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언어 private language

양순실/ YANGSOONSIL / 梁順實 / painting

2023_1114 2023_1120

양순실_2-1 사적언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145.5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eonbuk Museum of Art, Seoul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6JMA 스페이스

Tel. +82.(0)2.720.4354

www.jma.go.kr

www.facebook.com/jmaspace

www.insaartcenter.com

 

모든 것이 불안정한 시대. 변방의 외진 곳에 사는 작가의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 살아가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치부한다고 하더라도, 순간 순간 밀려오는 무게감은 자꾸만 어깨를 짓누른다.

 

양순실 _2-2  사적언어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112.1×145.5cm_2023
양순실 _0-2  사적언어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45.7×91cm_2022
양순실 _1-1  사적언어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0.9×116.7cm_2023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내 자신을 변화시켜서라도 무엇보다 경제적인 안정감을 얻고 싶은가? 아니면 지금까지 어려움 속에서도 유지했던 '나됨'을 여전히 고수하고 싶은 것인가?' 대답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지만, 이 생각들과 더불어 스스로를 다그치며 작업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안식이 찾아오곤 한다. 젊은 시절에는 너무 들뜨지 않으려 노력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깊게 추락하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는 그 모든 욕심이나 희망 또는 절망, 심지어 어떠한 것을 유지하려는 노력까지도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자문해 본다.

 

양순실_3-1,2 사적언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0.9cm×2_2023
양순실 _5-2  사적언어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130.3×162.1cm_2023
양순실 _5-1  사적언어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130.3×162.1cm_2023

이번 전시에서 자주 등장하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 부유하듯 주위를 감도는 잉어, , 꽃들의 이미지는 삶이 주는 다양한 감정들과 깊이를 고요히 사색하며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를 담고 있다. 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선택한 삶이 주는 의미를 찾는 과정이자 위로이다. 50대의 나이에 여전히 다 자라지 못한 사춘기적 감성이라 여길지라도 자신을 온전히 지탱하고자 하는 의지는 나의 '사적언어'인 이 그림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양순실_5-3 사적언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1cm_2023
양순실 _9-1,2  사적언어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27×27cm×2_2023
양순실 _9-3,4  사적언어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27×27cm×2_2023

나 혼자만이 외롭고 쓸쓸하고, 담담하게 삶을 품고 사는 것은 아니기에 나의 '사적언어''그대'들에게 말을 걸 수 있을 것이라 조용히 상상해 본다. "살아간다는 건 곧 나이 든다는 것이지만,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늘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기에" (박혜란-'나이듦에 대하여'중에서) 양순실

 

장경호 초대전 '묵시' 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렸다.

 

화가 장경호씨가 전시를 앞 두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단다.

 

분노를 술로 삭이느라 몸이 버텨내지 못한 것 같다.

  눈 앞에 다가온 개인전에 대한 강박감도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제 술과 담배는 버리고 작업에만 전념하라는 계시 같다.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

 

지난 15일 전시장을 찾았더니, 전시작가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김진하관장, 이정황, 안원규, 류연복, 우문명, 김정업, 박윤호, 배성일, 정동용, 황준연, 최석태,

김세규, 조준영,  정희성, 심정수, 김재홍, 최민화, 박불똥, 전광호, 신동여씨 등 아는 분이 많았다. 

 

많지 않은 작품이 걸렸으나, 대부분 미완의 작품 같았다.

사람만 달랐지 모두 그의 자화상 처럼 보였다.

 

화면을 잘라 나눈 것은 고립과 단절에 앞서 미완의 암시인 것 같다.

말없이 바라보는 침잠의 시선은 백 마디 말보다 강한 호소력이 있다.

민초의 응어리 진 분노가 한이 되었다.

 

장경호 초상전 '묵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동행 go with

이명복/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2023_1108 2023_1120 / 화요일 휴관

이명복_광란의 기억3-여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546cm_2022

 

이명복 페이스북_www.facebook.com/myoungbok.lee.54

초대일시 / 2023_110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 휴관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한국미술협회 제주지부

 

제주갤러리

JEJU GALLERY in SEOUL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

Tel.+82.(0)2.736.1020

@jejugallery_seoul

 

이명복-자연과 역사에 대한 서사 혹은 풍경 "그동안 우리는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 양 배워왔다. 좌우 이념에 사로잡혀 왜곡된 역사를 교육받았던 것을 곰곰이 따져보며 진실을 바로 보는 작업을 지속하려고 한다. 이것은 한정된 지역만의 아픈 역사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역사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바라본 한반도를 그리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상처, 치부를 감추는 것이 아닌 다시 열어 잘 봉합하여 공동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미래로 향하며 인간답게 사는 세상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추구한다. 나의 그림이 시대를 넘어 좀 더 나은 세상, 올바르게 열리는 미래로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이명복)

 

이명복_사라진 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3×208cm_2023
이명복 _ 광란의 기억 4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83×249cm_2023

 인간적 삶의 풍경 한국현대사는 정권에 의한 폭력과 저항, 개발독재와 산업화, 그리고 이의 틈바구니에서 묵묵히 연명해 온 민초들의 삶이 뒤엉킨 수많은 사실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산재 되어 있다. 이 사실들은 가공할 권력에 의해 왜곡되거나 은폐되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불의로 전도되거나 진실이 거짓으로 또는 그 역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상을 단지 애처롭게만 볼 수 없는 화가 이명복은 이를 그림으로 기술해야 하는 소명을 스스로 선택하여 실천하고 있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삶과 자연에 대한 애정과 역사적 진실탐색을 위한 그의 처절한 인문정신은 자연, 인간, 역사에 대한 반추라기보다는 '정의와 진실'을 탐색해 가는 숙명적 여정으로 읽혀진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복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이다. 화가는 젊은 시절부터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조하거나 혹은 비판적 촉수를 드리우며 그려왔다. 1980년대 작가는 미군병사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당시 한국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적시했는가 하면, 90년대 노동자나 농민의 초상을 통하여 우리의 삶의 지평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삶의 진실된 부분이든 부조리한 측면이든 간에 작가는 인간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적 욕망은 물론, 등짐 가득한 삶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하여 동시대 한국사회의 지층을 파헤친 것이다. 화가는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인간의 삶의 모습을 화면에 재현해 냄으로써 새로운 각성을 유도하는가 하면 삶의 철학적 부분을 일깨우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하여 우리가 처한 삶의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탐문해 왔던 것이다. 이는 그 시대 뜻을 같이한 일군의 미술가들과 함께 이룬 한국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실천적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서 이명복은 강인한 삶을 살아가는 제주의 여성과 4.3 생존 수형인들을 찾아서 그들의 초상을 화폭에 담기도 하였다. 아울러 작가는 깊은 삶의 여운이 드러나는 제주 '할망'의 모습을 통해서 한 여인의 삶의 흔적을 반추하는가 하면 노동으로 익은 인간의 모습을 통하여 현실적 삶의 가치를 숭고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기지를 발휘한다. 작업 중에 잠시 휴식하거나 우리를 응시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굴곡을 극복한 시간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노정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초극한 삶의 본질을 일깨우게 하는 것이다. 이들의 포즈는 노동의 시련과 세월의 풍상에 대응해온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햇빛에 그을러 강한 굴곡을 보이는 얼굴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도전에 당당히 맞서 온 전사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명복 _ 뿌리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12×148cm_2021
이명복 _ 남매 - 이재수와 이순옥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2×142cm_2021
이명복 _ 불길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3

이명복의 '어멍'이 지닌 매력의 근원은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할망은 단순히 잘 그린 인물화이기 이전에 우리 어머님의 모습이자 한국적인 모성을 암암리에 드러내는데, 우리는 그 익명성 뒤에 아득하게 드러나는 제주 어멍의 형상에서 역사를 추론하고 삶을 반추하게 된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인물의 자태에 주안점을 두어 대상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임하면서 인물의 거친 매력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인다. 일하는 어멍이든 잠시 쉬고 있는 할멍이든 간에 각자의 개성과 감정이 표정에 가득 배어 살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하여 존재의 존재가치와 그 역사에 대하여 되묻고 있다. 한편 필자는 이명복의 남매라는 작품에 주목한다. 이는 '1901년 신축 제주항쟁'의 주인공 이재수와 그의 누이동생 이순옥을 그린 것이다. 천주교를 등에 업은 외세와 탐관오리에 분연히 맞섰던 이재수의 모습은 자료가 없어 상상력으로 그린 것이고, 이순옥의 초상은 그녀가 만든 '야월의 한라산-이재수 실기'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한다. 관노의 신분으로 부당한 세력을 응징한 이재수의 기개가 얼굴표정과 포즈에 잘 나타나 있고, 평생 오라버니의 복권을 위해 노력한 순옥의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이명복의 인물은 그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특정한 존재를 지각할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을 초극하는 사실성을 추구한다. 마치 조선시대 인물화가 전신사조(傳神寫照)를 지향한 바와 같이 작가는 인물의 형상 재현을 넘어 그 주인공의 삶과 정신까지 담아내고자 하는 인문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1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한국현대사의 풍경 이러한 이명복의 인물은 그의 역사 인식과 결부되면 강한 힘을 획득하게 된다. 복원·구축된 '역사적 풍경'이라고 일컬을 만한 그의 '한국현대사연작'은 해방정국의 혼란과 좌우익의 대립, 4.36.25, 뒤이은 정치적 혼란과 4·19혁명, 그리고 5.16 12.12 군사 정변 등, 그 격랑 속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던 우리 민족의 처지를 극적인 장면들을 수습하여 콜라주 한 장대한 서사시이다. 그가 그린 광란의 기억연작이나 사라진 꿈과 같은 회화적 실험은 그가 화가로서 '정의와 진실'이라는 가치를 정초하기 위한 건강한 역사탐색의 중요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이명복의 광란의 기억연작에는 해방전후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할 온갖 부조리한 측면들이 시공의 차이 없이 서술되어있다. 당시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재편된 중심과 주변에 관계된 권력적 요소들은 여러 층위로 존재했는데 그중 우리나라는 이 어떤 측에도 끼지 못한 분단된 신생 독립국에 불과했다. 넓은 범주로 보자면 특정한 정체성을 지닌 지역, 혹은 집단과 그 외부에 존재하는 권력의 역학관계를 통해서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국내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이념적으로 분절된 각 집단의 권력적 형태와 개개인의 내면적 공간에서 허위와 진실, 중심과 주변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고 바른 미래로 나아가고자 권유하는 것이다.

 

이명복 _ 무죄 - 김평국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49×183cm_2022
이명복 _ 춘자삼촌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8×152cm_2022

사라진 꿈의 배경은 DMZ 안에 후삼국시대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철원평야다. 이중 상단의 인물들은 얄타회담에서의 루즈벨트, 처칠, 스탈린. 그리고 기차와 비행기 등등의 6.25의 흔적, 끌려가는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의 희생자들, 미국의 대통령들이 공간을 가르는 다양한 시각적 참조물들과 엉켜있다. 작가는 우리의 운명을 열강의 수뇌부에게 결정지울 수 밖에 없던 암울한 처지와 그 이후의 비극을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새로운 층위에 존재하는 중심과 주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의 방향과 그에 따른 결과를 안타까워하면서 승전국이라는 전후 또 다른 형태로 등장한 괴물들의 패권주의가 만들어낸 폭력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편승한 당시의 권력자들에 의해 기만과 허위는 진실이 되고 정의를 가장한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정의에 투신한 사람들은 권력의 서슬퍼런 총구에 스러져 갔다. 이 사실이 작가는 너무 가슴 아픈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당시의 무도한 권력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민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내면서 정의를 억누르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 「뿌리는 이승만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맥락적으로 서술된 대작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한국현대사의 질곡상과 연관된 장면들이 장편 서사시로 표현되어 있다. 시인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에서 착상한 이 작품은 이승만 정부 말기 4.19 혁명과 5.16 정변의 주역인 박정희와 주변 인물과 이들의 계승자인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익숙한 도상들이 핏기를 잃은 채 화석같은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격랑의 한국현대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루고 화면 하단에는 시인 김수영이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인으로 자리 하고 있다. 이 모든 형상들은 극적이고 암울하다. 그간 우리가 간과했던 역사적 진실들, 질곡과 폭력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피를 흘리고 스러져간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핍박과 저항으로 점철된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는 그의 그림에는 스치는 피냄새와 그 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스러져간 이름모를 영혼들이 뒤엉켜 있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의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화면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다. 언제 우리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극복하고 현실역사의 참된 가치를 일깨울 수 있게 될 것인가? 이를 증언하고 극복하기에 예술의 힘은 여전히 미미할 뿐이다.

 

이명복_엄마의 바다_장지에 아크릴채색_127×194cm_2022
이명복 _ 절정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2
이명복 _ 절정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5cm_2023

땅의 역사와 풍경 이명복은 아울러 제주의 자연을 그린다. 작가는 "제주의 풍광으로 특히 곶자왈을 사회적으로 해석한, 즉 역사와 인간을 중심에 놓고 풍경을 해석"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단색조로 표현한 그의 숲 그림은 강한 빛의 여운이 초목 곳곳에 스며들어 형태를 지지하고, 숲은 원시적 향취를 풍기며 고고한 역사적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빈 곳을 허락하지 않는 검소한 공간의식은 화면 전체를 마치 올오버페인팅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기조로 가득 채우나, 이 균질적 양상들에서 초목이 생동하는가 하면 이들은 다시 긴 여운을 드러내며 화면에 몰입되곤 한다. 이명복의 곶자왈 풍경에서 우리는 숲 본래의 우거짐뿐 아니라 나무의 굴곡진 형상과 이를 휘감고 빛을 향해가는 잡목들에서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존재를 드러내는 기개를 본다. 곶자왈은 제주사람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지근에서 지켜보며 이들의 삶과 땅의 역사를 증언해왔다. 화면의 곳곳에 거칠게 자리잡은 교목들은 오름을 굽어보며 제주의 역사를 환기시키는가 하면, 주변의 잡풀들은 제주사람의 삶과 애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색채는 빛의 독주를 제어하는 정도로만 사용되고 각각의 형태들은 존재의 실상을 전달하는 정도로 절제된다. 큰 그림임에도 기념비적이거나 과장된 구성은 되도록 자제하면서 곶자왈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포착하고 원경은 실루엣으로 처리함으로써 화면의 뉘앙스는 어떤 역사적인 차원을 제외하면 정적이다. 이 모든 것들은 제주라는 땅의 역사와 그 곳을 스쳐간 제주사람이라는 현실과 존재 사이의 시공간적 카오스에 대한 작가적 사유와 인문적 감성의 산물이다. 재현의 관점은 마치 하나의 소실점을 가진 원근법적 회화가 화면상의 모든 사물을 희미한 빛이라는 유일한 중심으로 집중시키고 조련하는 것에 비견된다. 제주의 땅과 역사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집중시키고 조직하는 것처럼, 진실()이라는 유일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한라산 자락에서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초목들을 통하여 다시금 땅의 역사와 삶을 사유하고 있다. 이렇게 환기된 삶과 역사는 자연의 수레바퀴 속에서 순환을 거듭하나, 그의 작품 속에서 유형·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며 형언할 수 없는 가치를 머금은 채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경모

 

이명복_곶자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2×208cm_2022
이명복 _4 월의 숲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164×260cm_2020

 Myoung bok Lee-Landscapes or Narratives about nature and history "Until now, we have been taught distorted history as if it were the truth. I plan to continue my work of seeing the truth by reflecting on the distorted history that I was taught by being caught up in left-right ideology. This is not the painful history of only a specific region, but the history of the entire Korean Peninsula. So, I am going to draw the Korean Peninsula as seen from Jeju Island. In addition, I seek to create a world where our wounds and grievances are not hidden, but reopened and sutured well, so that our community can move toward the future with the right philosophy, live like human beings, and become a peaceful world. I hope that my paintings will become a small driving force that can move beyond this era to a better world and a future that opens properly."(Myoung bok Lee)

landscapes of human life In modern Korean history, there are countless facts intertwined with the violence by the regime and resistance by the people, development dictatorship and industrialization, and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who have quietly survived in the midst of this situation. These facts have been distorted or concealed by formidable powers, and despite its short history, justice has been turned into injustice, or the truth has been described as lies, or vice versa. Artist Lee Myoung bok, who could not simply look at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in a pitiful way, chose and lived out his calling to describe them through paintings. As a natural storyteller, his love for life and nature and his desperate humanistic spirit to search for historical truth are read as a fateful journey to search for 'justice and truth' rather than a rumination on nature, humans, and history. As is well known, Myoung bok Lee's main interest is 'people.' Since his youth, the artist has been painting various people around him, either with an affectionate gaze or with a critical gaze. In the 1980s, Lee Myoung-bok looked at us through the eyes of a U.S. soldier and took a cool-headed look at the reality of Korean society at the time. This artist also reconstructed the horizon of our lives three-dimensionally through portraits of workers and farmers in the 1990s. Whether it is the true part of life or the absurd aspect, the artist has dug into the strata of contemporary Korean society through the psychological desires deep within humans as well as the people overcoming the weight of life full of burdens. The artist has induced new awakenings by reproducing aspects of human life that we have seen inadvertently, and has investigated the historical and social values of our lives through various approaches that awaken the philosophical aspects of life. This is evaluated as an important practical achievement in the history of Korean contemporary art achieved together with a group of realist artists who shared the same ideas of the time. In recent years, Myoung-bok Lee has been searching for Jeju women and survivors of the April 3 Incident, who are living strong lives, and capturing their portraits on canvas. The artist reflects on the traces of a woman's life through the image of a Jeju 'grandmother' who reveals the deep lingering effects of life. In addition, he demonstrates his wit to sublimate the value of realistic life into the realm of the sublime through the image of a human being who has become accustomed to labor. The expressions on the faces of the characters who take a break from work or stare at us clearly show the traces of time spent overcoming the formidable ups and downs of life. Nevertheless, they remind us of the essence of life that transcends reality. Their poses clearly show the history of life in response to the hardships of labor and the trends of time. The facial expression, showing strong curves tanned by the sun, still retains the appearance of a warrior who confidently faced the formidable challenges of life. The source of the charm of Lee Myoung-bok's 'Eomeong' can be found at this point. This 'beautiful' Jeju grandmother is more than just a well-drawn portrait, she is the image of our mother and implicitly reveals Korean motherhood. We infer history from the image of the Jeju female diver, who appears distantly behind her anonymity, and reflect on her life. The artist focuses on the overall appearance of the person and shows excellent talent in finding the rough charm of the person while ensuring the subject's natural movement. The artist questions the value of existence and its history by depicting living mothers, whether they are working mothers or grandmothers taking a break, with their individual personalities and emotions reflected in their expressions. Meanwhile, I pay attention to Lee Myoung bok's work called Brothers and Sisters. This work depicts Lee Jae-su, the leader of the 'Shinchuk Jeju Uprising of 1901', and his sister Lee Sun-ok. It is said that image of Lee Jae-su, who resolutely stood up to foreign powers and corrupt officials backed by the Catholic Church, was drawn from imagination because there was no data, and Lee Soon-ok's portrait was drawn based on a photo included in her book Halla Mountain in the night moon- Lee Jae-su's Practical Story. Lee Jae-su's spirit of punishing unjust forces as a government slave is clearly visible in his facial expressions and poses, and Sun-ok's steadfastness in working hard for her brother's reinstatement throughout her life is impressive. In this way, Lee Myung-bok's portraits clearly reveal the identity of the subject and pursue a realism that surpasses photography to the point where a specific being can be perceived. Just as the portrait paintings of the Joseon Dynasty aimed to follow the spirit of the whole world, the artist shows a humanistic spirit that seeks to capture the life and spirit of the protagonist beyond just reproducing the shape of the character.

Landscapes of modern Korean history Lee Myoung bok's portraits gain strong power when combined with his historical awareness. His 'Korean Modern History Series', which can be called a restored and constructed 'historical landscape', depicts the chaos of the liberation from Japanese colonial rule and the confrontation between the left and right, the 4.3 and 6.25, the subsequent political chaos and 4.19 Revolution, the 5.16 and 12.12 military coups. It is a magnificent epic that collaged with dramatic scenes of the situation of our people who had to protect themselves in these turbulent times. His pictorial experiments, such as his Frantic Memoriesseries and Lost Dreams, are also an important methodology for healthy historical exploration to establish the values of 'justice and truth' as an artist. In Lee Myoung bok's Frantic Memoriesseries, all the absurd aspects that our people have to experience in the 'Era of before and after liberation,' are described without any difference in time and space. At that time, the power elements related to the center and periphery, which were reorganized into victorious and defeated countries, existed at various levels. Among them, our country was just a newly divided independent country that could not join any of the sides. In a broad sense, the fate of the nation was determined through countries and groups with specific ideologies and the power dynamics that existed outside the country. If we look at it from a domestic perspective, we can look at the issues of falsehood and truth, center and periphery, in the form of power of each ideologically divided group and in each individual's internal worldview. In this process, the artist recommends correcting the distorted truth and moving toward a better future. The background of the work Lost Dreamsis the Cheorwon Plain, where traces of Taebongguk, founded by Gung Ye during the Later Three Kingdoms period, remain within the DMZ. Among them, the figures at the top are Roosevelt, Churchill, and Stalin at the Yalta Conference. And the traces of the Korean War, such as trains and planes, the victims of the 'Bodo Union' massacre incident being dragged away, and the presidents of the United States are intertwined with various visual references floating in space. The artist calmly paints a picture while thinking about the bleak situation in which we had no choice but to decide our fate at the hands of the leaders of the great powers, and the tragedy that followed. The painter laments the direction of power and its results in the process of forming the center and periphery that exist in a new dynamic relationship. And it is criticizing the violence created by the hegemony of monsters that emerged in another form after the war, the victorious nation. By the powerful people of our country who took advantage of this, deception and falsehood became the truth, and violence disguised as justice was rampant, and those who had devoted themselves to justice were killed by the cruel gun of power. This fact is so heartbreaking to the artist. And unfortunately, the ruthless power of that time survives to this day, suppressing justice and misleading the truth while causing deep wounds to national pride. The work Rootsis a masterpiece written in context with President Syngman Rhee at its peak. Likewise, scenes related to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are expressed like a full-length epic. This work, which was conceived from poet Kim Soo-young's Giant Roots, expresses the righteous people of the April 19 Revolution at the end of the Rhee Syngman administration, Park Chung-hee, the protagonist of the May 16 coup, and surrounding figures of his successors Chun Doo-hwan, Roh Tae-woo, Kim Young-sam, Lee Myung-bak, and Park Geun-hye. These familiar icons have lost their blood and are lined up like fossil-like figures. In the turbulent modern history of Korea, at the bottom of the canvas screen, where perpetrators and victims are mixed together and in chaos, poet Kim Soo-young stands as a great witness of a dark era All these images are dramatic and grim. This is because it reminds us of the historical truths that we have overlooked and the images of our ancestors who shed blood and died without being able to survive in modern Korean history marred by bondage and violence. In his paintings, which depict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full of persecution and resistance, the scent of passing blood and nameless souls who passed away without receiving compensation for that blood are intertwined. And the perpetrators of merciless violence still proudly stand as the protagonists of the picture. When will we be able to overcome our distorted perception of history and awaken to the true value of real history? The power of art to testify and overcome this is still weak.

landscapes of the land history Lee Myoung bok also depicts Jeju's nature. The artist is creating a work that "socially interprets the scenery of Jeju, especially Gotjawal, that is, interpreting the scenery with history and humans at the center." In his forest paintings expressed in monochromatic tones, strong lingering light seeps into various parts of the vegetation and supports the form, and the forest exudes a primitive scent and represents a archaic historical appearance. The frugal sense of space that does not allow for empty spaces fills the entire canvas with an abstract tone reminiscent of all-over painting. However, while the vegetation is vibrant in these homogeneous aspects, they often reveal a long lingering effect and become immersed in the picture. In Lee Myoung bok's Gotjawal landscape, we see not only the original lushness of the forest, but also the mettle that overcomes rough weather and reveals its existence in the curved shape of the trees and the undergrowth that wraps around them and heads towards the light. Gotjawal has closely witnessed 'the joy, anger, sorrow, and pleasure', also 'births, aging, illness, and death' of Jeju people and has testified to their lives and the history of the land. Trees roughly placed in various parts of the canvas screen overlook the Oreum(volcanic cone) and evoke Jeju's history, while the surrounding weeds seem to symbolically show the lives and joys and sorrows of Jeju people. Colors are used only to the extent of controlling the intensity of light, and each form is restrained to the extent of expressing the reality of existence. Although it is a large painting, the artist characteristically captures the appearance of Gotjawal while refraining from using monumental or exaggerated compositions, and treats the distant landscape as a silhouette. As a result, the nuance of the screen is static except for a certain historical dimension. All of these are the product of the artist's thoughts and humanistic sensibilities about the spatial and temporal chaos between the history of the Jeju territory and the reality and existence of Jeju people who passed by. The point of representation is comparable to a perspective painting with a single vanishing point that focuses and manipulates all objects on the screen into a single center called faint light. Just as we focus and organize our thoughts with a consistent perspective of Jeju's land and history, we evoke our thoughts with a unique perspective called truth (light). In this way, the artist is once again thinking about the history and life of Jeju land by painting the bushes and trees that live in support of each other on Halla Mountain. The life and history evoked in this way continue to cycle in the wheel of nature, but in his works, they exist in tangible and intangible forms and emit a mysterious light with indescribable value.  Lee Kyeongmo

 

 

파르티잔 미술가들의 게릴라전, 홍범도 장군 초상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행동이 오늘의 행동으로 이어진 홍범도 장군의 초상전에는

35명의 민중미술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 누구인가?

조국 독립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에 온 몸을 바친 분을 두 번 죽이려 한다.

 

윤석렬 친일 정권에서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하는 암담한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어 분연히 들고 일어난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초상화가 제작되어

항일 독립 정신을 계승하는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장군에 대한 사진이나 이미지가 귀한 현실에서 재조명하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참여작가만의 전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전시다.

홍범도 장군을 추앙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역사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한 후 방명록에 적는 것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다.

방명록에는 홍범도 부대 입단 지원 명단이라고 적혔다.

 

참여작가 명단 

강경구, 김구, 김억, 김인규, 김재홍, 김주호, 김준권, 김진열, 김진하, 류연복, 류준화, 문승영.

박건, 박건웅, 박순철, 박영균, 손기환, 송창, 유기호, 유대수, 이동환, 이명복, 이상호, 이원석,

이윤엽, 이인철, 이재민, 이태호, 이현숙, 장경호, 정기현, 정원철, 최경선, 최윤정

 

이번 게릴라전은 한때 광화문 미술행동을 추진했던 김진하씨가 기획했다.

 

아래는 전시 취지문이다.

 

1. 최근 윤석열 정권이 친일과 반공을 하나의 이념으로 묶어 국민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선전포고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획책이 바로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를 비롯, 평생을 조국 독립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에 일생을 바친 분이셨습니다.

 

2. 그런 홍범도 장군을 의도적으로 욕보임으로써 반공=친일이란 그릇된 프레임을 일반화시키려는 작태를 현 정권이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소련공산당 입당, 빨치산 활동, 자유시 참변 등의 이유로 홍범도 장군의 활동 폄하와 함께 무장 독립운동사를 우리 역사에서 숙청하고, 궁극적으로는 친일 극우 세력의 영구적 정치 기반을 만드려는 획책이기도 합니다. 역사학계와 양심적 지식인들은 이 정권의 황당한 양두구육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3. 1940년대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한 고독한 70대 독거노인이 소련군에 입대하겠다고 했답니다. 소련이 미국과 연합해서 대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하면 본인도 전장터에 나설 거라면서요. 일본에게 부인과 아들 둘 가족 모두를 잃은 봉오동 영웅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채였지만, 파란만장했던 삶의 마지막까지 조국 독립을 위해 일본과 싸우려 했던 내면의 도저한 치열함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임종하기 직전까지 30년의 저항, 그 고단했던 대일항쟁 편력이 아마도 그의 마지막 얼굴에 생생하게 스며있었을 것입니다. 그 절절했을 절대 고독, 그게 홍범도 장군의 실존적이고도 수명적인 '장군의 길'이었던 모양입니다.

 

4. 이런 과거-현재 얘기가 설왕설래하는 와중, 저희 나무아트에서는 깨어있는 작가들과 함께 게릴라형태로 홍범도-장군의 초상전을 기획했습니다. 현재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사진이나 이미지는 상당히 희박한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미술인들이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초상화를 제작-전시함으로, 우리 근대사의 항일 독립 정신이 시민에게 널리 향유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작가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이 초상화들이 진지한 역전의 역사화로 연결되면 더 좋겠습니다. [김진하]

 

-이달에 볼만한 전시-

-인사동-

파르티잔 아티스트 게릴라전 홍범도 장군의 초상’/ 2023,11,1-11.13 / 나무화랑

장경호전 '묵시' / 2023,11,15-11.28 / 나무화랑

김윤수선생 5주기 추모전 / 2023,11.29-12.4 / 동덕아트갤러리

박야일전 녹는, ‘/ 2023.10.28-11.12 / 아르떼 숲

박 건전 ’/ 2023.11.15-11.30 / 아르떼 숲

전대식전 '사진속의 추억, 추억속의 인생' / 2023.11.15-11.20 / 갤러리 인덱스

박재동회화전 / 2023,11.22-11.28 /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이명복전 / 2023,11.8-11.20 / 인사아트센터

이상남전 소중한 유산‘/ 2023,11.1-11.6 / 인사아트센터

이열전 / 2023,10.18-11.7 / 노화랑

전옥희전 '시간과 선물' / 2023,11.8-11.24 / 장은선갤러리

최석운전 풍경같은‘ / 2023,11.8-11.28 / 가람화랑

윤현진,이상용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 2023,11.1-2024,1.31 / 갤러리 몬도베르

한대수 사진전 / 2023,11.15-11.28 / 토포하우스

이경훈 회화전 / 2023,11.15-12.10 / 통인화랑

권인경전 열린 방‘/ 2023,10.27-12.25 / 갤러리밈

전명자전 / 2023,11.15-12.12 / 선화랑

 

-그외 강북지역-

김구림전 / 2023.8.25.-2024.2,12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연두전 / 2023.9.6.-2024.2,25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장욱진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 2023.9.14.-2024.2,12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80 도시현실전/ 2023.5.25-2025.5.26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근대문예인, 위창 오세창전 / 2023.9.7.-2023.12.25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강서경전 / 2023.9.7-2023.12.31 / 리움미술관

유근택전 ‘REFLECTION’/ 2023,10,25-12.3./ 갤러리현대

김환기 점점화70-74/ 2023,9,1-12.3 / 환기미술관

김재홍전 깨어나는 몸, 다시 서는 거인‘ / 2023,10,26-11.26 / 정문규미술관

한정식전 은 열려있다‘ / 2023.10.21.-12.24 / KP갤러리

강운구 사진전 / 2023.11.22.-2024.3.17 / 뮤지엄 한미삼청

박재훈 미디어전 / 2023,10,20-11.19 / 성곡미술관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 2023,8,11-11.19 / 아르코미술관

정강자회화전 / 2023,11,15-12.30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류주영회화전 / 2023,10,27-11.18 / 아트사이드갤러리

이상은회화전 / 2023,11,1-11.28 / 아트파크

박광수회화전 / 2023,11,8-12.9 / 학고재

권진규조각전 / 2023,11,14-12.9 / PKM갤러리

김승연판화전 / 2023,11,8-12.8 / 토탈미술관

박병욱 조각전 그리고 ’ / 2023,10,10-11.18 / 김세중미술관

구명본 초대전 / 2023,11,1-11.14 / 금보성아트센터

김대열 수묵언어전 무상.유상’ / 2023,11,9-11.21 / 한벽원미술관

이화자전 蒼然’ / 2023,10,18-12.9 / 스페이스 소포라

박상희전 그럼에도 영롱한’ / 2023,11,2-11.22 / 인디프레스

임다인 회화전 / 2023,11,10-12.2 / 이목화랑

차승언전 / 2023,10,26-11.29 / 씨알콜렉티브

이기영전‘Work2023’/ 2023,11.8-11.28 / 이화익갤러리

양승우전 '나의 다큐사진분투기' / 2023,10.31-11.12 / 류가헌

남태영사진전 / 2023,11.11-11.19 / 갤러리단정

박찬숙전 세상의 끝’/ 2023,11.1-11.10 / 갤러리브레송

추영호전 / 2023,11,3-11.22 / 혜화아트센터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311월호]

 

열린 방 an open room

권인경/ KWONINKYUNG / 權仁卿 / painting 

2023_1027 2023_1225

권인경 _ 열린 창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 아크릴채색 _135X197cm_2023

 

권인경 홈페이지_www.inkyungkwon.com

페이스북_www.facebook.com/inkyung.kwon.5

인스타그램_@artist_inkyung

 

초대일시 / 2023_102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엠보이드 5,6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열린 방 이번 전시에서 권인경은 방이라는 공간에 집중한다. 방은 개인의 연장, 또는 확장으로 간주된다.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말했을 때, 그곳은 자폐적인 공간이기보다는 세계로 열린 일종의 플랫폼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예술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다는 것은 그 전에 닫힘을 전제한다. 자기가 없다면 그저 세계에 흡수될 것이고, 자기만 있다면 세계는 그저 자신을 비추는 거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두 극단은 모두 문제적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세포막의 차원에서부터 닫힘과 열림이 유동적이다. 그래야 그가 던져진 세계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 '개인의 방'은 심리적인 차원이 강조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대해 '각 인간들의 최소 안식 공간인 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심리적 상황, 떠오르는 상념들, 수집하는 대상들'을 다룬다고 밝힌다. 자기만의 공간에 갇혀있는 지인에서 출발했지만, 이러한 난관은 정도의 차이일 뿐 현대인이 겪고 있는 보편적 상황이다, 같은 외부 풍경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개인이 있으며, 작품에서는 그런 개인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위치에 있는 개인의 관점이 평등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원근법적 세계는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강력한 지배적 관점이 고정되는 것이 문제다. 장기적으로 고정된 체계는 궁극적으로는 변화하지만, 개인의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 문제다. 권인경의 작품이 다소간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시점을 운용하는 것은 지배적 관점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다. 장면 또는 풍경은 건축적 구조를 따라 펼쳐지지만, 그 구조들이 실제 건축처럼 합리적이지는 않다. 공간 사이에 언제든 새로운 공간이 끼어들 수 있고 또 사라질 수 있다. 한 화면에 많은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촘촘하게 구획된 구조다. 합리적 공간의 선형적 이동에 따른 단일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다성(多聲)적으로 들려온다. 현대인에게 분리된 독립 공간은 누구나 원하는 물리적, 심리적 자원이다.

 

권인경_너의 마음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136X176cm_2023
권인경_홀로 앉은 기억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136X176cm_2023
권인경_서로 다른 기억들1_한지에 수묵,아크릴채색_194X130cm_2023
권인경_떠오른 기억들4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72X140cm_2023
권인경_떠오른 기억들1_옻칠지에 수묵,꼴라쥬,아크릴채색_53X73cm_2023
권인경 _ 떠오른 기억들2_ 한지에 고서 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47.5X79cm_2023
권인경 _ 떠오른 기억들3_ 옻칠지에 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47X90cm_2023

방 안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외부적 사회관계로부터 탈주하는 안도감을 느낀다. 밖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 선택이지 강제가 아니다.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의 풍경들은 사람의 흔적을 보여준다. 심리적 공간이라고 해서 '단순한 흔적'이어선 안되고 '기록으로 서로 다른 그곳들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것은 개인의 기억이 스며있는 현대적인 사물 뿐 아니라, 고서를 꼴라주하는 형식에서 나타난다. 기억은 현재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을 넘나든다. 작품 속 가구나 건축적 구조 등에 주로 꼴라주된 고서는 '말이 내뱉어진 순간'을 고착하는 것이며, '언어가 삶에 묻어'있음을 강조한다. 고서에 적힌 언어라서 고풍스럽지만, 그 또한 지금의 상용어처럼 한 시대의 지배적 언어였을 것이며, 주체를 구성했을 것이다. 인류학이나 언어학이 밝힌 바에 의하면. 그 사회의 지배적 언어를 통해서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대상/기호, 기표/기의가 분리되는 언어 자체의 분열적 조건에 당면한다. '환자'는 이 조건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 일 따름이다. 속해야 하지만, 완전히 속하기 싫은 애증에 찬 구조이다. 정신분석학을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구조적 이론에 저항하는 저자 펠릭스 가타리의 저서 [카오스모제]에 의하면, 상징적 질서는 결정론적인 납 망토처럼 죽음의 운명처럼 무형적 세계를 짓누른다. 그에 의하면 말(발화)은 법의 차원, 즉 사실, 동작, 감정의 통제 차원에 고정된 문자적인 기호학의 지배 아래 통용될 때 공허해진다. 가타리는 정신분석학을 염두에 둔다. 마단 사럽이 해석하는 라깡의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상징계를 통해 주체가 구성되므로, 주체가 태어나기도 전에 담론에 의해 그에게 할당되는 장소가 있다. 상징계가 자율적인 구조가 될 때 인간의 자리는 과연 있을 것인가. 이러한 결정론으로부터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방이라는 구조적 공간을 개인과 비유하면서 종횡무진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은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넘어서려는 방식이다.

 

권인경_그때의 기억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53.5X107.5cm_2023
권인경 _ 서로 다른 기억들 2_ 옻칠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 아크릴채색 _142X;73cm_2023
권인경 _ 너와 나의 이야기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197X135cm_2023
권인경 _ 붉은 기억 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176X136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2_ 한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 아크릴채색 _72X;50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35.5X55.6cm_2023

권인경은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형식주의는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서사는 인간이 등장해야 자연스럽지만, 작품에는 정작 인간이 없고, 간혹 뜬금없이 등장하는 의자는 인간의, 요컨대 부재함으로서 현존하는 자리를 상징한다. 인간관계로부터 출발하는 현대적 병이 있지만, 작가이기에 자기 안에만 머물 수도 없다. 방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가까운 이가 어릴 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앓았고, 이후 오지랖 넓은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 폭력을 겪으면서 외부와 단절된 상황과 관련된다. 타인과의 언어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그는 방에서 잘 나오지 않지만, 문을 조금은 열어 놓는다고 한다. 세상과의 조그만 통로의 확보이다. 하지만 정상/이상의 관계는 유동적이다. 정도의 문제일 뿐 보통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우호적인 외부로부터 보호받으려는 본능이 개인으로 하여금 점점 오래 방에 머물게 한다. '스마트'한 세상이 열리면서 나가지 않는(않아도 되는) 경향은 강화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대면' 관계는 상대화된다. 대면은 이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된 것이다. 세계로 열리는 문이나 창이라는 비유는 물리적인 만큼이나 가상적이다. 하지만 정보혁명의 시대에는 현실을 대신하는 코드들의 세계에 갇혀 있기 십상이다. 방의 역할을 강화되고 있다. 개인공간이 아닌 상업시설에도 'OO'이 많지 않은가. 대부분 일탈적인 'OO'''이라는 공간 특유의 비가시성에 대한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권인경의 방들은 자족적이지 않고 계속되는 연결망이 특징적이다. 내부와 외부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고 이러한 변화무쌍한 공간관은 이와 연동되는 시간관과 연결된다.

 

권인경 _ 그날의 기억3_ 한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4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 5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6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 4_ 고서에 수묵 _15.5X24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5_ 고서에 수묵 _15.5X24cm_2023

  조너선 스미스는 [자리잡기 to take place]에서 명사적인 성스러운 공간(sacred space) 보다는 자리(plce)에 대한 사회적이고 동사적인 이해를 강조했다. 저자에 의하면 공간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투사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선험적 공간이 아닌 찾아내야 하는 자리는 시간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시간은 무엇보다도 서사이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기억 시리즈에서 '기억'이라는 키워드는 시간과 관련된 범주이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공간들은 관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속에 많이 쟁여져 있는 시공간만큼이나 빠른 보폭을 요구한다. 국면의 빠른 전환은 대도시를 통과할 때의 경쾌한 느낌을 준다. 대도시에서 촘촘하게 자리하는 방들은 철저히 계층적이다. 가난한 1인 가구의 허름한 주거지가 된 고시원부터 시작해서, 보다 보편적으로는 아파트의 방들이나 오피스텔이 그렇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펜트하우스까지 공간은 가장 값비싼 물적 자원이다. 방은 초라하든 화려하든 개인의 심리적 연장이자 보호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 공동체에 대한 기대치가 있지만, 현대사회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을 분리시킨다. 인간은 생산/소비적 체계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구조가 내면화 되어 개인은 필사적으로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 한다.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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