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날의 노점상은 안스럽기 그지없다. 
그 자리에 얼어 붙어 미라 될까 걱정된다.

한 할머니는 추위를 못 견디어 은행을 무단 점거했다. 
녹번동 '신한은행' 현금지급기 수위를 자청한 것이다.

다 팔아야 만원도 되지 않는 변변찮은 야채를 펼쳐놓고,

늦으막에 돌아 올 지하철 손님을 기다렸다.


자리 지키기가 껄끄럽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팔아서 손주 용돈 주는 재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나.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별 것 있더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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