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군위장에서 포항의 사진인들을 여럿 만났다.
지난 십월 "사진의 섬 송도" 호텔 아트페어 때 만난 분들이다.
‘경북 삶 사진연구회’의 정남호회장과 진영대, 박성두씨 일행이었다.
처음엔 잘 기억나지 않았으나 이야기를 해보니, 그 때 뵌 적이 있었다.





다들 카메라를 두 대식 메고 있기에, 평소의 궁금증도 물어 보았다.
“요즘은 디지털시대라 흑백과 컬러를 같이 쓸 수 있는데,
굳이 힘들게 두 대씩이나 메고 다니는 이유가 뭡니꺼?”했더니,
렌즈 갈아 끼우기 귀찮아 그런다는 것이다.






카메라 많이 메고 다니던 분이라면,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홍순태선생이 계셨다.
필름 종류별로 대 여섯 대를 주렁주렁 훈장처럼 메 달고 다니시던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선하다.
옆 카메라와 부딪힐까 걱정도 되었는데, 좌우지간 사진도 많이 찍었고, 전시도 많이 하셨다.
역사가 된 좋은 사진도 있지만, 나머지 사진들은 다 어쨌는지 모르겠다.






선생께서는 세계각지를 열심히 돌아다녔으나, 그만 고산병에 걸려 고생하다 운명하신 것이다.
후반기에는 동영상 카메라까지 갖고 다니셨는데, 카메라 무게에 골병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와는 반대로 육명심, 한정식선생은 한 대의 카메라로 없는 듯 작업했다.





한국 사진계를 좌지우지했던 삼 교수 중에 먼저 떠난 분도 홍교수였고,
사진 평가도 두 선생보다 덜 되었지만, 후세에는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겠다.
결국은 붓에 불과한 카메라보다 생각이 먼저라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일거리용 카메라와 흑백 필름 카메라를
두 대씩 갖고 다닌 적도 있었지만,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요즘이야 콤펙트 카메라 하나만 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니, 너무 자유롭다.
상업용만 아니라면, 사진의 질도 전지 프린트를 해도 전혀 하자가 없다.
상대에게 위화감 주는 기관총보다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권총이 좋다는 생각이다.






장에서 사진인을 만났더니, 장터 이야기가 아니라 카메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군위장과 영덕장으로 이틀 동안 싸 돌아다녔는데,
요즘 다니는 정영신씨의 장터순례는 사진 찍는 일보다 이야기 듣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군데 군데 모닥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지역 문화유적지도 꼼꼼히 돌아보는데, 군위하면 석굴에 안치된 ‘마애삼존불’과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스님이 계셨던 ‘인각사’가 아니던가?
그리고 영덕에는 창수면에 있는 ‘장육사’가 인상 깊었다.
눈여겨 볼 곳은 대웅전과 그 안에 안치된 건칠보살좌상과 영산회상도였다.






그런데, 영덕까지 가서 영덕대게를 맛보지 못하다니...
“에라이~불쌍한 것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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