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IMAX', 110X80X7cm, 도자기에 중화도안료 2014년.

 

배트맨, 원더우먼, 토르와 같은 영화 캐릭터부터 레이싱 선수, 츄리닝 맨, 데이트 중인 커플, 영화관 속 풍경 등 소소한 일상의 다채로운 표정을 지닌 군상들까지. 도자기 위에 빼곡하게 그려진 인물들이 익살스런 인형 같다.

"7년 전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지하철 속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고 일률적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살고 있더라구요. 사소한 주변의 것들에 재미를 발견해 이를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정도영)

"대학에서 도예를 배울 때 워낙 전통소재를 위주로 해서 팝적인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정 작가는 도자기를 모르기 때문에 용감한 면이 있고, 저는 작업할 때 끝까지 파고드는 면이 있죠. 서로의 장점들을 맞춰나가며 작업하고 있어요."(명가을)


정도영, 명가을 작가(왼쪽부터)

단아한 수묵화가 그려져야 할 것 같은 도자기 위에 만화적인 캐릭터가 담긴 정도영(32)·명가을(여·30)의 협업 작품들은 해학적이다. 작품에 표현된 과장된 표정과 색채, 경쾌한 속도감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의미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들은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작품이 갖는 의미와도 결합시킨다. "도자기는 화려한 색상을 지속할 수 있는 동시에 한 순간의 충격에도 산산이 조각날 수 있는 이중성을 지녀요. 이 시대가 추구하는 '물질'에 대한 욕망의 모습과도 닮아 '존재'가 아닌 '소유'의 삶이 지니는 아슬아슬한 현실이 담겨있죠."

5년 동안 함께 이 같은 작업을 해온 이 젊은 커플 작가팀이 지금까지 만든 인물은 1000여명 정도. 스케치 단계부터 그림이 그려질 도자기 원형을 뜨고 가마에 굽고 채색하고 유약을 바르고 다시 또 굽는 과정에서 어떤 색이 나올지는 알 수 없어 "재미가 배가 된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이들의 작품이 다음달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그림손갤러리에서 전시된다. '행복의 발견'전이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는 한국미술경영연구소가 대한적십자사와 주관해 기부활동으로 연계한 프로젝트다. 전시 기본경비를 제외한 작품 판매 수익금 전액이 구입자의 이름으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된다. 작품은 대부분 50만원 전후에서 300만원 미만으로, 기부를 통해 소득공제 해택을 볼 수 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작품들은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상, 바로 여기에 행복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이런 미술전시가 젊은 유망작가들을 키우고, 사회공헌의 매개체로 활용돼 일반인들에게 미술의 저변이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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