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영 (62세)은 정영신동지의 친동생이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자식들 키우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그녀의 지난한 삶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었다.

얼마나 살길이 막막했으면 백일도 되지 않은 아들을 안고 6개월 동안 울었을까?

그러나 왈순아지매처럼 억척스럽게 자식 셋을 잘 키워 낸 것이다.
다들 대학을 졸업한 후 딸은 간호사로 아들은 직업군인이 되었다.

소현이와 현아 두 딸 모두 결혼식도 코로나 시국에 치루었다.
하필 하객 초청도 못할 시절에 식을 올려 부모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자식들을 위해 축의금 적금 든 돈이 얼만데...

이제 두 딸 모두 시집을 보내 한시름 덜었지만,
텅 빈 집에 홀로 남아야 하는 외로움은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둘째 사위 김상균과 김현아의 결혼 날이 어저께 같은데, 삼 개월 전에 옥동자를 낳았다고 한다.

손자를 보았다는 소식만 들었지, 딸네 집에 가볼 수도 없었다고 한다.
코로나에 발목 잡혀 친정어머니까지 갈 수 없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나?
백일이 지나도록 손자 한 번 안아보지 못했으니...

그러나 현아가 찍어 보내 준 손자 옹알거리는 사진을 들고 동내방내 자랑하며 신바람 난 것이다.

이제 혼자 남을 수밖에 없는 살림이라 연신내에서 불광동으로 줄여 이사했는데,
처음으로 가족들이 이사한 불광동 집에 다 모인 것이다.

아들 김희중은 휴가받아 나왔고, 큰딸 소현이와 큰사위 이성표,
둘째 딸 현아와 둘째 사위 김상균까지 온 가족이 모였는데,
거기다 복덩이 손자 동훈이까지 안고 왔으니, 완전 봄 사건 난 거지.

이제 덤직한 사위들과 달덩이 같은 손자까지 생겼으니, 얼마나 든든하겠나.
사위들 먹이려고 진수성찬을 차려놓았는데,
정 동지 따라 나까지 달라붙어 음식을 축냈다.

시종일관 손자 재롱에 푹 빠진 모습에서 첫 손자 본 할머니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릿다운 아낙이 할머니로 변한 모습에서 세월의 빠름도 실감했다.

이것이 평범한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고, 이름 없는 소시민의 성공담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 남은 생을 즐겁게 가꿔, 늘 행복하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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