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지우고 정성 들여 고친 연필화 해방 직후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이 그림에 대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번 언급한 고 이구열 선생님은 이중섭이 연필을 남다르게 구사한 점에 주목했다. 표현이 육중하고 사색적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기법이 놀랍고 예술적 깊이가 완벽하여 감탄을 자아낸다고 하였다.
세 사람이 그림을 꽉 채우고 있다. 그다지 크지 않은 화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맨 앞 사람이다. 그 뒤에 세운 무릎에 두 팔을 얹고 머리를 웅크리고 앉은 인물을 배치했다. 그 뒤로는 두 팔을 깔고 엎어져 누운 인물이 보인다. 배경은 땅바닥인 듯 가로줄이 그어졌다.
뒤에 있는 두 사람이 다소 무기력해 보이는 것과 달리, 앞의 사람은 보는 사람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세를 하고 있다. 무언가를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왼팔을 얼굴 위에 놓고, 잔뜩 긴장한 상태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리기만 해도 바로 반격할 태세다. 무릎을 세워 접은 왼쪽 다리와 바닥에 기대어 접은 오른발은, 왼손과 마찬가지로 잔뜩 긴장한 상태다. 앞 사람의 왼쪽 팔과 오른쪽 발은 연필을 거듭 그어대서 매우 진한 상태다.
나는 맨 앞에 있는 사람을 이중섭이 얼마나 정성 들여 고쳐 그렸는가 하는 점에 주목한다.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오른쪽 종아리나 머리 위로 올린 두 팔이 이룬 각도를 다소 느슨하게 그렸다가 더 가파르게 보이도록 바짝 당겨붙여 그리고 펜선을 지운 흔적이 뚜력하다. 그는 왜 이렇게 고심한 것일까?
이 그림이 언제 그려졌느냐 하는 것은 그림의 내용을 파악하는데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중섭의 조카이자 지금은 돌아가신 이영진 선생님의 주장에 따라 나도 이 그림은 1942년부터 여러 해에 걸쳐 그려진 것으로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그림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이제 그 견해를 취소한다. 그림이 그려진 것은 1945년 8월 이후, 9월 정도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의 앞 쪽에 있는, 모르는 척하며 팔로 눈을 가리고는 있지만 굳게 다문 입술로 “우리를 모욕하면 가만 있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한 인물이 1942년에 착안되어 그려지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1945년 가을은 해방됐다는 벅찬 기분이 유지되던 때였으나 불안감이 컸다. 북에는 소련군이, 남에는 미국군이 군정을 선포한데 이어 38선 이남의 유일한 정부가 미군정이라고 선언한 때가 10월 초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힘을 모으면 독립된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이 꺼지지 않은 때였다.
맨 앞의 인물은 그렇게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던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당시 대중들의 문맹률은 매우 높아서 이중섭은 나라의 미래에 대하여 무기력함을 느꼈을 수 있다. 그는 뒤의 두 인물을 통해 이러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면서도 앞의 인물을 통해 복잡하지만 단호한 심경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 아닐까.
이 그림은 1945년 10월에 처음 선보였다. 1945년 8월 일본의 항복으로 새로운 국면이 열린 지 불과 몇 달 뒤 10월에 서울에서 열린 해방기념 미술전에 내보이기 위해 원산에서 가져 온 것이다.
하지만 이중섭은 이 그림을 해방기념 미술전에 걸지는 못했다. 그림을 가져왔을 때는 전시회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그 때 중섭의 친구인 시인 오장환과 관련된 인천의 시인, 조각가 등이 광복의 기쁨을 표현하는 인천의 문화행사에 그림을 출품하라고 요청했다. 이중섭은 이 그림과, 함께 가져왔던 <소년>이라는 연필화를 출품하였다.
<세 사람>과 함께 그려진 <소년>. 징용을 당했거나 돈 벌러 일본이나 만주로 갔던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일까? 아니면 정신대 불려간 누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베어진 나무 그루터기, 바람부는 듯한 언덕 사이로 난 길 가운데 비오는 듯한 그림 전체의 분위기에 왼쪽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불안감을 더한다.
전시를 마친 두 점의 연필화는 이중섭이 일본에서 공부할 때 알게 된 같은 유학생이자 인천에 온 이중섭을 재워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던 노상덕에게 주었다. 이 연필화는 그 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둥근 보름달이 떠 있는 푸르른 하늘. 무리를 향하여 내려오는 까마귀 한 마리, 맨 오른쪽 까마귀가 날아오며 무리를 향해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화면 중앙에 앉아 있는 녀석은, 몸은 무리 쪽으로 향하면서 고개는 날아오는 녀석 쪽으로 돌려 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맨 왼쪽 녀석도 아래쪽을 보면서 마치 오라고 부르듯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까마귀들은 실제로 이런 상태를 연출했을까? 마침 이런 광경을 본 이중섭이 이를 그린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런 장면을 연출한 것은 화가 본인이다. 이런 장면은 많은 궁리를 거치지 않고는 만들 수 없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런 연출을 했을까?
이 그림은 1954년 6월 대한미술협회 연례전에 출품되었고 이를 본 미국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았다. 함께 출품한 소를 그린 그림은 이승만 대통령이 구입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들고 가 선물했다고 할 정도이다.
유치환은 이중섭 사후 11년 만에 이 그림을 소재로 마지막 발표작이 된 시 ‘괴변-이중섭 화(畵) 달과 까마귀’를 썼다. 우리나라 최초 미술평론가 이구열은, “세련되고 비범한 조형감각을 드러낸다”고 극찬하였다.
이중섭의 불행한 개인사 때문인지, 소유권 이동도 많았던 이 그림에 대하여 ‘절망과 희망이 엇갈리는(이구열)’ ‘불길한 내용의 그림이지만 매우 아름다운’(이경성) ‘우울하고 무겁과 음산한 분위기’(임영방)라면서 가족과의 이별로 인한 외로움과 불행, 불안한 심정을 드러낸다는 담론이 많다. 과연 그런가?
1953년 7월 27일에 남한 정부는 불참한 상태로 휴전협정이 조인된다. 다음 달인 8월 15일에 정부는 서울로 돌아간다. 그 무렵 때마침 부산에 머물 까닭이 없어진 이중섭은, 통영의 나전칠기강습소 책임자로 부임한 유강열로부터 강사로 오시라는 제안을 받는다. 이북 사람이라 고향이 없던 이중섭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이 이성운이다. 이중섭은 강습소 2층 방에서 이성운과 함께 머물렀다.
이성운의 증언에 의하면, 이중섭은 이성운의 고향인 욕지도에도 동행하여 풍경을 그렸고, 통영에서 평화로운 소를 보았다면서 소그림 그리기에 몰두하여 여러 점의 소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섭은 통영에 내려온 직후 어느 기분 좋은 초저녁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여태까지 이 그림은 대한미술협회 연례전이 열린 1954년에 그렸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성운의 증언을 토대로 보면, 이 그림은 휴정협정 직후인 1953년 늦여름에 그려진 것이 분명하다. 지루하던 휴전회담이 마감되고 평화로운 시기를 맞이할 희망에 부푼 이중섭의 마음을 반영한 그림이다. 그래서 선선해지기 시작한 늦여름이라는 알맞은 계절과 보름달이 뜬 좋은 시간에 까마귀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절묘하게 그려낸 것이다. 그림의 여름 하늘빛, 까마귀 한 마리, 한 마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는 이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중섭은 많은 궁리를 했을 것이다.
지난 7월 27일은 휴전회담을 조인한 지 69년이 되는 날이었다. 내년에는 70주년이 된다. 지난 8월 13일에 이중섭의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100세를 갓 넘겨 돌아가셨다. 이중섭의 그림을 읽을 때 이런 사항을 겹쳐 읽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요즘이다.
덧붙이는 그림은 1952년 부산에서 그려졌다고 추정되는 것으로, 휴전을 앞둔 시기 한 뼘 땅을 두고 처절하게 싸웠던 북과 남의 동족 상잔을 그린 것이라고 보인다. 까마귀는 살기 힘든 환경이 되면 서로 물어 죽인다고 한다. 한국 전쟁을 겪은 어르신 여러분들로부터 들은 것을 여기 옮긴다.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 대마 관련주가 들썩였다. 정부가 이르면 오는 2024년부터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수입을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테마주에 이목이 쏠렸다.
지난 11일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바이오·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식·의약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대마 성분 의약품은 공무·학술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개정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일부 의료용 대마초 사용만 허용된 상태다. 희귀난치질환자에 한해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 희귀수의약품센터에서 해당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정부는 오는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희귀난치질환자의 치료권을 고려해 의료 목적 허용 범위를 넓힌 셈이다. 이어 대마 성분 의약품을 자기치료용으로 국내에 휴대 반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그간 외국인은 대마 성분 의약품을 국내로 가져올 수 없었다.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 소식에 대마 관련 기업 주가도 움직였다.우리바이오(4,175원 ▼ 145 -3.36%)는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2일 종가 기준 4295원으로 마감했다. 우리바이오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의료용 대마를 개발하고 있다. LED 광 스펙트럼을 이용해 대마의 생산을 촉진하고 CBD 성분을 높이는 전용 조명시스템 도입으로 ‘재배 비용 최소화’를 진행하고 있다.
화일약품(2,825원 ▲ 0 0%)주가는 11일 5%대 상승세로 마감했다. 지난해 4월 의료용 대마 퇴행성 뇌질환 관련 특허를 보유한 카나비스메디칼 지분 49.15%를 취득해 관련주로 엮였다. 칸나비스&칸나비노이드 리서치에 세계 최초로 CBD의 퇴행성 뇌질환 효과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네오켄바이오와 의료용 대마 소재 의약품 공동 연구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HLB생명과학(13,400원 ▼ 350 -2.55%)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네오켄바이오는 대마 성분을 고순도로 추출·가공·대량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현재 의료용 목적으로 캐나다, 미국, 호주, 일본 등 50여 개 국가에서는 대마를 합법화한 상태다. 대마에 함유된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의 경우 환각성이 없고 진통, 진정, 항경련 등의 효능이 있어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 형태로도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의복인 삼베옷의 원료 대마(헴프)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재배면적이 5000㏊나 될 정도로 흔한 작물이었다. 하지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관리법)’에 따라 대마의 산업용 활용이 금지되면서 재배면적은 2020년 19㏊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섬유용 또는 종자 채취용으로 제한적인 재배만 허용돼 고사위기에 몰렸던 대마는 2020년 7월 경북도의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계기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올해 1월 기준 안동지역 대마 재배면적은 63㏊로 2020년 전국 재배면적의 3배를 넘어섰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대마 규제 완화 움직임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시장규모도 성장하는 추세다. 경북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세계 대마시장은 2020년 기준 약 5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특구를 중심으로 섬유용 외에도 의료용·식품용 등 대마 재배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의료용으로는 35개 기관·기업이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대마에서 시비디(CBD·신경계를 안정하는 효과가 있는 성분)를 추출해 원료의약품에 대한 제조·수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용으로는 농가에서 재배한 대마의 씨앗에서 껍질을 벗긴 ‘헴프시드’를 활용해 기능성 식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다. 견과류처럼 먹을 수 있는 헴프시드너트와 참기름이나 올리브유처럼 요리에 쓰는 헴프시드오일 등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헴프 맥주·커피 등 다양한 제품도 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마는 병충해에 강해 화학비료나 방제가 필요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가 가능한 친환경 작물로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안동농협과 안동와룡농협은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에서 생산한 헴프시드를 1㎏당 1만7000원에 전량 수매하기도 했다.
김영호 안동와룡농협 상무는 “헴프시드는 3.3㎡(1평)당 8000∼1만원 수준의 조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소득 작물”이라며 “인식 전환과 규제 완화를 토대로 재배가 더욱 확산되면 대마가 지역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까지 법 개정해 대마 성분 의약품 국내 제조 허용 35개 기업 헴프규제자유특구서 산업화 가능성 타진 동국제약·CTC·네오켄·파미노젠 등 제약바이오 참여
정부가 의료용 대마의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직 합법화 안 된 국내 의료용 대마 산업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1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통해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와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료용 대마'(HEMP·헴프)란 향정신성 강도가 높은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를 매우 낮게 함유(0.3% 미만)한 대마 식물·추출물을 말한다. 환각성 있는 마리화나와 구별되는 비 환각성 소재다.
대마에서 추출한 CBD(칸나비디올)의 경우 스트레스 완화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식품, 음료, 식품첨가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CBD 성분 의약품인 '에피디올렉스'(소아 뇌전증 치료제)는 작년 매출이 4억6000만 달러(약 5500억원)에 달한다.
국내는 미국, 캐나다 등과 달리 이런 의료용 대마 사용이 합법화되지 않았고, 대마 성분 의약품은 공무·학술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희귀난치질환자에 한해서만 일부 허용된 대마 의약품을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의료 목적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2024년 12월까지 관련법을 개정해 대마 의약품의 국내 제조와 수입을 허용할 예정이다.
또 자기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을 휴대하고 출입국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2024년 12월까지 대마 의약품을 자기치료용으로 국내에 휴대 반입할 수 있는 승인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다.
최정구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헴프규제자유특구 사업추진단장은 "이번 발표가 의료용 대마의 산업적 생산·유통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면서도 "여전히 넘어야 할 많은 규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헴프규제자유특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의료용 대마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특구다.
최 단장은 "현재 의료용 대마는 제한적으로만 규제가 풀린 상태다"면서 "금지된 의료용 대마의 소지·운반·보관을 완화한 게 이번 발표의 핵심이며, 의사 처방을 받은 대마 의약품을 해외로 이동할 수 있게 돼 고무적이지만 다른 주요 부분의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조금씩 열리는 의료용 대마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준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들은 의료용 대마의 산업화를 추진하는 경북 헴프규제자유특구에 입주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마를 바이오 소재 및 의료용 제품으로 전환하는 연구 및 재배 중이다.
현재 헴프특구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35개사다. 한국콜마, 유한건강생활, 교촌에프엔비를 포함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동국제약 중앙연구소, CTC바이오, 네오켄바이오, 유셀파마, 파미노젠 등이 있다.
최 단장은 "의료용 대마의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행위는 이 특구로 주소지를 옮긴 기업에 한해 그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내에서 대마를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재배 허가를 받아 재배하거나 연구용으로 사용하는 2개 뿐이었다"며 "헴프 특구는 미수정 암꽃과 잎에 대해 사용 허가를 받아 스마트팜 표준 재배 매뉴얼을 연구하고, 고순도의 CBD를 추출해 해외 수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의료 목적 제품도 개발해 전문기관에서 효능·안전성 시험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오켄바이오는 대마 성분을 고순도로 추출·가공·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기술출자회사로, 대마에서 추출한 CBD를 원료의약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AI 신약개발 기업 파미노젠도 의료용 대마를 연구 중이다. 고품질 대마 재배를 위한 스마트팜 재배 실증, 칸나비디올 등을 원료로 한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다.
화일약품은 작년 4월 의료용 대마 퇴행성 뇌질환 관련 특허를 보유한 카나비스메디칼 지분 49.15%를 취득했다. 관계사 오성첨단소재가 획득한 지분(50.85%)을 합치면 카니비스메디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카나비스메디칼은 인체에 유익한 마리화나 주요성분과 CBD 중심으로 연구 중이다. 향후 국내 마리화나 관련 제품의 상용화가 입법화가 될 경우 치료제, 식의약품, 뷰티용 제품 등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2018년 1월 설립했다.
독일 정부가 대마초(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독일법상, 대마초 재배·소지·거래는 불법이거나 까다로운 규제의 대상이지만 정작 사용은 크게 규제하지 않는 '역설'을, 제도권의 영역으로 끌어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음에서 양으로' 끌어옴으로써 대마초 인구의 건강·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부는 관련 초안을 연내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선진국 독일이 입법 매듭을 지으면, 대마초 합법화 물결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獨 최대 대마 박람회... "대마 인구? 더 늘어날 것!"
독일 최대 대마초 박람회 '메리제인 베를린'이 열린 행사장 '트렙토우 아레나'를 15, 16일 찾았을 때, 약 1만3,000㎡ 공간은 인파로 가득했다. 주최 측은 대마초 관련 업체 300개가 참여했고, 행사가 열린 15~17일 방문자가 2만4,000명가량이라고 추산했다.
대마초를 말아 피우거나 키우는 데 활용하는 장비들부터 도넛·아이스크림·맥주와 같은 음식들까지 대마초와 관련한 상품이 그곳에 즐비했다. 티셔츠에도, 케밥에도 대마초 성분이 함유됐다고 했다. 판매자들은 화려한 언변과 판촉용 상품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방문객들도 이를 즐기고 있었다. 알약 형태의 대마초를 제조하는 프리덤팜의 노베르트 니미르스키씨는"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대마를 피우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량' 안 되고, 피우는 건 되고... 무법지대? 회색지대?
독일은 대마초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①대마 추출물인 칸다나비올(CBD) 자체는 마약에 해당하지 않는데, 여기에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올(THC)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다. THC가 0.2% 미만이면 허용된다. ②아울러 환각·오락 등 기호용 거래는 안 된다.
그러나 많은 독일인들은 애매한 규정에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오락을 위해 대마를 사는 것은 불법이라도, '6g 미만'을 소지하고 있으면 처벌받지 않는다. 판매자에게는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되지만, 사용자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도 모호한 규정이다. 레온(17)씨는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부모님은 내가 대마초 피우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현지인들은 '불법 판매자'로부터 공급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 만난 닥터 비지씨에게 어디서 판매자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텔레그램(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사는 곳'과 '대마초' 키워드를 넣어서 검색하면 나온다. 아니면 동네에서 사람들에게 '딜러 번호를 알려달라'고 해보라."
"이미 통제엔 실패했다" '연내 초안 마련' 계획한 독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마초에 노출된 것.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독일 정부가 판단한 주된 이유다. 독일 보건당국은 400만 명의 성인을 대마초 인구로 추정한다. 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최근"대마초를 억압하는 지금의 방식은 이미 실패했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대마초를 제도권으로 포함시켜야 대마초 통제에 투입하는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여긴다.
합법화 찬성론자들은 이 문제가 '인권'과 직결됐다고도 주장한다. 현직 판사임에도 대마초 합법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활동가'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뮐러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술·담배에 대해서는 감시·처벌이 없는데, 대마초는 있다. 제도적 차별이고, 선택권 침해이다. 대마초 합법화는 '박해로부터의 해방'이다. 지금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범죄자 또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고 있다."
합법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도 논의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독일에 있는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은 합법화를 통해 독일이 연간 세수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약 47억 유로(6조2,659억 원∙19일 기준)로 추산했다(지난해 11월 발표).
대마초 합법화는 지난해 11월 신호등(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 협약서에 포함되면서 가시화했고, 정부는 지난달부터 의료·산업·법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공식 논의에 돌입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법 어기거나 바꿀 수도... 도미노 일어날까?
합법화를 하게 되면, 대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상당하다. 우선 독일의 합법화는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를 금하는 유엔(UN), 대마초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연합(EU)의 법과 배치될 수 있다. 뮐러 판사는"독일이 국제법에서 이탈할 수도 있고, 독일 주도로 국제법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회가 바뀌는데 고정된 법을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독일은 국제사회 의제를 선도할 '힘'이 있다. 그래서 지난해 EU 최초로 대마초를 합법화한 몰타와는 다른 파급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달 초 "독일의 합법화 움직임이 도미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별개로 이미 대마초를 합법화했거나 하려는 국가도 늘고 있다. 지난달 태국이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독일 대마산업협회 소속 마르진 로에르쉬씨는 "예상보다 빠르게 독일에서 합법화가 이뤄질 것 같다"며 "아마 다른 나라들도 사전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