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노위, 반빈곤 단체 등,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들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사회보장을 촉구하는 합동 추모제가 열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은 17일 경기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서 추모 의식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는 2017년부터 매년 이날 열리고 있다. 빈곤 운동 단체 등은 홀로 죽음을 맞고 장례를 치러줄 이마저 없는 무연고 사망을 단지 연고자가 없는 죽음이 아닌 빈곤으로 인한 인권 문제로 본다.

이들은 특히 추모제가 열린 서울시립승화원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이 일반 봉안시설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유골함을 일시 보관하는 창고 역할에 그치고, 상시가 아닌 추모제 날 하루만 개방되는 등 진정한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추모객들은 이 창고에 갇힌 죽음에 대해 “불평등하게 살다, 죽어서도 존엄은 없다”면서 “이들은 잊진 존재가 아닌 기억돼야 할 존재이며, 누구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아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1025명에서 2021년 3488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만 906명에 달한다.

 

(오른쪽) 지몽 스님 등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기도법회를 하고 있는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 ⓒ김수나 기자

이날 지몽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살아서 고독하고 가난했던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장사법 일부 개정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의 길이 열렸지만 갈 길이 멀다. 하루빨리 무연고자 장례에 관련된 미비점과 현장 실태를 파악해 존엄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행정실무 담당자는 물론 국민 모두 무연고자 공영장례에 대한 온정주의와 시혜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현재 1인 가구 및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고 있어, 가난과 관계 단절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몽 스님은 “차갑고 창고 같은 건물 속에 있는 유골을 외면하지 말고, 서울시와 서울시장은 유골 보관 창고가 아닌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애도 받고 애도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존엄하게 이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로서 공영장례가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광헌 부위원장(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은 “이 건물을 봐라, 여기가 추모하는 공간인가. 내가 죽어도 (추모의 집에 봉안된)이천 명 중 한 명, 누가 나를 기억할까”라며 “간판이 없어 찾아오기도 어렵고, 여기가 어디인지 몇 번이나 왔지만 놀랐다. 기억도 안 하고 추억도 없는데,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행복하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자동, 양동 쪽방촌 등지에서 온 이웃들이 참배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지난 6월 22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개정 법률(약칭: 장사법)에 따르면, 시장 등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존엄하고 표준화된 장례 절차를 제공하기 위해 장례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지원 기관으로 장사지원센터를 두도록 했다. 현재 장례 절차 지원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위탁했으나 예산과 인력, 기능과 역할 등과 관련한 구체적 과제들이 남은 상태다.

특히 이 지원센터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단순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충분한 추모와 애도가 이뤄지는 과정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문을 내고 “고인들의 마지막을 추모하는 것에 그칠 수 없다. 빈곤을 만드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추모만으로 어떠한 사회적 변화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36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연고자가 있지만 병원비, 장례비 등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사망자가 된 이들은 2500여 명에 달한다. 실제로 연고가 전혀 없는 사망자는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3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이들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원인을 연고 유무가 아닌 빈곤으로 보는 까닭이다.

 

스님들과 참배객들이 위패를 모시고 봉안시설 안에서 추모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들은 또 “누군가의 애도를 위한 상징적 장소는 물론, 추모의 집에 봉안된 이들을 상시 추모할 수도 없다”면서 “서울시는 유골 반환이 있을 때를 빼고 추모의 집을 상시 폐쇄하고 있다. 기억과 추모를 금지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의 집 안에 설치된 선반에는 공간 구분도 없이, 빼곡히 유골함이 놓여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유골을 보관하기에 최적화된 곳일 뿐”이라며 “외부에는 이곳이 추모의 집이라 알 수 있는 안내판이나 현판도 없고 봉안된 고인을 확인할 수도 없다. 서울시는 추모의 집다운 공간으로 시설을 확충,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법 제도의 미비점도 지적됐다. 지자체에 공영장례 도입이 늘고 있고, 사망자의 생전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연고자가 아니어도 연고자 지정 및 장례 주관을 할 수 있도록 무연고 사망자 장례 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의료법 등 관련법은 개정되지 않거나 예산 문제 등으로 실행되기 어렵다면서 법,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경우의 사망을 포함하지만, 장사법에 따르면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경우의 무연고 사망자는 추모의 집에 봉안하지 않는다.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 표지판이나 안내문 등이 전혀 없는 창고처럼 생긴 건물로 일반인은 봉안시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김수나 기자

이날 합동추모제가 열린 서울시립승화원의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는 현재 유골 약 3000위가 봉안돼 있다. 이 유골은 장사법 시행령에 따라 최장 5년 동안 봉안되는데 이 기간 연고자가 나타나면 반환되고 나타나지 않으면 장사시설 내 화장한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시설에 뿌려지거나 자연장한다. 애초 봉안 기간은 10년이었으나 2020년 개정돼 5년으로 줄었다.

‘공영장례’란 법정 공영장례 지원 대상자가 숨질 경우, 법정 장례비 및 지자체 조례가 정하는 내용에 따라 장례 절차가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공공장례를 말한다.

이날 합동 추모제는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나눔과나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화우공익재단이 주관했다.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가 물러가니, 연이어 추위가 찾아왔다.

쪽방은 더위보다 추위가 지내기 쉽지만, 노숙인의 겨울은 죽음의 골짜기다.

노숙인을 위해 안 입는 내복을 얻으러 쪽방 몇 곳을 찾아다녔다.

대부분 단벌이라 여분이 없었고, 정씨는 일찍부터 잠들어 있었다.

박희봉씨 방문을 열어보니, 그는 짐 속에 파묻혀 웃고 있었다.

 

방세가 20만원이라 다른 곳보다 싸기는 하지만, 한 평도 채 되지 않았다.

창문도 없는데다, 사방이 짐으로 둘러쌓여 들어가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방문을 열어놓고 밖에 걸터앉으려니, 방으로 들어오라며 손을 내 저었다.

사람이 지나가는 좁은 통로라, 길을 막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좁은 공간에 끼여 앉아 커피한 잔 얻어 마시며, 내복 이야기를 꺼냈다.

안 입는 내복은 있으나 산더미처럼 쌓인 짐을 다 들어내야 해, 이사가기 전에는 손도 대지 못한단다,

많은 짐을 끌어 내리면 다시 쌓아 올릴 수가 없다기에 할 말을 잃었다.

얼마나 공간이 협소했으면, 티브이와 선풍기도 손바닥만 한 것을 사용했다.

 

박희봉(69세)씨는 밀양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객지를 떠돌았다고 한다.

혈육이라고는 형님 한 분 계셨으나 어린 시절 헤어져 지금은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생이란 고생은 찾아 다니며 하다, 20년 전에야 동자동에 안착했다.

그동안 모은 짐이 쪽방을 가득 채웠으나,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만약 쌓아놓은 짐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큰일 날 것 같았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술은 끊었다지만, 담배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단다.

담배연기 빠질 곳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유일한 낙이 담배라며 담배부터 꺼내 문다.

살아 온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악몽의 세월은 돌아보기도 싫단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이다.

 

쪽방이 공공 개발되면 방 같은 방에서 한 번 살아 볼 꿈에 부풀었지만,

죽기 전에 이룰 수 없는 진짜 꿈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며 한숨을 내 쉰다.

동자동 공영개발이 민영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오늘의 현실은

동자동 빈민들에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집에서 가져 온 내의 한벌을 챙겨 서울역광장으로 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서울역광장에 노숙인이라고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노숙인 응급 잠자리를 운영하는 지하공간은 공사 중이었고,

노숙인이 머물 수 있는 지하도에만 30여명이 몰려 있었다.

 

내의가 한 벌 뿐이라 잠든 노숙인 머리맡에 슬쩍 내려놓고,

오는 길에  ‘실버넷뉴스’ 운현선 시민기자를 만났다.

나를 만나러 서울역에 왔다는데, 평소 전화를 받지 않아 어렵사리 만난  것이다.

작년 홈리스 추모제에서부터 ‘노숙인 길에서 살다’ 현수막 전시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취재해 갔으나,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야 한단다.   

 

여지 것 신문이나 방송기자들의 인터뷰는 극구 사양했지만, 운현선씨만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동안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과 나의 ‘인사동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공조했기 때문이다.

별 영향력 없는 매체라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마음에 걸리는 일은 틀림없었다.

 

마침 서울시에서 실시한 ‘약자와의 동행’ 식권사업에 대해 물어 흔쾌히 답해 주었다.

독거노인에게 절실한 사안이라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국토부'는 빈민들의 마지막 희망인 동자동 공영개발을 하루속히 추진하고,

'복지부'는 독거노인에게 하루 한 끼의 식권을 제공하라.

그리고 차디 찬 거리에 방치된 노숙인의 안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

약자들의 재난은 정부에서 책임져야 할 것 아닌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최인숙 <2022최가(崔家)의 만찬&nbsp; #1 >

여성사진가 43명이 참여한 '2022여성사진페스티벌 '명랑 주파수'전이 오는 26일부터 11월1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열린다.

 

한국여성사진가협회가 개최한 이 전시는 세대 개념과 이를 반영하는 세태에 주목한다. 주제전 '세대 감각'은 가족의 신화와 시간, 사회적 풍경과 장소, 내밀한 사연과 감각, 사물에서 오브제 등 4개 섹션으로 전시된다.

 

40년 넘게 살아온 부부의 초상을 내놓은 이춘희 작품을 비롯하여 '마지막 만찬'을 차용하여 가족을 찍은 최인숙의 '2022최가의 만찬', SNS세대의 여행 문화를 보여주는 이경희의 포토존 풍경,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정물화 형식으로 보여주는 변현진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주제전인 '발언하는 신체'에서는 작가 본인의 신체를 시각적 발언 매개로 작업한 류엘리, 이영, 심선아 등 초대작가 10명의 작품도 전시된다. 특별전에서는 세대별 문화 특성과 세대 간 관계를 주목해 개인사와 시대사를 엮는 관점을 담은 초대 작가 7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곽은진 <꿈은 현실이 된다 #7>

총괄 기획 / 글 : 임안나

 

세대(generation) 개념은 혈연과 가부장적 수직관계에서 사회변화를 경험하며 달라지는 사람들의 의식구조, 행동 양식, 소비문화에 따른 특성 구분으로 변화되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 미디어 환경, 사회문화 등 효율적 사회라는 환상으로 개인과 소수의 존재와 고유함을 지나치려 한다. 특히 팬데믹 상황은 개인과 공동체 일상에 혼돈을 가져왔고, 더욱 강력해지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모든 세대의 가치관, 일상생활, 경제활동, 상생 방법 등에 예측할 수 없었던 질문을 가져왔다. 이와 관련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여러 개인을 한정적 프레이밍에 가둬 수동적 위치에 머물게 하고, 서로의 소외를 유도하는 일련의 구분법과 명명 언어에 관한 의심과 재고의 실천일 것이다.

 

제 3회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은 “나는 어떤 세대인가, 너와 나를 가르는 세대관은 무엇인가? 상생을 위해 나눠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의 화두와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지혜, 소통과 협력, 인간에 내재한 수평과 통섭 관계를 지향하는 모두에게 내재한 여성성이 가진 분명한 본령을 실천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참여하는 본 전시는 세대 간 가치관과 행동 양식의 충돌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소통방식은 무엇인지, 개인적 경험들이 관계적, 사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소통되어야 하는지, 또 이를 회복시키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작가 고유의 사진 언어로 전할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은 진정한 소통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작가의 성찰 모습이자 다양한 세대의 여성 작가들이 전하는 현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명랑 주파수> 주제전 1에서는 세대 감각에 관한 사적, 공적 사유와 정서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한 KOWPA 회원 작가 23명이 참여하고, 주제전 2 에서는, 작가 본인의 신체나 사물을 은유와 표상의 오브제로 가져와 시각적 발언 매개로 작업한 초대 작가 10명이 참여한다. 그리고 특별전에서는 세대별 문화 양태와 세대 간 관계를 주목하여 개인사와 시대사를 관통하는 시각적 내러티브로 구성한 초대 작가 7명이 참여한다.

 

장연호 <엄마> 단채널 비디오

최인숙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장과의 대화.

 

한국여성사진가협회는 올해로 24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2018년 통通하는 여자 이후 4년 만의 여성사진페스티벌 개최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같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전방위적으로 사회활동이 위축되면서 사진 예술가들의 활동 또한 매우 정체된 기간을 보냈습니다. 힘들고 길었던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던진 많은 메시지들을 작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꼈는지 각자의 이야기들이 많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개인으로서의 삶의 방식과 작가로서의 삶의 방식의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가 작가들 스스로에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되돌아보는 또 다른 의미의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회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4년 만에 개최하는 올해의 여성사진페스티벌은 긴 터널을 지난 후 마주하는 낯선 풍경을 보며 느끼는 흥분과 설렘, 못다한 이야기들, 새로운 이야기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이 대화에 동참해주시어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주시길 희망합니다.

 

최순옥 <Talk (ing to) #402>

한국여성사진가협회는 고정화된 젠더 관념에 질문을 던지고, 사진예술을 통한 여성문화의 다양한 담론과 함께 여성성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은 무엇에 방점을 두고 기획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에서 여성이면서 작가인 42인은 여성 고유의 경험체계와 상상력이 결합되어 가부장중심의 지배적 상징언어와는 다른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여성적으로 글쓰기, 여성적으로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통념과 관습의 폭력성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몸짓에서부터 가부장적 전통과 체제로 인한 구조적 모순성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저항하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여성적으로 사진하기’의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사진가협회는 이러한 여성작가들의 말하기가 가능하도록 지난 24년간 꾸준히 기획전을 열며 작가들의 일상과 현실을 여성적 시각에서 고민하고 저항하며, 극복하고 제시하도록 장을 열어주는 곳입니다. 여와 남, 자연과 문명이 상생하는 미래를 위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포용하고 조화하는 여성성, 이를 위해 자신과 주변을 늘 연결하고 관계 맺으며 새로움을 창조하는 여성성이라 여깁니다. 여성성의 재발견과 새로운 회복을 통해 현대사회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의 사회보다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것을 그 취지로 하여 기획되었습니다.

 

공명 <각방 #2>

다큐멘터리 사진과 연출 사진에 구분을 두지 않은 다양한 사진작품을 감상할  있는데요.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에서 눈여겨봐야 할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42인의 여성 작가들은 세대, 가족, 종교, 사회, 문화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분열된 자아, 불통과 갈등, 억압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또 이를 회복시키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를 작가 고유의 사진 언어로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개인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개성,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다름, 차이들이 서로 교차하며 공존하고 있습니다. 전시타이틀인 ‘명랑주파수’는 개인과 개인간, 개인과 사회간의 서로의 다른 주파수를 감지하고 연결하고 소통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만들어보고자 정한 타이틀입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작가들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작가의 성찰의 모습이며 작가가 전하는 현실의 모습이라는 측면에서 곧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과의 공통점과 연관성을 찾아보고 단순한 작품감상을 넘어 그 의미를 함께 공유하고 교감하며 더 깊이 있고 새로운 해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 중 열리는 초청특강 ‘예술에서의 젠더적 시각’(강사 정필주.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사, 예술사회학, 11월30일 오후3시)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하시어 함께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우영 <Dorcas Fashion>

한국여성사진가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현재 기획된 전시나 행사가 있는지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궁금합니다.

 

올 11월7일부터 내년 1월16일까지 여성사진가협회는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통한 예술전문 치료과정을 지도할 수 있도록 사진치유 지도자 양성 워크숍을 엽니다. 미술치료과정의 기본수업에 사진을 활용, 예술을 통한 진단기법과 내면 치유를 위한 정신 병리학 등 표현심리 치료를 위한 실기와 다양한 이론 교육에 기존의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여성사진가협회만의 특별과정을 추가하여 구성한 전문가 양성 워크숍입니다.(자세한 일정은 협회 홈페이지 참조) 또한 내년은 한국여성사진가협회가 창립 2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창립해인 1998년과 비교하여 눈에 띄게 바뀐 사진계의 다양한 흐름과 지형도, 여성사진가들의 활약과 한계 등 나누어야 할 많은 주제들이 함께하는 학술 세미나를 현재 기획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전시와 출판도 현재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곧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전문과 더많은 사진작품은 <월간사진> 10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윤정미 <반려동물-세희와 도희>

 

 

 

집 부자’ 상위 100명이 가진 집 2만 채
쪽방, 반지하 등 주거취약계층은 200만 명
심각한 빈곤 상황… 빈민 300명 서울 도심 집결
“불평등 구조 끝장내야 빈곤 철폐 가능”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빈곤 철폐’라고 적힌 빨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현재 한국의 빈곤을 수치로 나타내면 이렇다. 소득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46%를 가졌다. 빈곤율은 전체 인구의 16%, 노인 인구의 40%로 매우 높다. 쪽방·비닐하우스·지하·옥탑 등 열악한 환경에 사는 사람은 200만 가구다. 반면, 집 부자 상위 100명은 1인당 평균 207채의 집을 가졌다. 이들이 가진 집의 총합은 올해를 기준으로 2만 1천 채다.

빈부격차가 이토록 심각한데, 한국 정부는 때아닌 ‘새마을운동’을 부활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날 “새마을운동과 제 정치 비전이 정확히 일치한다”며 “국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새마을운동이 다시 한번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 정책 중 하나다. ‘근면·성실’을 강조하며 빈곤의 책임을 국가가 지지 않고 국민에게 돌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시설에서 20년, 쪽방에서 20년, 이만하면 충분하다!’라고 적힌 작은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 하민지

그러나 빈곤은 가난한 사람들이 근면‧성실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빈곤의 책임은 빈민이 아니라 자본주의 문제와 불평등, 이를 외면하는 국가에 있다”고 말한다. 노점상, 장애인, 쪽방주민, 철거민, 홈리스 등 가난한 사람들 300여 명은 15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변에 모여 투쟁대회를 열고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끝장내지 않으면 빈곤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보신각까지 행진했다.

이번 투쟁대회는 ‘빈곤철폐의 날’을 이틀 앞두고 열렸다. 가난한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참여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은 시장에서 50년간 입어온 빨간 방수 앞치마를 둘렀다. 노점상은 어묵꼬치를 재현한 소품을 들었다. 붕어빵이 그려진 피켓을 든 노점상도 있었다. 장애인은 장애인거주시설에 갇힌 듯한 소품으로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요구했다. 아랫마을 홈리스는 유령 분장을 하고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김건수 기후정의동맹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기후재난에 직면한 가난한 사람들… 해결 방법은 ‘평등’뿐

김건수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기후재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투쟁대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일상이 된 기후재난의 삶을 증언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1년이나 미뤄진 공공개발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한파와 폭염을 견디고 있다. 거리홈리스와 노점상도 마찬가지다. 냉난방이 불가능한 아스팔트 위에서 일사병과 동상에 시달린다.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많은 시간을 길바닥에 허비하는 장애인, 집과 가게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 반지하에 살다 폭우로 사망한 주거취약계층 모두 기후재난의 피해자다.

김건수 활동가는 자본주의와 불평등 때문에 기후재난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지구가 더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대기업과 부유한 국가는 여전히 자연을 파괴해 경제를 성장시킨다. 탄소가 많이 배출돼 기후재난이 일어난 게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 따른 불평등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자본주의는 위기에 취약하며 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시스템이다. 이로 인한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려줘야 한다. 집, 일자리, 의료, 식량 등 모든 권리를 보장해야 기후재난을 막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웃 나라 활동가들이 자국 언어로 쓴 피켓을 들고 결의대회 무대에 올랐다. 사진 하민지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웃 나라 활동가들을 향해 미얀마 투쟁을 지지하는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인간의 기준을 ‘쓸모’로 나누는 국가, “잊히지 않기 위해 싸우자”

이번 결의대회에는 반빈곤운동을 전개하는 이웃 나라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달마 디아니 도시빈민연합 주민지도자는 “여러분과 함께 불평등에 맞서 싸우려고 왔다. 정부, 다국적기업, 자본주의에 맞서 모든 종류의 가난, 불평등과 싸워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과 자립생활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보 평등한캄보디아 주민조직가는 “캄보디아는 홍수, 더러운 쓰레기, 식량 부족, 강제철거에 직면해 있다. 불평등한 빈부격차 속 개발정책에서 우리(가난한 사람들)는 배제돼 있다. 우리도 사람인데, 개발정책 속에 우리는 없다. 그래서 정부를 향해 주거권, 교육권,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 권리 등을 요구 중”이라며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 오자. 가난한 사람도 이웃이고 항상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걸 함께 알리자”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국가가 인간의 기준을 ‘쓸모’로 나눈다고 규탄했다. 박경석 대표는 “국가는 여기(결의대회) 계신 모든 동지를 쓸모없고 가치 없는 사람 취급했다. 50년 된 노량진수산시장, 평생을 일군 집과 가게를 철거당한 철거민, 동자동 쪽방주민과 홈리스, 시설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장애인, 모두 국가가 폐기처분했다”며 “국가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인간의 쓸모를 규정한다. 이런 사회에서 절대 잊히지 말자. 우리의 모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잊히지 않는 투쟁을 하자”고 강조했다.

이들은 결의대회 후 청계천에서 서울시청을 거쳐 보신각까지 약 2km를 행진했다.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당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추모공원에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를 지낼 예정이다.

 

‘빈곤철폐의 날’ 투쟁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빈곤 철폐’라고 적힌 커다란 빨간색 공을 이리저리 굴리다 바로 차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민지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스크랩] 비마이너 / 하민지기자

 

몸詩(몸시) Poem of Body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2022_1001 ▶ 2022_1010

이쥬_몸시#어음2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초대일시 / 2022_1001_토요일_06:00pm

주최,기획 / 갤러리 브레송_아르떼22

후원 / 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

(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 ● 사진과 영상을 전공한 이쥬 작가는 서사(徐事)가 절정의 순간을 치닫는 미장센으로 독자적 사진 세계를 담아낸다. 장면의 앞뒤가 매우 치밀하고 구축적으로 느껴질 만큼 연극이나 영화의 미장센보다 더 극적이다. 그는 서사의 절정을 표현하는 사진 연출을 위해 연극, 연출, 영화를 배우고 극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리고 작품은 항상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도시의 풍경을 담았던 「건축과 풍경」(2014)에서는 건축과 사람의 관계를, 몽골의 자연을 담은 「The Ground project」(2016)에서는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자신만의 미장센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특히 강론 감독의 「이소룡을 찾아랏_Looking for Bruce Lee」(2001)에서 영화 속 미장아빔(mise en abyme)형식의 포토로망(사진만으로 만들어진 영화) 「착한 다리를 가진 여자_Object&Portrait」를 선보이며 사진 작업에서 연극적 완성도를 높이고, 은유적 표현으로 내용을 함축시키는 기법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처럼 서사가 명확한 사진을 지향해온 이쥬 작가가 3년 만에 '몸詩'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독자성 강한 새로운 미장센을 감상할 기회이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몸詩'의 무대는 제주 4·3과 연관 있는 장소들이다. '어음리, 누운오름, 금오름, 월령선인장 포구, 곽지 앞바다' 등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제주민들에게는 아픔과 슬픔이 묻혀있는 장소들이다. 작가는 제주의 비극적 장소에 배어있는 슬픔과 고통을 국적이 다른 여러 명의 퍼포머들을 등장시켜 자신이 해석한 4·3을 표현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퍼포머들의 몸짓과 표정은 역사적 아픔과 작가 개인의 슬픔이 오버랩된 미장센이다. 특히 세 명의 퍼포머들은 이번 작품의 배경과 더불어 핵심이다. 이들의 괴이하고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은 '몸詩'라는 전시타이틀에 부합하는 시어(詩語)와 같다. 4·3의 서사는 퍼포머들의 몸과 얼굴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고 작가의 치밀한 미장센에 담겨 재구축되어 새로운 서사의 장을 열어젖힌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120&times;80cm_2021

이쥬 작가는 카메라 앵글 안에 잡히는 모든 장면을 총괄 기획한다. 장소와 인물은 물론 오브제나 날씨, 시간까지 관여한다. 한마디로 사진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연출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콜라보레이션보다는 미장센에 가깝다. 이러한 특징은 전시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전시는 '1부-진혼, 2부-저항, 3부-나비'의 이야기 중심 구성이다. 잔악한 사건으로 희생당한 수많은 넋을 달래는 진혼을 시작으로 부조리한 사건에 당당한 저항의 태도를 견지하고, 그 저항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나비'에 담았다. 곧 '진혼-저항-나비'라는 서사 구도를 바탕으로 '아픔과 상처-저항과 소망-치유와 희망'으로 펼쳐지는 서사시를 완성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비장미가 흐른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모노톤에 슬픔, 고통, 절망 등의 감정이 입혀진 장면들이 화면을 주도한다. ●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산다. 상처의 깊이와 고통의 길이가 다를 뿐이다. 누구에게는 일상의 풍경이 누군가에는 평생의 아픈 풍경으로 기억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4·3은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다. 제주 4·3이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재해석되고 재평가되어 역사적 진실이 소환되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쥬_몸시#금악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이쥬 작가는 4·3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그래서 4·3을 직접 겪은 제주민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깊이와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자칫 주관적 해석에 따른 타인의 시선에 머물기 쉽고, 왜곡된 이해로 표현될 여지도 있다. 이런 경계의 시선은 결국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는 4·3사건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그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역동적 몸짓으로 표현 가능한 퍼포머를 통해 작품의 진정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자신의 미장센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적이 다른 퍼포머들과 대화를 통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역사의 진실을 공유하고, 퍼포머들 각자의 생각과 해석의 몸짓에 맡겨 제주 4·3의 쓰라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좋은 배우가 잘 짜인 연출에 의해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연극 같은 구성을 지녔다. 이런 느낌은 몇몇 작품에서 확인된다.

 

이쥬_몸시#봉성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몸시#누운오름」를 보면, 짙은 얼굴 화장의 퍼포머 세 명이 각자 표현한 고통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강렬한 표정이 각기 다른 고통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먼저, 세 사람 중 맨 위 한국의 퍼포머(Ramoo Hong)는 극한의 고통에 절규하는 표정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외치는 단말마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아래 일본의 퍼포머(Mushimaru Fujieda)는 두 눈을 뜬 채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외마디조차 내지 못할 정도의 넋이 나간 표정에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이 느껴진다.(여기에는 부토(舞踏) 마스터로 불리는 육체 시인 후지에다 무시마루의 노련함이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퍼포머(Lucia Sombras)는 고통의 끝을 보여준 표정 같다. 마치 고통 후 맞이하는 죽음과 같은 침묵의 표정이랄까. 오히려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은 자신들이 직접 겪은 고통의 순간일 수도, 누군가의 고통을 지켜본 관람자의 감정을 대변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4·3사건을 듣고, 그 비극의 장소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슬픔과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표현한 고통의 몸짓이다. 세 사람의 퍼포머가 각자의 내면에서 내뿜는 미세한 감정선이 보는 이의 마음으로 전이된다. 고통의 표현은 동일 사건이라도 나라, 지역, 사람마다 다르다. 4·3 또한 지역과 사람, 장소와 세대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기억한다. ● 작품 「몸시#봉성리」를 보면, 감정선이 달라진다. 이 작품에는 4·3사건의 비극적 역사에 의연한 자세로 저항하는 몸짓이 담겨있다. 3인의 퍼포머가 전방을 응시하며 결연한 표정과 자세로 저항의 태도를 보인다. 비극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감정을 가늠하기 힘든 표정에서 더는 공포와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몸시#금오름」는 언급한 두 작품에 견주어 중의적이다. 메밀밭에서 해괴한 표정을 짓는 퍼포머의 표정은 슬픔을 애써 잊어야 하는 혹은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대처해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한편으로는 영원히 슬픔에만 잠겨있을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풍자하는 듯하다. 화장 밑 진실의 얼굴처럼 웃음 뒤에 감춰진 슬픔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라는 슬픈 현실을 꼬집는다.

 

이쥬_몸시#군산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언급한 작품들은 역동적인 몸짓, 강렬한 화장, 격한 표정 등의 색다른 미장센으로 4·3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주제로 한 여느 작품들처럼 배경이 비극의 장소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더는 편한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아픔의 역사를 표현한 퍼포머들의 '몸詩'가 그만큼 울림을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의 이야기를 연출하면서 누구보다 이 부분을 깊이 의식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몸시#금악리」와 같은 작품을 통해 힘들고 불편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은 작가 의도를 드러낸다. 「몸시#금악리」는 수십 년간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산 사람들에게 아픔의 순간을 잊을 수 있는(혹은 이겨낼 수 있는) 휴식의 삶을 권유한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쉼' 같은 작품이다. 고통과 슬픔, 죽음과 이별의 기억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다. 여기에는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다 이별한 작가의 경험도 제작 동기로 작용했다. 결국 4·3의 아픈 가족사를 겪은 모든 사람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위로와 치유라는 것을 강조한다. 극한의 고통을 담은 작품들 옆에 '쉼'과 같은 숨 고르는 작품을 배치한 이유가 읽힌다.

 

이쥬_몸시#구두미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한편, 월령(선인장마을)의 무명할머니(4.3때 입은 턱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얼굴에 평생 무명천을 두르고 사셨다는 진아영 할머니_실존 인물)를 추도하는 작품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자연과 인물, 연출과 모델이 조화를 이룬 시적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끈다. 역동적인 몸짓 없이도 고통과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한 추도의 마음이 깊이 전달되는 힘이 있다. 특히 「몸시#구두미포구」에서는 제주 여성의 강건함과 당당함을 드러내고자한 작가의지도 엿보인다.

 

이쥬_몸시#월령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사진이 소박한 대상으로 이해되든지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의 작품으로 이해되든지 간에, 사진의 의미는 그 사진이 얼마나 공명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달려있다.' * 라는 수전 손탁의 말처럼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힘을 지닌다.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사진만으로도 공감 폭이 크다.

 

이쥬_몸시#곽지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퍼포머들 없이 바다가 품은 희망의 빛을 표현한 「몸시#곽지」는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남은 심상 풍경으로 보인다. 제주 4·3이라는 거대한 아픔은 바다가 삼키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빛처럼 어둠을 밝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신비로운 빛은 아픔의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빛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이번 이쥬의 '몸詩'시리즈에서 느껴지는 사진적 효과, 즉 사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디테일한 자연의 표정은 작가의 섬세함과 연극, 영화, 연출에서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연출과 촬영은 물론 편집과 아날로그 프린팅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직접 제작한 실험적 작업을 통해 쌓은 경험들이 이번 '몸詩' 작품에서도 중요한 밑거름이자 창작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퍼포머와 자연과의 관계, 장소와 역사에 관한 자유로운 표현, 표현대상의 그림자까지 고려한 시간의 선택, 자연의 변화 속에서 원하는 빛을 얻기 위한 숱한 기다림, 그리고 깊은 사색의 순간까지. 한 컷의 결정적 장면을 위해 구성한 미장센에 '몸詩'의 의미를 충분히 담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찾고, 동시에 스스로 삶을 냉정하게 바로 보기 위한 성찰적 무대를 시도한 것은 좋은 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결론적으로 이쥬 작가의 '몸詩'는 제주의 뼈아픈 역사의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한 전시다. 여기에 더하여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면서 '작가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고 했던 다짐을 실천하는 첫'약속'전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간절함이 작품 속에 차곡차곡 내재된 함의로 표현된 것이 이쥬의 '몸詩'에서 찾은 성과와 의미이다. ■ 변종필

* 수전 손탁 저, 이재원 옮김 『타인의 고통』 이후, 2011, p.52.

 

Vol.20221002a |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 쪽방주민 무료식사 지원사업이 빈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여름 쪽방촌에 설치하기로 했던 에어컨 사업은 탁상공론에 불과했지만,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는 동행식당 사업은 독거노인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박원순시장 재임 시 만든 쪽방공동세탁소에 이은 두 번째로 환영받는 사업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노인들 기초생계비를 삭감하더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할 요긴한 사안이다.

 

다들 하루 한 끼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선택해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빈민복지가 어디 있겠는가?

기초생활수급비를 절약해 모은 돈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던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먹게 되므로, 힘없는 독거노인에게는 딱 맞는 복지사업이다.

 

굶는 이 없을 것이고, 요식업도 잘될 것이고, 농민들까지 혜택이 돌아가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매 월말이 가까워오면 다음 달에 사용할 식권을 ‘쪽방상담소’에서 나누어주는데,

왜 벽보에는 매번 700명 선착순이라 적어놓았을까?.

 

서울시내 5개 쪽방상담소에 등록된 주민에게 주기로 했으면, 처음부터 인원수를 정해놓고 시행했는데,

선착순이란 말은 주민들을 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아마 주민등록상의 인원이 아닌, 실제 거주하는 주민은 700여명으로 추정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동사무소처럼 시간 날 때 찾아가게 하지 않고,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왜 줄을 세우지 못해 안달일까?

더 이상 빈민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갑 질의 잔재를 청산하길 바란다.

 

10월분 식권은 지난 9월 27일 오후2시부터 나누어주기로 공지되었으나,

식권을 받지 못하게 될까 염려되었는지, 다들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 전부터 모여 들었다.

 

긴 줄은 쪽방상담소 골목을 두 바퀴나 돌았지만, 나누어 주는 시간을 앞당기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가난한 사람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쪽방상담소 직원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다.

 

그러나 주민들은 아무런 불만도 더러 내지 않았다.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기필코 받아야 할 절박한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며 다들 좋아했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임백수(68세)씨 고향은 장흥이다.

여기저기 떠돌다 동자동에 둥지 튼 지도 수십 년이다.

세상살이에 골병 들어 몸 한 곳 성한 데가 없지만, 가오만은 살아있다.

술을 마시지 않아 멋 부리는 재미로 사는데, 자기 사는 쪽방 방문은 절대 사절이다.

좁은 방에 늘린 구질구질한 것들을 보여주기 싫어서다.

식사는 했냐? 고 물었더니, 오세훈 식권으로 해결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서울시에서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약자와의 동행’에서 쪽방 빈민들에게 하루 한 끼,

본인만 먹을 수 있는 팔천원짜리 식권을 나누어 주었는데, 독거노인으로서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년 말까지 한시적인 프로젝트지만, 기초생계비를 삭감해서라도 전국적으로 확대했으면 좋겠다.

다들 한 끼만은 먹고 싶은 것 골라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일이 어디있겠는가?

줄 사람도 쓸 곳도 없지만, 수급비 받으면 밥 한 끼 사 먹는 것조차 인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빈민들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먹는 것이 귀찮아도 사라질 돈이 아까워 사 먹게 되어,

독거노인에게 딱 맞는 복지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굶는 사람 없을 것이고, 요식업은 활성화될 것이고, 농산물 소비까지 늘어나니,

이게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어차피 하루 한 끼 인생이지만, 이제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는 임백수씨,

갈 곳도 오라는 곳 없으나, 오늘도 전동차에서 대기 중이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한가위 어울림 한마당이 지난 98새꿈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동자동사랑방협동회에서 추석마다 개최해 온 연례 행사였건만,

코로나 때문에 삼 년 만에 맞이하는 놀이라 다소 설렁했다.

술은 물론 음식 나눔까지 생략되어 흥겨움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이날의 잔치 비용은 동자동 주민 백 이십여 명이 한 푼 두 푼 모은 백 오십 여만원이 종잣돈이다.

삼 년 전에 비해 참석한 주민은 줄었으나, 이 얼마만의 반가움이며 즐거움인가?

 

공원 한 쪽에는 먼저 떠난 동자동 주민들의 영정사진을 내건, 추석 차례상도 마련되었다.

고인 앞에 술 한 잔 올리며, 이승보다 저승이 더 편안한지 안부부터 여쭈었다.

 

놀이마당에서는 윷놀이와 다트 놀이도 있었지만, 그중 인기 있는 종목은 노래자랑이었다.

왕년에 시골 콩쿨대회에서 다라이(대야)’탄 가오를 내세워 한번 도전하고 싶었으나,

동자동의 쟁쟁한 카수들 앞에 꼬리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이상준씨 사회로 진행된 노래자랑에는 서재만씨가 최고상을 받았고,

2등에는 김영희씨, 3등에는 눈먼 장님 가수 이일수씨가 두루마리 휴지를 상품으로 받았다.

4등에는 동자동 미남자 정재은씨, 5등은 최춘자씨가 각각 받았다.

내가 듣기로는 꼴치로 당선된 최춘자씨의 단장의 미아리고개’가 너무 애절하더라.

 

그리고 윷놀이는 강희숙, 최갑일, 한성자, 오계순, 이경기, 김영희씨가 수상했고,

다트놀이는 최정근, 한종희, 이용구, 정재은, 박상구씨가 각각 수상했다.

 

참여한 주민이 적어 예정보다 이른 오후 1시경에 잔치가 마무리되었지만,

오후 2시부터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추석 선물을 준다는데,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는가?

선물 나누어 줄 두시가 가까워오니, 잔치 때 없었던 사람들까지 대거 몰려나왔다.

주민들이 어울리는 놀이보다 선물이 더 좋은 모양이다.

 

한 시간을 기다려서야 '함께하는 사랑 밭' 에서 보내 온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

무엇이 들었는지? 포장도 그럴 싸 하고, 무게 또한 묵직했다.

부푼 마음으로 챙겨 갔으나, 먹을 것은 하나도 없고 몸 씻는 비누만 잔뜩 들어 있었다.

 

삼푸만 몇 종류인데다, 린스와 바디 워시, 치약까지 차곡차곡 들어있었다.

삼푸 종류는 지난번에 받은 선물도 그대로 쌓여 있지 않은가.

쪽방에서 목욕을 할 수 없는 여건이라 필요한 사람 있으면 줘야겠다.

 

동자동 한가위 마당도 좋고 추석 선물 나눔도 좋지만,

 쪽방 주민들은 쫓겨나면 어쩔까?하는 걱정거리 뿐이다.

동자동 공공개발한다며 마음만 잔뜩 들뜨게 만들어 놓고,

국토부에서 일 년이 지나도록 지구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아마 윤정권이 들어서며 민간개발에 무게를 두는 모양인데,

가진 자들이 빈민을 껴안고 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지금은 민간개발을 이루어내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으나,

결국은 집값 올려 돈 벌려면 빈민들을 쫓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좌불안석이다.

한가위 어울림도 추석 선물도 달갑지 않는 절박한 심정이다.

 

"민간개발 하려면 빈민들 주검 위에 하라!"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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