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문주영기자  (20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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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속 이미지] 문화의 옷을 입은 장터

 

장에 가자/정영신 글·사진/이숲/246쪽/1만 8000원 

 

게 다리를 집어들고 싱싱함을 강조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활기차다. 시골 장터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온기가 아닐까 싶다.

34년간 시골 장터만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5일장 풍경을 모았다. 담양, 예천, 영암, 청양, 순창, 남원 등 전국 22개 장터에서 찍은 흑백사진이 가득하다. 아무런 기교도 부리지 않고 특정 설정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있는 그대로 모습을 담았을 뿐인데 작가의 따뜻한 시선까지 느껴진다. 장터 풍경, 사람들 모습뿐 아니라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본다. 오일장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함께 소개한다. 포토 에세이로, 혹은 장터 가이드북으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서울신문 /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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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저자는 책의 출간을 기념해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사진전을 연다. 이 전시회에서는 저자와 방문객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숲. 248쪽. 1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 임형두 기자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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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정영신, 전국 장터 모습 담은 책 '장에 가자' 펴내

 

정영신, 담양장. 제공|이숲

 

사진가 정영신 작가가 시골장터의 사람내음 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책으로 담아냈다.

정영신의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다. 34년 동안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포착해낸 사진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라고 밝혔다.

이 책은 장터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문화유적과의 연관성을 살펴본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봄에는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온 풋풋한 초록 푸성귀를, 여름에는 따가운 햇볕 아래 농익은 과일과 채소를,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들판에서 익어간 곡식을 가져온 여인네들의 삶이 아름다운 색과 냄새와 맛과 소리와 함께 진열된다”고 밝혔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을 오는 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개최한다.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20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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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문화일반

 

장터사진가·소설가 정영신 '장에 가자' 출간...사진전도 개최

 

11~20일 갤러리 브래송,  77점 전시 

 

[서울=뉴시스] 장에 가자  (사진=이숲 제공) 

 

전국 곳곳에서 열린 5일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책으로 나왔다.

34년전부터 시골장터를 다닌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63)의 '장에 가자'는 작가의 전작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한다.

저자는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의 주제를 통해 전국 장터 22곳과 지역별 문화유적을 탐방하면서 찍은 사진을 한 권에 모았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라며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라고 말한다.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봤던 흑백의 풍경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국 장터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한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이 11~20일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주제별 섹션으로 구성한 장터난장 총 77점이 전시된다.

34년 전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위축된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준다246쪽, 이숲, 1만8000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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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정영신 사진작가, 전국 5일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장에가자

 

34년간 전국 시골 5일장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 그대로
해당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도 담아
흑백의 풍경 마음 깊은 곳에 향수 불러일으켜

 

시장은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 가운데 전국각지에서 열리는 시골 5일장은 해당 지역의 인심과 푸근한 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34년 간 오로지 시골 장터만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온 정영신 사진작가가 지난 몇 년간 작업한 작품들을 모아 <장에가자>(이숲)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국의 5일장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특히 전북의 순창장, 남원장, 정읍 샘고을 시장, 부안장, 무주 반딧불 시장, 완주 고산장, 고창장 등 전북의 5일장의 모습도 담겼다.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면, 단지 시골 오일장만을 취재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유산과 유적을 함께 돌아보고 장터가 지역의 경제뿐 아니라 문화 관광의 허브가 될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데 있다.

작가는 그렇게 각 지역의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를 통해 전국 22개 장터와 각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했다.

무엇보다도 구수한 지역 사투리가 생생히 살아 있어 맛깔 나는 글과 어린 시절 시골에서 흔히 보았던 흑백의 풍경들이 마음 깊은 곳에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각 장의 특징과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지역 특산물도 소개돼 있다.


1989 순창장

2018 남원 춘향골시장

이 책은 포토 에세이 작품으로 감상해도 좋고, 주말 가족 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제안과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이다.

정영신 사진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 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전북일보 / 최정규기자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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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 장터사진작가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 개최

 

- 대한민국 모든 5일장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내
- 시골장터의 모습과 지역 문화유산 소개


34년 동안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모두 기록한 장터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여/63세) 작가는 오는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래송'에서 ‘장에 가자’ 출판기념 사진전을 개최한다.

 

1988년 진안장을 가는 모습(사진=정영신작가)


이번 사진전은 사라져 가는 시골장터와 지역 문화유산을 사진과 글로 담은 정 작가의 '장에 가자' 출판기념전으로, 책에 소개된 오일장과 문화유산을 주제별 섹션별로 구성하여 총 77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2019년 담양장 모습(사진=정영신작가)

77점의 사진 속에는 34년 전의 장터모습과 오늘의 장터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필름작업의 흑백사진과 디지털 작업의 컬러사진을 혼용하여 오일장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물건을 파는 난장에서부터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장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모습 등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정겨운 장면들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1986년 옥천장의 모습(사진=정영신작가)

 

특히 시골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닮고 있는 오일장터의 모습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향기와 정(情)을 담고 있다. 이러한 오일장의 모습을 통해 각박해진 현실을 장터난장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한편 정영신 작가는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34년째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오일장 600여개를 모두 기록한 장돌뱅이사진가이자 소설가다. 장터에서 만난 우리 민초들의 삶의 애환과 각 지역의 역사적 자취를 찾아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특히 농사짓는 초기부터 유통되기까지의 전 과정과 한국어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채록해 왔다, 장마당의 풍정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장터 인근에서 만날 수 있는 지역문화유산과 장마당을 고리지어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한국농어촌방송 / 양평호기자 (202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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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펼쳐보는 신간

 

11월의 책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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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간 11월 2째주

 

▲ 장에 가자, 시골장터에서 문화유산으로 = 정영신 글·사진.

사진작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34년 동안 시골 장터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왔다. 이번 책은 전작들과 달리 시골 오일장만 취재한 게 아니라 그 지역 문화유산과 유적도 함께 돌아봤다.

문화, 역사, 위인, 특산물, 개성 등 일곱 가지 주제로 전국 22개 장터와 그 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것이다. 흑백사진은 물론 글 또한 향수 어린 시골의 정감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묻어난다. 저자는 ‘움직이는 박물관, 시골장터’라는 제목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이숲. 248쪽. 1만8000원.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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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명문장] 소설가 정영신의 ‘시골장터’ 『장에 가자』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내가 어릴 적에 장(場)이 열리는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은 잔칫날처럼 들썩거렸다. 안동 아재의 소달구지가 동구 밖에 이르면 깨순이 엄마 보따리가 제일 먼저 실렸다. 뒤이어 마을 사람들 보따리가 하나둘 올라가면 사방이 초록으로 덮인 신작로 길을 빠져나갈 때까지 뒤따라가다가 돌아왔다. 봄이면 들판에 앉아 있던 자연도 덩달아 장에 나와 그 지역만의 삶의 이야기를 초록빛으로 품어냈다. 후미진 장 골목에서는 갈퀴와 도리깨, 체와 쟁기를 만들었고, 정월 보름을 앞두고 농악놀이에 쓸 짚신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았다.

대장간 앞에는 날이 무뎌진 호미와 낫을 벼르려고 노부부가 앉아 있었고,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와 농로에서 잡은 미꾸라지를 가지고 나온 박씨 아짐은 생산자이면서 판매자였다. 또한 장터 끝 골목에는 엄마 따라온 삼식이가 새끼 돼지가 도망갈까 봐 새끼줄을 붙들고 동그마니 앉아 있었고, 털북숭이 복숭아를 머리에 이고 온 순덕이, 소금물에 우린 감을 베어 먹던 주근깨투성이 깨순이도 있었다.

이렇게 장은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이야기가 살아 있어 움직이는 박물관이 됐다. 지금 장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땅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민들이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가는 농민 장터가 살아야 한다. 장은 단순히 뭔가를 사고파는 장소를 뛰어넘어 인간의 삶과 정이 생생히 살아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돼야 한다. 장을 통해 소통하는 백성의 삶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왔으나 시대가 변하면서 오일장은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34년째 장터를 돌아다니면서 장터를 장터답게 만들 계기는 무엇일까 숱하게 고민했다. 사진 한 컷 촬영하지 못하고 파장 무렵까지 장꾼들과 장에 나온 농민들과 이야기만 하다 돌아오기도 했다.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도 자신이 사는 곳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는지 책이나 텔레비전에 소개된 것 말고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중략)

이 책은 내가 이전 책들에서 다룬 적이 없었던 장터와 지역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여기 소개한 장 말고도 지금 작업 중인 장이 열 곳이 넘는다. 30여년 전 흑백필름으로 작업했던 예전 장터 모습과 요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30년 세월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으나 장에 오는 사람들이나 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더 크게 말하자면 장에 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불과 55년 전인 1965년에는 버스비가 1원이었고, 쌀 한 말 값이 360원이었다. 우리 사회가 근대화 이후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장터에 가면 고향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을 느끼고 싶어 구경하러 나온 사람처럼 장을 몇 바퀴나 돌며 헤집고 다닌다. 어떤 물건이 새로 나왔는지, 난전에서 무엇을 파는지 알고 싶다. 계절 따라 파는 물건이 다르기에 사계절 모두 장에 가봐야만 그 생리를 알 수 있다.

겨울철 구례 산동장에 가면 산수유 열매로 장 안이 온통 새빨갛다. 이처럼 장터는 그 지역의 삶이 그대로 펼쳐진 한 폭의 풍속도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면서도 인정 넘치는 백성의 문화 공간이다. 내게 남은 숙제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장의 특색을 잘 살려낼 고유한 문화를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네 시골장은 선조들의 역사이고 우리의 현재이자 아이들의 미래다. <5~7쪽>

『장에 가자』
정영신 지음│이숲 펴냄│248쪽│18,000원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 전진호기자 / 2020년 12월2일




지난 일요일부터 삼일동안 남원지역 및 영암지역의 장터와 그 주변 문화유적지를 찾았다.

 

이 일은 올해 초부터 시작한 정영신씨의 지역장터와 연계한 문화유적 탐방 프로젝트인데,

간다는 기별만 오면 동자동 일이건, 인사동 일이건 모두 팽개치고 총알처럼 따라 나선다.

계약에 따른 동지로서의 협력이기도 하지만, 떠돌아다니는 게 체질이 되어 일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놀이로 생각하니, 이 보다 더 좋을 수가 어디 있겠는가?



 


단지 정해진 일정과 행선지에 따라 데려다 주는 기사 역할이지만,

장터 사람들의 텁텁한 냄새와 더불어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지역 문화재들을 하나 둘 다시 만나니 행복하기 그지없다.

예전에는 문화재 자체에 대한 관심이었다면, 이젠 문화재와 연관된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그러나 풍류를 즐기며 여유롭게 살았던 양반의 유적은 많으나, 상민들이 살아 온 흔적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어차피 역사란 잘 난놈이 만드는 것이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이번 탐방지는 성춘향이의 절개로 이름 떨쳤던, 연애사의 고향 남원이었다.

남원만 오면 약간의 설레임이 따르는 것은 행여 춘향을 방불케 하는 미녀라도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 때문일까?

그러나 춘향이란 여인의 미색을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 어찌 찾을 수 있겠는가? 

아마 마음속의 여인상이라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오전 10시경 도착한 곳은 남원장의 고추전이었다.

마침 고추를 실고 온, 두 모자에게 장사꾼이 달라 붙었다.

흥정하는 과정을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대단한 신경전을 펼쳤다,

장사꾼은 먼저 받을 금액을 말하라하고, 아낙은 살 금액을 먼저 말하라 했다.

똑 같은 말을 반복하며 줄다리기 한 시간이,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20분은 족히 되었다.



 


결국 상인이 근당 6천원을 주겠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낙이 아들더러 짐 싸라며, 고추포대를 다시 묶기 시작했다.

다급한 상인이 칠천원이라 해도 듣지 않자, 팔천원, 구천원, 만원까지 계속 가격을 올렸지만,

그 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추를 차에 실고 떠나버린 것이다.

아무리 장삿속이라 하지만, 그건 도둑놈 심보였다.



 


그런 치열한 흥정이 벌어지는 중에 한 쪽에선 신명난 놀이 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앰프에선 시끄러운 트로트 곡이 귀청을 울리는 가운데, 남원의 선녀들도 하나 둘 나타났다.

장구야 놀자라는 팀이 먼저 걸방지게 한 판 놀았다. 신바람이 장터를 휘몰아 쳤다.

얼마나 엉덩이를 흔들며 신나게 노는지, 침을 질질 흘리며 쳐다보았다.



 


정규직이라 명찰을 단 사회 보는 사내가 사진 찍는 늙은이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아제는 캐이 비 에스 방송국에서 나 왔는 것이여?”라고 묻길 레,

캐이 비 에스가 아니라 조선방송국에서 나왔다고 했더니,

우메! 세상 참 좋아 져 버렸네라며 낄낄거린다.



 


두 번째는 동내 아낙들로 만들어진 난타그룹이 나왔는데, 일사불란하게 두들겨 팼다.

아마 애먹이는 신랑 생각하며 북을 두들기는 것 같았다.

이름 없는 가수들 까지 나와 알 듯 모를 듯한 노래를 불렀으나,

아쉽게도 춘향이는커녕 향단이의 미색을 떠 올릴 여인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굶었으니, 배가 슬슬 고파지기 시작했다.

점심 때 쯤 만나서 밥 먹기로 약속했는데사진 찍으러 간 여자는 강원도 포수였다.

그녀를 찾아 장터를 한바퀴 돌아 다녔는데, 한 쪽 구석에서 장터 아지매들과 밥을 먹고 있었다.

난 우야라고? 정말 믿을 년 한 년도 없더라.”



   



오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춘향이를 보기위해 광한루에 있는 춘향이 사당을 찾았다.

누가 그린 초상화인지 모르겠으나, 사람이 아니라 인형 같이 같더라.

왜 우리네 선조 여인들의 초상화는 대개 비슷비슷하고, 개성 없게 그렸는지 모르겠다.

가름한 얼굴에다 대부분 야윈 체구였다.



 


그 때는 자식을 잘 낳을 수 있는 풍만한 육체와 통통한 얼굴이 미인이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의 기준에 맞춘 초상화 같았다.

개성적인 소피아 로렌이나, 마리린 몬로 같은 글래머 여인은 과연 없었을까?

이런 저런 마음속의 춘향을 그리며, 광한루를 돌아 나왔다.



 


그 다음엔 실상사를 갔는데, 절 입구의 석장승이 나를 아는 체 했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툭 튀어나온 눈에다 주먹코와 커다란 귀를 달고 있었다.

장승에 새긴 기록으로는 조선 후기인 1725년에 세운 장승으로 적혔는데,

귀신을 쫓는 장승의 표정이 험상궂기는 커녕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실상사에는 삼층석탑과 석등을 비롯한 여러 문화재들이 있지만,

약사전에 봉안된 철제여래좌상은 4,000근의 철을 녹여 만든 통일신라시대 걸작이다.

이 불상은 현재 지리산 최고봉인 천황봉과 일직선상에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기를 일본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호국적 이념으로 이곳에 안치했다고 한다.



 


그 뒤 혼불 문학관에도 들렸는데, 손님은 커녕 지키는 사람조차 없었다.

문학관을 다 돌아보고 나올 때 까지 개미새끼 한 마리 나타나지 않았는데,

관리하는 분은 도대체 어디 갔을까?



 


비단 이 곳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자체에서 조성한 문화재는 놀부 집 같은 한옥만 지어 놓고 관광객을 기다리지만,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였다.



 


그 다음 날은 월출산이 아름다운 영암장으로 떠났다.

도갑사를 비롯한 여러 문화재를 돌아보았지만,

책 나오기도 전에 다 불어버리면 정영신씨에게 목 잘릴까 걱정되어 입 다물란다.



 


오후5시 무렵 서울로 출발했는데, 네비에는 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특별한 약속은 없었으나 빨리 가려고 좀 밟았더니, 차가 생 지랄을 떨었다.

휴게소에 들려 살펴보니, 엔진오일이 줄어든 것 외는 별 이상 없었다.

고물차라 천천히 다니라는 계시였다.

2차선에서 화물차 처럼 경제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더니, 아무 이상 없었다



 

 


사실 십 수년 동안 고물차 끌고 전국의 장터를 돌아다니다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죽는다는 것은 발버둥 친다고 죽는 것이 아니라, 다 죽을 때가 있는 것 같더라.

지켜보던 정영신씨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마디 했다.



 


우린 언제 말썽 피우지 않는 새 차 한번 몰아볼 수 있을까?”

늘 써 먹던 수법이지만, 점잖게 흰소리를 했다.

조금만 기다려. 라이타돌 실은 밀수선이 곧 인천항에 도착할거야.

도착하면 제일 먼저 차부터 한 대 뽑자고 말했더니,

그 놈의 라이타돌 실은 배는 가라앉은 지 오래되었어. 와도 죽고 나서 오면 뭘해?”



 


그래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며 넉살을 떨어댔다.


 

사진, / 조문호



























































 


24일부터 30일까지 아라아트센터


무주장 (1989) 디지털프린트 400x270cm(사진=정영신)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사진가 겸 소설가 정영신이 1980년대 시장 풍경을 담은 사진전 '장날'을 연다.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5층에서 열린다.

정영신은 지난 30년간 전국의 오일장 600여 개를 돌며 시골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미 넘치는 삶을 사진과 글에 담아왔다. 

이번 사진전은 1980년대 초창기 사진들로 이루어졌다. 사람 사는 정에 전시의 초점을 맞췄다. 정영신은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며 "오일장들이 대형마트에 밀려나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장날은 지역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했다. 


남원장(1988) 디지털프린트 400x270cm(사진=정영신)


사진 속에는 물건 파는 일보다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워 장에 나온다는 할머니, 장바구니 사이로 목을 내민 강아지의 정겨운 모습이 꿈틀거린다. 자기 몹집보다 큰 봇짐을 머리에 얹고 다닌다거나 따가운 햇살에 양산을 받쳐 들고 앉은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눈물겹다.

오래된 사진에서는 묵힌 장맛이 난다.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은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정영신은 "대형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생생한 사계절을 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장에 가서 마트에서 주는 포인트 대신 사람의 손으로 건네주는 덤을 체험해 보라"고 권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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