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저녁 무렵, 우리 공주님이 출두했다는 소식이 떴다.
아들 햇님이 내외와 손녀 하랑이가 녹번동 ‘은평평화공원’에 왔다는 거다.
평화공원은 지척이라 냉동실의 얼음과자 몇 개 챙겨들고 달려갔다.
공원에는 아들과 며느리가 와 있었는데, 하랑이는 신이나 어쩔 줄 몰랐다.
잔디밭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무슨 말인지도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방에 갇혀 지내다 모처럼 넓은 공원에 나왔으니, 신날만도 했다.
방바닥을 기어 다니던 때가 엊그제 인데, 벌써 다 커 버렸다.
쉴 틈 없이 바삐 움직여, 어른 같았으면 몸살 날 것 같았다.
그토록 잔디밭에서 뛰어다녔으나,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
하랑이가 유모차를 가르키며 중얼거리는 걸 보니,
자기 차라고 자랑 하는 것 같았다.
소리를 지르거나 뭔가 중얼대는 걸 보니, 곧 말도 할 것 같았다.
유모차로 녹번동까지 왔으니, 장거리 운행이었다.
떠나려고 유모차에 태우니, 이미 알아채고 손부터 흔들어댔다.
하랑이는 신나게 놀았으나, 어른들은 재롱이며 기쁨이었다.
하랑 공주님! 잘 가세요.
다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줘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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