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홀랑 빠져버린 장터 할매가 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드신다.
국수 한 젓가락 잇몸에 걸쳐놓고, 졸졸 빨아 드신다.
젓가락으로 받치면 팔이 아파 천천히 드신단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딱 맞다.

이리 먹으나, 저리 먹으나, 넘어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시간은 걸렸지만,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깨끗하게 드셨다.
“살라고 묵는 기 아니라, 맛있어서 묵는데이!”
카메라 든 사내 눈길을 의식해 하시는 말씀이다.

호박 팔아 국수 사 드시면 남는 것도 없지만, 사람 만나는 재미다.
자식들은 편하게 살라지만, 혼자 감옥살이 하는 게 어디 편한 것이더냐?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이라며, 마음 가는대로 사신다.
집에 가면 티브이를 친구삼지만, 그래도 자식 걱정은 있다.

사는 게 뭐 별 것 있겠나?
객지에서 며느리 눈치 보며 사는 노인네들 보다 백배 낫다.
다들 그놈의 욕심 때문에 전전긍긍하지만, 죽고 나면 말짱 도루묵이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 빨려 가는 국수발처럼 넘어가는 게 인생이 아니겠는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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