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저녁 무렵, 우리 공주님이 출두했다는 소식이 떴다.

아들 햇님이 내외와 손녀 하랑이가 녹번동 ‘은평평화공원’에 왔다는 거다.

평화공원은 지척이라 냉동실의 얼음과자 몇 개 챙겨들고 달려갔다.

 

공원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와 있었는데, 하랑이는 신이나 어쩔 줄 몰랐다.

잔디밭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방에 갇혀 지내다 모처럼 넓은 공원에 나왔으니, 신날만도 했다.

 

방바닥을 기어 다니던 때가 엊그제 인데, 벌써 다 커 버렸다.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여, 어른 같았으면 몸살 날 것 같았다.

그토록 잔디밭에서 뛰어다녔으나,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하랑이가 유모차를 가르키며 중얼거리는 걸 보니,

자기 차라고 자랑 하는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뭔가 중얼대는 걸 보니, 곧 말도 할 것 같았다.

 

유모차로 녹번동까지 왔으니, 장거리 운행이었다.

떠나려고 유모차에 태우니, 이미 알아채고 손부터 흔들어댔다.

하랑이는 신나게 놀았으나, 어른들은 재롱이며 기쁨이었다.

 

하랑 공주님! 잘 가세요.

다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줘요.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8일, 하랑이 온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달려갔다.
하랑이 온다는 전화는 반가움에 앞서 걱정도 따랐다.
코로나 때문에 어른도 꼼짝달싹 않는데, 젖먹이가 우째 걱정이 안 되겠노?
아들 햇님이가 밖에 일보러 다니는 것조차, 병 옮길까 걱정하는 판에...




어쨌든, 하랑 공주님이 납시니 좋긴 좋더라.

조용한 집이 갑자기 난리 쳐들어 온 듯 복닥거렸다

지 모습 찍힌 동영상에 깔깔거리기도 하고,

책장에서 책을 뽑아보며, 이것저것 살피느라 바쁘다 바빠..


    

혼자 먹던 딸기는 어미와 애비는 주면서, 내가 달라니 울어 버리네.

딸기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귀신같은 할애비 꼬라지가 무서운 모양이다.

내 딴엔 하랑이 온다고 안 끼던 틀니까지 끼며 폼 잡았는데...

다음에 올 때는 머리도 자르고 동동 구리무 라도 좀 발라야겠네.


 

요놈의 자슥이 올매나 이뿌고 새칩은지 확 깨물어뿌고 싶더라.

저리 천진난만한 애를 보고도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란 양반은 정신 나 간기 틀림없다.

세상물정 모를 저때가 제일 좋은데, 점점 커가며 인간이 만든 굴레에 물들어가는 것 아이가?

나쁜 것도 배우고, 더러운 돈 욕심도 내고...


 

그 날은 하랑이 덕분에 모처럼 맛있는 음식까지 얻어먹었다.

연안식당에서 꼬막 비빔밥에다 멍게 비빔밥까지 완전 해적판이었다.

이제는 이도 여러 개 생겨 이 빠진 나보다 더 잘 먹더라.

그 큰 숟갈에 입 찢어질까 걱정스러웠다.


 

이젠 잡을 것만 있으면, 제법 아장 아장 걷기도 하네.

온 식당을 뿔뿔 기어 다니며 바닥 청소를 다 한다.

변화무쌍한 표정과 쉬지 않고 휘젓고 다니는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한 것 같다.

처음엔 마누라가 최고라며 호들갑 떨다가

자식이 생기니 자식이 최고라고 치켜세우고,

손자 생기니 손자가 최고라고 난리 피운다.


 

하기야! 옛말에 사랑은 내리사랑이란 말도 있다 아이가?


 

하랑이 덕에 온갖 근심걱정이 눈 녹듯 녹아 내렸다.

맨날 이뿐 선물 사 준다는 말만 해 놓고, 치매 끼가 있어 가고나면 이자뿐다.

다음에는 기어이 선물을 구해놓아 점수 좀 따야것다.


 

하랑아! 우짜던지 건강하게 잘 커그래이~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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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손녀 하랑이를 보게 되었다.
며느리가 넘어져 하랑이 머리를 찧었다는 전화를 받고 부리나케 달려간 것이다.
아들 햇님이가 추석 전부터 밥한 끼 먹자는 연락을 해왔으나,
추석 대목장 찍는 정영신씨와 일정이 맞지 않아 추석 뒤로 미뤘는데,
마치 미룬 것을 탓하는 것 같았다.



 
며느리는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어 걱정을 덜었으나, 머리가 부딪힌 하랑이가 걱정되었다. 
울다 잠든 하랑이 머리에 외상은 없었으나, 마음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자다 일어난 하랑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거침없는 표정에
걱정 같은 건 눈 녹듯 녹아 내렸다. 그래, 넘어지고 깨지면서 자라는 거야. 


 

처음엔 두 늙은이를 낮선 듯 멀뚱거렸으나, 금방 익숙했다.
요상하게 생긴 영감탱이 형색보다 안경이나 카메라 같은 사물에 더 관심이 많았다.
카메라 앵글을 내 눈높이에 맞추면 처다보고, 하랑이 눈높이에 맞추니 바삐 기어왔다.




이제 아랫니가 두 개 나기 시작했는데, 이빨 빠진 나보다 복숭아를 잘 먹었다.
하랑이의 일거 수 일 투족이 얼마나 이쁜지,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다.
핏줄은 무서운 것 이었다.




사랑은 마약 인가봐.
한 번 보면 두 번 보고 싶고, 두 번 보면 세 번 보고 싶으니...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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