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를 간결하게 표현한 조성제씨의 일곱 번째 사진전 ‘대칭(SYMMETRY)’이

지난 4일, 마산 ‘BNK경남은행’ 본점 1층 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이 날 전시 개막식에는 축하객들로 붐볐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에서부터 교육감 등 지역의 명사들과 기업인들로 가득했는데,

내가 아는 분이라고는 조성제, 박명숙씨 내외와  사진가 김관수씨 뿐이었는데,

뒤늦게 김일창선생을 만났다. 아들을 경성대학 사진과에 보낼 무렵 보고 처음이니,

아마 십 수 년은 된 것 같았는데, 엄청 반가웠다.






전시 개막식을 끝낸 후, 숙소에서 만난 조성제씨의 하소연을 들었는데,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는 오랫동안 제대로 된 사진미술관을 주남저수지 인근에 만드는 꿈을 키워왔다.

그래서 인근에 있는 식당건물과 부지를 20억에 매입해, 사진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설계까지 마쳤으나,

창원시에서 철새 서식환경에 미칠 영향과 주변 난개발 우려 등을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조성제씨는 개발 가능한 1종 일반주거지역인데도 창원시가 불허한 것은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하며 조류학자의 철새에 미칠 영향이 전혀 없다는 환경평가까지 첨부하여 건축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그만 기각되고 말았다고 한다.

지저분한 주변 환경 정비와 지역문화에 기여하는 현실성보다 추상적인 철새보호라는 명분에만 집착한

일방적 행정의 편협성을 다시 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사실은 환경단체 눈치 보느라,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불허가 사유의 하나로 이층에 계획된 커피숍을 들기도 했으나, 그 또한 핑계일 뿐이다.

식당은 허가해 주고, 커피숍은 안 된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게 사진을 관람하거나 철새를 조망하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영업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입장료도 없는 미술관에 좋은 사진전을 유치하기 위해 년 간4-5억의 유지비를 써가며 지역문화에 기여하겠다는

조성제씨의 순수한 마음을 이익창출을 위한 건축으로 매도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창원시가 2009년에 1건, 2014년에 2건의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무엇이냐?

미술관이 공익적인데도 건축을 불허한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그렇다면 창원시가 람사르문화관 옆에 판매점과 휴게시설을 짓는 것은 괜찮은가?

반대를 위한 반대란 인상이 너무 짙다.

모처럼 우리나라에 작품수장고까지 겸비된 괜찮은 사진미술관이 들어선다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꽉 막힌 복지부동의 관료들에 의해 무산되어 버렸네.
너무 아깝다. 좋은 방안이 없을까?




조성제씨는 봉암갯벌, 주남저수지, 우포늪 등의 습지만 꾸준하게 담아온 사진가다.

그동안‘습(濕)’, ‘하얀 여백’, ‘천년의 전설’ 등의 사진집을 꾸준히 펴내며 전시를 열었는데,

이번 전시와 함께 ‘대칭 symmetry’사진집도 펴냈다.

그가 사진에 담은 주남저수지는 겨울철에도 물이 얼지 않아 하루에 2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온다고 한다.

넓은 늪지대의 습한 땅에 물 억새가 자생하고 있어 텃새의 서직지로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조성제씨는 기록적인 요소로 주남저수지를 바라 본 것이 아니라 풍경에서 느껴지는 미적 요소를 주관적으로 표현해 왔다.

바로 간결한 절제미가 주는 서정성이 조성제씨 사진의 매력이다.

이른 아침마다 기도하듯 대상을 지켜보며 그만의 명상적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안개에 가려진 은은한 분위기의 대칭적 풍경들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조용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주형 계명대 교수는 “믿을만한 객관성과 진실성으로 사진은 쉽게 현실의 대체물로 제시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현실은 자연스러운 것도 실제적인 것도 아니다.

사진에 나타나는 현실은 해석된 실재로서 이것이 현실이라고 정의됨으로써 비로소 떠오른 표상 일뿐이다.

게다가 시 감각을 자극하는 균형과 질서, 형식요소의 어우러짐이 강조될수록 실재는 이미지 뒤로 사라진다”고 서문에 적었다.

이 전시는 22일까지 ‘경남은행 갤러리’[문의 055-290-8000]에서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사진전, 청운동 류가헌에서 오는 12월3일까지 열려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사진가 문선희씨의 ‘묻다’ 사진전이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산 채로 매장된 동물들로 인간성마저 묻어버린 현실을 비판하는 한 사진가의 '땅에 대한 기록'이다. 질문과 매몰을 동시에 의미하는 제목 ‘묻다’처럼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동물들을 땅에 묻었고, 이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이냐며 전시장의 사진들이 묻고 있다.



    

▲ 11800-02_50x50_c-print_2014 (사진제공 : 류가헌)



환경이 오염되어가는 현장과 인간의 잔혹성을 함께 돌아보게 한, 사진가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살 처분된 가축의 메몰지를 찍은 문선희의 사진들은 섞어가는 땅의 디테일이 마치 한 폭의 추상화처럼 아름답기도, 섬뜩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이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2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가축들은 산채로 묻혀 갔다. 곳곳에 사체 썩는 악취가 피어오르고, 대지의 자정능력을 잃어가기 시작한지도 오래됐다. 자연환경만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까지 잃어 간 것이다.




▲ 84879-04_90x90_c-print_2015 (사진제공 : 류가헌)



본 기자는 장터촬영을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마치 외계인처럼 온 몸을 가린 검역원들이 마을 입구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을 흔하게 봤었다. 때맞추어 언론에 소개된 가축 매몰 현장을 지켜보며 문제의 심각성에 발을 동동 굴렸으나, 흐르는 세월과 함께 언제 그런 일이 있느냐는 듯 쉽게 잊혀졌다. 문제가 생기면 바르르 끓고, 시간만 지나면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다.





사진가 문선희는 구제역과 AI로 동물을 생매장한 3년 뒤 모습을 찾아다녔다. 천만마리 이상의 생명을 삼킨 사천 팔백여 곳의 땅에서 백 여 곳을 택해 법정 발굴 금지기간이 지난 후 찍었다고 했다. 여린 그녀가 질퍽질퍽 불편하기만 한 그 자리를 찾아다닌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그 흔적을 기록하여 이 사회를 향해 ‘이래도 되느냐?’는 듯 질문을 내 던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동물이 산 채로 매장된 매몰지의 표피적인 형상에 불과하겠으나, 그 형상 하나 하나에는 땅에 대한 환경문제보다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물음의 메시지가 더 강하다.




▲ 2312-01_100x100_c-print_2014 (사진제공 : 류가헌)



대부분의 메몰지는 비닐로 은폐된 채로 버려졌지만,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나고 땅은 다양한 색깔로 썩어갔다. 기이하게 죽어가는 풀의 형태가 만든 참혹한 현장이 사진의 리얼리티에 의해 형태와 질감, 색깔까지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카메라의 기계적 특성을 이용해 더 자세히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흙이나 뼈, 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진의 대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사진 옆에는 매장량인 것 같은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숫자들이 쓰여 있는데, 그게 바로 작가의 질문 방식이다. 정부가 분명한 규칙을 만듦으로써 모호한 땅이 생겨났듯이, 사진가 문선희는 분명한 사진을 찍음으로써 모호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 299_50x50_c-print_2015 (사진제공 : 류가헌)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사진가 문선희의 사진을 너무 예쁘게 찍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아름답게 보이는 미시적 리얼리티는 가시적인 것에 길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또 다른 항변일 수도 있다.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라는 것과 사실적인 것이 사진이라는 그 자체도 뒤집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찍던 작가의 색깔이고 말하는 방식이니, 탓할 바는 아니다.






스스로에게도 책임을 물어 동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는 사진가 문선희씨의 말을 들어보자. “정부는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에 따라 예외 없이 파묻었다. 그곳에 죽음은 없었다. 다만 상품들이 폐기되고 있을 뿐이었다.

판단은 거세되고 효율만이 작동하는 동안 동물들은 면역력을 놓쳤고, 대지는 자정능력을 잃었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4,800여 곳의 매몰지에서 피로 물든 지하수가 논과 하천으로 흘러나왔고, 썩지 못한 사체들이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성을 상실했다.“




 ▲ 1765_90x90_c-print_2015 (사진제공 : 류가헌)


이 전시는 청운동 ‘류가헌’(전화 02-720-2010)에서 12월 3일까지 열린다.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

-아시아 5개국 115명의 사진가가 참여-



박하선 / 고인돌 / 길림성 연운채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다큐멘터리 사진축제인 “제4회 수원국제사진축제”가 수원화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20주년을 기념하여 수원화성 행궁동 일대 20여개의 전시공간과 KUMA에서 11월 26까지 열린다. 문명, 위대한 여정’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사진축제에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아시아 5개국 115여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하였다.






아시아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한국과 세계에 알리고 아시아 사진인들의 사진축제 교류를 위해 출범한 수원국제사진축제는 문화유산과 함께 거리 곳곳을 걸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즐기는 축제다. 전시는 팔달사를 비롯해 팔달구청과 수원제일교회, 굿모닝 하우스, 창룡마을 창작센터, 해움미술관, 더 페이퍼, 뽈리화랑, 신풍초등학교 담벼락 갤러리, 로데오거리 특별전시관,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크로키 등에서 전시된다. 다양한 국가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으며, 특강, 포트폴리오 리뷰, 작가와의 만남 등 부대행사도 열린다






지난 11월 3일(금) 오후 5시 팔달사에서 개최된 개막식에는‘팔달사’주지스님, 김창범 팔달구청장, 김영진 국회의원, 한원찬 수원시의회 운영위원장, 손화종 행궁동장, 축제 감독인 강제욱씨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 외국작가들도 10여명이 참가했다. 올해 국제사진축제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150여명이다. 국제전 10명, 국내전 약 120명에 작품 1천여점, 그리고 시민, 관객 등 아마추어 작가 20여명도 참가했다.

 





개막식에 앞서 법당에서 열린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사진이 만드는 문명’이란 주제의 특강에는 문명과 사진과의 관계에 대한 강의가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번 축제의 본 전시는 만주지역의 고인돌을 기록한 사진가 박하선의 작품으로 시작된다. 국내의 세계문화유산들을 주목한 사진가 한영수, 서헌강, 하지권, 송광찬, 김혜식, 유용예, 이원철, 채승우, 최항영씨 작품들과 아시아 세계문화유산과 인간을 주목한 사진가 박종우, 이규철, 박동혁, 이훈, 박동식, Meng Lichao, Fan Shi San, Yoshiaki Kita, Suthep Kritsanavarin, Probal Rashid, Noda masaya, Vlad Sokhin 씨 등의 여러작가가 참여하였는데, 도시사회의 이질적인 삶을 기록한 사진가 김문호, 서준영의 작품들로 이야기를 맺게 된다.



 


그 이외에도 특별전에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 아카이브 사진전, 치앙마이 Rumpueng art space, Sanim Thoon Gallery, Kinabalu Photo Festival 의 교류전과 국내의 다양한 사진가들과 사진그룹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특별전인 Suwonphoto X(그룹전, 개인전) 등이 행궁동 일대에서 전시된다. 특별전으로 P325, 경기포토 아카이브, 오주당, 스타 포토, 사진공방 리, 김일환, 노상태, 유상현, 김형섭, 최식원, 변성진, 하춘근, 변영숙, 유성일, 김동진, 권학봉 작가(팀)이 참가한다.

 





사진가 박하선의 작업은 고대의 유적인 만주지역의 고인돌을 통해 아시아 문명의 시작점을 10여년 동안 기록한 결과물이다. 그리고 작고하신 한영수선생의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사이에 촬영된 수원화성 사진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서헌강의 석굴암과 불국사, 하지권의 해인사 팔만대장경, 김혜식의 공산성, 이원철의 경주 왕릉 등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곳곳의 전시장에 펼쳐진다. 또한 송광찬의 서울 4개궁을 기록한 적외선 사진은 우리 문화유산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채승우는 신반차도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전통문화가 어떻게 재해석, 재생산되어 소비되어지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최항영은 남대문 화재사진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위기를 보여주고, 유용예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해녀의 물질을 수중사진으로 담아냈다.

 



한영수 / 수원화성



또 다른 시각은 아시아로 넓혀 한반도 주변의 문명을 조망한다. 사진가 이규철의 시선은 몽골의 테를지 국립공원의 설경과 유목민의 삶에 맞추어 졌고, 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박동혁은 시암 왕국의 두번째 수도였던 아유타야의 사라져가는 삼륜차 쌈러 운전사의 고단한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였는데, 화려한 유적 뒤의 감춰진 민초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김혜식 / 공산성

이훈은 10여년간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기록한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로 특히 그의 작업 중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벽화는(7세기 중반) 고구려 사신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우리 문명과의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송광찬 / 창경궁

박동식은 티벳 인도 등지의 유적지를 떠돌며 만났던 순례자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고, 중국사진가 Meng Lichao은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소림사를 통한 불교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만리장성과 주변의 폐허를 찍은 Fan Shi San의 사진은 흡사 문명 이후 인류의 미래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일본사진가 요시아키 기타는 수년간의 여정을 통해 아시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들을 보여준다. 그의 묵직한 흑백 사진들은 인류와 함께한 문명의 모든 시간들을 압축한 듯하다.



하지권 / 팔만대장경

Suthep Kritsanavarin은 앙코르 와트의 문명을, Probal Rashid는 지진으로 파괴된 네팔의 문화유산을 통해 문명의 소멸을 드러낸다. Noda masaya는 중국군에 의해 점령된 티베트 수도 라사의 날 선 풍경과 강제이주로 삶을 잃은 유목민들의 삶, 그리고 문화혁명으로 파괴된 사원들을 통해 티베트의 현실을 드러낸다. 전시의 마지막 장은 도시사회를 살아가는 고단한 직장인의 삶은 기록한 서준영의 사진들과 종말로 질주하는 도시문명의 거리풍경을 기록을 김문호의 사진으로 끝을 맺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하며 이들 사진과 조우해야 한다.



서헌강 / 불국사 석굴암


이원철 / 경주왕릉


채승우 / 신반차도


최항영 / 남대문


이규철 / 테를지 국립공원


lichao meng_Buddhism / 소림사


박동식 / 아그라


이훈 / 사마트 칸트 아프라시압 벽화


Yoshiaki Klta / 아유타야(Watphra Mahathat)


박동혁 / Ayutthaya Samroe


Probal Rashid / 네팔지진


Fan Shi San / Great Wall no27


Noda Masaya / 티벳


Suthep Kritsanavarin / Khmer Civilization


박하선 / 바미안 석굴


서준영 / 중간정산


김문호 / on the road / 서울 광희동


김문호 / on the road / 고속도로


팔달사 법당에서 진행된 이광수교수의 특강장면










강제욱 축제위원장이 전시를 안내하고 있다






법당에서 진행된 개막식 장면

개막식 축하연에서...







오는 21일까지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려

2017년 11월 06일 (월) 23:12:00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 'THE PLANET' 강제욱 사진집



지구의 자연변화를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제욱의 “THE PLANET" 사진전 개막식이 지난 2일 오후 6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렸다.

강제욱은 10여 년 간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 내몽골의 고비사막, 필리핀의 맹그로브숲을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치열한 대결이 이뤄진 쓰촨성 대지진, 아이티 대지진, 태국의 대홍수 등 세계 곳곳을 쫒아 다니며, 그 현장을 담담하게 기록해 온 배태랑 다큐 사진가다. 이 전시와 함께 그 장정의 기록을 집대성한 “THE PLANET" 강제욱 사진집도 ‘눈빛출판사’에서 펴냈다.

강제욱은 사진집에서 “재난의 참혹한 풍경 앞, 겨우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려보면 오히려 넘치는 생명력과 문명의 때를 벗은 아름다운 자연으로의 회귀를 발견한다. 초원을 호령했던 제국들도 결국 한줌의 모래로 사라진다. 꽃은 활짝 피고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 언젠가 도로는 강이 되고 시멘트에도 식물은 뿌리를 내린다. 새들은 지저귀고 문지기 개들은 자유를 얻는다. 빛은 찬란하게도 이들을 비춘다.”고 말했다. 바로 자연과 문명의 순환을 말한 것이다.



▲Bako National Park, Borneo Island, Malaysia, 2008



일단은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돌아보며 받은 느낌이란, 온몸에 힘이 빠지듯 나른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햇볕이 강한 날씨나 화려한 색을 피한 흐린 날씨에 의한 회색 톤이 주는 나른함 일수도 있겠고, 사람이라고는 코딱지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이라 그랬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말하는 방식에 앞서 물질문명이 가져 올 미래 풍경을 예견하고 진단했다는 점이다. 아마,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의 미래 풍경을 내다보는 것 같은 참담함이 그런 나른한 느낌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Typhoon Haiyan (Anibong), Tacloban City, Philippines, 2014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는 쉽게 전달될 수는 있는 대신 쉽게 잊혀 진다. 다소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이러한 묵시적인 메시지가 보는 이의 마음을 붙들어, 그 여운이 오래간다는 것도 다시 일러주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자연예찬도 환경 비판도 아니고, 무엇을 강제하거나 계몽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역과 년도 외는 아무런 구체적 정보도 없이 마치 독백처럼 구시렁대는 나른함이 이 사진이 주는 매력인 것이다.



▲Mangrove Forest, Olango Island, Philippines, 2012



때로는 인적 없는 원시림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유령도시 같은 건축물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재난의 현장들도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폐자재들이 뒤엉킨 파괴현장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문명의 잔재들이 한 줌의 모래처럼 흩어진다는 것이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자연과 문명에 대한 성찰로, 다 부질없는 것이란 말이다.



▲The Arch, Kowloon, Hongkong 2010



원시적 숲에서 비롯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시도 언젠가는 허물어져 밀려나고, 결국은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이란 게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흩어졌다 다시 생성되는 자연이치, 즉 윤회를 뜻하는 철학적 사유가 깔린 것이다.



▲Typhoon Haiyan (Anibong), Tacloban City, Philippines, 2014



사진집 서문에 적은 이광수교수의 글 한 단락을 들어보자. “The Planet”는 사건 중심의 기록이 아니라 무한 시간 안에서 존재하는 유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다. 드러난 현장을 저널리즘 관점으로 기록한 것도 아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도 않고, 사진으로 재현된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헤치려 하지도 않는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흔히들 하는 소재의 기이한 면이나 자극적인 현상을 부각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모든 이미지가 평범하다. 사진가의 시선은 최대한 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문명의 이기를 보여주고자 할 때는 대상에 좀 더 다가가 있다. 그가 다가가서 찍은 문명의 이기들은 주로 자동차, 오토바이, 배와 같은 이동 수단인데, 이주와 정착으로 인해 문명이 이루어졌음을 말하려는 방식이다.

(중략)

▲Gobi Desert (Shapotou), Inner Mongolia, China, 2010



“더 플래닛, The Planet”는 지구사를 전유(專有)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모사에서 기록을 지나 이야기로 간 다큐멘터리 사진의 지평이 강제욱에 의해 이렇게나 넓혀졌다“고 평가했다.

강제욱 만의 언어로 우주 변화의 대서사를 기록한 대표작 21점 외에도 옆 라운지 갤러리에선 작가 데뷔 초기부터 The Planet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강제욱 사진가



전시는 강남역 1번 출구, ‘스페이스22’(02-3469-0822)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10여년간 지구의 자연변화를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제욱의 “THE PLANET" 사진전 개막식이

지난 2일 오후 6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렸다.

전시와 함께 그 장정의 기록을 집대성한 “THE PLANET" 강제욱 사진집도 ‘눈빛출판사’에서 나왔다.





개막식에는 강제욱 사진가 내외를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 부부, 이광수, 김문호, 엄상빈,

박종우, 김남진, 양재문, 성남훈, 김봉규, 정영신, 이규철, 남 준, 곽명우, 이은숙, 곽대원씨,

그리고 수원국제사진축제에 참여한 외국의 사진가 등 많은 분들이 전시를 축하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축배를 들었다.






강제욱씨는 그동안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 내몽골의 고비사막, 필리핀의 맹그로브숲을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치열한 대결이 이뤄진 쓰촨성 대지진, 아이티 대지진, 태국의 대홍수 등

세계 곳곳을 쫒아 다니며, 그 현장을 담담하게 기록해 온 배태랑 다큐 사진가다.






일단은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돌아보며 받은 느낌이란, 온몸에 힘이 빠지듯 나른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햇볕이 강한 날씨나 화려한 색을 피한 흐린 날씨에 의한 회색 톤이 주는 나른함 일수도 있겠고,

사람이라고는 코때기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이라 그랬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말하는 방식에 앞서 물질문명이 가져 올 미래 풍경을 예견하고 진단했다는 점이다.

아마,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의 미래 풍경을 내다보는 것 같은 참담함이 그런 나른한 느낌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말하는 것은 자연예찬도 환경 비판도 아니고, 무엇을 강제하거나 계몽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역과 년도 외는 아무런 구체적 정보도 없이 마치 독백처럼 구시렁대는 나른함이 이 사진이 주는 매력인 것이다.

때로는 인적 없는 원시림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유령도시 같은 건축물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재난의 현장들도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폐자재들이 뒤엉킨 파괴현장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문명의 잔재들이 한 줌의 모래처럼 흩어진다는 것이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자연과 문명에 대한 성찰로, 다 부질없는 것이란 말이다.
원시적 숲에서 비롯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시도 언젠가는 허물어져 밀려나고,

결국은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이란 게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흩어졌다 다시 생성되는 자연이치, 즉 윤회를 뜻하는 철학적 사유가 깔린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주 변화의 대서사를 기록한 대표작 21점 외에도

옆 라운지에서는 작가 데뷔 초기부터 The Planet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이 전시는 강남역 1번 출구에 있는 ‘스페이스22’(전화 02-3469-0822)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정선에서 지내는 날은 유독 밤이 한가롭다.
티브이도 컴퓨터도 없으니, 볼거라고는 책 밖에 없다.
뭘 볼까 살피다, 성남훈씨의 ‘소록도’사진집이 눈에 박힌 것이다.




 


그 사진을 처음 본 것은, 20여년 전 ‘삼성카메라’에서 일할 때였다.
‘삼성포토갤러리’에서 열린 성남훈씨 ‘소록도’ 전시를 보며 감흥을 받은 것이다.
그 좋았던 기억이 사진집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들었다.






성남훈씨의 ‘소록도’ 사진은 볼수록 정감이 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사진이다
한센병 환자들의 가슴 아픈 삶의 모습이 세월의 두께에 숙성되어
그 당시 받은 감흥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소외되고 고통 받은 이들의 아픔이, 큰 사랑으로 빤짝였다.





성남훈씨가 보여준, 당시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거나,

혹은 숨기려 했거나, 아무도 모른 척 했거나, 아니면 관심조차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전쟁폐해에 의한 가난과 기아, 병자 등 약자나 소외계층의 삶을 서슴없이 보여주었다.

우습게도 예술이란 것이,  아픔의 고통이 클수록 사람들은 더 감동하고 예술성을 높게 산다.






일세기가 지난, 기나 긴 역사의 소록도 애환은 보는 이의 가슴에 사무친다.
소록도를 기록한 사진들이 더러 있지만, 성남훈씨 사진을 아무도 따를 수가 없다.
그는 잘 못 인식되었던 다큐멘터리사진의 실체를 온 몸으로 보여 준 사진가다.





한센병환자들이 머무는 '소록도'는  전라도 고흥군에 위치한 조그만 섬이다.

1910년 선교사들이 세운 ‘시립 나 요양원’에서 시작되어

1916년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소록도 자혜병원으로 정식 개원되었다.

'소록도'는 아픔의 섬이었고, 치유의 섬이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체재하다 돌아와,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소록도라고 한다.
어느 누가? 그 곳에 들어 가 사진 찍을 생각을 할 수 있으랴!
깊은 상처를 보여주기 꺼려하는 그들을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진가의 진정성을 느끼고, 교감을 이루기까지의 노력은 보나마나다. 



 


다큐멘터리사진의 제일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지만,
사진보다 인간적으로 그들의 삶에 다가갔다는 점을 높이 산다.
그 앞에 작업한 루마니아 집시 생활상에 이어 인간애를 다룬 두번째 작업이다.






삼 년동안 두 달 넘게, 그곳에 생활하며 이루어 낸 역작들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그의 사진은 사회비판이나 캠페인보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서정성이 짙게 깔려 있다.
큰 목소리보다, 잔잔한 여운이 깊고 오래간다는 것을 증명한다.






성남훈씨의 촬영기록에 적힌 마지막 글은 자기 밖에 모르는 오늘의 현실을 반성케 한다.


“소록도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도 속엔 자신들의 이야기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웃의 평안을 비는 시간이 더 많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 조심스럽게 등 도닥여주는 행동이 더 큰 위로가 된다.

'소록도'가 한센병 걸린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그곳에도 우리네와 똑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 없이 보여준다.



글 / 조문호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김남진의 이태원의 밤, 호모나이트쿠스’전시가 오는 816일까지 열린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향락과 욕정은 밤에 꿈틀댔다.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외국인을 위한 호텔 나이트클럽까지 가서 주머니를 털지 않았던가.

술과 음악 섹스, 그것이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유일한 해방구처럼 설쳤다.

‘나이트’와 요즘의 ‘클럽’은 술과 음악과 춤, 이성이 어울린다는 점은 같지만, 그 섞이는 방식은 다르다.

나이트는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과 춤 추는 스테이지가 따로 있지만, 클럽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잠깐 앉아 쉬는 자리이지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순 없다.

남녀가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나이트의 핵심은 남녀 손님을 짝 지어주는 웨이터였다.

그런데 요즘 클럽은 웨이터도 부킹도 없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공간적 차이와 더불어, 더 개방적이고 주체적이며 평등한 방향으로 변했다.





그런데, 사진가 김남진씨가 ‘이태원의 밤’ 2탄으로 ‘호모나이트쿠스’전시를 열었다.
처음 전시를 연 80년대는 ‘현실과 발언’이란 사회 저항성 문화운동이 일던 때라, 김남진의 현실비판적인 사진도 한 몫 했다.

그 당시 사진판에선 흔치않은 작업이기도 했지만, 일단 반향을 일으킨 전시였다.

그 이후엔 사진관련 기획자로 교육자로 갤러리 관장 등으로 활동해 다큐 사진가로서의 기억은 잊어버렸다,

그런데, 느닷없이 30여년이 지난 오늘의 이태원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이제 환갑을 맞은 사진가가 향락가를 기웃거리며 20대 젊은이와 어울려 사진 찍기가 그리 쉬웠겠는가?






난, 이태원의 퀴퀴한 술집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음악에 미쳐 결혼 첫날부터 신혼여행으로 이태원에 간적이 있었다.

레코드 사러 간 김에 클럽에 들어갔으나, 외국인들 체취에 좀 질려버렸다,

그 뒤 한 두 차례 갔으나 연이 맞지 않았는지 갈 때마다 사고를 쳤다.

본래 춤추며 노는 것 보다 음악 들으며 조용히 술 마시는 걸 더 좋아해 클럽 체질은 아니다.


김남진씨 역시 이태원이 좋아서 찍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80년대 발표한 사진들은 찍을 때의 두려움도 엿보였지만, 이성적이고 아웃사이더적인 사진이었다.

시대적 변화에 따랐겠지만, 세월이 지난 오늘의 작업은 전혀 달랐다. 두려움이 사라졌고,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사진이었다.

흑백으로 보여 준 ‘이태원의 밤’과는 달리 강렬한 색이 주는 원색적인 분위기가 사뭇 감촉적이다.

디지털사진이 주는 강한 색으로 욕망과 열정을 극대화했다. 도발적인 이태원의 밤이 뿜어내는 열기는 절정에 달했고,

욕망에서 비롯되는 허망함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정적인 사진에서 동적인 사진으로 바뀐 것이다.

이태원에서 만난 젊은이와 외국인, 그리고 성 소수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도 전해주었다.






지난 26일 오후6시 ‘스페이스22’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에 갔는데, 마치 클럽에 간 것 같았다.

“놀 준비되셨습니까?”라는 특별한 파티였는데, 전시장에 조명과 음악은 물론 칵테일까지 준비해 놓았다.

함께 즐기며 작업해 왔던 이태원 클럽 분위기를 전시장에 끌어들인 것이다.

DJ가 틀어주는 음악과 바텐더가 만들어 주는 칵테일, 그리고 입구에서 찍어주는 팔목 스탬프까지 이태원클럽 그대로였다.

사진가들이 언제 전시장에서 함께 어울리며 춤추고 놀아본 적 있는가?


작가 김남진씨를 비롯하여 한설희, 구자호, 김석종, 김문호, 강제욱, 김광수, 고정남, 곽명우, 김보섭, 이규철, 박찬호, 

정영신, 서준영, 김영호, 한금선, 김봉규, 남 준, 최연하 이은숙, 마동욱, 이일우등 많은 사진가들이 신판 클럽을 가득 메웠다.

'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양승우씨가 일본에서 오기도 했고, 사회는 이정환씨가 보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던지 음악이 있어도 춤추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음악은 약했으나 칵테일 맛은 좋았다.

홀짝 홀짝 받아 마시다 ‘북촌’으로 옮겨 와 소주를 마셨더니, 술이 받지않았는지, 어지러웠다.

결국 술집에서 뻗어버려, 쪽팔리게 김남진씨가 불러준 택시에 실려 와야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30일까지, 청운동 류가헌서, 사진집 출판기념전


2017년 07월 28일 (금) 16:59:01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사진가 김봉규의 ‘팽목항에서’사진집 출판기념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한계레’사진기자 김봉규씨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 간 후,

40여 차례 넘게 팽목항과 동거차도를 방문 기거하며 기록했다. 기자로서의 냉철한 시각보다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심정으로 찍었다.

객관성을 우선하는 신문사진과 주관을 우선하는 사진가로서의 갈등도 보였다.



▲김봉규 사진가.ⓒ조문호 사진가.


수많은 기자들과 사진가들이 팽목항을 촬영했겠지만, 김봉규씨는 마치 친자식을 떠나보낸 듯한 비통한 마음으로 아파하며 찍었다.

사진가로서의 소명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더 아팠다.

다큐멘터리사진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이 대상 속으로 들어가 이루어내는 공감인데,

김봉규의 평목항 전시가 빛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공감이었다.

스스로 아파야 그 아픔이 사진에 드러나고, 보는 이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봉규의 사진을 덕목과 공감으로 평한 사진가 김문호씨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눈빛사진가선 50. 팽목항에서 표지



“다큐사진의 무게, 혹은 삶의 무게, 사진가가 찍는 대상인 당신이 곧 내가 되고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고,

그 "우리"를 "인간"이라는 단어로 환치할 수 있을 때, 가장 진정성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큐멘터리 사진의 무게를 이루는 것, 그것은 대상과 사진가와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compassion)의 무게일 것이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다큐멘터리 사진에 진정성의 무게를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사람 되기는 그른 사람"이라 하고,

그것이 결여되어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진정성이 없는 사진"이라고 말한다.

김봉규의 팽목항 사진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슬퍼하는 유족들에 대한 동정을 넘어서

바로 우리가 적어도 지금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체감해야 할 "공감"일 것이다.

사진이 이렇게도 이렇게 막막할 수 있다니...”



▲동거차도 앞바다를 찾은 단원고 안주현 학생의 어머니 김정혜 씨_2016년 4월 22일 오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진기자 김봉규씨가 유가족의 울부짖는 모습이나 시신이 인양되는 비참한 모습이 담긴 직설적인 표현을 비켜간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가족처럼 차마 보여 주기 싫었던 것이다. 그 것만 으로도 사진가가 얼마나 아파하며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들은 ‘객관적 앵글’로 찍힌 신문용 사진이 아니라, 한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 ‘주관적 앵글’의 사진이다.

오히려 직설적인 화법보다 간접적인 화법이 더 강하고 여운이 오래간다는 것도 증명했다.



▲동거차도_2017년 3월 22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하는 평목항에 달려가 처음 맞은 동거차도의 밤은 적막감과 긴박감이 뒤섞여 있었다. 사진집 표지에 실린 사진처럼,

조명탄에 비친 가라앉는 세월호의 선수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둠의 농도로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며 어렴풋이 먼 섬의 능선들이 드러났지만, 긴박한 비극의 현장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사람이나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조명탄만 흘러내렸다.

그 사진이 운명의 첫날밤에 맞딱뜨린 김봉규의 처절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인양되는 세월호_동거차도 사고해역_2017년 3월 24일 오후



넋을 잃은 듯 절망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먹구름이 뒤덮은 칠흑 같은 바다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들이 마치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가끔 어두운 바다를 배경으로 부표나 십자가, 노란 리본들이 부각되기도 했으나, 대개가 침울한 슬픈 풍경이다.

마치 유령이 나올 듯이 음산하며, 불쌍한 원혼들이 바닷가를 멤 도는 착시현상마저 생겼다.

중요한 것은 사진 곳곳에 작가의 분노가 똬리 틀고 있었다.



▲팽목항_2014년 4월 27일 오후



“여기에 실린 김봉규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극의 슬픔과 분노를 적막 속에 감추고 있다.

감춘다기보다는 감춤으로써 표출되고 억누름으로써 드러난다. 이 억누름은 힘을 가해서 얻어지는 물리적 억누름이 아니라,

드러나지 못해서 아우성치면서 심층에 잠겨있는 것들의 드러남을 허용하는 여백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이 억누름과 드러남은 고통스런 분열의 과정인데 그 과정을 통해서 인칭의 국면은 힘겹게 전환되면서

인칭들 사이에 새로운 의미가 빚어지고, 대상은 보이기 시작한다“고 소설가 김훈은 해설했다.



▲팽목항_2014년 6월 2일 오후



이러한 작업을 이루어 낸 사진가 김봉규씨의 집념과 열정에 대해 몇 가지 부언하려 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90년대 초반 ‘사진집단 사실’에 함께 하면서다. 그는 사진이라면 물 불 가리지 않았고,

이루어내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당시는 다큐 사진가로서 살아남으려면 최선의 직업이 사진기자였다.

밥벌이로 작업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가 평소 관심 가진 ‘시사저널’주간지를 택했다.

사진기자 모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사저널’ 주필 방에 들어가 통사정한 것이다. 끈질기게 자기의 포부를 밝혀 특채가 되었다.

그 뒤 ‘한겨레’신문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사진 찍는 일 외에는 전혀 한 눈 팔지 않았다.

대개가 취미사진가를 위한 강좌나 촬영지도 같은 부업을 갖지만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진이었다.



▲팽목항_2014년 7월 9일 오후



이 ‘팽목항’ 작업 역시 사진 작업에만 몰두하는 그의 열정과 끈기가 이루어낸 성과다.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의 현장을 통한의 시어처럼 기록해 남긴 것이다.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 장면들이다.



▲팽목항_2014년 11월 18일 오후


세월호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인재가 삼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인양작업을 시작한 후 하루 만에 올라 온 세월호가 인양하는데 왜 3년씩이나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세월호가 인양된 것은 정말 우연일까?

특검도 밝히지 못한 박근혜 7시간의 행방이며,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우병우 구속신청기각도 석연치 않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범죄 집단 같았던 기득권의 뿌리가 여전히 깊다는 이야기다.



▲팽목항에 설치된 분향소. 2015년 12월 20일 오후


사람의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이데올로기조차 뛰어넘는 게 사람의 생명이요 인간의 존엄성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하나하나 밝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영혼들의 원한을 풀어주자.

이 김봉규의 팽목항 전시와 사진집 출판을 계기로 빠른 시일 안에 진실이 밝혀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세월호 앞에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전시문의:‘류가헌’(02)720-2010

*사진제공=눈빛출판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