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30일 인사동에 나갈 일이 생겼다.

 

전시일정을 소개한 소식지 한 권 얻으러 갔더니, 비가 내렸다.

젖지 않을 정도라, 비를 맞으며 인사동 길을 걸었는데,

왜 비만 오면 술 생각부터 나는지 모르겠다.

비 소리조차 부슬부슬이 아니라 부술부술 내리는 것 같다.

 

마실 나온 젊은이들의 총총거리는 발걸음 속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눈길이 마주치자 “어~ 형!‘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한다.

마주친 고 헌은 한 때 가로등 찍는 사진가로 활동 했지만, 체질이 백수다.

지독한 애주가로 한 잔 들어가면 기타 연주하는 폼의 애드립 바로 들어간다.

 

형!이라고 부르고는 말을 못 잇는 간절함은 바로 술이다.

한 잔 하고 싶지만, 둘 다 개털이니 가자는 이야기를 못 꺼내는 것이다.

마트에서 소주 한 병 사서 한 컵씩 나누어 마시면 좋으련만,

차를 골목에 주차시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아쉬운 듯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워 보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버스킹 하는 우크라이나인의 비올라 소리가 감싼다.

열렬히 키스해 달라는 달콤한 멜로디가 장송곡처럼 들린다.

 

베사메 무초~

 

글, 사진 / 조문호

 


화가 황재형씨가 자본 권력의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성토하고 있다.



예술의 생산자인 작가가 돈이 없어 미술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생겨, 가난한 작가들을 더 슬프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배제된 미술관이 무슨 필요가 있는지의 논란에, 미술관입장을 자유롭게 해야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해석된 풍경’ 작가와의 만남에서 일어난 이 소란은 작가의 전시 관람을 막아 빚어졌다.
화가라면 다 알만한 중견작가가 전시장에 입장하려는데, 입장권이 없어 안 된다며 막은 것이 불씨가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화가 황재형씨가,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할 수 없다며 노발대발해 한동안 미술관 측의 성토장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억눌려 온 자본권력에 대한 성토나 마찬가지였다.



작가 황재형



가난한 작가가 친구 전시 보는데 돈이 없어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

그 날은 황재형씨 덕분에 화가들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모든 미술관들이 상시 적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화가 박불똥씨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씨의 총괄기획 아래 진행된 ‘해석된 풍경’은 80년대 이래 한국의 자연과 사회, 인간의 모습을

독자적으로 생산한 작품을 내 걸어, 시대를 재조명하려는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실체였다.



황재형작


참여작가로는 강요배, 금민정, 김성룡, 김정헌, 김준권, 김지원, 박불똥, 박생광, 손상기, 손장섭, 송 창, 신학철, 안성석, 안창홍,

오원배, 유근택, 이명복, 이세현, 이제훈, 이종구, 임옥상, 임흥순, 장종완, 조혜진, 홍선웅, 황용엽, 황재형씨등 스물일곱명이었다.



사회를 보는 미술평론가 윤범모씨


지난 16일 오후2시부터 열린 마지막 작가와의 대화에는 윤범모교수의 사회로

이종구, 황재형, 박불똥씨가 차례대로 나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종구작



쌀포대 작가로 잘 알려진 이종구씨가 제일 먼저 농민들의 애환이 담긴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품을 설명했다.

황재형, 이종구씨 모두가 아버지를 반복해 그린 공통점이 있었고, 초지일관 농부와 광부를 붙들고 작업하는 것도 똑 같았다.

한 때 일산에서 살았던 박불똥씨는 신도시 건설 과정에서 벌어졌던, 주민들과 함께 싸운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작가 이종구



작가와의 대화라기 보다 작가가 작품들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주인공으로 나온 작가 외에도 장경호, 박 건, 윤병갑, 고 헌씨 등 많은 작가들이 자리를 채웠다.



좌로부터 화가 이종구씨와 박건씨



이 '해석된 풍경'전은 그 이튿날인 17일에 막을 내렸다. '성곡미술관'이란 이름과 함께... 

이 미술관이 자그만치 800억원의 매물로 나왔다는데, 무엇이 들어설까?

더 이상 자본권력이 예술가를 갖고 노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진, 글 / 조문호




박불똥작







































지난 18일, 마산의 이강용씨가 서울에 왔다는 전갈이 왔다.
하던 일을 접어두고 나간 인사동은 지난 15일처럼 여전히 흐렸다.

약속장소 인 ‘허리우드’에는 미술평론가 유근오씨와 사진가 고헌씨가 함께 있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아내 이야기에 모두들 걱정했지만,
그 날의 화두는 사진을 찍고 시간을 지우는 다큐멘터리 이야기였다.

이젠 시간 지우는 일보다 인생 지우는 일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가끔 눈발까지 휘날려 술 생각이 간절했으나, 참아야 했다.

 

사진,글 / 조문호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열리는 김용문씨 막사발전을 다시 찾았다.
첫 날은 사진 찍느라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했던 탓이다.
전시장 입구에는 임헌갑, 고 헌, 노광래, 편근희씨가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었고,
김용문씨는 ‘통인가게’의 이계선 대표와 작품을 고르고 있었다.
엄선한 작품들을 도자전문갤러리인 '통인가게'에서 재 전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약 100여점을 골라 놓고 이대표가 말했다.

“김용문씨 작품이 예전에는 날아갈 듯 거칠었는데, 지금은 새색시처럼 얌전하네요.”

새겨들을 만한 의미 있는 말이었다.

작품성보다는 결국 구입하는 주부들의 취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같았다.

전시 뒤풀이에서 했던 김용문씨의 말이 생각났다.
"막사발이라니까 사람들이 천한 그릇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다"고 투덜댔다.
국어사전에도 막사발을 “품질이 나쁜 그릇”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 것 부터 바꾸어야 한다.
우리의 막사발이 일본에서 최고의 찻사발로 떠받들어 진지가 400여년이 넘었다.
옛날 한국적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불리는 달항아리가 관요에서 만들어졌다면

막사발은 지방의 민간가마에서 구웠다는 점이 다른데, 오히려 서민적이라 더 좋지 않은가?

전문가도 아니면서 막말하는지 모르겠으나, 막사발은 소박함을  최고의 가치로 친다.
지금 한 말처럼 막자에 대한 의미도 한 번 새겨보자. 막말은 규제없이 자유롭게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귀하게 모셔지는 그릇보다 편하게 막 쓸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요즘 뜨는 막춤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순서에 따른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추니 더 창의적이다.
이것이 우리의 소울이었다.
그 날 술김에 막SS까지 진전되었으나 생략하자.

막사발 전시장에서 나와 모두들 ‘부산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늦게 장경호씨와 전활철씨도 등장했으나, 그 자리에서의 스타는 단연 고 헌씨였다.

"유~ 엔 나씽 모로 하운 독"
그 특유의 한 구절 노래와 엉덩이를 돌려대는 디스코 춤이 끊이질 않았다.
쌍팔년도 시절의 누나들과 놀았던 이야기에 배꼽을 잡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말이 명언이었다.
“비밀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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