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광수선생을 좋아하는 건 단지 588사진집의 발문을 써주어서만이 아니라
불의를 두고 보지 못하는 피 끓는 그의 정의감 때문이다.

이광수 교수를 알게 된 것은 오래지 않았다.

올 들어 전시장에서 몇 차례 만나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마침 지난 동강국제사진제에서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는데,

그의 강직한 의지와 소탈한 인간적 면모에 매료된 것이다.

무슨 일이던 개혁을 하려면 혁명가기질의 총대를 멜 사람이 필요하다.
바른말을 쏟아내는 이규상선생의 투사정신도 이광수선생 못지않지만

'눈빛출판사'를 운영하며 긴 세월 얽혀 온 사진판의 인맥들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느지막에 사진평론가로 등장한 이광수선생은 그 부분에서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두 분 모두 일신상의 손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왕따에다 직업 또는 사업상의 불이익을 당 할 건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약자들을 위해 강자들과 싸울 전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 사진판 개혁을 운운하는 네가 직접 나서 칼을 휘두르라 할지 모르지만, 난 그렇게 나설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

긴 세월 이어져 온 공모비리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여러 사진단체 일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에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지난 14회 동강국제사진제 워크샵의 첫 날 최민식사진상 문제가 언급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몇몇 사람의 문제 제기에 대부분의 사진인들이 입을 다물었고, 특히 2-30대의 젊은 사진인들이 나서지 않아 힘을 얻지

못했다는데, 왜 사진인들이 남의 일처럼 등짐을 지고 지켜보고만 있었을까? 귀찮아서, 아니면 찍힐까봐.. 

 

그리고 동강사진제에 다녀 와 올린 어느 사진가의 글도 이해는 되었다.

기득권에 줄 대려 살살거리는 꼬락서니에 염증을 느껴 이후로 아예 신경을 끊겠다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10여 년 전 똑 같은 생각을 하며 내 일만 하고 지냈으나, 뿌리만 더 깊어졌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일이기에 끝까지 물고 널어져야 하는 것이다.

똥이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는 말도 있지만, 더러워도 밟아 짓이겨버려야 한다.

이 명경알 같이 밝은 세상에 아직까지 개 같은 일들이 계속된다는데 분통이 터진다.
힘들어도 자부심 하나로 살아가는 많은 다큐사진가들의 좌절감을 생각하니 속이 뒤집힌다.

최민식사진상에서 터져 나온 논란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사진판의 병폐 중 조그만 불씨에 불과하다.

이제 시작된 기득권과의 전쟁에서 기어이 이겨내야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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