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시영

 

신경림 구중서 조태일 시인이 계엄법 위반으로 종로경찰서에 잠시 구금되어 있을 때였다. 소식을 듣고 달려갔더니 세 사람이 나란히 면회실로 나오는데 표정들이 가관이었다. 조태일 시인은 허공에 연신 동그라미를 그리며 담배가 피고 싶다고 했고 신선생은 몇올 안되는 염소수염을 달고 서림이처럼 헤헤거렸고 구선생은 약간 삐딱한 옆모습으로 서서 아이처럼 초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초밥집을 찾아 인사동, 관훈동 일대를 헤맸으나 그것도 막상 찾으려고 보면 없는 법. 종로서 앞 육교를 벌써 세 번째 오르며김윤희 선생이 투덜거렸다. "아니 자기가 무슨 쟈니 브라더스야 뭐야? 이 한여름에 삐딱하게 서서 초밥 타령은?"

 

이틀을 더 머물다 그들은 서울구치소로 넘어갔는데 수갑이 모자라 세 사람을 한데 묶는 바람에 가운데 낀 신선생이 그들의 큰 걸음을 따라잡느라 오리처럼 심하게 뒤뚱거렸다고 한다.

 

시집 <은빛 호각> 창비. 2003

 

2009년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구중서선생의 '불면의 좋은시간'시조집 출판기념회에서..

좌로부터 구중서, 강 민, 신경림시인

 

지난 2012년 인사동 단갤러리에서 개막된 구중서선생 시화전에서..

좌측에 이시영시인이 서있고, 지금은 별이 되어버린 여 운선생 사이로 민충근화백도 보인다.

 

 

요즘은 정선에서 서울을 오가며 바쁘게 산다.

 

지난 25일, 오찬약속으로 인사동에 나갔다.

어제 늦게 와서, 내일 다시 떠나야해 마음이 바빴다.
두 곳에서나 술 마실 기회가 있었으나 참았다.

인사동에서 온 종일 지내며, 술 없는 날을 별로 없었다.
술이 없으니, 인사동에 있어도 인사동 같지 않다.


허기야! 30여년전 인사동에 첫 발을 디딜 때부터 술로 시작했으니 오죽하랴!
벗이 그리워 인사동에 나왔고, 벗이 있으니 어찌 술을 마다 할 수 있었겠나.

천상병선생의 시도 낭만도, 모두 술에서 비롯되었다. 

 

술 때문에  먼저 떠난 이들이 눈에 밟히지만 어쩌랴!

인사동과 예술가들의 술에 얽힌 그 숱한 사연들도,

로움에 허기진 쟁이들의 주벽도 이제 전설이더냐?

 

 

 

시장흥행사 하재은씨와 봉평시장 사업단장으로 일하게 될 김윤희씨와
'지리산'에서 밥 먹고 '귀천'에서 차 마시며 여러가지 일들을 의논했다.
하재은씨는 '한국창업경영컨설팅협회' 회장직까지 맡아 더 바빠졌단다.

'아라아트' 사무실에서 전인미 감독과 '눈빛'의 안미숙 편집장도 만났다.
6월에 있을 다큐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기획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는 길에 '허리우드'에서 김명성씨와 권영진씨도 만났고,

인사동 변두리 골목들을 돌며 아련한 추억들도 주워 담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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