 아트캠프에서 이틀 간 어린이들과 놀게 되었는데,

작업 전반에 대해 유심히 지켜 볼 기회가 되었다.



 


어린이 아트 캠프는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인 예술교육을 접목시키는 프로젝트였다.

함께 어울려 경험하며 주변 환경과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그들의 체험이 공공디자인의

기본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프로젝트였다.



 


핀란드의 젊은 작가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한 예술캠프였는데,

참여한 어린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펴도록 이끌어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열린 교육의 실체를 보았다.

아마 어린이들에게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뒤 워크샵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의 형상을 공원에 설치하기로 되어있었다.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는 날아가는 물고기였다.

그래서 '서서울호수공원' 모래밭에 날아가는 악어가 디자인 된 것이다.

그 위에 그린 어린이들의 그림은 각기 다른 색의 타일조각으로

디자인 되었는데, 결국은 안애경씨가 해야 될 일이었다.



 


이 추운 겨울 현장에서 텐트치고 일하는 것 보니 기가 막혔다.

도와준 안반장이란 분이 있었지만,

날카로운 타일 조각을 갈아내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올여름 시작되어 추운 겨울에 마무리되는 이 작업의 전체 예산을 알고 깜짝 놀랐다.

얼핏 듣기로, 천삼백에서 사백사이 인 것 같았다.





몇 명의 핀란드작가 비행기 삯만도 만만찮을 텐데,

체재비와 그동안의 작업경비를 더하면 보나마나 밑지는 장사일 것 같았다.

다들 돈만큼만 하고 대충 마무리하는 관행을 보았던 터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동안 서서울호수공원관리소와의 마찰도 많았는데, 협조는커녕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

잘 못된 관행과 잘 못된 상식과의 싸움도 만만찮았다.



 


지난 1, 작품이 마무리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른 일이 있었지만, 어린이들의 꿈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 달려갔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김포역에 내렸으나, 그만 버스를 잘 못 갈아타 시간이 지나버렸다.

도착하니, 작업현장은 천막으로 덮어 모래로 묻어 놓았다.

전화 했더니, 서서울호수공원을 설계한 조형건축가 최신현씨가 찾아와

공원을 돌아 본 다는 것이다.



 


작품이 궁금해 덮인 모래를 걷어내고 있는데, 안애경씨가 달려왔다.

못 오는 줄 알았다며 함께 걷어 냈는데, 드디어 나는 악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관이었다. 고생한 보람을 느낄 만 했다.

 

악어가 임신을 했다며, 여기 저기 새끼를 많이 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내년 봄에 참여했던  많은 어린이들을 초대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다시 덮어 고정시켜두고 나오니, 그때 사 최신현씨가 나타났다.

    


 



일전의 워크샵에서 보았으나, 그가 설계한 공원을 보며 존경심을 가진 터라 반가웠다.

함께 어울려 떡뽁기도 먹고 떡라면도 먹었다.

조그만 찻집 다락에 올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관리소 직원들 생각하면 두 번 다시 오기도 싫을 텐데,

내년에 또 다른 일거리가 있다며, 그 구상을 이야기했다.

다목적홀 뒤편에 있는 빈 공간을 청소원이나 인부들이 쉴 수 있는 둥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만이 아니라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휴식처도 만들어주고,

지나치는 시민들의 눈요기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녀를 지켜보며, 낮은 사람들을 대하는 한결같은 그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쪽방에서 생활하다 허리가 상했다는 이야기를 폐북에서 보고는

캠프에 참여한 필란드 목공예가를 데려와 침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옆에 사는 쪽방사람들의 편의까지 생각해 같이 둘러앉을 수 있는 탁자까지 마련하려했으나,

쪽방 관리자가 단호히 거절했다. 함께 어울려 입 맞추는 것이 싫은 듯했다.

그 뿐 아니라 공원 입구 고목 밑에 노인들이 세워 둔 탁자에 편히 쉬라며

통나무 의자를 만들어 주었으나, '서울문화재단' 직원들이 치워버렸다.



 


다들 관리상의 편의만 생각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예술이란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다 같이 누려야 한다는 생활 속의 예술을 말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모든 생각이 열려 있었다.

각 지자체 문화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녀의 사생활은 잘 모르지만, 추측컨대 환갑을 가까이 둔 독신으로 알고 있다.

여지 것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 왔지만, 이만한 사람을 만나기가 싶지 않았다.


 


내일 필란드로 떠난다며, 크리스마스카드를 미리 전해주었다.

엊저녁 손수 짰다는 목도리까지 가져왔는데, 감아주는 손길이 너무 따뜻했다.

안애경씨는 끝까지 사람을 감동시켰다.

 

사람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 예술은 사기다.

 

 

사진, / 조문호












서서울호수공원 모래밭에 날아가는 물고기가 만들어진다.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로 미술감독 안애경씨가 진행하는 “예술로 놀이터” 작업이 이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여름 이틀 동안 열린 어린이아트캠프 ‘TO BE FREE'에서 도출해 낸 어린이들의 생각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그동안 4차에 걸친 작업 끝에 전체적인 윤곽이 들어나고 있다. 이젠 섬세한 공정만 남아 안애경씨 혼자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일 오전 무렵 '서서울호수공원'에 갔더니, 진행을 맡은 안애경씨와 일을 도와주는 안반장이란 분만 나와 있었다.

탁자 위에는 많은 쟁반과 그릇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갖가지 부서진 타일조각들이 종류별로 담겨 있었다.

작업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자재들을 정리했으나, 마치 식탁처럼 만들어 놓았다. 한쪽에는 프라스틱 통에 꽃도 꽂혀 있었다.





그런데, 웃음이 절로 나는 기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서서울호수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안애경씨가 진행하는 작업을 아주 못 마땅하게 여겨왔다.
'서울시청'공원녹지과에서 주관하는 일이라 어쩔 수는 없지만, 협조는커녕 사사건건 물고 늘어진다는 것이다.

이 날도 공원관리사무실에서 이들을 감시하느라 CCTV 화면을 아예 작업현장에 고정시켜두었다고 한다.

작업을 돕던 안반장이 사무실에 갔더니, 공원에 왜 음식상을 차리냐며 당장 치우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웃기는 코미디인가?






또 한 가지 어처구니 없는 일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교육센터 부지에서 일어 난 이야기다.
'서서울호수공원' 초입의 한적한 고목 밑에 동네 어르신들이 쉬기 위해 나무원탁을 땅에 묻어 고정시켜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애경씨가 통나무를 짤라 의자를 만들어 드려 어르신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는데,

어느 날 교육센터에서 갑자기 철거해 버렸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넓은 공간에서 별 일도 없는 한 두 사람 직원을 위해 난방비만 팡팡 써야하는가?

난, 문제점이 많은 문화재단 자체의 무용론을 늘 말하는데, 이제 일하는 직원마저 전형적인 복지부동 공무원을 닮아간다.






마지막 비명을 토하는 서서울호수공원의 단풍에 끌려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여지 것 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에 취해 본 적이 제대로 있었던가.

우아한 색깔로 변하는 마지막 낙엽은 짙은 색에 비할 바가 아닌지라, 그 아름다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내 주제에 이런 호강을 해도 되나 싶었다.

여지 것 아마추어 사진인들이 너도 나도 아름다운 풍경만 쫒아 다녀 나무라기도 했으나, 이해는 되었다.





작업장으로 돌아와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안애경씨 따라가서 떡라면도 얻어먹었다.


지난 작업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날아가는 상상을 하랬더니, 물고기에 풍선을 다는 어린이도 있었고,

날개달린 물고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젠 물고기 조형물에 그린 어린이 그림에다 타일조각으로 멋지게 단장하는 일만 남았다.


작업 도중 공원에 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이 몰려오기도 했지만, 안애경씨는 일손을 멈추고 그들을 맞아주었다.

어린이들과 놀아주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작업을 서둘지 않았다.






그런데, 타일조각으로 디자인하는 본 작업보다, 주워 모은 타일을 잘게 부수거나 색깔별로 구분하는 일에 시간을 너무 뺏기는 것 같았다.

단순한 일인지라 도와주려 했으나, 느닷없이 내리는 비로 그마저 일손을 멈추게 했다.

서둘러 작업장 자재들을 모아 덮어 두고 돌아왔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날아가는 물고기 위에 올라 타 즐거워 할 어린이들의 모습이 빨리 보고싶어진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 사진은 설명회가 끝난 후 오찬을 함께한 관계자들, 좌로부터 최신현,최윤종, 조윤주, 안애경,정영신, 건너 송형남씨




‘예술로 놀이터’에 대한 주민참여 워크숍 설명회가 지난 9일 오전10시부터 서서울호수공원 다목적 홀에서 진행되었다.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준비하고,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기획에 의해 진행되었는데,

지난 7월31일과 8월1일 양일간에 걸쳐 열린 ‘어린이 아트캠프’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형상화하는 의미 있는 설명회였다.





이 날 ‘예술로 놀이터’ 조성을 위한 주민과의 만남에는 당초 서서울호수공원을 설계한 조형건축가 최신현씨,

예술감독 안애경씨, 서울시 푸른도시국장 최윤종씨, 공원문화팀장 조윤주씨, 주무관 송형남씨 등의 관계자를 비롯하여

사진가 정영신씨와 아트캠프에 참여한 어린이 가족 등 일부 주민들이 함께했다.






먼저 조윤주 팀장의 취지 안내와 경과 소개가 있은 후, 지난 달 ‘어린이 아트캠프’에서 진행된 영상기록을 보여 주었다.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과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린이들의 꾸밈없는 표현들은

어른들이 생각할 수 없는 꿈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꿈이 담긴 그림들을 아이디어로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조형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서서울호수공원’은 2009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는데,

제2의 선유도 공원이라 불릴 만큼 친환경적인 공원으로 여의도 공원과 맞먹는 규모다.




옛 신월정수장을 개조한 공원에는 김포비행장으로 오가는 비행기 소리에 분수가 작동하기도 한다.

‘물’과 ‘재생’을 주제로 최신현씨의 시각의 파격을 안겨주는 설계에 의해 2009년 10월에 개장되었다.

그 이듬해 '미국조경가협회'에서 시상한 General Design 부문 Honor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당초 설계한 조형건축가 최신현씨가 나와 설계한 디자인 배경을 설명하며,

건축과정에서 일부 변형된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고,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져 더욱 발전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예술감독 안애경씨는 어린이들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설치 조형물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주며

설계 건축가 최신현씨의 자문을 얻어 오는 10월경 주민들과 함께 만들 것이라고 말했는데,

신월동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기대하시라. 예술로 거듭나는 ‘서서울호수공원’의 또 다른 변신을,,,”

사진, 글 / 조문호


























어린이 아트 캠프 ‘TO BE FREE'가 지난 7월31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서서울호수공원' 다목적홀에서 진행되었다.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주관하는 이 ‘어린이 아트 캠프’는 친환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교육의 일환으로,

함께 어울려 경험하며 주변 환경에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 좋은 예술교육이었다.






그동안 핀란드를 오가며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를 맡아 온 안애경씨가 미술감독을 맡았고, 핀란드 작가 요나스, 유하, 소피아,

헬레나, 그리고 영어교사인 김정은씨, 미국 유학생인 박세연씨,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 송형남씨 등

모두 여덟 명이 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어울려 놀았다. 다들 개구쟁이 같았다.

창작에 중요한 요인인 호기심에 불을 지펴, 어린이들의 움 추린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게 했다.






캠프로 정한 '서서울호수공원'은 옛 신월정수장의 침전조를 재활용하여 기존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들이 그 골격을 이루는데,

수직과 수평의 선을 활용한 동선에 따라 면과 선을 가로지르고 서로 만나고 헤어지면서 3차원의 공간을 연출한다.

제2의 선유도 공원이라 불릴 만큼 친환경적인 공원인데, 녹슨 수도관이나 골조의 배치가 시각의 파격을 안겨주어 캠프로서 안성마춤이었다.
 





그런데 이번 어린이 아트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행운아였다.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유능한 작가들로부터 친환경적인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일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 국민들이 너무 좋아했던 공짜가 아니던가. 이틀 동안의 교육에 24명의 어린이만 선착순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제주와 광주에서 온 두 어린이 외에는 대부분 서서울호수공원이 있는 양천구 어린이였다,

창의적인 워크샵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는 올 가을 주민들과 함께 실물크기로 공원에 설치하기로 되어있다.

오는 9월9일 오전10시에 결과가 발표되고, 안애경씨의 디지인에 의한 결과물은 10월 말부터 주민들과 작업하게 된다.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공공예술의 한 사례로, 주민이 공원의 주인의식을 갖는 출발점이다.






이틀동안 참가자들이 가져 온 도시락으로 나누어 먹었는데, 한 가지 음식 챙겨와 여러 가지 나누어 먹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점심 식단이 어디 있겠는가. 일회용품도 발 붙이지 못하게 하였다.
마음대로 그림 그리고, 마음대로 만들고, 마음대로 노는 이토록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과연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통제와 제제만 받고 살아온 지난날이 너무 억울하다.

무엇이던 “하지마라, 가지마라” 는 통제가 따랐고,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길들이려 했다. 부모도 선생도 똑 같았다.

사람을 기계처럼 만드는 교육이었다. “ㅆㅂ 괜히 열받을라하네”

그런 교육받고 자란 사람들이 어찌 배금주의와 개인주의에 물들지 않겠는가?

제발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의 잣대로 들이대려 하지마라.
그냥 내 버려두고 지켜보라. 자유롭게...






이번에 열린 어린이 아트 캠프 ‘TO BE FREE'가 많은 어린이들이 나눌 수 없는 아쉬운 점은 있지만,

참가한 어린이들은 환경과 예술에 다가가는 좋은 체험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어린이들의 체험이 공공디자인 개념의 기본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것도 참신했다.

올 가을 서서울호수공원에 만들어질 결과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사진, 글 / 조문호

















































































































어린이 아트 캠프 ‘TO BE FREE'가 오는 7월31일과 8월1일 양일간에 걸쳐 '서서울호수공원'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지난 28일 오전 11시경 스텝들의 첫 미팅이 있었는데, 난 '서서울호수공원'도 처음 가보지만, 이 행사의 내용도 잘 모른 채 갔다.
일전에 안애경씨로부터 이 빠진 모습으로 어린이들을 웃기며 사진 찍을 생각 없냐는 재미있는 발상에 별 생각 없이 승낙했다.

안애경씨는 핀란드를 오가며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에서 아트 디렉트로 동분서주하는데, 발상들이 너무 참신하여 본받을 일이 많다.
묶여 있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새롭고 참신한 시도는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 날 처음으로 본 ‘어린이 아트 캠프’ 기획안은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인 예술교육을 접목시키는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함께 어울려 경험하며 주변 환경에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데,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어린이들의 체험이 공공디자인 개념의 기본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프로젝트였다.
창의적인 워크샵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는 올 가을 주민들과 함께 실물크기로 공원에 설치하기로 되어있었다.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공공예술의 한 사례로, 주민이 공원의 주인의식을 갖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스텝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안애경씨를 비롯하여 영어교사인 김정은씨, 그리고 핀란드 작가 두 명과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 담당자 두 명 등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서로 인사하는 정도의 탐색전에 가까운 미팅이었다.
마지막 결과에 대한 큰 그림이야 안애경씨 머리에 있겠지만 미리 발표할 수 없었다.
참가하는 어린이들의 생각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틀을 짤 일이 아니었다.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부분도 있겠지만, 작가의 뜻이 받아 들여졌다.

서울시청 에서 온 담당자는 모든 일을 수용하며 도우려했지만, 그러나 공원 관리자는 달랐다.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이 공원은 2009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는데,
제2의 선유도 공원이라 불릴 만큼 환경친화적인 공원으로 여의도 공원과 맞먹는 규모다.
녹슨 수도관이나 기존의 골조를 재활용한 배치도 좋지만,

지척에 있는 김포비행장으로 오가는 비행기 소리에 분수가 작동하는 시스템도 흥미롭다.
‘씨토포스’ 최신현씨가 설계한 시각의 파격을 안겨주는 친환경공원이었다.




 


스탭들과 '서서울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 보았는데, 21세기 몬드리안의 정원같은 멋진 공원이었다.
옛 신월정수장의 침전조를 재활용하여 기존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들이 그 골격을 이루는데,
수직과 수평의 선을 활용한 동선에 따라 면과 선을 가로지르고 서로 만나고 헤어지면서 3차원의 공간을 연출했다.
흥미로운 배치의 조화로 마치 미로를 헤매는 것 같은 공간의 리듬을 맛보게 하였다.





문제는 작가가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놓아도 그 것을 관리하는 공무원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주의의 익숙함에 길들어 있다.
의도와 다르게 관리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 설계자 최신현씨의 부탁도 있었지만, 미술감독 안애경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서서울호수공원'의 여러 프로젝트에 솔선 참여하여 발전시키려 했으나, 번번히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야외에 설치할 피아노도 관리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원에 설치된 원통 수도관의 양쪽 구멍조차 막아버린 것이다.
호기심 많은 개구장이들의 생각을 막아버린, 즐기는 놀이공간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날도 공원을 관리하는 인부들이 테크 틈사이에 비집고 나온 잡초를 말끔히 제거하고 있었다.

있어야 좋은 것과 없는 것이 좋은 것을 구분조차 못하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날도 공원관리자와 어린이 아트 캠프 미술감독과의 마찰이 빚어졌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나왔는지 모르지만, 작업 자재로 들여다 놓은 물품을 실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격려는 못할망정, 어찌 싫다는 표현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가? 결국 서러움에 북 바친 안애경씨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외국에서 데려 온 작가들에게 여비도 챙겨주지 못하는 봉사에 가까운 일을 어렵게 진행하고 있는데,
뭘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욕이라도 먹지 않을텐데, 무슨 기득권 지키는 완장 행세 같아 나까지 열 받아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들이 '서서울호수공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의 문화관련 공무원 사이에 만연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일단 문화관련 부서 공무원은 모두 문화전문가로 바뀌어져야하고, 생각이 막힌 안일주의 공무원들의 거세가 절실한 실정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뭘 모르는 인간들이 갑질 하는가.



사진, 글 / 조문호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고향이 서울이라 귀성할 일이 없는 저는 명절이면 텅 비는, 한적한 서울의 도심 풍경을 참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명절만큼 도로에 차가 없고 사람들이 없다면 서울은 정말 지금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살만한 도시일 텐테 말이죠. 인구 천만의 거대한 메가시티인 서울은 엄청난 크기만큼 곳곳에 보석 같은 곳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요즘 서울시정 전반을 취재하는 서울시 출입 기자로 일하면서, 서울의 이곳 저곳을 이전보다 훨씬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됐고, 멋진 곳들이 무궁무진하게 숨어 있다는 사실도 제법 많이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제가 직접 가본 만족도와 감동이 높았던 서울의 히든 플레이스들을, 연휴를 맞아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에 서울의 특별한 곳을 누리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1. 60-70년대 골목길 정취를 흠뻑 느끼고 싶을 때-종로 운니동. 익선동 골목길

운니동과 익선동은 창덕궁 정문 앞에서 등을 지고 종로 쪽을 바라보면 펼쳐져 있는 지역입니다.
북촌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지역인데, 주말이면 인파로 북적이는 북촌과 달리 이곳은 언제 가도 참 고즈넉합니다. 쭉 뻗은 큰 길에서 조그만 들어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한옥들과 가게들이 있는데요.

무엇보다 거리 사이사이에 아주 발랄한 갤러리와 옷집들이 아기자기 숨어 있어 의외의 매력이 가득한 곳입니다. 한때 북촌과 서촌에 열광했던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지역인데요. 느낌 좋은 디자이너나 예술가들이 개인 작업실 겸 매장을 하나둘씩 열고 있어서 6-70년대 정취의 골목길에 2014년 가장 최신의 트렌드가 공존하는 아주 특이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죠.

특히 떠들썩한 인사동이나 삼청동에 실망한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곳을 안내하면, "화장하지 않은 서울의 진짜 모습 같다며"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특히 종로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아는 사람만 안다는 돼지고기 전문 고기 집들이 모여 있는 종로의 숨겨진 맛집 골목이기도 합니다.


 고투몰 연합 500



2. 동대문·인터넷보다 더 싸게 쇼핑하고 싶을 때-강남 '고투몰'

고투몰은 강남고속버스터미털 지하상가가 새롭게 리뉴얼해 재개장하면서 공식 상가이름으로 붙여진 명칭인데, 사실 쇼핑 고수들 사이에선 여전히 '터미널 지하'로 통하는 곳입니다.

리뉴얼을 하기 전에도 쇼핑을 좀 한다 하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성지(聖地)로 통하던 곳인데 깨끗하게 새 단장을 한 뒤엔 더욱 강력하고 매력적인 쇼핑장소로 업그레이드됐습니다.

일단 이곳은 의류가 엄청나게 쌉니다. 요즘 10-20대는 물론 30-40대가 가장 열광하는 스타일의 옷을 알고 싶다면 이곳에 가서 몇 군데만 둘러보면 됩니다.

명동과 신촌, 이대앞, 홍대 보다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이 평균 20% 이상 싼 것은 물론 티셔츠나 레깅스같은 가장 대중적인 아이템들은 동대문보다 싼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도매가격으로 판매하는 청평화시장 등에서 대량 구입해 마진을 최소화해서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동대문이라도 개별 소비자들이 가면 소매 가격을 받기 때문에 도매가로 물건을 떼어와서 마진을 적게 받고 파는 고투몰이 더 쌀 수 있는 거죠.

특히 이곳은 옷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관련 제품도 무척 유명합니다. 의류가 주로 값싸면서도 유행을 반영한 대중적인 아이템들을 주로 취급한다면 , 인테리어 관련 제품은 저가부터 고가까지 제품의 수준도 매우 다양하고 유행도 발 빠르게 반영해 인테리어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장점은 몰의 양쪽 끝에 있는 먹거리 식당들입니다. 늘 긴 줄이 서 있는 저렴하지만 맛있는 초밥집을 비롯해 싸고 맛있는 식당들이 쇼핑에 출출해진 배를 기분 좋게 메워줍니다.

 

 



서서울 호수공원 연

 


3.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안 부럽다'...조용히 사색하고 싶을 때-양천 서서울 호수공원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 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워낙 공원이나 정원을 좋아하는 저는 출장이나 휴가차 외국의 도시를 가게 되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그 도시가 가장 자랑하는 공원에 꼭 가보곤 했는데요. 정원이라면 굉장한 자부심을 과시하는 유럽은 물론 깨끗하고 쾌적함을 자랑하는 미국 등 제가 봤던 그 어떤 세계의 공원과 견주어도 손색없이 멋진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서울’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특히 공원 조성에 열정적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에게 시장 재임 시절, "서울에서 가장 가슴이 벅차게 뿌듯한 공간이 어디인가요?"란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오세훈 전 시장 역시 서서울 호수공원을 첫손에 꼽아서 저와 한참 동안 이곳의 매력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2009년 10월에 문을 연 서서울 호수공원은 물과 재생을 주제로 한 친환경공원입니다. 이곳은 원래 1959년에 인천 지역 정수장으로 건설된 곳인데 1979년 서울시에서 인수하여 신월정수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하루 평균 12만 톤의 수돗물을 공급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2003년 서울시 정수장 정비계획에 따라서 가동이 중단된 이후, 공원으로 탈바꿈한 겁니다.

오랜 기간 '물'과 관련된 공간이었던 만큼 그 공간의 기억을 그대로 살려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건설됐는데 지나치게 인공적이지 않으면서 묘하게 서정적인 정취가 느껴져서 더욱 매력적인 공원입니다.

특히 정수장 시절의 건물 잔해들을 그대로 살려 디자인한 공간들은 그것 자체가 훌륭한 설치 작품처럼 느껴질 만큼 예술적입니다.

이곳은 언제 가도 아름답지만, 전 개인적으로 해질 무렵에 가보길 권합니다.

물과 나무들과 노을과 하늘이 어우러지는 풍광이 서정적인 색채와 빛나는 에너지가 가득한 17세기 루벤스나 반 다이크 같은 플랑드르 화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4. 조선왕조의 품격을 느끼고 싶을 때-종로 종묘와 순라길

이곳은 마음이 심란할 때, 생각을 정리할 때 제가 찾는 곳입니다.

조선왕조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인 종묘는 너무나 유명한 사적이지만, 시민들이 정작 안 들어가 본 사적 중 첫 손에 꼽히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고전'으로 불리는 문학 작품들을 누구나 제목은 알지만 실제론 거의 읽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이미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는 일단 들어가 보면 그 정제되고 장엄한 건축적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곳입니다. 한 번도 종묘에 들어가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속는 셈 치고 일단 종묘에 한번 들어가 보신다면, 저의 이런 극찬에 분명히 공감하실 겁니다.

종묘가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종묘의 돌담길이 크게 한몫합니다. 종묘 양편의 돌담길은 순라길이라 불리는데, 조선 시대 궁의 안전을 위해 순찰을 돌던 길이라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아직까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서 언제 가도 한적한 이곳은 돌담길의 대명사인 덕수궁 돌담길보다 훨씬 고즈넉하고, 조선 시대 정취도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곳입니다. 종묘 안쪽의 나무들이 돌담 쪽으로 크게 우거져 있어서 한낮에 가도 종묘의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공간인데, 특히 촉촉하게 비가 내릴 때 가면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면서 운치를 더해주는 곳입니다.

5. 근대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싶을 때-서대문 딜쿠샤 저택

'딜쿠샤'란 단어 참 생소하시죠. 힌디어로 이상향, '희망의 궁전'이란 뜻이랍니다.

사직터널이 지나가는 언덕 위에는 이렇게 멋진 이름을 가진 저택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쇠락할 대로 쇠락해서 멋진 이름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이 고색창연한 집은 건축에 전혀 조예가 없는 사람이 보더라도, 뭔가 대단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 만큼 범상치 않은 건물입니다.

현재는 영세민들이 살고 있는 딜쿠샤 저택은 UPI 특파원으로 한국의 3.1 운동을 전 세계에 최초로 타전한 미국인 기자 앨버트 테일러 가족의 집으로,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리는 소중한 기사들 대부분이 이 집의 서재에서 작성된 겁니다. 태평양전쟁 발발 후, 일본은 눈엣가시였던 테일러 부부를 강제추방했고, 한국을 너무나 사랑해 공들여 이렇게 아름다운 저택을 짓고 그곳에서 한국의 독립운동을 전 세계에 알렸던 앨버트는 끝내 딜쿠샤로 돌아오지 못한 채 1948년 미국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미국에서 숨을 거둔 테일러 기자는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한국땅에 유해로 돌아왔지만, 그가 일본의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독립운동 소식을 전 세계에 타전한 역사적 장소인 딜쿠샤 저택은 방치된 채 붕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쇠락할 대로 쇠락한 딜쿠샤 저택을 가보시길 권하는 건, 실제로 가보면 우리가 이렇게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런 조국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난과 용기 덕분인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닫게 해줍니다.

"근대사의 너무나 중요한 역사적 장소조차 방치하는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란 질문을 던지는 딜쿠샤 저택....더 쇠락하기전 전 꼭 한번 가보시길 권합니다.


SBS 최효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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