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2일엔 전라도 정읍에 갔다.
정읍 장터를 돌아다니다, 장꾼에게 “정읍에서 제일 맛있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팥죽과 쌍화탕은 꼭 먹고 가야한단다.
난 이가 신통찮아 죽을 더 좋아하지만, 그 것도 새알 팥죽이라니, 구미가 쏙 당겼다.
어느 집이 맛있냐고 재차 물었더니,
무슨 비밀 알려주듯 귀엣말로 ‘엄마네 팥죽’이라고 소근 거렸다.
가서 아침 겸 점심으로 팥죽을 시켰는데, 팥죽그릇이 거짓말 좀 보태 세수 대야만 하더라.
너무 많이 먹어 올 동지 날은 팥죽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맛이 없었다면 다 먹지도 못할 양이었다.
한 두 시간 돌아다니다 이번에는 쌍화차 가게가 열 한곳이나 몰린 전설의 쌍화차거리를 찾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우리가 들어간 ‘자연이래’ 쌍화차집이 제일이란다.
여지 것 쌍화차를 여러 차례 먹어 보았지만, 이런 진국은 진즉에 먹은 적이 없었다.
스물세가지의 천연약초를 넣어 마치 보약 같았는데, 먹고 나니 진짜 힘이 솟는 것 같았다.
혹시 정읍의 전봉준장군도 이 쌍화차 드시고 힘 쓴 것 아닐까?
한 잔으로 아쉬움이 남아, 팩에 포장된 제품까지 사 왔다니까...
주인인 김세명[063-538-6803]씨의 자상한 제조방법까지 듣고 왔다.
몸보신을 했으니, 이젠 정읍의 볼거리를 찾아 나서는 일 뿐이다.
정읍하면 그 유명한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가 아니던가?
작은 고추가 맵다 듯이, 키 작은 전봉준장군의 기개에 탐관오리와 왜놈들 생 똥을 쌌을 것이다.
봉기한 장소와 생가를 두루 살펴보았으나, 장군을 체감할 만한 유적은 없었다.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그 당시의 흔적을 남겼겠는가?
떠도는 사진을 바탕으로 정읍에도 제대로 된 동상 하나 세웠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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