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메고 전국 각지 누빈지 5년
서울 갤러리 이즈서 두번째 개인전



“‘프로 사진작가’이기보다 좋은 풍경사진을 찍는 한 사람의 ‘좋은 사진가’로 남고 싶다.”

사진가로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최도환〈사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제는 부사장이라는 호칭보다 사진작가라는 말이 그에게 더 잘 어울린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둘러메고 전국 각지를 누비며 카메라 속에 자연을 담은 지도 어느덧 5년이다. 풍경사진만큼은 국내 손꼽히는 사진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등 한때 잘나가던 삼성의 고위 임원이었던 그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두 번째 개인전시회(12~17일)를 열었다. 주제는 ‘사계(四季)2’다. 그는 한국의 자연 모습을 담은 46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첫 번째 전시회를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을 위주로 구성했다면 이번 개인전은 강, 바람, 갯벌, 바다 등 객체별 계절변화를 테마로 한다. 바람의 느낌만으로 4계절을 표현한 작품은 감탄사가 절로 나게 한다.

그는 퇴직과 함께 온갖 외부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카메라 하나 메고 자연 속에 뛰어들었다. 최 전 부사장은 “사진을 통한 자연과의 만남은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을 때 큰 용기와 위로를 줬다”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오랜 시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왔다면, 앞으로는 사진으로 그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사물에 대해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만들고 개선점 찾기를 30년간 해왔던 그의 열정은 이젠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의 작품들은 오랜 산통을 거쳐 낳은 각고의 산물이다. 주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완성도 높은 사진을 위해 수십 번 셔터를 누르며 밤낮없이 한국의 사계를 카메라에 담았다. 자연의 기운과 내면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한장 한장 사진의 톤을 세밀하게 조정해가며, 공을 기울였다. 작품 하나 하나에는 그의 오랜 땀과 열정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그에게 사진은 만남과 소통의 도구다. 




그는 “사진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자연과 자신 그리고 사람들 간의 만남 및 소통이 이뤄지는 좋은 계기가 된다”면서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은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사진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사진을 위한 사진이 아닌, 누구든지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며 앞으로 펼쳐질 자신만의 무한한 작품세계의 일단을 일러줬다. 그가 주로 풍경사진을 고집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쉽고 깊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미 있는 만남과 소통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향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시회를 이어가,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전시회 수익금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기부할 계획이다. ‘프로 사진작가’이기보다 ‘좋은 사진작가’로 불리기를 원하는 그는 “제 사진이 우리나라의 사진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헤랄드 경제 / 박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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