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1900-2020

Korean Art 1900-2020 

 

저자_윤범모 외 28명

 

 

저자_윤범모, 김현숙, 권행가, 정무정, 조수진, 신정훈 외 28명

발간일_2021년 9월 30일

|| 발행처_국립현대미술관ISBN_978-89-6303-278-8(93600) ||

쪽수_504쪽 -규격_200×280mm, 504쪽, 양장제본 || 정가_65,000원

 

구입처인터파크 도서 / 예스24알라딘 / 교보문고

 

 

국립현대미술관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Contemporary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Tel. +82.(0)2.3701.9500

www.mmca.go.kr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1900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근‧현대미술 120년사를 조망하는 개론서 『한국미술 1900-2020』을 발간했다. ●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미술 콘텐츠 개발 및 국제적 확산을 위해'한국미술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두 해에 걸쳐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300점을 수록한 선집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국문판(2019)과 영문판(2020)을 출간,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미술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국내‧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한국미술 1900-2020』 발간은 국립현대미술관 내부 인력뿐 아니라 다수의 저명한 미술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미술 120년의 흐름과 시대별 대표작(가)들을 깊이 있게 조망해냈다는 점에서 한국미술연구사업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올해는 국문판을 먼저 선보인다. 한국 근‧현대미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보여주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를 포함한 각계의 한국미술 전문가 34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책은 '서화에서 미술로', '전쟁과 분단 시대의 미술', '근대화 시기 전통과 현대의 역학 관계', '민주화와 미술의 다원화', '글로벌리즘과 동시대 한국미술' 등 총 5부로 구성된다. 각 주제별 원고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순차적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편집됐으며 주요 작품 및 아카이브 자료를 포함한 400여 점의 원색 도판이 함께 수록된다. 더불어 한국미술사 연표를 수록하여 한국미술 120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 1부 '서화에서 미술로'는 19세기 말 개항에서 광복까지 20세기 전반을 다룬다. 사회문화적 격변기 속에서 한국 전통화단이 어떻게 근대로 편입되었는지를 살펴보며, '미술'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과 함께 전통화단의 변화, 미술제도의 재편, 그리고 대중매체의 발달이 가져온 새로운 시각문화 등을 다룬다. 2부 '전쟁과 분단 시대의 미술'은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의 변혁과 혼란의 시기에 한국미술이 변화를 겪고 자생성을 갖추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당시 북한미술의 흐름을 포함시킴으로써 일제 강점과 분단으로 인한 미술인들의 이산 또한 미술사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자 했다. 3부'근대화 시기 전통과 현대의 역학 관계'는 1950-70년대까지 전후 복구와 산업화 시기 한국 미술계의 재편과 함께 대두된 단색화 운동과 실험미술, 한국미술 작가의 해외 진출을 주요하게 소개한다. 4부'민주화와 미술의 다원화'는 1980년대 민주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삶과 시대를 반영한 미술에 집중한다. 민중미술운동을 비롯해 페미니즘 미술, 한국화, 공예, 디자인, 건축, 사진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한국미술의 새로운 확장성을 모색한다. 5부'글로벌리즘과 동시대 한국미술'에서는 1990년대 이후 세계화․전지구화의 영향으로 다변화된 21세기 한국미술의 지형과 현황을 살펴본다. ● 개론서 발간을 기념하는 포럼 『편집 후기: 한국미술 1900-2020』도 11월 말에 열린다. 편집위원과 필자들이 모여 한국미술사의 기술 방법과 주요 쟁점을 논의하는 행사다. 세부 일정은 추후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22년 상반기에는 영문판 『Korean Art 1900-2020』으로도 발간된다. 영문판은 해외 주요 미술기관 및 도서관에 배포되며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숍 '미술가게'(mmcashop.co.kr)를 통해 미주, 유럽, 아시아 등 해외 독자들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미술 1900-2020』 발간을 계기로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행본을 드디어 갖게 되었다"라며, "2022년 상반기 영문판이 발간되면 한국미술이 국제적으로 더욱 알려지고 연구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국립현대미술관

 

 차례총론: 한국미술의 역동성과 확장성 / 윤범모

 

1부: 서화에서 미술로
1부: 서화에서 미술로

1부: 서화에서 미술로- [들어가며] / 김인혜- 전통 화단의 변모 / 강민기- 신미술의 등장과 미술 제도의 재편 / 목수현- 대중과 만나 변혁을 꿈꾼 카프 미술운동 / 서유리- 모던아트의 수용과 유화의 토착화 / 김현숙- 사진과 인쇄 매체가 열어 준 새로운 시각문화 / 권행가

 

2부: 전쟁과 분단 시대의 미술
2부: 전쟁과 분단 시대의 미술

2부: 전쟁과 분단 시대의 미술- [들어가며] / 류지연- 변혁기 미술: 해방과 전쟁의 파고를 넘어 / 신수경- 사회주의리얼리즘과 주체미술: 북한미술의 형성 과정 1945–67 / 홍지석- 이산(離散)의 시대와 한인미술 / 박수진- 전후 현대미술가의 관심과 국전 / 조은정

 

3부: 근대화 시기 전통과 현대의 역학 관계
3부: 근대화 시기 전통과 현대의 역학 관계

3부: 근대화 시기 전통과 현대의 역학 관계- [들어가며] / 박영란-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와 국제교류 / 정무정- 판화, 회화의 확장과 시대정신의 표상 / 고충환- 1950-70년대 한국조각의 전개 양상 / 김이순- 실험미술: 탈장르 현상의 시작 / 조수진-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 동양화: 전통의 계승 혹은 전통과의 대결 / 김경연- 모노크롬 혹은 단색화, 한국적 전통을 결합한 현대적 추상의 구현 / 권영진

 

4부: 민주화와 미술의 다원화
4부: 민주화와 미술의 다원화

4부: 민주화와 미술의 다원화- [들어가며] / 강수정- 민중미술운동 / 김종길-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다성성 / 김현주- 20세기 후반의 한국화 / 송희경- 대형 이벤트와 한국적 디자인의 형성 / 최범- 1988년 이후 한국의 현대건축과 도시 / 정다영- 극복과 저항의 다층적 지형도: 모더니즘 이후의 1980년대 한국미술 / 임산- 현대사진의 전개, 매체적 실험과 시선의 다양성 / 송수정

 

5부: 글로벌리즘과 동시대 힌국미술

 

5부: 글로벌리즘과 동시대 힌국미술

5부: 글로벌리즘과 동시대 힌국미술- [들어가며] / 김경운- 한국 현대미술의 전 지구화와 비엔날레 시대 / 양은희- 1990년대 이후 한국미술과 공적인 삶 / 신정훈- 영상미술의 본격적인 전개: 한국 비디오아트, 1990년대 이후 / 배명지- 1990년 이후 한국미술의 개념적 전환 / 우정아- 예술 생산의 새로운 형태로서 컬렉티브 / 구정연- 매체의 확장과 접속: 글, 움직임, 소리 / 류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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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929j | 한국미술 1900-2020 / 저자_윤범모 외 28명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면 작가는 그 대가로 얼마를 받을까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뽑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그룹 '믹스라이스'의 양철모 작가가 던진 질문입니다. 5개월 동안 작품을 전시하는 대가로 미술관이 제시한 총액은 41,250원. 따라서 위 질문에 대한 답은 '하루 250원'입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금액이 나올 수 있을까요?

양철모 작가는 최근 미술관으로부터 전시 참여 제안을 받았습니다.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우리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대형 전시입니다. 작가는 당연히 전시 참여 대가가 얼마인지 물었습니다. 미술관 측은 이미 완성된 작품을 다시 출품하는 것이니 대가는 없다고 했답니다. 작가가 항의하자 이런 답변이 이메일로 왔다고 합니다.

"전시 전체 작가비는 5만 원 X 165일= 825만 원입니다. 참여작가 개별로 배분되는 지급비는 2백 명으로 나누었을 때 41,250원입니다."

얼핏 보면 작가 한 명이 하루에 4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시 전체에 책정된 비용이 825만 원이고, 참여하는 작가가 2백 명이니 한 명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4만 원이라는 얘기입니다. 하루가 아니라 전시기간 165일에 해당하는 금액인 것이죠. 4만 원을 165일로 나누면 하루 250원이 되는 겁니다. 양철모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 50주년 전시를 하면서 대가를 안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진 것인데, 돌아온 답변에 어이가 없어서 참여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전시 참여를 거절한 이후 미술관이 보내온 초청장을 들어 보이는 ‘믹스라이스’ 양철모 작가


양 작가가 거절한 전시는 현재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전시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은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어느 작가는 "작품 여러 점을 전시에 출품했지만, 대가가 얼마인지는 물어보지도 않았고 얼마를 준다고 알려주지도 않았다"면서 "그래도 얼마쯤은 주겠죠?"라고 기자에게 되물었습니다. 그래서 미술관이 다른 작가에게 안내한 금액이 하루 250원 수준이라고 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250원을 받느니 차라리 한 푼도 안 받고, 돈에 신경 안 쓰는 순수한 작가로 남는 게 낫겠다"고 말했습니다.

하루 250원은 어떻게 나온 금액일까?…"가이드라인일 뿐"

미술관이 작가에게 4만 원을 제시하며 언급한 계산법이 있습니다. 이 계산법은 미술관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것으로 올해 3월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를 고시하면서 안내한 내용입니다. 아래 사진이 당시 설명자료의 일부입니다.



문체부가 만든 ‘미술창작 대가기준(안)’. 제목 아래 ‘전시기관이 자체 기준으로 지급해도 관계없음’이라는 설명이 보인다.(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제공)



여기에 보이는 '작가비'라는 용어는 미술가가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한 작품이 아니라 기존의 작품을 출품했을 때 지급하는 비용으로 '작품 대여료'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비 산출산식'을 보면 1일 기준금액을 5만 원으로 하고 전시일수를 곱해 총액을 구한 다음, 이것을 참여한 작가의 수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참여 작가가 많든 적든 기준금액이 5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개관 50주년 전시처럼 작가 2백 명이 참여하는 대형 전시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명 안팎의 작가가 참여하는 통상적인 기획전이라고 해도 위에 나온 공식대로라면 작가 1명이 하루 만 원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문체부가 표준계약서 제도와 대가 기준을 만든 이유는 미술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그동안 많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작가도 "미술관이 전시 제안을 할 때는 기획 의도나 내용을 주로 논의하지, 대가가 얼마인지는 얘기하는 경우가 없어서 나도 묻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미술뿐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예술가의 비극적인 죽음이 알려지면서 문체부가 대책의 하나로 분야별 표준계약서와 적절한 대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한 겁니다.

이렇게 만든 공식에 따라 '하루 250원'이라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다고 문체부에 문의했습니다. 담당자는 "창작자들이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해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하면서 "저희들이 만든 기준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각 전시기관에서 자체 기준으로 지급해도 관계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술관 측은 250원에 항의하는 작가에게 "문체부에서 만든 기준이기 때문에 저희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최저임금'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 기준일 뿐 그보다 높은 금액을 줘도(?) 되지만, 현실에서는 '최고임금'이 돼버리는 상황과 같은 것이죠.

"최저 임금도 시간당 8,350원…시대착오적인 제도"

이 문제를 지적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국회 문체위)도 최저임금에 빗대 문체부를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은 "최저임금으로만 따져 봐도 시간당 노동력은 8,350원부터 시작한다"면서 "250원이라는 금액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도 모자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정감사를 통해 문체부에 해명을 요구하고 개선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양철모 작가는 "일정 금액을 작가별로 나누는 방식을 그대로 두려면 하한선이라도 정해서 말도 안 되는 금액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최근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미술관도 작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도우려는 분위기인데, 문체부의 기준이 도리어 이러한 흐름을 막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도 했습니다.

취재가 진행되자 미술관 측은 "올해 도입된 제도라서 이번 전시에 사실상 처음 적용하다 보니 계산식을 무리하게 적용한 것 같다"면서 "작가들과도 협의를 진행해 적절한 금액이 지급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적이 나오고 당사자들도 문제를 인정한 만큼 개선안도 곧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미술가들을 지원하겠다고 만든 제도가 도리어 작가에게 모욕감을 주고 전시를 포기하게 만드는 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도 안 될 것입니다.

[스크랩] 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사진부문 두 번째 사진가인 한정식선생의 ‘고요’전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6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4월14일 개막되어 8월6일 막을 내리는 전시인데, 4개월에 가까운 긴 전시라 미루다보면 놓치기 십상이다.

나 역시 첫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여 전시도 보고 취재를 했지만, 미루다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무더운 쪽방에서 멍 때리다, 우연히 눈에 띈 한정식선생의 사진집을 보고 화들짝 놀라버렸다.

“아이쿠! 전시 끝난 것 아이가?”싶었는데, 아직 10여일 남아 부랴부랴 서두르게 되었다.






한정식선생하면 사진가는 물론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이라면 다 아는 사진가라,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행여 모르는 간첩이라도 있을까하여 몇 자 적는다.

한 선생은 70년대 ‘나무’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의 ‘고요’ 연작에 이르기까지 오 십 여년을 사진의 추상성을 물고 늘어지신 분이다.

물론 초창기의 ‘북촌’이나 ‘흔적’등의 사실적인 기록 작업도 있으나 그건 선생이 가고자했던 명상의 세계를 향한 워밍업에 불과했다.

초창기에는 임응식선생이 주도한 생활주의 리얼리즘에 쏠려 다니기도 했지만, 마음은 콩밭에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선생은 사진가 이전에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자이고 이론가였기에, 한국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확장시켜야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으리라 판단된다. 그래서 뜬 구름 잡는 것 같아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던 순수사진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에 열거한 이유보다 작가의 인간적 심성이나 종교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선생의 이름자에도 고요할 정“靜”자가 들어 있지만, 가히 스님 못지않게 불가와의 인연도 깊다.

시적 감수성과 불가의 초월적인 명상세계가 합일하여 그만의 독창적인 사진세계를 이룩한 것이다.

이게 한국적 사진의 전형이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일세기 전에 한국을 방문한 베버신부가 우리나라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불렀겠는가.






오래전부터 미국의 형식주의 작가들인 ‘폴 스트렌드’, ‘아론 스시킨드’, ‘에드워드 웨스턴, ‘마이너 화이트’로 이어지는

추상사진의 계보가  이어져왔지만, 한정식 선생의 ‘고요’연작은 철학적인 작가의 사색이 집약된 형식주의라

가장 한국적이며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한정식선생의 작품세계는 무엇보다도 한국적 색깔을 찾아내어 한정식선생 고유의 시각언어로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사물이 부유하는 느낌을 일으키거나, 때로는 무에서 시작되어 무로 돌아간다는 무위의 사상을 일 깨우게도 했다.

생성이 소멸을 부르고, 소멸은 또 다시 생성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과정 속에 살아가는 자연의 엄정한 법칙을 말이다.

욕망으로 뒤 덮인 세상을 치유하려면 ‘고요’ 즉 적정 적멸로 치닫는 명상뿐일 게다.






작가가 ‘풍경’ 사진집에 적은 서문 한 자락에서 선생의 속내를 읽어 보자.

‘나는 대상을 한 번도 대상 자체의 실체로 파악해 본 적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나무는 대나무가 아니었고,

발은 발이 아니었고, 풍경은 풍경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물의 형상성이 아닌 묵언이며 진리라는 것이다.

또 ‘사진 산책’에서는 경주의 무덤을 두고 “스치던 바람결은 여기 묻힌 선인들의 숨결이 아닐까.

경주는 허무이자 초현실이다”고 적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은 1980년대부터 작업해 온 ‘나무’, ‘발’, ‘풍경론’을 비롯하여

‘고요’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작 100여점이 전시된다.

한국 고유의 미와 동양철학에 기인한 ‘한국적 형식주의 사진의 기틀을 다진 작품들이다.

선생께서 본 사물과 풍경들은 사진의 특성인 구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느낌만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난, 이렇게 느꼈다. “아! 이게 선(禪)의 경지로구나”

아무런 말이 없는 사물에게서 받는 깨달음은 마치 스님의 죽비로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시간도 빛도 소리도 멈춘 채 오로지 고요의 세계로 안내하는 한정식선생의 사진에서 진리를 깨우치고,

이 지긋지긋한 무더위를 말끔히 날리기 바란다.






그리고 같은 날 개막된 건축가 윤승중씨의 ’문장을 그리다‘전은 제5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데,
두 전시 모두 8월6일 막을 내린다. 관람료 2,000원으로 마음의 피서를 즐겨보자.


사진, 글 / 조문호


-아래 사진들은 4월14일 정오무렵 가진 기자회견장 모습이다-






















8월 6일까지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려


“내 사진은 고요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말처럼 사진가 한정식 선생의 ‘고요’는 그가 추구하는 사진 작업의 지향점이자 존재의 모든 것이다.

사물의 가려진 부분을 읽어내며, 사물 안의 본질을 찾아 시(詩)를 쓰는 과정이 그가 추구하는 사진작업이다.




▲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전시실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사진가 한정식 선생



그는 사물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기다리다, 소통이 빚어내는 언어를 통해 부처를 만난다.

그는 “내 모든 마음을 비우면 사물의 본질이 명료하게 보인다.


시를 통해 사진이라는 생경한 분야를 개척하다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작품으로 만들어졌고,

지금까지도 이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사물이 가진 미학을 추구해오며, 사물의 옷을 한 꺼풀씩 벗겨냈다.

그러다보니 완전한 무(無)의 경지에 달해, 그 안에서 부처를 만나게 된 것이다.



▲ 나무, 1980년대(2018),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제공-과천국립현대미술관)


어느 때가 사진을 찍는 ‘결정적인 순간’이냐는 물음에는 “사물과 작가 내면이 마주치며 존재의 리듬이 들리는 순간이

바로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했다.

사진이 시간과 빛의 예술임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그에게는 선(禪)이란 또 한 가지가 더 존재한다.

빛과 사물에 더해 선이 만들어내는 생경한 ‘시각적 의미’를 들려주는 작가의 글을 한번 읽어보라.



▲ 나무, 1980년대(2017),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제공-과천국립현대미술관)


“언어만이 아니라 어떠한 매체로도 표현 불가능한 시각적 체험은,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빛의 세계,

카메라와 사물이 빚어내는 시각적 ‘비가시체험(non-dejavue)’이라 할 일종의 육감적 체험을 뜻한다.

소위 ‘현대사진’으로의 길을 여기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내목표의 하나로, ‘시각적 의미’에 매달리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발, 1980년대(2017),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제공 -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이 전시를 기획한 국립현대미술관 장순강 큐레이터는 “한정식은 사진을 통한 추상이라는, 한국사진에서는 짧은 실험에 그친 영역을

40여년에 걸쳐 추구해왔고, 이는 한국사진의 다양성을 위한 참으로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주변을 제외한 사물 본래의 모습만 담아내,

마치 물이 융합하는 것처럼 무취무색으로 존재를 드러내며 보는 이에게 묵시적으로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그 고요한 적막은 생성과 소멸을 벗어나, 어떤 언어로도 이룰 수 없는 무(無)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 발, 1980년대(2018),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제공-과천국립현대미술관)


이것은 은유도 직유도 아니다. 사물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현실을 벗어난 궁극의 경지였다.

사르트르가 말한 ‘인생은 B와 D사이에 있다’는 명제처럼, 그 사이에는 사진의 알몸만이 오롯이 드러나 예술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서울대 사범대국어과를 졸업한 문학도였다.

청년시절엔 한국일보 신춘문예 가작으로 뽑힐 만큼 시인의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시인의 눈으로 사물과 세상을 봤기에, 사진도 마음이 사물에 닿는 순간 시(詩)를 쓰듯 사진으로 담아낸 것이다.



▲ 강원도 홍천, 2012(2017), 디지털 프린트  (사진제공-과전국립현대미술관)



그의 초창기 사진으로 ‘북촌’ 같은 특정 지역을 기록한 작업도 있었지만, 점점 나무와 사람의 발 등 서정적인 피사체를 대상으로 형상화 해왔다. 그 주변의 풍경과 교감하면서 사물의 본래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조형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하나의 예로 나무의 결에서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도 하고, 발의 부분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인체를 느끼게도 한다.

그처럼 모딜리아니의 여인의 모습은 형상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에 자유롭게 접근하기에 가능했다.



▲ 경기도 안성, 1985(2017), 젤라틴 실버 프린트 (사진제공-과천국립현대미술관)


작가는 영암월출산 도갑사에서 찍은 사진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그 사진을 찍게 된 것은 우연한 인연이었지만,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아닌가 생각한다.

보살이 그 방으로 안내했지만, 어쩌면 부처가 그 빈방으로 인도했을 것이라 했다.


당시 기와불사를 하던 도갑사에서 기와 한 개당 천원의 시주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주머니에 만원권 지폐뿐이라 거슬러 주겠거니 하며 건네줬는데,

보살이 활짝 웃으며 “웬 시주를 이렇게 많이 주세요?” 라며 웃어넘겨, 차마 거슬러 달라는 소리를 못해 물러났다고 한다.

절 경내를 돌아 본 후 일주문을 나서다 기와 불사를 했던 보살을 다시 만난 것이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점심공양이라도 하시라며 안내한 곳이 그 방이었다고 한다.



▲ 전라남도 영암 월출산 도갑사, 1986(2017), 디지털 프린트


빈방에는 밥상으로 쓰는 탁자 하나가 그를 기다리듯 반겼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전등불 하나가 밝혀 주는 소박하고 정갈한 방이었는데,

그 방으로 들어 간 순간이 바로 부처와 만나는 찰나였다.

그 방에 부처가 앉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 경기 가평, 2001(2017), 디지털 프린트 (사진제공-과전국립현대미술관)



사진도 하나의 말이라는 작가는 월출산 도갑사 빈방의 경험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우연한 인연으로 사물과 만나, 사물의 계시를 기다리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바로 ‘결정적 순간’이라는 작가는

‘앙리 까르띠에-브레송’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라고도 했다.


전시장에는 사물의 형태가 지니는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한 초창기 사진이었던 ‘나무’와 ‘발’ 그리고 ‘풍경’이

차례대로 전시되어 평생 화두로 잡고 있는 ‘고요’에 의미를 더해 주었다.



▲ 충청북도 단양, 1998(2017), 디지털 프린트 (사진제공-과천국립현대미술관)


추측컨대, 작가의 전생은 시인도 사진가도 아닌 스님이 아닌가도 생각된다. 그러한 작가의 불심이 ‘고요’의 중요한 요체로 작용되었으리라.

말 걸어오는 생명체인 무(無)를 통해 그만의 부처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아카이브 공간에서는 사진을 전공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한정식의 ‘사진예술개론’을 비롯한 이론서적과

서울을 찍은‘북촌’등 그동안 발행된 선생의 사진집들이 전시되어 한정식선생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 아카이브에 사진을 전공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한정식의‘사진예술개론’을 비롯한 이론서적과

서울을 찍은‘북촌’등 그동안 발행된 선생의 사진집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두 번째 사진 전시로 추진된 한국 추상 사진의 선구자 한정식선생의

전시는 오는 8월6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198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보여주는 작품 99점이 전시되어 작가의 사진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188-6000)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기자]




 

반 고흐 작 〈별이 빛나는 밤〉 1889년작. 캔버스에 유채.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이 작품은 1941년에 릴리 블리스에 의해 유증되었다. 미술관 상당수의 유명작품들이 기증으로 소장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정형민 전 관장이 지난해 10월 직원 부당 채용 혐의로 직위 해제된 뒤 10개월째 관장 공석 상태다. 연초부터 진행한 새 관장 선임 절차가 지난 6월 ‘적격자 없음’으로 무산되면서 최종 후보와 인사권자인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에 원색적인 비난전이 벌어지는 등 논란이 일었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방안은 없는가. 최병식 경희대 교수가 ‘공공미술관의 위기, 그 대안은 없는가?’라는 타이틀로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공공미술관의 개선안을 긴급 진단하는 글을 싣는다.


미술관의 역사는 기부와 함께 시작되었다

세기의 미녀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2011년 3월 79세로 세상을 떠나자 그가 남긴 약 6726억원 2만 달러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다음날 새벽 런던의 한 미술관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고, 유산 중 일부라도 기부를 받기위한 다양한 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예이지만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대표 한 분이 워싱턴 스미스소니언과의 인연으로 기부금을 냈더니 하원의장이 나와서 정중히 악수를 하고 예우를 갖추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였다.



*기부에 운명을 걸다

‘미술관의 역사는 기부와 함께 시작되었다’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설립부터 유수한 미술관들이 기증과 기부로 시작된 것은 대부분이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금 분명한 것은 운영의 승부 역시 키는 ‘기부’에 달려있다. ‘기부의 생활화’를 주창하는 외국 미술관들의 현장은 뮤지엄을 가본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별 희한한 아이디어를 동원한 기부함들이 코너마다 설치되었으며, 3달러나 파운드 정도의 작은 액수를 유도하여 관람객의 도움을 청한다. 기부함 디자인도 다양하여 동전을 집어넣으면 음악소리가 나거나 다양한 장식물을 거쳐 바닥에 떨어지게 함으로써 흥미를 돋운다. 특히나 ‘문화민주주의’를 내걸고 20여개 국립관이 무료로 개방하는 영국의 경우는 더욱 이러한 소액 기부가 활성화 되어있다.

이러한 소액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작품 기증은 재산기증과 함께 미술관 수입의 가장 많은 액수를 차지한다.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의 명품 소장품 중 약 반 이상이 기증품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르세미술관 소장 밀레의 〈만종〉도 그렇지만, 반 고흐만 해도 애넌버그 파운데이션이 메트로폴리탄에 기증한 〈삼나무가 있는 밀밭〉, 릴리 블리스의 유증으로 모마에 기증된 〈별이 빛나는 밤〉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작들이 즐비하다.

기증, 기부자들에 대한 예우 또한 소홀하지 않다. 한 계단 오를 때 마다 기부자의 이름을 볼 수 있도록 명패를 부착한 워싱턴의 국립여성미술관도 그렇지만, 전시장마다 기부자의 이름을 새기고, LA카운티미술관처럼 건물 입구에 후원자 명단을 비석으로 세운 예도 많다. 고액기부자들은 이사회의 멤버가 되고, 중요한 의사를 결정하는데 의결권을 갖게 되며, 조언과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부자들은 다른 어떤 일 보다도 미술관에 기부한 것을 가문대대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테이트 모던 옥상 층에는 기부자들만 갈 수 있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 후원자들은 자신의 생일파티나 기업의 창립기념 파티를 전시장에서 개최할 수 있는 특권을 갖는 예도 많다. 신소장품을 가장 먼저 감상할 수 있으며, 테이트 브리튼의 새클러 옥타곤(Sackler Octagon)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컬렉션 혹은 특별 전시 중 하나를 비공식적인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350명의 리셉션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저녁 식사는 120명까지 가능하다.

이미 선진국의 많은 미술관들은 기부, 기증, 후원에 운명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극적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기부금에 따라 5개 그룹의 젊은 컬렉터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후원하기 위한 것이다. 매년 회원들의 지원금 중 일부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영구 컬렉션으로 구매한다. 후원회에서는 역시 5단계의 금액차등이 있고 공지내용에 아예 세금공제금액을 명시한다. 예를 들면 힐라 리베이 후원자 그룹은 가입비 5,000 달러에 세금 공제는 4,311 달러를 한다는 식이며 미술관에서 보답하는 혜택은 13가지 정도를 나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적인 미술관이 탄생하는 데는 국가예산이 투입된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상당부분이 기증과 기부로 이루어졌으며, 현재 운영체계도 마찬가지이다. 메트로폴리탄은 2014년도 수입 한화 약 2885억원에서 기부금과 멤버십이 44%인 반면, 뉴욕시의 지원은 10%에 그친다. 스미스소니언 역시 1조 3520억원 규모의 2013년 예산에서 기부가 15.84%를 차지할 정도이다.



*초보적인 기부문화, 한국

한국의 미술관의 현실을 진단해보자. 국립현대미술관은 2015년 예산 약 484억원이 국고로 투입되지만 자립도는 여전히 한자리수이다. 전국의 공립, 대학미술관에서도 기증, 기부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적극적인 노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뿐만이 아니라 미술 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전시소식을 받아보는데 매우 제한적이다. 아트숍은 아직도 매력있는 상품을 진열대에 올리는데 초보적인 수준이며, 멤버십은 미약하다. 직원들 중 마케팅이나 기부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거의 없고 홈페이지에는 아예 기부, 후원에 대한 언급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최근 긍정적인 사례가 몇 가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들어 기증, 기부가 증가하여 현대자동차, 현대카드, SBS문화재단 등에서 총 20여 억원 정도를 후원으로 유도한 실적이다. 그 중 현대차는 2013년부터 120억을 10년간에 걸쳐 후원함으로써 한국 미술관 역사상 가장 큰 대형기부의 사례를 남겼다.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에서는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소들과 후원협약을 맺고, 매년 1회씩 로비와 야외 공간을 제공하면서 국내외 학회를 개최할 때 파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아트숍 할인 등으로 200만원을 책정하여 받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역시 후원회를 조직하여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기부자의 명단이 없고, 세금혜택을 상세하게 안내하는 자료가 없다.

대부분의 미술관에도 기부함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기부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며, ‘국립박물관들은 무료인데 왜 유료로 입장해야 되는가?’하고 강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현실 자체가 ‘기부문화’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매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얼마만큼 노력을 하고 준비를 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더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미술관이 비영리 기구 문화기반시설로서 문화 복지로 이어지는 정신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본기능에 대한 적극적 홍보가 요구된다. 고액기부가 어렵다고 한다면 1천원부터 시작하는 소액기부를 통해 인식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기부의 대상기관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시급하며, 고액기부자에 대한 지혜로운 예우가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공공미술관 전시실에는 개인의 이름이 명시된 곳이 한 곳도 없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전시실이나 건물까지도 개인의 이름을 명시할 필요가 있으며, 후원회 정도가 아니라 이사회를 조직하여 기부자 중 역량 있는 분들을 이사로 초빙하고 과감히 세금혜택을 확대하는 등 전폭적인 예우를 준비해야 한다.



*투명한 공개와 연대감 형성

기증이나 기부의 조건은 무엇보다 대의와 소명을 우선해야만 가능하다. 그만큼 자선의식이 고양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술관의 질적 수준과 진정성은 가장 중요한 요건이지만 여기에 공공성, 투명한 운영체계, 연대감, 신뢰도 역시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미술관들이 왜 1년간의 모든 사업을 정리하여 100페이지가 넘는 ‘연간보고서’를 발행하는지 바로 그 연유가 여기에 있다.

보고서 내용 중에는 연간 예산, 수입과 지출 세부내용, 전시, 교육, 주요 사업 소개와 성과, 관람객 통계, 기증기부자의 모든 명단, 액수, 후원회 종류와 등급별 안내 등을 망라한다. 자신이 마치 미술관의 주주처럼 착각하도록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미술관의 ‘연간보고서’는 찾을 수 없으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만 2년이 지난 2013년도 자료가 게재되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실정이니 연간 예산과 사업, 전시, 소장품의 내역 등이 베일에 가려지게 되고 정보공개를 통해 신청해야만 어렵게 가능하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제로라면, 기부는 거리가 멀고, 연대감과 신뢰는 없다.



연대감은 세계적인 연예인들의 뮤지엄 기부에서도 잘 나타난다. 2009년에 세상을 떠난 마이클 잭슨은 디트로이트의 아주 작은 음악전문 사립 모타운 뮤지엄에 12만5,000달러를 기부하였다. 이 뮤지엄은 스티비 원더를 비롯한 많은 음악인들의 자료를 모아 놓은 곳이다. 최근 네바다 사막의 자연 변화를 담은 거대한 영상설치작품인 존 게라드 작 ‘솔라 리저브’는 환경재단을 직접 운영해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기증에 의하여 LA카운티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었다.

의미를 모를 지드래곤을 주제로 한 서울시립미술관의 ‘피스마이너스원’의 전시가 1만3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국민일보] 최병식(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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