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 여순을 살다

박금만展 / PARKKEUMMAN / 朴錦晩 / painting 

2023_0312 ▶ 2023_0326 / 월요일 휴관

박금만_탱자나무 아래에서_캔버스에 유채_116.8×80.3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레이문화기획주최 / 자하미술관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자하미술관에서 여수 작가 박금만의 개인전이 3월 1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박금만 작가는 여순항쟁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사건을 토대로 사실적인 역사화를 그려오고 있다.  그가 그리는 “여순항쟁”은 해방 이후 날카로운 이념대립의 시기였던 1948년 10월, 여수 주둔 국군14연대가 제주도 토벌 명령에 항명하면서 여수시민들이 이에 호응하여 7일간 지역을 장악하였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전라도 지역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학살 피해가 일어났다. 작가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에 일어난 과거의 여순항쟁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연유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곳에는 가족이 있다. 당시 작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남동생은 빨치산에게 쌀을 지게로 옮겨주었다는 이유로 몸에 파란 잉크가 뿌려진 채 총살되었다. 이후 할아버지를 잃고 생활고를 겪으며 자녀들을 홀로 키워내셨는데,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은 가족들에 대한 기억은 「버선이 벗겨지던 날」(2022) 작품에서 할머니의 발목에 난 상처 자국으로 어렴풋이 드러난다.

 

박금만_버선이 벗겨지던 날_연필, 콘테_72×90cm_2022

그러나 작가는 유가족이라고 하여 역사적 사건을 과장하거나 단순히 추억하는 데 머무르는 대신 여순항쟁 사건에 관한 자료와 관계자들을 연구하는 자세로 작품에 임해왔다. 회화를 통하여 때로는 현장에 대한 실제 기록을 기반으로 때로는 작가의 상상을 더하기도 하면서 최대한 여순항쟁의 현장과 당시의 여순 시민들이 살아가던 일상을 다양한 양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4m 길이가 넘는 대작 「여순항쟁진도-함꾸나가세」(2021)의 경우, 여순특별법의 제정과 여순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대의 인물들을 작가가 여수의 심장이라는 진남관을 배경으로 함께 모여 걸어나가는 모습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작가는 여순과 관련하여 인터뷰를 했던 관계자들의 면면을 한 명 한 명 섬세하게 새겨넣었다. 이처럼 박금만의 회화는 담담하게 사건의 본질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박금만_여순항쟁진도-함꾸나가세_캔버스에 연필 및 아크릴채색_200×450cm_2021

이번 자하미술관 전시에서는 총칼을 겨누는 급박한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 여순항쟁의 시기를 살다 간 여성들의 모습을 통하여 일상적 단면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 곳에는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오빠를, 아버지를 기다리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동백섬의 소녀들이 있으며 꽃과 새들이 함께 슬픔을 나눈다. 콘테 기법으로 그려진 이 흑백 작업들은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아픔이 서정적으로 스며있어 먹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순을 살다 간 이들의 모습은 부드럽지만 그래서 더욱 선명한 진실을 전달하는 듯하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 『10.19 여순을 살다』 여순사건의 희생자들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듯한 작가의 손길과 동시에 그들에 관한 기록을  전달하는 강인한 힘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자하미술관

박금만_소녀와 동박새_연필, 콘테_116×91cm_2022

"여순을 살다 간 여인들에게"​●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군 주둔14연대의 제주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항명하면서 시작되어 다음날 정부에 억눌렸던 여수시민들이 항쟁으로 호응하여 7일간 여수를 장악하였던 사건이다. 그 여파가 순천 및 전남 동부, 전라북도, 경상남도에 걸쳤으며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학살의 피해가 일어났다. 처음 여순 항쟁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작업으로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의외로 담담하게 작업해나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작업이 거듭되면서 가슴이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어느 때는 너무 우울해 세상 모든 것이 싫어지기도 했다. 74년이나 지난 일이 현재의 나와 무슨 상관일까? 그러나 여수에서 태어나고 생활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나는 많은 것들이 여순에서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순의 잔재는 지금도 내 주위를 맴돈다. 실제로 나는 거의 매주 여수 구시가지 주변에서 여순의 흔적을 찾는다. 지금도 발견되는 당시의 탄피, 약병, 단추, 옷가지, 칫솔 등 나는 지금도 여순을 살고 있다.  

 

​박금만_오빠_연필, 콘테_72.7×90.9cm_2021
박금만_​​Deep_연필, 콘테_90×72cm_2022

그럼에도 작품에서 사람들의 아픔, 죽음, 사건, 항쟁을 지속해서 작품화하다보니 당시 여성들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빨갱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은 남편 때문에 남편을 죽인 사람과 재가해 자신과 아이들을 지킨 여인이 있었고, 집안의 가장이 죽었을 때 그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모든 것을 견디며 삶은 이어간 여인도 보였다. 남편과 남동생을 동시에 잃고 혼자서 자신의 가족과 남동생의 가족까지 아홉 식구를 건사한 나의 할머니 또한 그런 여인들 중 한 분이었다. 질곡을 견디며 여순을 살아간 여성들에게 이번 개인전 『10.19 여순을 살다』를 통하여 늦었지만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 박금만

 

Vol.20230312d | 박금만展 / PARKKEUMMAN / 朴錦晩 / painting

동동, 완월장취 玩月長醉

권기수展 / KWONKISOO / 權奇秀 / painting.installation 

2022_1125 ▶ 2022_1225 / 월요일 휴관

 

권기수_Reflection of the Moon-Black_보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97cm_201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한국메세나협회지원 / 프라임메디칼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 하려노" (삼주 이정보(李鼎輔, 1693~1766) 시조 中)

 

권기수_총석(叢石)-문암(門嵓)-Gate_보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100cm_2018

 

권기수_Landscape with a tiny red boat_보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4×120cm_2019

자하미술관에서 11월 25일부터 12월 25일까지 권기수 작가의 개인전 《동동, 완월장취》를 개최한다. 사람 모양을 단순화한 기호 '동구리'로 친숙한 권기수는 전통 동양화의 소재를 기호와 기하학적 형식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온 작가이다. 작품 곳곳에 자리한 동구리는 둥근 얼굴에 항상 미소를 짓고 있다. 동양의 산수 배경 아래, 보름달처럼 둥근 얼굴의 동구리를 보면 완월장취(玩月長醉), 사대부들이 달빛 아래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긴다는 단어가 떠오른다.

 

권기수_Over the rainbow-Light blue_렌티큘러_40×40cm_2020

작가의 연남동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마포 강변에는 과거 문인들이 달 아래 술과 자연 풍광을 즐겼던 담담정(淡淡亭)과 희우정(喜雨亭)이 있었다. 담담정(淡淡亭)은 몽유도원을 꿈꾸던 안평대군의 별서이다. 조선 최대의 문화예술 애호가이자 수집가인 안평은 마포의 당대 문인들과 함께 이곳에서 종종 시문과 서화를 나누었다. 또한, 이와 가까운 희우정(喜雨亭)은 오늘날 망원정으로 불리는 바 효령대군이 풍류를 즐기며 살았던 별장이다. 오랜 기간 비가 내리지 않던 시기에 세종이 들렀을 때 마침 단비가 내려 기쁜 마음에 희우정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지며, 이 정자는 후에 문종이 자신의 신하들에게 귤과 직접 지은 시를 나누어준 일화로도 유명하다.

 

권기수_White-Oar_보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3cm_2018
권기수_White-two_보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74.5cm_2016

담담정이나 희우정에서 사대부들이 감탄하던 풍경에는 이제 아파트, 학교, 음식점 등의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시문과 서화로 자연의 정취를 함께 나누던 문화 또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동구리는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오늘날에도 매화, 대나무숲, 설산, 강가 등 옛 시에 등장하던 자연 풍광을 자유롭게 거닌다. 특히 동구리가 나룻배를 타고 건너는 작품들을 보면 강물 수면에 둥글게 파문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 이상향의 경계에서 닿을 수 없는 이상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보여준다. 동구리는 과거의 안평대군을 비롯하여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는 현대인들까지 모든 이들의 꿈을 반영하는 기호로 달밤의 산과 강을 소요하는 듯하다.

 

권기수_Counting the stars at night 별 헤는 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30.3cm_2014
권기수_도원-Utopia_보드,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82×227cm_2009

찬 공기 속 하늘이 더욱 맑아가는 겨울, 《동동, 완월장취》는 보름달처럼 둥근 동구리를 따라 사대부 문인들이 찬미했던 자연을 되새겨볼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이들의 '나'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리'이기도 한 동구리와 함께 따뜻한 달빛이 비치는 이상향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자하미술관

 

Vol.20221125c | 권기수展 / KWONKISOO / 權奇秀 / painting.installation

명당 바로보기

민정기_주재환_최종현展 

 

2022_0812 ▶ 2022_0918 / 월요일,추석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시청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추석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완만하게 펼쳐진 넓은 들판에 서서 따뜻하게 내리쬐는 볕과 함께 눈앞으로 길게 연결된 물길의 소리, 그리고 그 뒤로 울창하게 뻗어있는 산세를 보고 있는 상상을 하니 한껏 심신에 생기가 든다. ● 예로부터 흔히 모두가 선호하는 공간의 기준으로 평탄한 땅, 산수의 조화와 함께 따뜻한 기운이 도는 곳을 지리적으로 배산임수의 형태인 풍수지리에 해당한다 하였고 지금까지 이는 가장 기본적인 '명당'의 전통적 개념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공간은 인간이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의 한 부분으로써 단순히 생존을 넘어 시각적인 정경과 심리적인 안정감, 그리고 더 나아가 길과 복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인간에게 공간이라는 영역이 가지는 의미는 그 장소 자체만이 아닌 주위를 둘러싼 전체적인 환경까지 포함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풍수는 명당을 의미하는 하나의 자연관으로, 그것이 미신이거나 비과학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인류의 삶속에서 자연환경은 절대 배제될 수 없는 부분이고 그 기운 또한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상적인 입지 즉 명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좋은 에너지를 느끼고, 살기에 편안하고, 향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은 곳을 정해 집을 짓고, 묘를 써서 좀 더 좋은 기를 받고자 함일 것이다. ● 전시 『명당 바로보기』에서는 작가 주재환, 민정기, 최종현과 함께 어쩌면 명당이라는 그 의미가 조금은 달라져버린 현재와 명당이 가지는 본래의 의미를 바르게 다시 이해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져보고자 한다. 세 작가의 작업은 모두 고지도의 형태를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명당을 풀어내고 있으며 면면촌촌 무수한 답사와 조사를 통해 우리의 민족사와 인문학적 의미를 지리적 요소와 결합하여 그려지고 있다. ● 지금의 서울인 조선의 수도 한양은 한국의 대표적인 명당으로 꼽히고 있다. 조선의 새 도읍지로 선정된 한양은 풍수지리상으로 완벽에 가까운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그 당시의 현실적인 여러 방면에 잘 부합하는 이점들이 많다. 주변으로는 큰 산들이 있어 도성을 보호하고 겨울에는 찬바람을 막을 수 있었으며 남쪽으로 한강을 끼고 있어 교통에 유리했다. 현재 서울의 사대문안 지형을 보면 전형적인 명당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서울의 도심이기도 하고, 현재의 주요 관청, 기업이나 대학들이 위치해있는 의미 또한 명당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재환 「목판음각 수선전도」, 민정기 「서울의 얼」, 최종현 「1481 한양」의 세 작업에서도 한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재환_목각음각 수선전도_MDF 음각, 락카 바탕 단청 마감_지름 500cm_1988

주재환의 「목판음각 수선전도」는 김정호의 「수선전도」를 기본으로 목판에 음각을 하여 옛 한양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바닥에 설치한 작품으로 일반적인 평면의 지도와 비교하여 직접 보는 이들에게 현재의 서울과 비교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고 명당길을 걷고 있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어 당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민정기의 「서울의 얼」은 최종현과의 공동작품으로 대리석에 19세기 지도인 경강부임진도를 바탕으로 유교의 5개 덕목인 인, 의, 예, 지, 신을 상징화한 벽화작품이다. 조선은 성리학의 기본 가르침을 강조하기 위해 인의예지신을 각각 한양의 사대문인 홍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과 보신각에 새겨 넣었는데 민정기의 「서울의 얼」에서는 인의예지신을 각각 인정전과 영조의 청계천 준천 모습, 해치, 문표와 악공, 규장각과 서당, 보신각과 선비들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고 그림의 양쪽 끝 각각에는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열차분야지도와 천하도가 그려져 있다. 이는 조선을 대표하는 도상들과 의미를 배치한 형태로 서쪽으로는 강화, 동쪽으로는 충주로 이어지는 서울 전역의 모습을 디테일하고도 웅장하게 담아내고 있다. 최종현의 「1481 한양」은 한양의 모습을 목각에 형상화한 작품으로 한양도성과 성문, 궁궐, 종묘, 도로와 물길 등 한양의 상징들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작품에서 보여지는 지명들을 비교해서 읽다보면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고 있다.

 

민정기_서울의 얼_캔버스천에 디지털 프린트_120×600cm_2022

민정기는 지리적 특성이 있는 장소를 연구하며 그 곳의 역사적인 사실이나 인간으로서 지향해야 할 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이를 명당도의 형태로 연결시키고 있다. 「동아청년단결」은 서울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인왕산 암벽에 일제가 당시 조선 청년들을 전쟁에 동원시키기 위해 새긴 구호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해방이후 글씨들이 삭제되어 현재는 그 형태를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림속의 뚜렷하게 새겨진 글씨들은 아직도 바래지지 않는 시린 역사의 실재이다. 「장릉에서 본 왕릉뷰 아파트」는 김포에 위치한 장릉 앞에 아파트단지가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새워지면서 논란 중에 있는 사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유네스코로 지정되어 있는 장릉은 계양산과 김포장릉, 파주장릉을 이어주는 풍수지리적 입지에 있지만 현재는 계양산 대신 고층의 아파트 단지가 그 시야를 가려버린 모습으로 쓸쓸하고도 애석한 기운이 감돈다. 이는 공간과 공간사이의 배려가 사라지고 자연과 인문환경의 조화가 무시된 예로 '왕릉뷰 아파트'라는 아이러니한 단어조합에서 조악함이 느껴진다.

 

최종현_도산서원 지도_종이에 실크스크린_38×110cm_2005

최종현은 일평생 도시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많은 공공프로젝트에도 참여해왔고 수많은 답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고지도 형태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현의 작업을 보면 건축물 자체만이 아닌 나무, 물 등 자연의 모습이 하나의 전체적인 풍경으로 그림 안에 표현되고 있고 이는 흐트러짐 없이 아주 세밀하고도 정확하게 그려지고 있다. 산속 산사를 그린 「두륜산 대흥사산도」, 「반용사 명당도」와 「도산서원 지도」에서 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도산서원 지도」를 보면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앞으로는 물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태로 그림 전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고 길게 뻗은 강의 전경과 초록빛의 산의 조화는 아름답고도 고즈넉한 절경이다. 「고려 숙종조 남경 산수지도」, 「조선 세종조 한성부 산수지도」, 「조선 성종조 한성부 산수지도」, 「조선 고종조 한성부 산수지도」에서는 서울의 고려 말부터 조선까지 궁궐이 변화하는 위치를 나타낸 그림으로 시간의 변화에 따라 궁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해볼 수 있으며 이는 작가가 얼마나 서울 도시모습의 위치와 변화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왔는지 알 수 있다. ● 땅 위의 인간은 인간이 누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주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욕구를 가지며 살아가며 땅은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고 때론 인간을 위한 땅이 되기도 한다. 땅은 인간과 자연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의 역할을 하며 인간은 자연을 배제하고는 살 수 없다. 지나온 역사와 현재의 우리가 지켜보는 것처럼 땅, 건축, 주변 환경이 갖는 가치와 의의에 대한 모두의 관심과 호기심은 결코 끊이지 않을 것이다. ● 땅을 두고 무엇이 무엇을 먼저 소유하려 하거나 서로를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 의지를 보인다면 우리가 발을 내딛고 있는 그곳이 비로소 좋은 땅, 명당이지 않을까. ■ 유정민

 

Vol.20220812c | 명당 바로보기展

Destruction = Creation

김상표展 / KIMSANGPYO / 金相杓 / painting 

 

2022_0617 ▶ 2022_0717 / 월요일 휴관

 

김상표_디오니소소춤2_캔버스에 유채_162.2×260.6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김상표-아나키즘에 기반 한 회화 ● 김상표는 자신의 작업이 아나키즘 사상을 기반으로 한 그리기라고 설명한다. 나는 그가 쓴 비교적 긴 작가론, 자기 작품에 관한 논리를 접했다.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고 동시대 미술과 사상에 관한 전방위적인 관심이 폭넓게 드리워진 글이었다. 그는 자신의 논리를 그림을 풀어내고자 한다. 여기서 그의 생각과 주제는 선험적으로 드러나 있고 이후 그림은 그것을 표상하는 차원에서 사후적으로 몸을 내밀고 있는 것 같다. 다분히 선언적인 그의 회화론을 보여주는 그림은 인간의 몸과 얼굴을 암시하는 격렬한 선, 몸짓만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사각형 화면의 틀을 따라 선이 이동하는 모종의 흐름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것은 즉흥적인 감정의 발산이나 순간적인 몸의 충동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그래서 마치 몸과 감정을 그대로 찍어내는 듯한 그리기에 가까워 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화폭에 실제 낙관하듯이, 온몸을 휘둘러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기존 그림의 일반적인 모드에서 다소 비껴나 있는 편이다. 사실 무의식에 맡겨 그림을 그린다거나 기존의 제작방식에서 벗어나려는 다양한 시도는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너무나 흔하게 접해온 것들이다. 20세기 초 현대미술의 속성 자체가 탈전통, 탈재현이었고 이후 미술은 지속적으로 기존의 미술 개념과 방법론을 끊임없이 반성, 부정해오면서 매 순간 미술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질문해온 역사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은 지금도 지속되는 한편 많은 작가들은 그러한 새로움을 어떻게 독특한 방법론과 단단하면서도 매력적인 조형의 힘으로 주물러 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오고 있다고 본다. 그것이 없으면 부정이나 새로움은 사실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김상표_운명교향곡_카산드라 베델 1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김상표는 자신의 신체의 흐름을 통해 단숨에 그리며 지우거나 덧칠을 하지도 않는다. 붓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긴 하지만 대부분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그리는데 온몸을 주어진 화면에 투기하듯, 퍼포먼스를 하듯 그린다. 이른바 핑거페인팅이자 액션페인팅 내지 마치 화면 안에서 춤을 추거나 검도나 태극권을 하듯 화폭 위에 물감을 문지르고 다닌 형국이다. 물론 그것은 결국 물감을 묻힌 손가락 힘의 강약에 따른 차이로 인한 여러 표정들이다. 읽을 수 있는 문자의 체계가 지워진 채 위에서 아래로, 혹은 사선 방향으로, 혹은 원형으로 돌린 선들의 교차만이 남아있는 혁필화를 보는 듯도 하다. 혁필화는 근래와 와서 부르는 이름이고, 본래 이름은 비백서였다. 이는 비로 쓴 자국처럼 희끗희끗하게 붓 자국이 드러난 글씨체를 지칭한다. 붓끝이 잘게 갈라지고 필세가 비동飛動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는 버드나무나 대나무로 쓰는 비백서는 근대에 와서 가죽이나 두꺼운 천 조각에 여러 가지 색의 안료를 묻혀서 그림이나 문양과 함께 그린 혁필화로 발전했다고 한다. 보통 납작한 죽필竹筆을 종횡으로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곡선, 파선波線, 직선을 자유롭게 구사한 것인데 먹색 하나만으로도 풍부한 농담과 색의 차이, 선의 온갖 형세를 다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하여간 순간적으로 그어나간 혁필화 선의 자취를 유심히 보면, 선과 색의 풍부한 변화상을 만끽할 수 있다. 김상표의 그림에서 어느 부분이 그런 인상을 강하게 준다. 하여간 손가락으로 캔버스 화면에 빗질을 하듯, 할퀴듯, 긁어대듯 그리고 있다. 물감을 칠해서 덮거나 채워 넣는 게 아니다.

 

김상표_NIRVANA-교장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서예필법과 검법이 녹아든 붓질과 열 손가락의 본능적인 할큄이 캔버스를 훑고 지나가는 가운데 선과 색이 얼기설기 얽혀서 불규칙한 흐름이 형성된 패턴이 나의 공감각과 공명하는 어느 순간, 내 몸이 스스로 그리기를 멈춘다. 이처럼 리좀적 접속을 통해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사전에 설정되어 있지 않고 과정을 통해서 늘 잠정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결국 나의 회화는 수행성으로서의 퍼포먼스에 다름아니다." (작가노트) ● 작가는 특정 동작을 취하고 있는 인간의 몸, 그러니까 춤을 추거나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신체 내지 커다란 얼굴을 형상화하고 있다. 색과 선이 한 몸으로 이루어지고 그리기와 칠하기의 구분이 없다. 물론 재현회화는 아니다. 물감을 그대로 화폭에 문지르고 다니거나 북북 그어대거나 휘젓고 다니는 등 다양한 방향과 강약의 조절을 통해 선의 풍부한 표정을, 물감의 물성이 지닌 색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편이다. 그렇다고 완전한 추상도 아니다. 여전히 인간의 흔적이 어른거린다. 작가의 손가락, 몸의 움직임 혹은 붓을 부분적으로 이용해 신속하게 칠해놓은 흔적이 선, 색채, 물감의 질료성 그리고 인간의 몸과 얼굴을 동시다발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바탕칠이 되어 있지 않은 하얀 캔버스 천은 그 위에 올려지는 손가락의 힘과 속도, 압력을 버티면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 발생 되는 여러 자취를 생생하게 기록한다. 나로서는 얼굴을 보여주는 그림이(418코뮨-PJL) 흥미로웠는데 핑거페인팅이 지닌 맛을 보다 적절히 통어해서 추려낸다면 묘한 에너지를 지닌 얼굴이 불현듯 떠오르는 그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다. 무엇보다도 조형의 예리한 추려냄이 필요해 보인다.

 

김상표_앤솔러지 1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20
김상표_사랑예찬-꿈_캔버스에 유채_162.2×521.2cm_2021

작가의 얼굴 그림은 많이 그려지지 않은, 그리다 만 얼굴, 그리고 이내 지운 얼굴, 그릴 수 없는 얼굴이다. 마치 사라져가는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듯하는 손가락과 붓질에 의해 얼굴을 그리고 있기보다는 얼굴을 자해하고 두들겨대고 있다. 보여주기보다는 삭제하고 은폐시키는 것도 같다. 여기서 재현 대상과 이미지의 고리가 끊어지고 있다. 얼굴은 온통 뭉개져 있거나 물감과 거칠게 짓이긴, 문지른 흔적뿐이어서 다분히 모호하다. 몇 번의 격렬한 신체의 움직임, 손가락의 운동은 얼굴과 인간의 형체를 가까스로 만들어 보이다가 이내 지워내고 있다. 그 얼굴은 무엇이라 규정하기 어렵다. 누군가를 연상시키다가 이내 좌절하고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다가도 그저 맥없이 사라져 버린다. 사실 모든 이미지란 그런 것이다. 이미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것은 실제가 될 수 없다. 실제를 보여주다가도 이내 사라져 버리고 실제에 가 닿지 못하고 추락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가 없이는 세계를 재현할 수 없다. 김상표의 그림은 바로 그러한 미술의 경계와 운명 안에서 작업을 하고자 하는 것 같다. ■ 박영택

 

Vol.20220617b | 김상표展 / KIMSANGPYO / 金相杓 / painting

 

Hi-story.gif

2022_0506 ▶ 2022_0612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호석_김홍식_박영균_서용선_서원미

신학철_정정주_정직성_채정완_하성흡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시대를 그리다 - 하이-스토리 ● 역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history'는 이야기라는 의미의 'story'를 단어 내부에 품고 있다. 이러한 단어의 만듦새는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있어서 시사점을 지닌다. 이 시대에 변화하고 있는 역사 개념의 맥락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는 승자의 역사이거나 역사를 기록한 이의 신념이 투영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역사는 단지 역사 속의 승자, 역사학자의 인간사에 대한 이해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간의 기록에서 제외되어온 다양한 역사적 타자의 '이야기'가 구술 채록 등의 실질적 방법론을 통해 학문의 영역에서 다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의 시간적 기록은 많은 형태로 생산되고 공유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날마다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에 업로드 하는 모든 글과 사진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남기는 기록된 이야기 즉 역사에 다름아니다.

 

신학철_한국현대사-질곡의 종말_종이에 콜라주_330×130cm_2021

김호석_자식인 줄 알았는데 허공이었다_종이에 수묵채색_186×94cm_2015

서용선_피난_면에 아크릴채색_301×442cm_2013

 

역사와 예술 ● 삶 속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은 언제나 예술의 화두였다.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그려지고 사랑받아 온 그리스의 신들을 재현하는 회화는 인간의 이야기를 신에 빗대어 서술한 인류의 전통을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민족의 신화를 구성하는 신들의 이야기 역시도 다사다난한 인간사를 빼다 박았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신들은 사랑에 눈이 멀어 부모를 배신하기도, 세상의 풍파 속에 고난을 겪기도 한다. 이후로도 오랫동안 인간은 역사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삶의 이야기를 회화, 조각 등의 예술과 문학에 담았다.

 

박영균_1996년 가을 강릉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63cm_2012

정정주_40 rooms_LCD 모니터, 스테인리스_380×490×325cm_2010

하성흡_1980.5.21일 발표_한지에 수묵담채_143×170cm_2017

 

우리의 이야기 ● 여기 한국의 오늘을 만들어 낸 이야기를 그리는 예술가들이 있다. 오늘의 한국 사회의 골격을 형성하는 일은 1950년대 이후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굴곡진 20세기 초반 한반도의 역사 이후 근 70년간은 한국의 현재를 구성하는 뼈대가 되어 온 것이다. 그 시대의 진행 속에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삶의 풍경, 그에 대한 이해를 작품 세계에 담았다. 『Hi_story.gif』는 1950년대 이후 한국인의 삶을 담아온 예술가들을 시기별로 갈무리해 한 자리에 모았다. 이들의 예술은 다양한 주제와 매체로 거시 사건과 그 속의 인간을 함께 담아낸다. 서용선, 서원미, 하성흡, 김호석, 신학철, 채정완 작가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그 이야기의 한 켜 한 켜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 속에서 우리의 부모, 이웃의 얼굴은 때로는 세상의 풍파에 맞서기도 때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스러져 가기도 한다. 박영균, 김홍식 작가의 작품은 거시적 사건과 미시적 삶의 대비를, 정정주, 정직성 작가는 매체성 짙은 예술의 형식 렌즈를 투과하여 세상의 일을 담아냈다.

 

서원미_The Black Curtain: Simsan, Joongsu_리넨에 유채_181.8×227.3cm_2016

김홍식_광화문 아리랑_패널에 렌티큘러 스트린_70×110cm_2016/2022

정직성_20176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194×259cm_2017

채정완_소곤소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1×90.9cm_2022

 

이들의 작품 속에서 그려진 이야기들은 오늘의 우리 사회를 구성해 온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동시에 동시대 한국 미술의 다양한 면면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들려주기도 한다. 수묵과 채색 동양화의 수법으로 동시대 한국화의 모습을 보여주거나(김홍식, 하성흡) 예술가의 파토스를 짙게 담아내는 색채로 아크릴, 유화의 세계를 펼쳐 놓기도(서용선, 서원미, 정직성) 팝아트의 단순한 형식성을 전유하고(채정완)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다양한 매체 실험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박영균, 정정주, 김홍식, 신학철)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지난 70년은 이야기와 형식으로 직조되어 나타난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가의 구성도 눈에 띈다. 3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작가 구성은 시대를 교차하는 시선을 담는다. 30대 작가가 본 60년대의 한국, 원로 화백이 콜라주로 종합한 70년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70년간의 한국인의 이야기는 다양한 시선을 교차해 펼쳐진다. 삶을 구성하는 사람들, 그들의 시선과 이해는 저마다 다르고 역사의 한순간에도 각자가 겪는 삶의 풍파는 다르다. 그러한 들 한 시대 한 장소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겪는 사건과 이야기들은 우리의 이야기라고 묶일 수 있는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2022년의 우리, 2년여간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오랜 거리두기를 끝낸 우리는 여기서 다시 우리라는 삶의 부대낌을 환기하는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 배혜정

 

Vol.20220506b | Hi-story.gif展

 

My World(s)

 

이태제展 / TEYÉ(LEETAEJAY) / 李太隮 / photography

 

2022_0401 ▶ 2022_0501 / 월요일 휴관

 

이태제_Aloitador / 아로이따도르 (TJL0021GAL020) Galicia_ ed. 7_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40×60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라이카 글로벌_라이카 스페인_주한스페인대사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자하미술관은 플래티넘 프린트 기법을 통해 한국과 스페인, 두 나라의 문화를 새로이 기록하는 이태제 작가의 개인전 『My World(s)』을 2022년 4월 1일부터 5월 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늘 날 개인의 기원과 사회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를 현시대의 유목민이라 칭하며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이태제는 스페인의 문화 정체성과 작가 본인의 문화적 위치, 상호 관계와 영향을 사진 작품을 통해 조망한다. ● 플래티넘 프린트는 감광 물질에 최종 인화물과 동일한 사이즈의 네거티브를 밀착 인화해 흑백 인쇄물을 얻는 19 세기 전통적인 사진 프로세스며 천년 이상 변색 없이 보존되는 유일한 수공 인화 기법이다. 사진 발명 초기에 만들어진 이 기법은 다른 사진 기법과 달리 인화 과정에서 붓 등을 이용하여 작가의 손길을 거치며 풍부한 계조로 표현의 폭이 넓다. 이 과정으로 각각의 결과물이 정확히 동일하지 않고 고유의 예술적 가치가 돋보인다. 이태제 또한 이 프로세스를 통하여 섬세한 빛의 농도, 깊이 있고 입체적인 표현의 작품을 완성한다. ● 이번 전시는 「갈리시아」시리즈를 통해 '삶'을 반영하는 스페인 전통문화에 집중하였다. 작가는 이베리아반도의 켈트 시대 전통 '라파 다스 바스타스(Rapa das bestas)'를 사진으로 담아내며 역동적인 야생마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소개한다. 매년 여름 스페인 북부 사부세도 (Sabucedo) 지역에서 맨손으로 야생마를 이발하는 셀틱 시대 갈리시아 전통문화를 담은 사진들은 스페인의 종교, 문화 그리고 자연을 오롯이 담아낸다. 그러나 이번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한 문화 안에서 '천국', '연옥', '지옥'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삶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 이태제의 작품은 포토에세이 혹은 다큐멘터리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작가의 시선이 닿은 피사체의 모습에는 '삶', 혹은 '죽음', 그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스페인의 문화적 시각과 스페인과 한국 그 모두에 속한 작가의 세계관이 반영된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인상과 표현의 한계 뛰어넘어 한 나라의 문화 속 그리고 개인의 연대기 속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 자하미술관

 

이태제_ao curro / 아오 쿠로 (TJL0021GAL017) Galicia_ ed. 7_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40×60cm_2021
이태제_Limbo / 연옥 (TJL0020GAL003) Galicia_ ed. 7_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60×40cm_2020

특이하게 작은 체구로 거칠고 험한 갈리시아의 산과 대서양의 냉혹한 바람을 맞서 질주하는 갈리시아 토종마 '까발로 갈레고' (Cabalo Galego)의 기원은 셀타족이 이베리아 반도에 이주해 터전을 잡은 기원전 6 세기에서부터 시작된다. ● 평소 마을 울타리 밖에서 자유롭게 방목되어 생활하는 '까발로 갈레고'들을 여름이면 마을 내부로 몰아와 병든 말을 식별하고 맨손으로 이발과 소독, 구충을 진행 한 후 산과 들로 돌려 보내는 '라파 다스 베스타스' (Rapa das bestas)는 셀타족 후예들만의 전통의식이자 문화로 1977 년갈리시아의 무형예술자산으로 등재 되었다. ● 수 천년 이라는 시간을 역행하며, 갈리시아의 작은 마을 사부세도 주민들은 지금도 매년 여름 마을의 가장 연장자와 8 살 꼬마 아이가 함께 섞여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을 떠나 대도시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도 여름이면 사부세도로 돌아와 각자 맡은 역할을 준비하고, 몇 주간에 걸쳐 험하고 거친 산을 거슬러 올라간다. ● 아로이따도르 (Aloitador)라고 불리는 숙련된 기술자가 말의 머리를 잡고, 다른 한명은 꼬리를 잡아 말의 움직임을 맨손으로 저지한 후 갈기와 꼬리털을 자른다. 말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이 목적인 그들은 자신의 상처와 부상을 감내하며 긴장과 충돌 속에서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생존과 공존의 경계를 넘나든다. ● 나는 2019 년부터 갈리시아에 체류하며 셀타족 고대 마을과,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대물림 해 내려오며 몇 천년 간 이어져온 그들의 전통, 그리고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관찰해 왔다. 현 시대의 유목민으로 삶의 대부분을 모국이 아닌 타지에서 셀타족 후예를 배우자로 맞아 살아온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전통과 함께하는 삶의 경이로움,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고자 한다. ● 천 년 이상 변색과 변함없이 보존 가능한 19세기 전통 프로세스이자 현존하는 수공 인화 기술상 가장 풍부한 표현 범위를 지닌 플래티넘 프린팅에는, 이들의 삶과 유산에 대한 존경과 이 다음 천년 세월을 넘어 전통과 방식이 계승되고 보존 될 수 있기를 염원하는 나의 마음을 담았다. ■ 이태제

 

이태제_Emoción / 전율 (TJL0020GAL006) Galicia_ed. 7_ 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56×38cm_2020
이태제_A baixa / 하산 (TJL0021GAL008) Galicia_ ed. 7_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38×56cm_2021

이태제의 포토에세이 '공존'-과거를 품은 '갈리시아'의 현재  1.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하는 일이고, 그것은 순간적인 현실의 포착이며, 사진기란 무엇인가를 발견하려는 가치에 있어서 이상적인 눈일 수 있다. 또한 사진을 찍는 행위는 피사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일이고, 세계와의 일정한 관계에서 자기를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수잔 손탁의 '사진이야기'참조) 확실히 사진은 세계의 단편이자 실재의 축소판이면서 확대와 수정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사진은 '그 때, 거기에 있었다는 것'에 대한 현실기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이러한 기능이자 가치가 전제된 사진의 숙명은 그 대상, 그 순간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라는 점을 전제한다. 이러한 아날로그 사진을 이태제는 스페인 갈리시아(Galicia) 지역의 전통문화를 21세기 유목민의 시선으로 포착한다. 유제비율에 따라 차가운 톤과 따뜻한 톤으로 풍부한 표현과 뛰어난 보존성을 가진 고전적인 방법인 백금인화(Platinum print)로 완성한다. ● 현재, 그가 살고 있는 스페인 북서부지역의 '갈리시아'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옛 시가지'가 있는 곳이다. 순례의 종착지이기도 한 이곳에는 로마네스크와 고딕 그리고 바로크 양식까지 품은 대성당(Santiago de Compostela)이 자리하고 있다. 1) "갈리시아의 역사는 이베리아 반도의 정점이 기원전 3000년부터 발생했지만, 갈리시아의 땅(고고학적 유적, 고분, 고인돌 등)에서는 기원전 4300년 전의 거석의 흔적들이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곳이다. 이 시기로 부터 발굴된 Montes de Taboexa의 Parada암각화에 말의 형상이 있었다. 사부세도(Sabucedo) 지역에는 다른 유사한 암각화도 현존한다. 바로 그곳에 「Rapa das Bestas」라는 갈리시아 셀타족 선조들의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2)

 

이태제_UT / 무제 (TJL0021GAL011) Galicia_ ed. 7_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56×38cm_2021
이태제_Into the light, (TJL0019GAL001) Galicia_ ed. 5_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76×56cm_2019

2.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왔다. 누구나 겪었을 공포감이지만, 갈리시아의 역병에 대한 전설이 깊이 새겨진 곳에서 느낀 인류의 재앙은 이태제의 경우 어린 시절 읽었던 일타 스님이 쓴 『윤회와 인과응보 이야기:시작도 끝도 없는 길』에 대한 두려운 기억과 죽음에 대한 불안 심리가 겹쳐 지옥과 연옥 천국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초기 텅 빈 도로와 닫힌 점포를 보면서 누구나 경험했던 공포의 순간이었다. 과거를 품은 갈리시아의 현재, 그 속에서 '공존'의 의미는 작가의 도전적인 삶의 변화에서 수백 년 이어 온 전통문화를 탐구하는 중요한 계기였을 것이다. 첨단 과학의 시대에 불어 닥친 바이러스의 재난 속에서 이태제는 '과거를 품은 갈리시아의 현재'라는 지점에서 전통문화를 새롭게 인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 14세기 인류 역사상 최악의 흑사병으로 유럽인구의 절반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이 역사적 사건이후 19세기까지 페스트가 산발적으로 유행하면서 인류는 인구 분포 뿐 아니라 정치, 종교,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트라우마를 겪으며 변화해 왔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멈춘 시기에 시작한 이태제의 전통프로세스사진에 대한 글을 인용해 본다. "「모든 것이 잿빛으로 변한 날 (Covid19)」 락다운 기간 동안 태제는 파인아트 전통 프로세스 작업의 첫 시작을 개시했다. 도시에서 가장 오래되고 겸손하며, 삶의 에너지로 가득 찬 분주한 동네가 고립되고 버림받은 느낌, 그리고 시간이 마비된 잿빛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마치 공포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시기에 이태제는 카메라와 노트 그리고 연필로 무장하고 방황하는 시인의 시선에서 자신의 강제적 침묵을 기록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3)3)

 

이태제_en la busca / 수색 (TJL0020GAL007) Galicia_ ed. 7_아르쉐 플래틴에 플래티넘 팔라듐_40×60cm_2021
이태제

1941년 칼로타잎(Calotype)을 발명한 영국의 폭스 탈보트(Henry Fox Talbot)가 사진기를 '자연의 연필'이라고 했던 것처럼, 이태제는 노트와 연필에 아날로그사진 그리고 21세기코로나와 16세기 역병이 휩쓴 갈리시아의 전설이 겹치는 장소에서 현재를 통해 과거를 본다. '비판적이면서도 낙관적인 이태제의 시선'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승화시킨 백금인화지에 전통문화인 '라파 다스 베스타스' 의식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진에 담는다. ● 이번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갈리시아」 시리즈는 이베리아반도의 셀타시대 전통 '라파 다스 베스타스'를 통해 '천국', '연옥', '지옥' 의 개념을 탐구한다. 피사체와 대상의 선택으로, 때로는 인상과 표현의 경계를 넘어 내 작업은 사진가로서 그리고 현 시대의 유목민으로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작가와의 인터뷰) ● 이태제의 이번 전시는 산에 방목한 채로 살고 있는 말들을 몰아 맨손으로 털을 깎는 지역전통의식 (또는 전통문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자연과 인간, 삶과 죽음, 전통과 현대, 개체와 집단뿐 아니라, 나와 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등에 대한 관계 속에서 카메라 렌즈 너머를 통해 '21세기 유목민의 눈으로 보고 감각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이다. ● "갈리시아의 전통문화 그리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에 투영되는 것은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문화에 대한 나의 인식이 어떻게 전통문화와 야생마의 개체 혹은 군집 속에 투사되고 있는지, 청소년시기에 타문화 속에서 느낀 것은 노력했지만 그 문화에 녹아들지 못했고 또한 한국에서도 동화되지 못했다. 어느 곳에서도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디아스포라(diaspora)의 삶, '마치 내 자신이 투명인간'처럼 생각되었다."(작가와의 인터뷰)

 

이태제
이태제

3. "나의 사진작업은 처음 픽토리얼리스틱(pictorialist)한 것이었는데, 야생마 작업에서는 스트레이트(straight)에 가깝게 촬영했다. 초기사진에서 그림은 사진처럼 그리고 사진은 그림처럼 등 사진의 가치 혹은 피사체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처럼 이태제는 사진예술을 하면서 기법과 주제의 관계뿐 아니라, 사진이 지향하는 것과 또 현장성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방법적 고민을 했다. ● 스페인의 전통문화를 담은 사진은 자신의 정체성 혹은 그 너머 전통에 대한 감각의 객관화를 통해 현재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 찰나의 순간에 포착한 이미지는 인화의 과정을 통해 스페인속 이민족인 셀타족의 전통 '라파 다스 베스타스(Rapa das Bestas)'의 흐름의 부분과 전체의 풍경을 담았다. 이 문화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말 사육방식을 따르는 의식이다. 산에서 방목된 말들은 가축화 된 말과 달리 야생성을 유지하도록 풀어 놓고, 1년에 한번 털을 깎아서 갓 출산한 망아지와 새로 확인된 개체의 낙인을 찍는 전통 사육방식이다." ● 「연옥Limbo」은 이번 개인전 포스터로 손과 닿을 듯 참나무 덩굴은 마치 천지창조 혹은 뱀과 하와의 상징성을 담고 있는 듯 상상을 해 본다. 「ao curro」는 야생말을 다루는 두 세대인 현재와 미래를 보게 한다. 「구원」은 돌과 마른 나뭇가지가 맑고 고요한 수면에 서로를 비춘다. 야생마를 몰거나 탄 「Aloitador」는 양치기에 대한 은유적 단상에 빠져본다.

 

이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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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제는 사진을 통해 야생마에 대한 보호와 속박의 관계, 공존의 의미란 무엇인지, 길들이는 것은 무엇지고, 관습과 교육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자문한다. 인류가 저마다의 문화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의 경계, 그 너머를 보는 사진의 눈과 손이 가 닿는 곳은 어디인지. 작가는 한국과 스페인의 전통문화를 사진으로 담고 또 19세기 사진발명 초기 전통기법으로 전통과 현대의 공존, 과거의 시간을 통해 현존을 본다. ● 이처럼 이태제의 사진에세이는 유제를 혼합해 블랙에서 화이트까지의 다양한 음영, 블랙에서 적갈색까지 계조와 은염 인화물에서는 얻을 수 없는 섬세하고 풍부한 색을 조율한다. 그리고 다양한 중간 톤에서 어두운 톤으로 디테일을 살리고, 깊이 있고 섬세한 하이라이트로 생생한 입체감을 담는다. 많은 시간과 공정이 필요한 백금인화를 고집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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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제는 광고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광고회사 디렉터(Executive Creative Director)로 소위 잘나가던 삶을 그만두고 사진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쩌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변화가 필요한 시기는 절정의 시간과 간절한 순간이 교차가능한 시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변화를 선택할 수는 없다. 이 작가는 변화를 택했다. 그리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정식으로 사진교육을 받고 점점 사장되어 가는 전통프로세스 사진에 몰두하고 있다. ● 사진촬영을 위해 피사체를 보고 느끼고 감각하는 것, 그 순간은 현재인 동시에 과거일 것이다. 현재는 지각되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은 기억의 존재와 시간의 관계를 풀고자 시작한 도전이 담겨져 나 혹은 너와의 조우가 가능한 기억들, 이태제의 포토에세이에 담긴 시선일 것이다.

 

이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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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진의 의미란, 눈과 손이 가 닿는 감각적 통합이자, 렌즈너머에서 귀환해 과거를 품은 현재의 순간포착이다. 그렇다면, 이 현재의 순간포착과 사진의 관계란 무엇일까? 그것은 사진이 재현시키는 무수한 이미지가 단 한번인 것, 즉 실존적으로 되풀이 될 수 없는 것이자, 구체적인 대상이 전제된 것이다. '순수한 지시적 언어'인 사진은 대상물과의 부동성, 보는 눈과 보여 지는 대상과의 겹쳐짐이다. 그러나 지각할 수 없는 이원성, 렌즈 너머를 보고 포착하는 찰나의 순간, 그 사물 그 순간의 선택은 물체에 대한 빛의 작용으로 광학장치를 통한 이미지의 형성이다. 피사체의 화학적 반응의 결과는 모든 사진에 존재하는 과거의 귀환이자 순간 포착을 통한 불변의 시간성을 갖는다는 것이다.(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참조) 이처럼, 이태제의 사진 에세이는 자신의 정체성 혹은 그 렌즈너머의 감각의 객관화, 이미 과거가 된 현재의 귀환 혹은 불변의 순환을 향한 자기현시, 이 귀환 혹은 순환의 시간은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타자와 자아가 결합되는 순간을 만나고 감각하는 시간, 인화과정 속에 녹아 있다. ■ 김옥렬

* 각주

1) 638년 예루살렘이 칼리프 오마르에게 함락된 뒤 그리스도교들은 성도 예루살렘으로 순례길을 떠나기를 망설였다. 예루살렘이 순례지로서 쇠퇴함에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성지 순례가 800년경에 시작되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이베리아 반도에 그리스도교를 전파한 전도자 위대한 성 야고보의 묘지가 있는 곳이다. 사도 성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된 이곳은 11~13세기의 대성당을 중심으로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양식으로 지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의 구 시가지는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도시로 순례지의 종착지로 스페인의 기독교가 이슬람교와 벌인 국토회복운동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도시다.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 홈페이지 참조 (유네스코와 유산 / heritage.unesco.or.kr)

2) (Ramon Justo Domenech Cimas, Comissário. A Coruña, December, 2021, 라몬 후스토 도메네치 시마스, 커미셔너, 2021년 12월)

3) (Ramon Justo Domenech Cimas), 위의 글 중에서. "1567년 갈리시아 전역을 휩쓴 역병은 사부세도의 성문 까지 도착했다. 전설에 따르면 마을의 두 수녀가 역병을 퇴치하는 대가로 수호자인 성 로렌조에게 암말 두 마리를 제물로 바쳤고, 역병에서 낳아 산으로 풀려난 암말들은 현재의 갈리시아 토종마인 Garañones로 건강히 번식하여 개체수를 늘려갔다고 한다. 이후 말들은 현재까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주교에 속하고 자유롭게 산과 들을 누비지만 상당수는 주인이 있다. 사부세도 마을 주민들은 오늘날까지 매년 여름 산에서 말들을 풀어주는 의식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 Rapa das Bestas의 의식은 그 이후로 변경되지 않고 지역 본당 교회에 보관된 '1682년의 서'에 처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는 1847년 유언장에 말의 재산권 상속을 위한 기록으로 등장해 있다. Alfonso X el Sabio 전 스페인왕은 아랍인들에 대한 스페인 재정복에서 갈리시아 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 개체수 조사에서는 약 600 마리의 말이 14개 무리로 나뉘었지만, 이 숫자는 이 지역의 늑대 개체 수가 증가함에 따라 크게 감소하고 있다. 1969년 행사의 오래된 전통문화의 성격이 회복되어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고, 1970년, 84세의 여성이 5개의 작업장의 존재를 증명했고, 이를 토대로 귀중한 민족지학적 정보가 회복되었다. 1977년 이 의식과 축제는 갈리시아의 "무형 예술 자산"으로 등록된 "국가 관광 관심사"로 명명되었다.

 

이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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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EXIST', Photo-essay by Teyé-The Present of Galicia Embracing the Past  1. "To collect photographs is to collect the world. Photographs are to capture momentary reality. In terms of the value of discovering something, the camera can be the ideal eye. Also, the act of taking a photograph is to make the subject one's own, and it means to engage oneself in a certain relationship with the world." (See On Photography by Susan Sontag) ● Unquestionably, photography is a fragment of the world, a miniature version of reality as well as can be enlarged and modified. Above all, photography is valuable as the record of the reality of 'being there at that time.' The nature of photography which is presupposed by this function and value makes a premise that photography is what contains the object and the moment. Teyé takes these analog photographs of the traditional culture of the Galicia region in Spain from the perspective of the 21st-century nomad. According to the emulsion ratio, he completes the platinum print, a traditional technique with abundant shade and hue expression and excellent preservation. ● In Galicia, in northwestern Spain where Teyé lives, is the 'Old Town of Santiago de Compostela' that was designated a UNESCO World Heritage Site. The city has the Cathedral of Santiago de Compostela built with the moods of Romanesque, Gothic, and even Baroque as the destination of the Catholic pilgrimage route since the 9th century.1) "Although the history of Galicia began at the peak of the Iberian Peninsula in 3000 BC, in the territory of Galicia (archaeological sites, tombs, dolmens, etc.), traces of megalithic stones dating back to 4300 BC are intricately scattered. There were the horse figures on the Parada petroglyphs excavated from this period in Montes de Taboexa. Other similar petroglyphs exist in the Sabucedo area. It is where the tradition of the Galician Celta ancestors, 'Rapa Das Bestas', continues until these days." 2)

2. In the era of advanced science in the 21st century, the COVID-19 pandemic has come. It is a fear that anyone would have experienced. In the case of Teyé who experiences this disaster in a place deeply engraved with the legend of Galicia's plague, however, it is time to contemplate hell, purgatory, and heaven. Because he has the anxiety of death and childhood fearful memories of the book, The Story of Samsara and Karma: A Road Without a Beginning or End written by Buddhist monk Ilta. It was a moment of panic that anyone experienced as encountering empty roads and closed stores in the early COVID-19 catastrophe. "Coexistence" in present Galicia which embraces the past, must be a significant opportunity to explore the traditional culture that has continued for hundreds of years in the artist's challenging life transition. In the era of high technology while the sweep of the virus disaster, Teyé attempted to produce artworks refreshingly recognizing traditional culture at the point of "the present of Galicia embracing the past." ● In the 14th century, about half of the European population died of the worst plague. After this historical tragedy, as the plague spread sporadically until the 19th century, mankind has changed not only in population distribution but also in politics, religion, society, culture, and economy. Human has been traumatized by the war against viruses. I cite an article about photographs by Teyé who started them at a time when everything stopped due to the COVID-19 pandemic. " 「The Day Everything Turned Gray (COVID-19)」: Under lockdown, Teyé began his first artwork on the traditional process of Fine Art. The oldest, modest, and bustling neighborhood of the city full of life's energy turned into an isolated, abandoned, and frozen timed gray space. In unrealistic times like Luis Buñuel's movies, Teyé set out on his way to document his forced silence from the gaze of a wandering poet armed with cameras, notebooks, and pencils." 3) ● Just as Henry Fox Talbot of the UK, who invented Calotype in 1941, considered cameras as the "pencil of nature," Teyé looks at the past through the present in the place where traditional photographic process, notebooks, pencils, and 21st-century COVID-19 overlapped with the legends of Galicia in which 16th-century plague swept away. 'His critical and optimistic view' captures the culture of 'Rapa das Bestas' in a conventional way through Platinum printing. With this artisanal process by his hands, he sublimates what he witnessed. ● "The 「Galicia Series」, my first solo exhibition in Korea, explores the concepts of Heaven, Purgatory, and Hell through 'Rapa das Bestas', one of the traditions from the Celta era in the Iberian Peninsula. My artwork is a record of my journey to find myself as a photographer and as a nomad of the present age. Sometimes it is beyond the boundaries of impression and expression and the choice of the subject and object." (Interview with Teyé) ● His exhibition follows the flow of local traditional consciousness (or traditional culture) that the villagers herd horses living grazed in the mountains to shave them with bare hands. With the relationship between nature and human beings, life and death, tradition and contemporary, individuals and clusters, you and I, what is invisible and visible, etc., his exhibition has the photography capturing "the moments of seeing and feeling with the eyes of nomads in the 21st century." "The traditional culture of Galicia and the untamed wild horses reflect me. I couldn't figure out how my perception of this culture projects into traditional culture and the individual wild horse or herd. In my youth, I couldn't blend what I felt into a different culture. Neither did I assimilate in Korea. Life of a diaspora, there is no sense of homogeneity regarding anywhere, makes me feel like an invisible man." (Interview with Teyé)

3. "Though my early photographs were Pictorialist, for the photographs of wild horses, I took an approach of Straight Photography. In my early stage, I struggled with the issues like the value of photography, the meaning of a subject, or painting-like photos and photo-like paintings." Likewise, Teyé pondere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echnique and the subject. He had questions regarding the various methodology to represent the relationship between what photography aims for and it's practice on field. ● Through the objectification of one's identity or of sensibilities about tradition beyond, photographs containing traditional Spanish culture are the time to face the present self. The image captured at the moment shows the entire landscape and the flow of the conventional 'Rapa das Bestas' of the tradition of the Celta people, an ethnic group in Spain. The long history ritual the Celta people follow is about the traditional breeding of horses. Unlike domesticated horses, the Celta people release horses to graze in the mountains, shave them once a year, and brand new foals and newly identified horses. It is their traditional breeding horse method." ● 「Purgatory :Limbo」 the main poster of this exhibition, presents the oak vine with a hand about to touch it, as if the image symbolizes snakes and Hawwāh. 「ao curro」 brings us to the present and future of two different generations handling Galician wild horses. The Stones and dry branches reflect on the surface of clear and calm water in 「Salvación」. In front of 「Aloitador」, who rides Galician wild horses, we can fall into metaphorical and piecemeal thinking for a shepherd. ● With his artworks, Teyé asks himself what coexistence means, wha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rotection of and binding on wild horses is, what taming is, and where we should direct customs and education. He inquiries about where the boundaries of what invisible and visible are, while human lives in their cultural communities. Teyé would like to know where the camera lens reaches beyond those boundaries. He captures the traditional culture of Korea and Spain in his photographic essays, and with a classical technique from the invention of photography dating back to early 19th century, he explores the existence through the coexistence of tradition and contemporary and past times. ● Furthermore, by blending own emulsions, his photographs coordinate various shades from black to white, gray from black to reddish-brown, and delicate and rich tones we cannot obtain from Gelatin silver prints. Teyé's work represents details from the various middle tones to dark ones and emphasizes a vivid three-dimensional effect with profound and delicate highlights. It must be these level of expressions that make him insist on Platinum printing process, which requires a lot of time and efforts. ● Although Teyé majored in advertising and worked as an executive creative director in a global advertising companies, he decided to become a Photographer during his successful life. Perhaps the time people need a critical change in their life is the time that intersects life's peak and the moment of desperate desire. However, everyone is hardly able to choose to change. Teyé is the one who made the transition. To follow his new path, Teyé has been educated in photography institution and is focusing on the traditional photographic processes that gradually becoming obsolete. The moment to look, feel, and perceive a subject for photography is not only the present also the past. It is because at the same time we grasp the present, it turns into the past. Therefore, as his photography contains the challenge to handl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existence of memory and time, the photo by Teyé are the gaze of his photo essay that is the memory of possible encountering with me and you. ● Above all, the meaning of photography is the sensory integration that the eyes and hands reach. It is also the capture of the present moment embracing the past. Then, what is the relation between catching the moments and photography? What the photograph represents is the very event that cannot be existentially repeated, and specific objects are a prerequisite. A picture, a 'genuine directive language,' is the overlap between the object and the eyes to perceive it and the dissimilarity. However, the formation of an image occurs with the imperceptible duality, the moment you capture while looking through a camera lens, and the choice of the very moment and the object. It is due to the optical device with the effect of lights on an object. The chemical reaction of the subject results in the return to the past, which occurs in all photographs. It has the immutable property of time through instantaneous capture (see Camera Lucida by Roland Barthes). ● Likewise, the photo essay by Teyé is an objectification of his identity or the sensibilities beyond the lens as well as a return to the present already becoming the past or self-revelation towards an immutable cycle. This time of return or cycle is his photo essay which is the time to perceive and is in the middle of traditional photographic process by encountering the very moment the past and the present, convention and contemporary, and others and selves combine. ■ Okreal Kim

* footnote

1) After Jerusalem fell to Caliph Omar in 638, Christians hesitated to go on a pilgrimage to the Holy City, Jerusalem. As Jerusalem declined as a pilgrimage site, pilgrimage to Santiago de Compostela began around 800. Santiago de Compostela is home to the graveyard of St. James the Greater who spread Christianity on the Iberian Peninsula. The remains of the apostle St. James are enshrined here, where buildings built in the Romanesque, Gothic, and Baroque Styles are gathered around the cathedral in the 11th and 13th centuries. The old city of Santiago Compostela is the world's best-preserved medieval city, the final destination of the pilgrimage site, and it is a symbolic city of Spanish Christianity's national restoration movement with Islam. UNESCO registered it as a World Heritage Site in 1985. (see heritage.unesco.or.kr)

2) (Ramon Justo Domenech Cimas, Comissário. A Coruña, December, 2021)

3) (Ramon Justo Domenech Cimas), in the above article "In 1567, the plague that swept through Galicia reached the gates of Sabucedo. According to legend, two nuns in the village sacrificed two mares to their guardian Saint Lorenzo in return for fighting the plague, and mares that were born during the plague and released into the mountains are Garañones, the native Galician horse. Since then, the horses have belonged to the Archbishop of Santiago de Compostela and freely roam the mountains and fields, but many have their owners. The residents of Sabucedo continue the ritual of releasing horses in the mountains every summer. Since then, people in Galicia have kept holding 'Rapa das Bestas'. Although its first record is in the Book of Fabrica in 1733, which the local main church retains, its execution was held before the record.Another record is in the will of 1847 as a record for the inheritance of the horse's property rights. Spanish King Alfonso X el Sabio also mentioned the importance of the Galician horse in the reconquest of Spain from the Arabs. In the last census of the horses, there were about 600 horses in 14 groups, but this number has significantly declined as the wolf population increased in this region. In 1969, the Spain government officially recognized 'Rapa das Bestas' under the restoration of old traditional cultural property. In 1970, an 84-year-old woman proved the existence of five workshops, and valuable ethnographic information was restored based on her investigation. In 1977, this ritual not only acknowledged as a 'National Tourism Interest' but also registered as Galicia's 'Intangible Artistic Property'.

 

 

Vol.20220403d | 이태제展 / TEYÉ(LEETAEJAY) / 李太隮 / photography

 

 

 

메타만다라 Meta-mandala

 

전인경展 / JEONINKYUNG / 全仁敬 / painting 

2021_1001 ▶ 2021_1024 / 월요일 휴관

 

전인경_메타만다라 210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480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팬데믹 시대, 컬러플 만다라 ● 2021년 전인경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리기 시작했다. 인류를 걸어 넘어트린 덫, 문명의 훼방꾼인 코로나 바이러스의 서사를 도상학적으로 풀어내는 야심만만한 연작이다. 조형성의 기조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생각이 깊어진 것만큼은 확연히 드러난다. 정방형 캔버스의 4면을 둘러싼 사방문(四方紋)의 등장이 먼저 그러한 인상을 준다. 사방문은 만다라 미학에서 차용한 것으로, 성과 속을 구분하는 기제였다. ● 전인경 회화의 고유한 조형체계가 강렬한 색에 얹혀진 채 쇄도해온다. 「바이러스의 공간과 시간」(2021)은 마치 세폭 제단화의 상징성을 부여하려는 듯,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내용을 세 개의 캔버스에 나누어 담긴다. 이 만다라 세상에선 한낱 바이러스에도 나름의 미와 위엄이 허용된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망각이 아니라면, '별과 바이러스와 인간'은 모두, 의심의 여지 없이 형제요 따라서 동등체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관계는 악(惡)과 일방적 희생 같은 일방향의 단순한 차원이 아니다. 백신이 이 병든 문명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듯, 바이러스가 퇴치해야 하는 괴물인 것도 아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이지 않는 적"으로 간주하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동안 사재기, 온라인 통신, 다양한 사회적 제재들을 통해 일상을 마치 군사 캠프와 같은 것으로 만들었다. 이 기간 미국 사회에서 미디어의 선전적인 위력(propaganda power)은 매우 완강한 것이 되었다. 문제적인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탐욕과 야심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퇴치 이전에 경청이어야 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귀 기울여 듣는 것, 인간과 바이러스의 '적대적 공생관계(antagonistic cooperation)'를 인식하는 것, 그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전인경의 만다라 회화론에 부합하는 시대정신이다. ● 이런 맥락에서, 「바이러스의 공간과 시간」의 세폭 회화에서 각각의 바이러스가 노란색과 빨간색, 파란색의 신체를 입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살아있고 역동하는 많은 조형적 요인들에도 정교한 회화적 질서는 흔들림이 없다. 리듬은 마치 심장박동처럼 규칙적이다. 이 안정적인 리듬이 강렬한 채색의 분방함을 적절하게 조율한다. 이 리듬에 의해, 이 세계는 예컨대 최근에 그린 바이러스 이미지처럼 그 형태의 재현성이 분명한 경우에도 일러스트레이션을 넘어서는 순도 높은 회화성을 획득한다. 사실 이 조율된 내적, 외적 리듬감이 회화성이라는 미적 가치를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전인경_바이러스의 시공간 Ⅰ,Ⅱ,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150cm×3_2021
전인경_메타만다라 210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116.5cm_2021

전인경의 만다라의 미학 안에서는 모든 폭력의 전조증상인 피아(彼我)의 구분이 무색하다. 미와 추의 분열, 천과 귀의 계층적 구분, 자연과 문명, 동양과 서양, 유색인과 백인, 문명과 야만, 전통과 현대, 남자와 여자의 분리, 이 모든 이분법의 자리는 이 미학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만다라는 어느 하나도 무의미한 것이 없으며 각기 고유한 존재의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상호연관성을 갖는다는 점을 성찰하는 예술이다."(전인경) 여기서 만다라는 더는 불교의 전유물이 아니고, 미학도 그것의 세속화된 탐미의 범주로만 머물지 않는다. 여기서 회화는 교환이고 사건이다. 영적인 것은 형태와 색을 옷 입고, 형태와 색은 지난 근대기의 망각을 딛고 정신과 가치의 차원을 스스로 복원하는 교환이다. 여기서 만다라의 영성(靈性)은 시각적 조형성으로 기꺼이 번역되고, 예술은 다시 초월계의 호출 우주의 부름에 귀와 마음을 연다. ● 전인경은 이 재회의 깨달음에 대한 목마름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만다라」 연작에 임해 왔다. 그리고 최근 그의 만다라 회화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실험인 「메타 만다라」로의 나아감을 준비 중이다. 만다라 미학의 근간에서 보면 그 자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되었듯, 그-만다라 미학- 자체가 이미 기존 회화론의 경계 허물기며 교환이고, 공존과 상호호혜의 융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메타 만다라의 미적 융합은 이번에는 디지털 기술, 가상현실까지 그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디지털 페인팅' 또는 '디지털 코드 페인팅'으로 명명할 수 있을 듯한 실험의 결과물을 보여주어 온, 독특한 경력의 이주행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구현되었다. ● 디지털 코드 페인팅은 수백, 수천 장씩 스스로를 복제해내며, 벨기에의 화가 뤽 튀망(Luc Tuymans. 1958~ )이 말했던 "정말로 좋은 그림은 암기하는 것조차 거부한다"를 비웃는다. 그럼에도 전인경이 메타 만다라, 초월적 만다라로 명명하는 그 미학은 가능성과 비웃음 사이를 초연히 지나면서, 지금껏 '붓의 운행'을 신화화하는 전통적인 회화론에 대한 의미심장한 성찰에 몸을 맡긴다. 작가는 이제 전통적인 운필의 회화론이 구획해온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싶어한다. 경계를 넘어 자유하기, 그것이 만다라 미학의 더 깊은 심해를 유영하는 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전인경_메타만다라 2105 Ⅰ,Ⅱ,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0×70cm×3_2021
전인경_메타만다라 2104 Ⅰ,Ⅱ,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72.5cm×3_2021

하지만,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몸뚱이에서 사리가 나오도록 수련을 거듭해도 녹록치가 않은, 만다라는 결코 미학 문법으로 풀어내기에 녹록치 않은 수준의 주제다. 세속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존재에게 깨달음은 영적 향수요 의지적 지향일 수 있어도, 그 완성형은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깨달음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깊은 학습은 그 불구성의 일부를 보완하는 많지 않은 수단 가운데 하나다. 전인경은 요즈음의 작가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미덕인 성실한 학습과 자기성찰을 통해 인간의 몸과 정신에 대한 사유적이고 실체적인 진실에 다가서 왔다. 원자에서 초신성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인간의 홍체에서 초신성의 폭발에 이르기까지, 긴 스펙트럼을 오가면서 프랙탈 우주론, 존재와 우주의 도상학적 유사성 등, 여정의 흥미진진한 기록을 회화라는 도상학적 결정체로 남긴다. ● 그럼에도 작가가 인용한 바 있는 20세기 초 신경과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ón y Cajal)의 다음의 말을 전향적으로 곱씹어보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 "신경세포는 수 많은 나무들로 가득한 정원과 유사해서,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펴서 매일 더 많은 꽃과 과일을 맺는다." 하지만, 비유는 앞과 뒤를 바꿀 때 더 훨씬 더 조형미학적으로 잠재력을 지닌 진술이 된다. 즉 많은 꽃과 과일이 맺히고 소멸하는 것을 볼(seeing) 때, 실은 우리는 우주의 생성과 마주하는(facing) 것이고, 마주하는 것은 결단코 그것을 가장 잘 아는(knowing) 방법인 것이다.(Seeing is Facing. Facing is Knowing).

 

전인경_메타만다라 008(feat. 이주행)_한지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21
전인경_메타만다라 013(feat. 이주행)_한지에 디지털 프린트_가변크기_2021

전인경의 회화에 다가서기 위해 핵융합과 초신성 폭발,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을의 맑은 대기와 높아진 하늘과 마주하고, 가슴 깊이 초대해 들이는 것은 원소와 초신성 폭발과 성운들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주어지는 미학적 특권이다. 즉, 만다라가 우리로 보게 만드는 만큼이나, 보는 자체가 우리를 만다라의 초입으로 인도하기도 하는 것이다. 무려 31년(1977-2008) 동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을 역임했던 필립 몬테벨로(Philippe Montebellow)가 고전 미술사의 빛나는 작품들과 마주하며 했던 말을 생각난다. "위대한 시대의 작품은 우리를 매혹하고 잃어버린 문명 가까이로 데려갑니다." 위대한 시대는 "물질을 넘어 정신적인 가치로 나아간 시대"다. ● 이것이 다시금 절실히 필요한, 전인경의 회화가 그 염원을 시각화하고자 하는 만다라 시대의 도래, 그 미학의 복원이다. 포스트 휴먼을 노랫말처럼 입에 달고 사는 이 시대이기에, 만다라 미학은 그리 탐탁치 않은 고전극으로의 회귀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원이라는 거울 없는 탐색과 발견은 한계가 명백한 일일 뿐이다. 뿌리를 잊은 문명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전인경을 따라, 뭉글거리는 생명의 입자들, 질서정연한 원소들의 향연, 코로나 바이러스도 형제가 되는 형형색색의 우주로 초대되는 것으로 충분하기에 그렇다. ■ 심상용

 

 

Vol.20211002g | 전인경展 / JEONINKYUNG / 全仁敬 / painting

 

미동

 

최경선展 / CHOIKYUNGSUN / 崔敬善 / painting

2020_0605 ▶︎ 2020_0630

 

최경선_선잠_캔버스에 유채_110×110cm_201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91003b | 최경선展으로 갑니다.

최경선 블로그_outframe.kr

 

초대일시 / 2020_0605_금요일_05:00pm

후원 / 예술하라 arthara.co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comblog.naver.com/artzahawww.facebook.com/museumzaha

 

 

최경선은 '작은 움직임' 이란 주제로 개인전 연다. 최경선은 어떤 실체가 드러나기 직전의 상태, '변화의 첫 조짐'을 회화로 구현하고자 한다. 주제와 관련하여 작가는 중국거주 시절의 작품과 신작들을 선별하여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는 생명이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변화를 불러오는 지점을 주시해 왔다. 특히 혼돈의 상태에서 마침내 순풍과 같은 전향이 감지되는 지점을 서사적 풍경으로 펼쳐 보여준다. 화면 속 인물들의 동작과 표정, 자연물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으로 충만하다. 힘찬 붓의 필력과 흐르는 물성은 미비해서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적극 노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경선_사라의 방_캔버스의 유채_160×140cm_2011

 

 

최경선_문턱 너머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3~9

 

최경선_옥탑방_캔버스에 유채_60×80cm_2011~9

 

최경선_떠가는 집_캔버스에 유채_110×140.3cm_2013

 

최경선_네가 움직일때마다_캔버스의 유채_110×140.5cm_2012

 

 

최경선은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연약한 것들의 숭고함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한다. 미동은 미동이 아닌 것이다. 이번 『미동』展이 작가에게 작업을 해내는 과정에 이어 또 하나의 미동微動에서 미동美動으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전시는 '예술하라' 작가미술장터 참여작가 중 '개인전 지원' 1인에 선정되어 자하미술관에서 열게 되었다. ■ 예술하라

 

최경선_오래된 미래_캔버스에 유채_162×227cm_2013~9

 

최경선_움직이는 숲_캔버스에 유채_116.5×91cm_2011

 

'침체된 것이, 지체된 것이, 완고한 것이, 쇠락한 것이, 무심했던 것이, 아프기만 한 것이...' 어떤 상태에서 벗어나는 변화의 시작은 반드시 감지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유기체로서 몸이 변화하고 있듯이 존재의 내외적 변화는 진행 중이다. 지속적으로 반복된 찰나들의 중첩이 변화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원하는 변화라면 부지불식간 순하게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더디고 아픈 거친 과정에서 온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미완의 상태일 것인데 우린 그럴싸한 완결된 상태를 성급하게 단정하거나 추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에 비롯된 마찰이 일상 이탈까지 불러오지 않더라도 상당한 내외적으로 파동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긍정적인 방향의 전환이 감지되는 지점이 있다. 통증이 가라앉는 지점, 회복의 희망이 보이는 지점 말이다.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이다. 너무 조용하고 미세해서 놓치기 쉬운 그 지점이 사실 혼돈의 상태에서 막 구출되어지는 극적인 현장임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최경선_멀리 가는 가까운 길_캔버스의 유채_97×145.5cm_2020

 

최경선_이름을 새기는 사람_캔버스에 유채_130.3×162cm_2020

 

삶은 친화를 욕구하는 이질적인 것들의 배열과 공생의 움직임인 거 같다. 추구하는 이상과 하루 세끼의 수고, 타인의 욕망과 나의 욕망 사이에서 우린 갈등하고 선택하며 때론 어정쩡하게 타협하며 살아간다.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맞닥뜨리면서 우리는 분주함을 멈추고 더 섬세히 주변을 살필 것을 요구받고 있다. 각자 자신을 견인해 가는 생의 목적성을 향해 걸으면서도 타자의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는 긍정적 상생을 바래 본다. 혹여 드러나지 않더라도 미동微動이 미동美動이 되는 일일 것이다. ■ 최경선

 

 

Vol.20200605a | 최경선展 / CHOIKYUNGSUN / 崔敬善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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