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이구 선언한 날, 속 시원한 선언이라도 없을까 기대하는 중에 술 마시러 오라는 기별이 왔다.

 

인사동 ‘무다헌’에는 몸이 불편한 이계익 전 장관을 비롯하여 서양화가 신학철, 장경호, 시인 정희성,

김명지, 강고운씨가 모여앉아 술판을 벌여놓았다.

 

신학철선생은 두 달 전 아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 술자리를 자제해 오다 오랜만에 인사동에 나온 것이다.

물론 장경호씨의 전화에 비롯되었지만, 작업이 풀리지 않아 붓을 내던지고 왔단다.

 

시위현장의 야전사령관격인 신학철선생께서 술잔을 기울이며 오래 전 이야기를 꺼냈다.

격렬한 시위현장에서 돌멩이를 잡았으나 차마 던지지 못하겠더란다.

그 돌멩이에 누군가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 연약한 양반이 아직까지 시위현장을 맴돌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장경호씨는 '무다헌'에서 팔지도 않는 막걸리를 공수해 마시며, 통풍 때문에 맥주 못 먹는 날 위해 시바스리갈을 시켜주었다. 

너무 감격스러워 박통처럼 총 맞아 죽어도 좋다싶었다.

 

모처럼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에 기분 좋아, 어린애로 돌변하는 주벽까지 슬며시 도졌다.

모든 걸 내려놓고 놀았으나 다행히 총 맞지 않고 살아남았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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