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동안 사라져가는 서울의 골목풍정을 기록한 김기찬선생께서 세상을 떠난 지도 어언 10년이 되었다.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께서 10주기를 맞는 지난 8월 27일,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란 제목의 책을 펴내며,

중학동에 있는 '한일관'에서 김기찬선생을 추모하는 조촐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는 미망인 최경자여사를 비롯하여 사진가 한정식, 황규태, 이완교, 전민조, 엄상빈, 김보섭, 정영신,

윤한수씨, ‘눈빛’ 편집장 안미숙씨, 한겨레신문 임종업기자 등 생전에 가까운 지인들과 글을 쓴 필자들이 모였다.

안미숙편집장은 인사말에서 “이 책을 지궁스럽게 만들었다”며 잘 쓰지 않는 말부터 끄집어냈다.

이번에 나온 사진 에세이에 김기찬선생께서 ‘지궁스럽다’는 말을 썼는데,

그 뜻이 책을 만든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낸 것 같다는 것이다.
윤한수씨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마음 쓰는 것이 지극히 정성스럽고 극진한데가 있다“로 찍혀 나왔다.

정말 ‘눈빛출판사’의 이규상, 안미숙 두 내외는 김기찬선생을 지극하다 못해 끔찍히도 모셔왔다.

한정식선생께서도 그의 지극한 마음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규상씨가 “지난 번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사진집이 재판되었을 때,
고인의 무덤까지 사진집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김기찬 사진에세이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


 

제본소에서 책 나오기를 안절부절 기다리던 이규상씨가, 뒤늦게 책을 안고 허겁지겁 나타났다.

내 놓은 책들은 금방 구워낸 붕어빵처럼 따끈따끈했다.

10주기에 맞추어 선보이려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그의 지극한 마음이 전해졌다.

그 마음이야 김기찬선생에 대한 존경심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오래전부터 싹터 온 인간적 정리도 한 몫 한 듯하다.

그 분에게만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진을 위해 그만큼 애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뻔히 안 팔릴 줄 알면서도 기록적 가치만 있으면 무조건 출판하는 그의 뚝심에 모두들 걱정이 대단하지만.

그의 집념은 아무도 꺾을 수 없다.

우리가 그에게 보답할 수 있는 일은 한 권의 책이라도 더 많이 사 보는 방법뿐이다.

결국 스스로를 기름지게 하는 자양분이지만...

 

 

 

책에 실린 김기찬선생의 생전 모습 / 한정식선생께서 찍었다.


 

책을 펼쳐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선생의 주옥같은 사진과 글들이 마치 당시의 상황과 애잔한 마음을 직접 들려주는 것처럼 다정하고 생생했다.
그리고 사진가 한정식선생과 전민조씨는 평소에 지켜 보았던 작가의 따뜻한 인간적 면모를 적었고,

사진가이자 건축가인 윤한수씨는 선생께서 다녔던 골목 골목을 답사하며 사진과 함께 글을 썼다.

사회학교수 김호기씨와 사진평론가 정진국씨, 역사학교수 이광수씨, 한겨레신문 임종업기자,

‘사진책도서관’대표 최종규씨 등 여러 필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김기찬선생의 작가론과 골목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부산대 사회학 교수 윤일성씨의 ‘도시 빈곤에 대한 두가지 시선’

-최민식과 김기찬의 사진연구-란 논문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가를 하찮게 여기는, 서양귀신 씬 사진가들은 꼭 읽어야 한다.

“최민식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작가이고 김기찬은 ‘따사로운 온기’의 작가이다.”
그 논문에 쓰인 이 한마디가 양대 다큐멘터리 대가의 성격을 잘 말해 준다.



 

 

 

각설하고, 이야기를 다시 추모 만찬장으로 돌린다.
추모사를 겸한 이규상씨의 인사말과 이완교선생의 추억담 등 고인을 기리는 이야기들은

시종일관 김기찬선생을 그립게 만들었다. 그토록 골목을 사랑한 분이 어디 있었는가?

 

그리고 어려운 형편에 음식은 얼마나 푸짐하게 차렸는지, 너무 황송스러웠다.

고맙게도 누가 몰래 밥값을 냈으나  계산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짐작컨데 황규태선생께서 내신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짐을 들어주고 싶은 따듯한 마음이 이심전심 전해졌다.

이차로 자리를 옮긴 맥주집에는 이규상, 안미숙 내외와 엄상빈, 김보섭, 정영신, 임종업씨가

자리를 함께 했는데, 한 잔 마신김에 좀 과음했다.

뒤늦게 '한겨레신문'의 김봉규씨가 온 것으로 기억되나 카메라에 그의 흔적이 담겨있지 않았다. 너무 취했나?
아무튼 무소의 뿔처럼 돌진하는 ‘눈빛출판사’ 이규상씨의 기개에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2015 북경국제사진제’에 참가할 한국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첫 미팅이
지난 18일 오후3시 인사동 ‘귀천’에서 있었다.

그 자리에는 한국사진가들의 참여를 추진한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를 비롯하여
기획자인 류은규씨, 다큐사진가 엄상빈, 김보섭, 조문호, 임재천씨 등
모두 6명이 모였다.

 

오는 10월24일부터 11월1일까지 열리는 축제에 다섯명의 국내 작가가 참여하게 되는데,

각각 20여점씩 출품하게 된다고 한다.

류은규씨의 진행 상황을 전해 듣고, 준비할 것들을 챙기기도 했다.
참가할 사진가들의 소통을 위해 엄상빈씨가 통역원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모임이 끝난 후, 인사동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 대낯부터 술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술집으로 내가 이끌어 놓고, 술값은 엄상빈씨가 내 버렸다.
그 술값이 만만 찮을텐데...

사진 : 류은규, 조문호 / 글 : 조문호

 

 

 

 

 

 





 

 

지난 24일 강원도 영월에서 제14회 동강국제사진제가 개막되었다.

비에 가리고 우산에 가려 행사 진행은 볼 수 없었지만, 군데군데 반가운 얼굴들은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빗속에서 마시는 막걸리 맛도 일품이었지만, 곧바로 숙소인 '동강시스타'로 들어가야 했다.

이규상씨와 동강사진제 운영위원 엄상빈씨의 안내를 받았는데, 숙소마다 사진가들 판이었다.

옆방에 들렸더니 그 자리에는 구자호, 김남진, 신동필, 이광수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어떻게 알았는지 손흥주, 이규철, 김종진, 김상훈, 성남훈, 남 준씨 등 사진인 들의 발길이 줄줄이 이어졌다.

안주래야 24시 슈퍼에서 사 온 과자 부스러기가 전부이지만 모두들 잘도 마셨다.

그 날 술자리에서 1987년도에 사진기자들이 모여 창립했던 '투영'동인회 이야기를 구자호씨가 꺼냈다.

근 30여 년 전의 이야기라 젊은 사진가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기억이 뚜렷했다.

'한국일보'의 고명진, '조선일보'의 구자호, '동아일보'의 김녕만, 'TV저널'의 조성휘, '중앙일보'의 채흥모씨 등 다섯 명의

사진기자들이 만든 모임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포토저널리스트 동인회가 결성되었던 것이다.

바쁘게 사건현장을 쫓아다니는 사진기자가 개인적인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기에 그들의 활동은 사진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이듬해인 88년에 경향신문의 우종원씨가 합류하여 여섯 명으로 늘어났지만, 6-7년 정도 활동하다 아쉽게도 해체되어 버렸다.

80년도 후반에는 '투영'동인 뿐만 아니라 이기원씨가 주축이 된 사사연(사회사진연구소)과

최민식선생을 회장으로 모시고 김문호, 김봉규, 안해룡, 이석필, 조문호, 추연공씨 등 기자들과 다큐사진가들이 모인

'사진집단 사실'이 태동하는 등 다큐사진가들의 그룹 활동이 두드러진 시절이었다.

살롱사진들이 판치는 무렵이라 다큐 동인회의 태동과 활동은 우리나라 사진사의 중요한 기점으로 판단된다.

자정이 가까워 옆방으로 돌아 온 것은 술이 취하기도 했으나 김남진씨 일행과 어울리면 밤을 지새야한다는

소문이 돌아 지레 겁먹은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다슬기 해장국집에서 만나들은 바로는 술이 없어 아쉽게도 2시 정도에 마무리했단다.

 

"이젠 나이도 있는데 몸 좀 생각해야지"라며 혼자 구시렁거리자 뒷말이 들려온다.
"사돈 넘말 하네"

사진, 글 / 조문호

 

 

 

 

 

 

 

 

 

 

 

 

 

 

 

 

 

 

 

 

 

 

 

 

 

 

 

 



 

7월3일 오후7시,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상훈씨의 ‘살기 품은 풍경’전이 개막되었다.
전시와 함께 눈빛 사진가선 열네 번째 사진집 ‘가자전쟁-미로의 벽’도 출간되었다.

가자지구의 참상을 기록한 사진들은 포화에 물든 전장의 긴장감이 가득했다.
분쟁지역의 아픔에 앞서 한 사진가가 목숨을 걸고 기록한 장면 장면들이라 존경심마저 일었다.

 

전시장에는 김남진, 김보섭, 엄상빈, 이규상, 박종우, 신현림, 이규철, 박순기, 장 숙,

곽명우, 채승우씨 등 50여명의 사진인들이 사진을 관람하며 전시를 축하했다.

나는 김상훈씨를 처음 알았다.
신문, TV는 물론 사진잡지 한 권 사보지 않았으니, 사진뿐 아니라 모든 정세에 어두웠다.
10여일 전 아내에게 등 떠밀려 페이스북에 발 들여놓으므로, 이 전시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사우들을 만나 술 한 잔 했는데, 사진상의 무성한 뒷이야기에 부화가 치밀었다.

아마추어 단체의 공모전 비리논란만도 부끄러운데, 프로들의 사진상까지 한몫한 것이다.

하기야 여지 것 수상자 명단이 오를 때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생각은 떨칠 수 없었다.

작품의 질은 차지하고 인맥으로 엮여온게, 오랜 사진사와 같이 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원로사진가들이 편 가르기를 하더니, 이젠 그의 직계 제자들이 이어받았다.

어떤 원로사진가는 영향력 있는 큐레이트를 앞세우며, 모두들 끼리 끼리 논다.

그 기득권에 밀려난 아웃사이드들만 설 곳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나, 왕따가 두려워 말 못할 뿐이다.
나 역시 모두들 가까운 분들이라 망설였으나, 늦었지만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가?
제발! 사진찍는 사람들 쪽 팔리는 일은 그만하자.
이젠 소신 있게 일 하는 능력 있는 운영자들이 나서주어야 한다.

김상훈씨처럼 목숨 걸고 찍는 유능한 사진가들에게 힘 실어주는 사람 말이다.

돈 명예, 죽고 나면 다 무슨 소용인가?
제발 우리 사진들을 넓은 안목에서 껴안아주자.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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