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식 작가가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작품 앞에서 지난 10년의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고 있는 뉴욕, 어느 날 작가 김명식(65)은 전철 창문을 통해 비쳐진 성냥갑 같은 작은집들이 마치 사람들의 얼굴로 보여 졌다.

순간 그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여러 인종으로 오버랩된 것이다. 지체 없이 작업실로 달려가 미친 듯이 그 사람들을 그려내기 시작한 것이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2004년 우연이 발견한 모티브로 시작한 연작이 벌써 10년을 맞아 김명식 작가가 4월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10년 회고전과 장리석 미술상 기념상 수상 전시를 연다.



▲ 김명식, 'East Side Story JF-14'. 90.9x65.1cm, Oil on canvas, 2014.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인종의 갈등을 없애고 서로 화합하명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제목에서 동쪽은 항상 해가 떠오르는 곳으로 희망을 상징한다. 유화로 시작된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연작은 점차 판화, 입체, 도조, 드로잉 등 여러 장르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10년 전과 변화된 것을 다양하게 보여 주고 싶었죠. 평면을 단순화 시켰습니다. 나도 군더더기가 없어지니 차분해지는 것 같다"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90년대 '고데기 연작'에 이어 2004년부터 10년간 추구해 온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작가가 매너리즘을 탈피하고자 1999년 떠난 뉴욕여행에서 보았던 다양한 인종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에서 시자됐다.

생전 처음 경험한 뉴욕여행은 작가에게 큰 영감을 일으켰고, 2004년 마침내 뉴욕에 둥지를 틀고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집과 사람을 하나로 묵어 하얀 집은 백인, 까만 집은 흑인, 노란 집은 동양인이라는 새로운 신화가 창조된 것이다. 대담한 화면구성과 뛰어난 색채감각으로 완성된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마침내 화단에 주목을 받으며 2005년 1월 뉴욕 5번가의 리즈갤러리 '아시안 3인전(핫토리, 장궈수, 김명식)'에 초대되는 영광을 얻게 됐다.

 

 

▲ 김명식, 'East Side Story LAN-05'. 72.7x53.0cm, Oil on canvas, 2014.


이번 전시는 2004년 뉴욕에서 김명식작가가 처음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탄생시킨 10년을 돌아보는 전시이자, 2013년 '장리석 미술상'수상을 기념하는 전시이다. 10년 동안 작가의 작품이 어떤 변천 과정을 거쳤는지 작품을 통해 그가 살아온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다.

한편, 작가는 선화랑 전시를 시작으로 5월 부산, 6월 뉴욕, 7월 일본 고쿠라, 9월 몽골 울란바트, 12월 마이애미, 2015년 2월 일본 시코쿠 등으로 월드투어에 나선다.


▲ CNB뉴스, CNBNEWS, 씨앤비뉴스/ 왕진오 기자


이란 출신 탈라 마다니의 풍자된 중년의 욕망

“중년 남성은 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존재예요. 인간의 부조리를 가장 잘 드러낸 갈등의 시기라고 할까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작품들은 뭔가 사연을 담은 듯하다. 기존 미술의 개념을 정면으로 반박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 탈라 마다니의 ‘3D Pussy with Projection Light’. 소녀의 성(性)에 탐닉하는 아랍 중년 남성들을 내세워 체제의 모순을 꼬집었다. 
                                                  PKM갤러리 제공

이란 출신의 여류 작가 탈라 마다니(33)는 요즘 영국 화단에서 ‘뜨는’ 젊은 화가다. 육체적 요소에 블랙 유머를 적절히 섞어 사회의 관습과 모순을 꼬집는 데 일가견이 있다. 작품에는 끊임없이 중년 남성이 등장한다. 이들의 욕망은 어둠 속 프로젝터를 통해 화면에 투사되는 감각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예컨대 어린 소녀는 치마를 들추며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이를 바라보는 중년 남성들의 눈빛은 반짝인다. 아예 넋을 놓고 있다. 다른 그림에선 한 중년 남성이 기저귀 차림의 자신이 기어 다니는 모습을 바라본다. 마다니는 “어린아이처럼 본능에 충실한 남성의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 탈라 마다니

그는 미국 오리건주립대와 예일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져 왔는데 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에 대한 비판 의식이 돋보인다.

작가는 15세 때 이란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런 성장 배경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작품 속 중년 남성은 모두 아랍인이죠. 이들은 뭔가 욕망을 표출하려 해요. 어린 시절 이란에서 성장했던 경험이 무의식 중에 투영된 겁니다.”

오는 5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PKM갤러리에서 이어지는 전시에는 마다니의 약혼자인 영국 출신의 나다니엘 멜로스(40)도 함께 참여한다. 둘 다 한국 나들이는 처음이다.

영상, 퍼포먼스 작업에 천착해 온 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동굴 비유’를 담은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한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동굴벽화를 그린 원시인을 인터뷰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또 보라색과 주황색으로 범벅이 된 셰익스피어의 뇌에 빨대를 꽂은 조각도 내놨다. 이성이 지배하는 현생 인류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다. 얼마 전 결혼을 약속한 두 작가가 함께 전시를 여는 것은 처음이다. 과도한 표현 때문에 영국에서 전시가 취소됐던 작품도 포함됐다. 두 작가는 “예술 작품은 본능과 욕망을 억누르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며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는 데 저항하는 건 예술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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