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품 Toy Pet 愛玩品

송용겸展 / SONGYONGGYEOM / 宋龍謙 / sculpture

2014_0312 ▶ 2014_0317

송용겸_Memento mori-Rooster_우산살_89×87×61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과거와 지금, 그 사이에서』 ● 17세기 서양에서 자연과학이 대두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이후 지속되어온 목적론적 자연관이 기계론적 자연관 Mechanistic nature view으로 대체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기계론적 사유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데카르트의 생리학적 환원주의 사고는 1818년 영국의 여류작가 M. W. 셸리 Shelley가 출간한 『프랑켄슈타인; 혹은, 근대의 프로메테우스 Frankenstein; or,The Modern Prometheus』라는 공포소설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여러 사체의 부분들을 조합하여 비록 괴물과 같이 보일지라도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 혹은 만들어내고자 욕망하는 것은 데카르트적 기계론에서 비롯된 상상력의 일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날 첨단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생명공학 Biotechnology은 기계론적 자연관과 자본주의가 결합되어 탄생한 학문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극단은 꿈의 만능세포인 줄기배아세포 연구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논리에서 잘 들어나고 있다. 자본주의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현실에서 생명의식도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지배받고 있다. ● 생명의식 혹은 윤리와 관련된 논의를 하다보면 오래 된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르네 클레망 René Clément 감독의 1952년 작 『금지된 장난 Jeux Interdits』이다. 영화에서 전쟁 중 고아가 된 어린 폴레트가 자신의 죽은 애완견을 그의 친구 미셀과 함께 묻어준 후 묻힌 애완견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두 어린아이는 여러 주검들을 애완견 주위에 매장해준다. 심지어 산 것을 죽여서도 매장해 준다. 그리고 묘지를 장식하기위해 미셀은 폴레트가 예쁘다고 지목한 십자가들을 아버지에게 거짓말하고, 신부님에게 맞아가면서도 가지고와 묘지를 꾸민다. 어린 그들이 죽은 강아지가 홀로 묻히는 것은 외로울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상징계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해 상상계에서 머물고 있는 듯 한 아이들만의 죽음에 대한 인식으로 대부분의 어른들도 일면 공감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극중 폴레트와 미셀의 생각과 행동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모든 아이들이 거치는 통과의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런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송용겸_Memento mori-Hedgehog_우산살_63×66×15cm_2014

 

 

장광설을 한 이유는 송용겸의 이번 전시 제목 때문이다. 그는 이번 전시제목을 『애완품愛玩品』이라 명명했다. 그는 선재를 용접해 만든 다양한 동물들을 선보인다. 고양이, 닭, 도마뱀, 엔젤피시, 우리에게 날다람쥐라 알려져 있는 슈가글라이더, 우파루파, 거미, 햄스터 등이다. 한눈에 어떤 동물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각각의 동물을 선재의 특성을 살려 잘 만들었다. 그리고 이 동물들과 함께 전시장 안쪽에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호기심과 욕망을 가진 어떤 과학자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고 있는 실험실 공간이 재현되어 있다. 그 공간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기 위한 재료, 배양되고 조합되며 만들어지고 있는 이름 모를 생명체, 그리고 만들다 실패해 쓰레기통속에 마구 버려진 주검과 같은 물체 등으로 인해 관객에게 언캐니 uncanny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이 공간은 선재들로 만든 동물들의 요람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것 하나가 보인다. 이 연구실에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새로 만들어진 생명체에게 기억을 주입시키는데 사용되는 것과 같은 헤드셋이 있다. ● 미술작품이 알레고리적 표현으로 가득 찬 것이라면 새로운 생명체를 탐구하는 실험실에서 과학자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각각의 동물들을 전시한 상황설정을 통해 필자는 직관적으로 실험실은 송용겸의 작업실이며, 그 실험실의 과학자는 조각가 송용겸으로 치환해 이번 전시를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시장의 이 동물들은 그가 그동안 '키웠던' 애완동물들이었다. 그가 '키웠던' 애완동물들인 만큼 그가 각각의 동물들과 많은 사연이 있었을 것임을 관객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과거에 키웠던 동물들을 이 시점에서 기억을 더듬어 가며 만든 것일까? 그런데 그에 의해 전시장에 환생한 그 애완동물들은 꼼꼼하게 살펴보면 납작한 거미, 탯줄을 줄줄이 달고 있는 햄스터와 고슴도치, 손발이 있는 엔젤피시, 도마뱀주위의 한 무더기의 잘린 꼬리들, 복어와 같이 배가 부푼 우파루파, 좌대에 몸의 일부분을 묻어놓은 고양이, 어딘지 마른 듯 한 닭, 마르거나 한쪽 팔이 부어오른 상태의 슈가글라이더와 같이 뭔가 낯설고 이상한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송용겸_Memento mori-Angelfish_우산살_85×48×28cm_2014

 

 

그가 처음으로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유치원 때라고 한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그는 자신이 그 동물들을 생명체로서 애완한 것이 아니라 '완구'로 취급하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호기심과 즐거움만이 중요한 것이었으므로 자신의 행동에서 비롯된 그들 생명체의 고통을 그는 괘념치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는 마치 폴레트가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의 죽은 애완견의 외로움만을 걱정하며 미셀에게 다른 주검과 십자가들을 가져와 묘지를 장식하게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전시장에 선보인 각각의 동물의 낯선 형태들로부터 관객은 어린 송용겸이 이 동물들을 어떻게 '완구'로 취급했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전시장 디스플레이 그리고 각각의 동물의 형태와 더불어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앞서 말한 헤드셋과 그가 선재로 사용한 우산살이다. 그 이유는 알레고리적 표현으로서 헤드셋과 우산살은 '무엇인가를 다르게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봐왔던 것과 같이 헤드셋은 기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만든 각각의 동물은 그가 키웠던 동물들을 보고 사실적으로 재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각각의 동물을 '완구'로 대하던 자신의 생각들을 기억해내 그 기억들을 형상화했다. 송용겸은 유년시절의 기억을 이립而立-인생관이 서는 나이- 할 때가 다 된 나이에 다시 들춰내고 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을 형상화하기 위해 그는 우산살을 사용했다. 그 우산살들은 버려진 우산들에서 추린 것이라 하였다. 

     

 

송용겸_Memento mori-Axolotl_우산살_85×48×28cm_2014

 

송용겸_Memento mori-Lizard_우산살_가변설치_2014

 

 

이번 전시 이전부터 그는 우산살을 용접해 여러 형태들을 만들어왔다. 그는 언제부턴가 우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비오는 날 아침에 우산을 가지고 나갔다가 오후에 날이 개면 귀가 시에 우산을 잊어버리고 빈손으로 오는 것을 우리는 흔히 경험한다. 이를 건망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송용겸은 이런 것이 자본주의에 기반 한 소비사회의 가치관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면서 은연중 발현되는 현상 중에 하나라고 보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없고,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합종연횡도 가능하다. 그리고 소비사회에서 오늘 신제품은 내일 구제품이 된다. 소비사회에 사는 우리들은 추억을 간직한 물건을 가지기 보다는 새로운 것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하며 유행에 뒤쳐져 살면 안 된다. 특히 과거에 안주하면 안 된다. 앞만 보고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용도폐기된 것은 즉각 쓰레기통에 버려야한다. 미련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용겸은 멈춰 서서 뒤돌아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유년시절에 키웠던 애완동물들이 '애완'의 목적이기보다 자기중심적으로 즐기기 위한 '완구'에 가까웠음을 자성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주인의 무관심으로 버려지는 완구들이 겪는 애환을 그린 영화 『토이 스토리 Toy Story』를 보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한다. 그래서 그는 선재인 우산살을 재료로 자신의 기억속의 애완품들을 역지사지易地思之입장에서 그려나간 것이다. 역지사지하는 것은 자성의 첫 단계이다.

 

송용겸_Memento mori-Spider_우산살_가변설치_2014

 

송용겸_Memento mori-Sugar glider_우산살_가변설치_2014
 

 

인류 최초의 그림들은 대상을 보며 그린 것이 아니었다. 보았던 대상을 기억해서 그렸다. 그 흔적은 지금도 아이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린다는 것은 기억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공공장소-동굴 벽-에 기록해 놓은 기억을 공유하며 집단의식과 문화를 형성해 나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은 기억의 공유를 위한 인류 최초의 방편이었을 것이다. 한편 기억의 축적은 역사가 되었을 것이다. '과거를 멀리 볼 수 있는 만큼 미래를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것과 같이 과거 기억을 토대로 현재를 분석해보면 미래의 선택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성찰이라는 것이 이런 과정일 것이다. 송용겸의 작업도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그 기억은 철부지 시절의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이 시대를 사는 동시대인으로서 우리들에 대해 성찰해 보고 있다. 그는 유년기 동물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한 기억과 지금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비교해보았을 때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의 작업은 만드는 즐거움에서 점차 삶의 표현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표현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미술작품 제작 시 직관이 크게 작용하기는 하나 미술작품은 시각이미지로 표현한 사유의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송용겸의 첫 번째 개인전을 보며 앞으로 그의 작업이 어떻게 전개되어갈지 지켜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송용겸은 이제 이립의 나이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 그가 불혹이 되고 지천명할 때가 되면 그동안의 경험과 사유의 폭이 작업의 지평을 확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젊은 작가 송용겸에게 이런 가능성이 있음으로 해서 앞으로의 작업에 기대를 해보게 되는 것이다. ■ 박춘호

     

 

 

Vol.20140315b | 송용겸展 / SONGYONGGYEOM / 宋龍謙 / sculpture

껍데기

곽남신展 / KWAKNAMSIN / 郭南信 / mixed media
2014_0312 ▶ 2014_0430 / 월요일 휴관


 

곽남신_포토제닉 Photogenic 제작 장면_트레이싱지에 잉크젯 프린트, 먹 드로잉_300×300cm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1118j | 곽남신展으로 갑니다.

곽남신 홈페이지_www.kwaknamsin.com

 

초대일시 / 2014_031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OCI 미술관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수송동 46-15번지Tel. +82.2.734.0440

www.ocimuseum.org

 

곽남신의 '껍데기', 그 표면(surface)의 무게 ● 덧없음에 대한 체험적 인식은 사람을 여유롭게 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멋이 그런 거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 굳이 『논어』의 공자에게 없는 네 가지(四無) 중 하나, '기필(期必)'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50대를 넘어가는 중년이라면, 또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다가오는 말이다. 젊은 시절의 집착과 욕망은, 그것이 외모든, 돈이나 권력이든 아무리 애써봤자 거기서 거기인데, 그렇게 아득바득 지내는 우리의 일상사는 자조(自嘲)를 자아낸다. 이런 생각을 "이미지로 나타낼 수 있을까"를 자문할 때 떠오르는 작업이 곽남신의 '표면 회화(surface painting)'이다. ●『껍데기』라 명명한 이번 OCI미술관의 곽남신 개인전은 드로잉, 회화, 네온작업, 그리고 입체설치를 망라한다. 전시에 나오는 35점 중에는 그의 대표작인 '그림자 그림'을 포함한 평면작업 10점과 드로잉 20여점, 그리고 네온작품과 더불어 비닐합성의 입체작업 4점이 최초로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근육 맨 '마초'의 드로잉에 이어 등장하는 커다란 또 다른 마초의 대형 인물 설치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이어 그의 전형적인 검정 모노크롬의 여자 누드 회화「Sexy Girl」(2007)이 그 섹시함을 과시하며 포르노 포즈를 취한다. 이렇게 성적 매력을 거하게 뽐내는 이미지에 이어, 2층의 회화 및 LED작업은 인물의 일상적 동작과 특징적 포즈가 단순한 실루엣과 물리적 표면 변형을 통해 넘치는 해학으로 표현된다.

 

 

 곽남신_홍동지 와상 洪同知 臥像 Gisant of Hongdongji_

연성 우레탄, 모터, 센서_100×350cm, 가변설치_2014

 

곽남신_바디빌더 Bodybuilder_종이에 스프레이, 색연필_84×80cm_2013
 

 

전시의 중심에 자리 잡은 대형 설치작업「홍동지와상」(2014)은 작가의 새로운 시도이다. 본래 숙련된 회화의 기본기에 프랑스에서의 판화 수학으로 국내 판화계에 선구적 역할을 했던 그이다. 때문에, 3차원 입체로의 전환은 중견을 훌쩍 넘어선 작가의 젊은 실험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입체설치로의 확장으로 인해 이제부터는 '그림자 작가'라는 기존의 명칭이 제한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곽남신이 초기부터 가져온 작업의 주제와 관심사가 일관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화의 '표면'과 입체의 '껍데기'는 결국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여러 매체를 넘나드는 곽남신의 유동적 표현언어를 단순히 작가의 자유로운 개성이라 말한다면, 이 작가의 중요한 미적 의도를 놓치는 거다. 묵직한 덩어리를 표면으로 채취하여 핵심적으로 시각화하는 고도의 세련된 감각은 그것이 평면이든 입체든 차이를 가질 수 없다. 그리고 대상을 보는 작가의 시각은 한결같다. 높은 산의 정상에 올라 내려다볼 때 느끼는 거리를 두고 보는 눈이다. ● 그런 작가의 넉넉한 시선과 동일시하여 보는 마초 입체작은 그 '용쓰는' 자태가 안쓰럽기만 하다. 달밤에 체조하듯, 자신의 남성성을 한껏 '일으키려' 애쓰다 힘에 부쳐 쳐졌다가 다시 또 시도하는 모습에서 부질없고 한시적인 젊음의 과시를 관찰한다. 그리고 이 남근적 역량에 대한 집착은 돈과 지위를 포함한 모든 권력에 대한 욕망과 과시로 확대 해석된다. 곽남신 작업의 핵심 미학은 이러한 '보편성'의 추출에 있다. 말하자면, 그가 설정한 인물 각각의 동작과 상황은 그 개별적 내러티브가 관건일 수 없다. 개별성을 통해 수렴되는 보편적 아이디어가 굵직하다. 심각한 덩어리를 얇은 예리함으로 펴 보이는 평면과 껍데기이기에, 단순한 가벼움으로 치부할 수 없는 작업이다. 작가가 "주제에 대한 심각한 대응방식이나 두툼한 마티에르 대신 가벼움을 더욱 선호"하게 된다고 할 때, 우리는 작업의 '가벼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직감한다. 묵직한 덩어리의 무게를 가능한 한 떨궈내고 심각한 척하지 않는 점이 곽남신의 매력이다. 일상의 요지경을 유머와 위트로 포착해 낸 그의 이미지는 현학적 묘사가 필요치 않다.

     

 

 곽남신_끄-응~! Mhmmph!_연필 드로잉_76×56cm_2013

 

곽남신_바디빌더 Bodybuilder_종이에 색연필_76×56cm_2013

 

 

그런데 이러한 인간만사, 희로애락을 포착하는 작가의 시선은 판단적(judgemental)이지 않다. 그래서 작가는 "나의 작업에 쓰인 모든 소재는 덧없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라고 했나 보다. 그의 작업에서는 그 인물의 종류(성별)나 색깔이 별반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한 분류나 선긋기는 평면 이미지의 실루엣이 지닌 보편 미학에 갈등 없이 녹아든다. 그래서 내 것, 네 것의 구분이 도통 철없어 보인다. 그래도 작가의 비판적 시선이 냉소적이지 않다. 한 때의 호기로 안간힘을 쓰는 일상의 세태에 대한 연민은 어느새 유머로 전환 돼 있다. 그의 작업은 보는 이를 웃게 한다. 누군가 그랬잖나. 비극보다 희극이 더 힘들다고. 중간에 반전이 있는 유머의 구조는 여유미(旅遊美)를 불러온다. ● 그의 함축적인 모노톤 작업에서는 형식과 내용이 따로 돌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그림자가 실재의 대상과 분리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의 '모티프'인 그림자는 존재와 대비되는 게 아니다. 실재와 허구는 애초부터 따로 있지 않았기에. 그의 작업을 통해 보는 실재의 기반이 바로 허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로, 곽남신의 '껍데기' 회화가 비어 있지 않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덧없는 욕망이 바로 삶이었으니 씁쓸히 웃을 수밖에. 그렇다면 허구는 주어진 실재인가. ● 그래서 '그림자 작가'로 알려진 그의 그림자를 다르게 봐야할 것이다. 서구에서 그림자는 사진의 정체성을 받쳐주는 인덱스(index) 개념의 가장 명백한 사례이다. 실존의 증거이자, 존재하기(being)를 눈으로 보여주는 흔적이다. 그런데 서구 이분법의 핵심인 존재/부재 사이의 구분은 사물을 보는 작가의 시선에 녹아 희미해져 있다. 때문에 허상이 아닌 그림자, 미완(未完)이 아닌 실루엣, 그리고 꽉 찬 껍데기를 보는 것이다. 이 그림자와 실루엣, 그리고 껍데기는 상통하는 바가 있는데, 그것은 실존을 함축하고 가시적인 것을 넘어 비가시적 진실을 암시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작가는 자화상을 여기저기 그려 넣었는데, 가르마로 나눠진 '더벅머리' 실루엣만으로도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나타낸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 그 '껍데기'에만도 충분히 담긴다는 듯.

 

 

 곽남신_추락연습 Practice of Falling down_네온, 합판에 각목_가변설치_2013

 

곽남신_세레모니 Ceremony_종이에 스프레이, 색연필_63×85cm_2013
 

 

회화력을 기반으로 한 판화가이기에 매체의 자유로운 활용은 곽남신의 장점이다. 회화과 졸업 후 1980년대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의 판화 탐구는 그의 표면 회화의 미적 맥락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사진이 있다. 동작이 중요하고 역동적 제스쳐를 절묘하게 포착, 대상의 본질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회화를 '흑백사진같은 그림'이라 말할 수 있다. 인물의 정적 묘사가 아니라, 제스쳐와 동작의 포즈가 사실 곽남신 작업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생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습관적 포즈를 취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특징적 움직임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카메라의 시선을 닮아 있다. 그러한 표현의 형식에서는 로버트 롱고(Robert Longo)의 스타일리쉬한 흑백회화가 연상된다. 그러나 곽남신의 표면 회화에서는 대상에 대한 거리감이 확보되어 거기에 연민과 조소, 그리고 비판이 삽입되어 내용적으로 판이하게 다르다. ● 곽남신의 얇은 이미지와 간결한 실루엣은 일상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요약한다. 석고작업을 할 때 덩어리를 주물로 뜨듯, 그의 껍데기는 일상적 삶의 구조틀이다. 빈 것이기는 하나 '없음'이 아니요, 표면이기는 하지만 피상적이지 않은 이유이다. 개념적, 언어적 표상이 범람하는 오늘의 미술계에 가볍게 '한 방 먹이는' 작업이다. 권력과 욕망을 위해 질주하던 우리 자신에게 잃어버린 게 무엇인가를 뒤돌아보게 하니 말이다. ■ 전영백

     

 

Vol.20140312f | 곽남신展 / KWAKNAMSIN / 郭南信 / mixed media

Incubation period 잠복기

이주현展 / LEEJUHYUN / 李周炫 / sculpture
2014_0312 ▶ 2014_0318

 

 

                                                                    이주현_Chimera_혼합재료_100×50×40cm×2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1219a | 이주현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4_03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노암갤러리NOAM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Tel. +82.2.720.2235~6

www.noamgallery.com

 

역학적 개념에서 잠복기(incubation period)는 보통 미생물이 사람 또는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여 발병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체가 하나의 종으로 구분되기 전의 상태, 즉 모든 것이면서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부화되기 전 알 속의 상태와 유사하다. 부화 전의 알은 동물의 종과 관계없이 원형의 일정한 형태를 갖지만 알의 표면 아래에서는 무궁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 이러한 알 껍질 밖으로 드러나기 전의 생명체들은 고정되지 않은 채 점액질 안을 부유하며 그 특유의 한 꺼풀 막을 입힌 듯 한 어렴풋하고 모호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이렇게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명명할 수 없는 모호한 형상보다 규정되어진 범주 안의 익숙한 이미지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해한다. 하지만 이렇듯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모호함은 동시에 새로운 것 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본인은 이러한 잠복기에 나타나는 불안정한 가능성의 상태를 나름의 해체와 결합의 방식을 통해 형상화하여 아직 명명되지 않아 조금은 불안정하고 연약하지만 그 안에는 무궁한 변화의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종의 생명체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본인의 작업은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주현_The bone collector_혼합재료_20×153×153cm×30_2014

 이주현_Incubation period_혼합재료_70×32×40cm_2012

 이주현_Incubation period_혼합재료_174×70×32cm×3_2014_부분

 이주현_Incubation period_혼합재료_20×24×15cm_2014

이주현_Incubation period-Silence under water_혼합재료_24×20×18cm_2014

 

 

첫 번째「Boiled egg」시리즈는 부화되기 전 알 속의 무궁 무진한 변화의 순간을 그대로 끓여 고정시킴으로써 부화된 후 나타나는 단일화된 생명체가 아닌 여러 가지 미분화된 기관을갖는 복합 생명체를 표현하고자 했다. 두 번째「Chimera」시리즈는 복합체라는 Chimera의 사전적 의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알 수 있는 실제 동물의 특징적 부분이나 몸의 각기 다른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된 아직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 지향적 생명체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ORGANIC - SANS ORGANIC」은 여러 부분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위의 두 시리즈와 달리 익숙하게 보여지는 인체의 작은 뼈나 식물의 꽃술 같은 생명체의 한 부분을 확대 또는 축소의 크기의 변화만으로도 익숙한 형상들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위에서 말한 일련의 여러 조형적 연구들은 이미 익숙해진 일상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변화무쌍하면서도 정의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매력들을 끄집어내어 보다 다채롭게 표현하고자 함이다. ■ 이주현

 

     

                                                                    Vol.20140312g | 이주현展 / LEEJUHYUN / 李周炫 / sculpture

카메라 메고 전국 각지 누빈지 5년
서울 갤러리 이즈서 두번째 개인전



“‘프로 사진작가’이기보다 좋은 풍경사진을 찍는 한 사람의 ‘좋은 사진가’로 남고 싶다.”

사진가로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최도환〈사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제는 부사장이라는 호칭보다 사진작가라는 말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린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둘러메고 전국 각지를 누비며 카메라 속에 자연을 담은 지도 어느덧 5년이다. 풍경사진만큼은 국내 손꼽히는 사진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등 한때 잘나가던 삼성의 고위 임원이었던 그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두 번째 개인전시회(12~17일)를 열었다. 주제는 ‘사계(四季)2’다. 그는 한국의 자연 모습을 담은 46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첫 번째 전시회를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을 위주로 구성했다면 이번 개인전은 강, 바람, 갯벌, 바다 등 객체별 계절변화를 테마로 한다. 바람의 느낌만으로 4계절을 표현한 작품은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한다.

그는 퇴직과 함께 온갖 외부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카메라 하나 메고 자연 속에 뛰어들었다. 최 전 부사장은 “사진을 통한 자연과의 만남은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을 때 큰 용기와 위로를 줬다”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오랜 시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왔다면, 앞으로는 사진으로 그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사물에 대해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만들고 개선점 찾기를 30년간 해왔던 그의 열정은 이젠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의 작품들은 오랜 산통을 거쳐 낳은 각고의 산물이다. 주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완성도 높은 사진을 위해 수십 번 셔터를 누르며 밤낮없이 한국의 사계를 카메라에 담았다. 자연의 기운과 내면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한장 한장 사진의 톤을 세밀하게 조정해가며, 공을 기울였다. 작품 하나 하나에는 그의 오랜 땀과 열정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그에게 사진은 만남과 소통의 도구다. 




그는 “사진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연과 자신 그리고 사람들 간의 만남 및 소통이 이뤄지는 좋은 계기가 된다”면서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사진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사진을 위한 사진이 아닌, 누구든지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며 앞으로 펼쳐질 자신만의 무한한 작품세계의 일단을 일러줬다. 그가 주로 풍경사진을 고집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쉽고 깊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미 있는 만남과 소통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향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시회를 이어가,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전시회 수익금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할 계획이다. ‘프로 사진작가’이기보다 ‘좋은 사진작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그는 “제 사진이 우리나라의 사진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헤랄드 경제 / 박영훈기자

 

 

 

 

 

윤아미 사진전 ‘빌린 이야기’가 인사동 갤러리룩스에서 5일부터 열린다. 윤씨는 수면 중에 꾸는 꿈과 유년 시절 앓았던 몽유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윤씨는 자신이 직접 등장한 셀프포트레이트 한 장과 천장을 찍은 사진 한 장을 병치시켰다. 좌측 사진은 몽유병을 앓았던 시절에 대한 연출사진, 우측 사진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처음 눈 떴을 때 보는 장면인 천장 사진이다. 특히 천장을 두고 “나의 현실의 꿈이 투사되는 화면”이라고 윤씨는 설명했다.

윤씨는 “사람은 평균 수명 80세를 기준으로 26년 7개월을 수면 상태에 있다”며 “인생의 1/3을 차지하는 이 시간은 현실도 아니고 현실이 아닌 것도 아닌 모호한 이성과 비이성의 점이지대다”라고 말했다. “꿈의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는 동안의 낯선 공간과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3월 11일까지 열린다.



한편, 인사동 갤러리룩스가 윤아미 사진전을 끝으로 옥인동으로 이전해 오는 10월 재개관한다. 갤러리룩스는 1999년 개관한 최초의 사진 전문 갤러리다. 전시 및 관련 문의는 02-720-8488. [사진 갤러리룩스]

 

온라인 중앙일보




임지호, 인사동 리서울갤러리에서 3월25일까지 전시

 

서양화가 임지호씨의 제10회 개인전이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에서 3월5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상상의 시작'이란 부제로 소품 회화작품을 주로 전시한다. 일상, 순수, 세월, 인연, 꽃밭 등의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간 작품들로 예술적 상상과 영감, 삶의 쉼표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편완식이 만난 사람] 그림 그리는 방랑식객 임지호

 

캔버스란 접시에 요리 담아… 누군가의 허기진 배 채워주겠죠”

임지호씨는 “음식은 복덩어리라 먹는 자는 복을 받는다는 감사한 마음을, 만드는 자는 복을 짓는다는 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과 들, 그리고 바다에 자생하는 모든 풀과 해초 등을 식재료로 삼아 나름의 요리를 만들어 가는 자연요리 연구가 임지호(59)씨. 그가 인사동에 나타났다. 전국을 누비며 할머니들의 토종 손맛을 구걸하고, 산야에 널려 있는 자연요리재료들을 채집하던 이가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오래전에 그가 운영하는 양평의 레스토랑에서 서너 번 그를 마주한 적이 있다. 전원속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을 취재하다가 요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연히 들른 곳이 그의 레스토랑이었다. 그가 일을 마치고 그림을 그린다는 얘기를 했지만 그저 호사스러운 취미일 것이라고 흘려들었다. 이후 그의 전시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인사동 거리에서 맞닥뜨린 그가 다짜고짜 그의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으로 이끌었다. 그림들을 둘러보며 그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요리 한 접시가 캔버스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림에서 음식이 보인다는 사람들의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니었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그가 왜 그림을 그리게 됐는지 우선 궁금했다.

“누구에게 필요한 음식이나 축하해 주기 위한 음식을 만들 때 그 사람에 맞는 것을 우선 그려보게 됩니다. 일종의 스케치이자 영감의 기록이지요. 음식 디스플레이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다보니 그림이 됐습니다.”

적당히 보기 좋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가 손사래를 쳤다. 하나의 법이라며 그림에서의 화법 같은 것이라고 했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겐 꿈을 상징하는 씨앗 요리를 해 줍니다. 꿈의 씨앗을 키우라는 의미지요. 성공의 색인 황금색 열매와 채소류 요리가 좋아요.”

그는 용기가 부족한 사람에겐 우주적인 용기를 상징하는 검은색 요리를 해준다. 청정함이 필요한 이에겐 푸른색 음식을, 순수함이 요구되는 자에겐 흰색 식재료를, 열정이 부족한 이들에겐 붉은색 요리를, 사랑이 결핍된 이에겐 핑크색 음식을 마련해 주는 식이다. 화가들이 색을 다루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림에서 선 못지않게 음식에서의 선도 중요합니다. 선은 에너지이기 때문이죠. 요리를 직선과 곡선으로 배열했을 때 느낌이 다릅니다. 식재료를 사각, 삼각, 원으로 잘랐을 때 맛이 달라져요.”

그는 천천히 갔으면 하는 사람에겐 빠른 직선이 아닌 느린 곡선의 요리를 해 준다. 함께 하는 삶이 필요한 사람에겐 식재료를 엉켜있게 해서 서비스를 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몸은 인식을 하게 됩니다. 몸이 따라주면 생각도 따라주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삶이란 결국 자신을 진화시켜가는 행위지요.”

그는 이런 식으로 색상과 선을 선택해 가며 그림을 그렸다. 드로잉만 3000여점을 했다. 요즘엔 스케치 없이도 요리를 한다. 완숙한 경지에 오른 화가의 붓놀림이라 할 수 있다. 캔버스라는 접시에 요리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제 그림이 어느 누군가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리란 믿음이 있습니다. 그것이 제겐 현실을 넘어선 환상 여행입니다.”

맛과 멋이 접시와 캔버스에만 머물라는 법은 없다. 우리 모두의 영혼과 육체 속에서 수많은 반복의 자맥질을 하면서 행복이란 열매를 키워내고 또 다른 나와 너를 다듬고 보듬는 것이 아닐까. 그의 그림을 빈 가슴에 듬뿍 담아 본다. 봄날의 향기, 힘, 그리움 등이 벅차게 몰려든다.

그의 관심사는 자연재료와 그것을 조상 대대로 어떻게 먹었는가이다. 바닷가와 산속에 몇 년씩 머물거나 전국을 유랑하며 우리 손맛을 찾아나선 이유다.

“우리의 젓갈과 장문화에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땅에서 생존케 해주는 지혜가 숨겨 있습니다. 조상들이 미래세대에게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마련해 준 셈이지요.”

그는 아파트 등 생활환경 변화로 전통의 가치들이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의 미래를 잃는 것이라 했다.
“공동체 회복 차원에서라도 아파트 등의 화단에 공동의 장독대를 마련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재래 간장엔 해독작용이 있고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된장엔 저항력을 높여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전통음식이 몸을 살리는 지혜의 보고라는 얘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게장을 담가 그 위에 참기름을 부어 부패를 방지하기도 했다. 찬 성질의 참기름이 밀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작품 ‘품바 새’ 옆에 선 임지호씨. 각설이 같은 그의 삶에서 음식은 생명살림이고 그림은 영혼의 쉼터였다.


그는 각종 첨가제나 조미료가 인간의 오각을 망가뜨리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향이나 색 등을 왜곡, 획일화시켜 ‘그 자체’의 맛의 감성을 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재료의 본맛이 바로 몸의 건강한 요소라는 논리다.

“음식은 땅의 소식을 하늘에 전하는 것입니다. 하늘은 바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이지요. 우리는 그 소식을 온전히 느껴야 합니다. 인간도 자연이기에 그렇습니다.”

요즘엔 땅에서 자란 것들도 자연산보다는 인공재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연산이 영양소 100%라고 한다면 재배한 것은 영양소 15%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봄이 됐으니 온가족이 소쿠리를 들고 들과 산으로 나가 각종 자연산 나물을 캐 한 끼 식사를 준비해 보십시오. 가족 화목에도 좋지만 필요한 건강 영양소를 100% 섭취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는 우리 주변 산야에 널려 있는 풀들에 주목하라고 한다. 이 시대에 맞게 진화한 먹거리들이라는 것이다.

“이 시대의 풀과 나무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성분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진화에 순응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 인간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질경이가 지천으로 흥했을 땐 돌림병이 유행했다. 예로부터 질경이는 바로 그런 돌림병에 특효 성분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은 그런 방식으로 흥하고, 진화하고, 준비했다.

“인간이 요리하는 것은 자연에 가장 잘 순응하려는 몸짓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11살 때부터 라면집, 횟집, 공사판 함바집, 중국집 등을 떠돌며 요리를 배웠다. 한때는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일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숙명처럼 자연재료와 전통요리법에 빠져들었다. 서울 강남에서 자연요리전문점을 3년간 운영하기도 했다.

“제가 가는 길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성공모델은 아니어도 가야 할 모델만큼은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의 이런 생각에 강원도 화천군이 화답하고 나섰다. 그가 주도하는 산촌의 자연요리학교가 내년쯤이면 가시화될 예정이다. 외국인 학생도 받아들여 화천을 식문화 혁명의 세계적 메카로 키운다는 포부다.

세계일보 /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다시 찾아온 꽃샘추위에 몸을 움츠립니다. 하지만 봄은 이미 곁에 있습니다. 발길 분주히 오가는 낮은 곳에 자리 잡은 야생화. 그들은 무채색 겨울에 갖가지 색의 물감들을 방울방울 떨어뜨려 놓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의 짧은 이별 뒤 만남이 반갑습니다.

새초롬한 소녀 같은 얼레지 ①, 봄의 전령을 자처하는 샛노란 복수초 ②, 솜털이 뽀송뽀송한 꽃받침을 하고 있는 노루귀 ③. 이 외에도 바람꽃, 깽깽이풀, 애기똥풀 등등. 이들은 허리를 굽히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꽃 이름을 잘 몰라 대부분 ‘이름 없는 꽃들’로 불려지지만 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큰 나무가 아니라 작은 야생화들입니다. 사진은 오는 12~25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리는 ‘박병원 사진전’에 소개될 야생화 사진 작품 중 일부입니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최근 10여 년간 강원도 인제군 곰배령에서 한라산까지 다니며 찍은 야생화 중 50여 점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꽃망울에서 낙화까지 이 외 5071점은 USB에 저장된 디지털 액자를 통해 선보입니다.

수익금은 독일 ‘카리타스재단’과 ‘사단법인 봄’에 전달돼 북한 어린이 510만 명의 풍진 예방접종에 쓰일 예정입니다. 꽃이 사랑입니다.


글=조문규 기자 사진=박병원




-인사동  뉘우스-

 

막사발씨의 김용문전이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열립니다.

아! 작가명과 그릇명이 바뀌었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김용문과 막사발은 동격어니까요.

 

오는 12일 오후4시부터 막사발전 오프닝 파티가 열립니다.

모두들 인사동으로 봄나들이 오세요.

오랜만에 추억하나 엮어봅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