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초상사진에 사용할 액자를 구하러 일산 이케아에 갔다.

8X10규격이지만, 매트 여백도 좀 있어야 하고 프레임의 재질이나

색깔이 마음에 들어야 했는데, 액자는 골랐으나 수량이 모자랐다.

재고량을 전부 구입한 후 부족분은 다음에 가져가기로 했다.

 

그런데 액자매장에서 침대매장 쪽으로 들어서니 쪽방에 꼭 맞는 침대가 있었다.

나도 몇 년 전 허리 협착증이 생겨 꼼짝 못 할 때가 있었는데,

그 사연을 알게 된 안애경 작가가 함께 일하던 필란드 목공예가를 데려와

즉석에서 목침대를 만들어주어 잘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천국으로 떠났지만...

 

방이 비좁은 쪽방에 무슨 침대를 들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침대 크기만 줄인다면 비좁은 방일수록 더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침대 밑은 책장이나 설합장으로 활용해 너절한 짐은 그 속에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침대를 이케아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145,000원이면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침대 필요한 쪽방 주민이 많다면 일괄적으로 주문 제작하면 가격도 더 낮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사용하는 목침대는 별도의 쿠숀 없이 이불로 쿠숀을 대신하지만, 아주 편하고 좋다.

아무래도 별도의 쿠숀이 있다면 침대 밑 수납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단점도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선반은 물론 작은 수납장도 필요하다.

한 달 전에는 누가 버린 삼단 코너장을 주워 사용하는데, 복잡한 공간이 단출해 졌다.

 

침대는 다른 곳으로 이사해도 사용할 수 있기에 쪽방 사는 노약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온종일 방에서 지내는 쪽방 주민으로서는 잠자리가 달라지고 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느끼는 행복감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특히 허리가 불편한 분들은 필수품에 가깝다.

물론 개인이 그곳에 사러 간다거나 제작한다는 것은 어려운 현실인 만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주민들께 설문을 돌려 일괄 구입하거나 제작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냉온열의자를 동자동 새꿈공원에도 설치해 주었으면 좋겠다.

노약자들이 공원에서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내는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되었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서울시청담당자에게 건의해 주길 바란다.

 

사진, / 조문호

 

 

느리고 빛나는 Slow and shiny

하인선/ HAINSUN / 河仁善 / painting

2023_1107 2023_1118 / 일요일 휴관

하인선_꿈꾸는콩1_연필, 한지_11×11×8cm_1997

 

하인선 인스타그램_@1nsunha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 _01: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결

SPACE KYEOL

서울 종로구 삼청로719-30

Tel. +82.(0)2.720.2838

www.spacekyeol.com

@spacekyeol

 

느리고 빛나는 이번 작업들은 일상에서 만난 사람, 사물에 대한 감동을 칠을 한 한지에다 연필로 느리고 길게 그린 것이다. 어느 날 실수로 종이 위에 떨어뜨린 칠을 보고 난 후 의도적으로 얼룩을 만들기 시작했다. 칠을 한 한지는 얼룩덜룩하게 흔적들이 생기곤 하는데 이 얼룩들은 많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한다. 얼룩이 생긴 종이는 오랜 시간을 지나온 것 같다. 한지는 매끈한 표면이 아니어서 연필로 선을 그려 나가기에는 거칠고 저항이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긋고, 지우고, 문지르고 비비면 어느새 먹먹한 색을 띄고 있다. 한지는 이러한 느리고 긴 과정을 묵묵히 받아준다. 겹겹이 선을 긋고 문지르다 보면 이미지의 분명한 형태를 가르는 선보다는 윤곽이 또렷하지 않은, 이것과 저것의 경계가 흐려지게 되는데 대체로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난다. 세상은 끝없는 그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물의 이음새마다 빛나는 구슬이 박혀 있어서 그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 주며, 하나의 구슬은 다른 구슬들 전부를 비추어 준다고 한다. 일상의 그물에서 만나는 나의 보배 같은 구슬들, 가족, 친구, 산책, 엄마의 호박, 호랑이 콩, 긴 산행, 나무 그림자... 느리고 길게 서로에게 빛을 보내고 받으며 나를 이루는 별이 된다.

 

하인선_꿈꾸는콩2_연필, 한지_28×24cm_2022
하인선_꿈꾸는콩4_연필, 한지_28×24cm_2023
하인선 _ 꿈꾸는 도토리 _ 연필 ,  한지 _24×28cm_2022
하인선 _ 꿈꾸는콩 9_ 연필 ,  한지 _24×28cm_2022

꿈꾸는 콩 1997년에 작업했던 씨앗 연작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린 것이다. 그땐 육아에 바빠 가장 손쉽고 편하게 그릴 수 있는 게 연필이었다. 지금까지도 연필은 칼칼하고도 담백한 맛이 매력적이다. 콩마다 다른 얼룩에는 하늘의 구름, 일렁이는 물결, 별빛도 있다. 콩은 생의 기운이 똘똘 뭉친 생명체로 느껴진다.

 

하인선 _ 호박별 2_ 연필 ,  한지 ,  옷칠 _28×24cm_2022
하인선 _ 청계산나무 - 웃는 구멍 _ 연필 ,  한지 ,  옷칠 _28×24cm_2022

웃고 있는 구멍 잘려진, 잘라진 나뭇가지들의 상처들 날 뚫어지게 바라보는 구멍들 희듯희듯, 바람소리처럼 웃고 있는 상처 난 구멍들 우우우 지난날 추억을 불러오는 구멍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얼굴들 가끔 산책길에 만나는 상처의 흔적 하인선

 

하인선 _ 자라는 손 1_ 연필 ,  한지 ,  옷칠 _200×150cm_2023

자라는 손 추운 겨울날 코끝이 발갛게 얼어버린 그녀가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들었다. 그녀의 주름진 손등에선 작은 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하인선 _ 그림자놀이 1_ 연필 ,  한지 ,  옷칠 _52×75cm_2023
하인선 _ 그림자놀이 2_ 연필 ,  한지 ,  옷칠 _48×64cm_2023
하인선 _ 그림자놀이 3_ 연필 ,  한지 ,  옷칠 _64×48cm_2023
하인선 _ 그림자놀이 4_ 연필 ,  한지 ,  옷칠 _52×75cm_2023

그림자놀이 긴 산행이나 산책을 할 때 만나는 숲속 그림자. 햇빛과 바람과 온도에 따라 쉼 없이 변화하는, 빛이 만들어 내는 땅의 얼룩이다. 기괴하게 자라는 나무, 하늘을 나는 커다란 새, 너와 내가 구분 없이 한데 섞여있는 숲속 그림자. 빛을 받아 일렁거리며 울부짖기도 하고 히득히득 웃기도 하며 조용하게 흔들린다.

 

하인선 _ 어머니의노래 1_ 연필 ,  한지 ,  옷칠 _100×140cm_2022
하인선 _ 어머니의노래 2_ 연필 ,  한지 ,  옷칠 _28×41cm_2022
하인선 _ 어머니의 노래 9_ 연필 ,  한지 ,  옷칠 _37×50cm_2022

하인선 작가의 느리고 빛나는전은 꿈꾸는 콩, 어머니의 노래, 그림자 놀이의 연작으로 일상적 단상이 담긴 존재들에 대한 고마움, 그런 존재들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초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소박하면서 자유롭게 호흡하는 삶의 모습을 평면의 공간으로 오랜 시간 끌어들인다. 옻 칠 한 종이위에 연필로 길고 빛나게 표현한 단색조의 작품들 속에서 주인공들은 작가의 메시지를 동적이며 환상적인 동화속의 순진한 이야기로 환기시켜 웃음짓게 만든다. 작가 곁에 있는 모든 것이 회화의 여정속에서 펼쳐진다. 새로운 발견의 존재감이 회화적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 섬세하게 떨리는 존재들 속에서 소통과 공감, 치유의 유희를 느끼게 해준다. 작가의 삶속에서 온 힘을 다해 자신만의 색깔을 안고 살아가는, 인생을 찾아가는 여행자의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하인선 작가의 작품이 전하는 삶에서 새로운 꿈을 나누길 바랍니다. 정명선

또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한 해가 지날 채비를 하지만,

동자동에 짓기로 한 공공주택은 어떻게 되었는지 감감소식이다.

 

뉴스에는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고 메가시티가 건설된다는 등

온통 정치 모리배들의 표몰이 바람에 시끌벅적하지만,

동자동공공개발은 공표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않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전세사기 대책이나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 등 눈앞에 닥친 일도 한둘이 아닌데다,

윤석렬 눈치 보느라 어느 것 하나 소신대로 하는 일이 없다.

 

  그와 달리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목표로 삼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달 동자동 온기창고개장식에서 동자동공공계발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온기창고 등 빈민들 피부에 닿는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약자와의 동행이란 글귀가 붙었는데,

그 글은 동자동 장애주민 윤용주씨가 써준 붓 글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깔고 앉아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국토부를 재촉해서라도 하루속히 성사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

 

  그제는 동자동에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거리에서 노숙하는 자들은 다들 어디로 피했는지,

비에 젖은 이불만 어지럽게 늘려 있었고, ‘새꿈공원에는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조차 만 날 수 없는 비 오는 날의 한가한 동자동 풍경이었다.

 

  비가 그친 다음 날은 채남규씨가 머무는 경기여인숙부터 잠시 들렸는데,

몸이 아파 공공근로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보살펴 줄 사람 없는 쪽방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큰 일이다.

 

  거리에는 곳곳에 젖은 이불을 말리고 있었다,

노숙인이 머무는 자리에는 누가 버렸는지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거리에서 임백수씨와 유정희씨를, 공원에서는 박소영씨와 황춘화씨를 만났다.

임백수씨와 황춘화씨는 만나 본 지가 한 참되었다.

그동안 왜 그리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 다 술을 끊었단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술 마시게 될까 염려되어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들 몸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해 금주를 했겠지만,

술 때문에 아들까지 잃은 황씨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 같다.

 

  대개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이사를 갔거나 교도소에 간 경우였는데, 이젠 금주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들 방에서 티브이만 끼고 사는데, 술을 끊을 수 있었던 그 비결이 궁금했다.

 

  건강은 물론 돈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나 역시 술과 담배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라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모처럼 술 마시지 않은 황춘화씨를 만나 초상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뒤늦게 나온 양인숙씨도 초상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찍은 초상사진 대부분이 남자들이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오갈 데 없는 노숙인들이 걱정이다.

다시서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숙인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술을 끊지 못하는 알콜 중독자들은 어쩔 수가 없다.

 

  하루속히 약자들이 살 수 있는 주거부터 해결해 주기 바란다.

 

사진, / 조문호

 

 

 

 

동행 go with

이명복/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2023_1108 2023_1120 / 화요일 휴관

이명복_광란의 기억3-여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546cm_2022

 

이명복 페이스북_www.facebook.com/myoungbok.lee.54

초대일시 / 2023_110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 휴관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한국미술협회 제주지부

 

제주갤러리

JEJU GALLERY in SEOUL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

Tel.+82.(0)2.736.1020

@jejugallery_seoul

 

이명복-자연과 역사에 대한 서사 혹은 풍경 "그동안 우리는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 양 배워왔다. 좌우 이념에 사로잡혀 왜곡된 역사를 교육받았던 것을 곰곰이 따져보며 진실을 바로 보는 작업을 지속하려고 한다. 이것은 한정된 지역만의 아픈 역사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역사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바라본 한반도를 그리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상처, 치부를 감추는 것이 아닌 다시 열어 잘 봉합하여 공동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미래로 향하며 인간답게 사는 세상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추구한다. 나의 그림이 시대를 넘어 좀 더 나은 세상, 올바르게 열리는 미래로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이명복)

 

이명복_사라진 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3×208cm_2023
이명복 _ 광란의 기억 4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83×249cm_2023

 인간적 삶의 풍경 한국현대사는 정권에 의한 폭력과 저항, 개발독재와 산업화, 그리고 이의 틈바구니에서 묵묵히 연명해 온 민초들의 삶이 뒤엉킨 수많은 사실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산재 되어 있다. 이 사실들은 가공할 권력에 의해 왜곡되거나 은폐되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불의로 전도되거나 진실이 거짓으로 또는 그 역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상을 단지 애처롭게만 볼 수 없는 화가 이명복은 이를 그림으로 기술해야 하는 소명을 스스로 선택하여 실천하고 있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삶과 자연에 대한 애정과 역사적 진실탐색을 위한 그의 처절한 인문정신은 자연, 인간, 역사에 대한 반추라기보다는 '정의와 진실'을 탐색해 가는 숙명적 여정으로 읽혀진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복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이다. 화가는 젊은 시절부터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조하거나 혹은 비판적 촉수를 드리우며 그려왔다. 1980년대 작가는 미군병사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당시 한국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적시했는가 하면, 90년대 노동자나 농민의 초상을 통하여 우리의 삶의 지평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삶의 진실된 부분이든 부조리한 측면이든 간에 작가는 인간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적 욕망은 물론, 등짐 가득한 삶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하여 동시대 한국사회의 지층을 파헤친 것이다. 화가는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인간의 삶의 모습을 화면에 재현해 냄으로써 새로운 각성을 유도하는가 하면 삶의 철학적 부분을 일깨우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하여 우리가 처한 삶의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탐문해 왔던 것이다. 이는 그 시대 뜻을 같이한 일군의 미술가들과 함께 이룬 한국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실천적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서 이명복은 강인한 삶을 살아가는 제주의 여성과 4.3 생존 수형인들을 찾아서 그들의 초상을 화폭에 담기도 하였다. 아울러 작가는 깊은 삶의 여운이 드러나는 제주 '할망'의 모습을 통해서 한 여인의 삶의 흔적을 반추하는가 하면 노동으로 익은 인간의 모습을 통하여 현실적 삶의 가치를 숭고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기지를 발휘한다. 작업 중에 잠시 휴식하거나 우리를 응시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굴곡을 극복한 시간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노정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초극한 삶의 본질을 일깨우게 하는 것이다. 이들의 포즈는 노동의 시련과 세월의 풍상에 대응해온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햇빛에 그을러 강한 굴곡을 보이는 얼굴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도전에 당당히 맞서 온 전사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명복 _ 뿌리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12×148cm_2021
이명복 _ 남매 - 이재수와 이순옥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2×142cm_2021
이명복 _ 불길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3

이명복의 '어멍'이 지닌 매력의 근원은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할망은 단순히 잘 그린 인물화이기 이전에 우리 어머님의 모습이자 한국적인 모성을 암암리에 드러내는데, 우리는 그 익명성 뒤에 아득하게 드러나는 제주 어멍의 형상에서 역사를 추론하고 삶을 반추하게 된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인물의 자태에 주안점을 두어 대상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임하면서 인물의 거친 매력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인다. 일하는 어멍이든 잠시 쉬고 있는 할멍이든 간에 각자의 개성과 감정이 표정에 가득 배어 살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하여 존재의 존재가치와 그 역사에 대하여 되묻고 있다. 한편 필자는 이명복의 남매라는 작품에 주목한다. 이는 '1901년 신축 제주항쟁'의 주인공 이재수와 그의 누이동생 이순옥을 그린 것이다. 천주교를 등에 업은 외세와 탐관오리에 분연히 맞섰던 이재수의 모습은 자료가 없어 상상력으로 그린 것이고, 이순옥의 초상은 그녀가 만든 '야월의 한라산-이재수 실기'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한다. 관노의 신분으로 부당한 세력을 응징한 이재수의 기개가 얼굴표정과 포즈에 잘 나타나 있고, 평생 오라버니의 복권을 위해 노력한 순옥의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이명복의 인물은 그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특정한 존재를 지각할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을 초극하는 사실성을 추구한다. 마치 조선시대 인물화가 전신사조(傳神寫照)를 지향한 바와 같이 작가는 인물의 형상 재현을 넘어 그 주인공의 삶과 정신까지 담아내고자 하는 인문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1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한국현대사의 풍경 이러한 이명복의 인물은 그의 역사 인식과 결부되면 강한 힘을 획득하게 된다. 복원·구축된 '역사적 풍경'이라고 일컬을 만한 그의 '한국현대사연작'은 해방정국의 혼란과 좌우익의 대립, 4.36.25, 뒤이은 정치적 혼란과 4·19혁명, 그리고 5.16 12.12 군사 정변 등, 그 격랑 속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던 우리 민족의 처지를 극적인 장면들을 수습하여 콜라주 한 장대한 서사시이다. 그가 그린 광란의 기억연작이나 사라진 꿈과 같은 회화적 실험은 그가 화가로서 '정의와 진실'이라는 가치를 정초하기 위한 건강한 역사탐색의 중요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이명복의 광란의 기억연작에는 해방전후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할 온갖 부조리한 측면들이 시공의 차이 없이 서술되어있다. 당시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재편된 중심과 주변에 관계된 권력적 요소들은 여러 층위로 존재했는데 그중 우리나라는 이 어떤 측에도 끼지 못한 분단된 신생 독립국에 불과했다. 넓은 범주로 보자면 특정한 정체성을 지닌 지역, 혹은 집단과 그 외부에 존재하는 권력의 역학관계를 통해서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국내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이념적으로 분절된 각 집단의 권력적 형태와 개개인의 내면적 공간에서 허위와 진실, 중심과 주변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고 바른 미래로 나아가고자 권유하는 것이다.

 

이명복 _ 무죄 - 김평국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49×183cm_2022
이명복 _ 춘자삼촌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8×152cm_2022

사라진 꿈의 배경은 DMZ 안에 후삼국시대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철원평야다. 이중 상단의 인물들은 얄타회담에서의 루즈벨트, 처칠, 스탈린. 그리고 기차와 비행기 등등의 6.25의 흔적, 끌려가는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의 희생자들, 미국의 대통령들이 공간을 가르는 다양한 시각적 참조물들과 엉켜있다. 작가는 우리의 운명을 열강의 수뇌부에게 결정지울 수 밖에 없던 암울한 처지와 그 이후의 비극을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새로운 층위에 존재하는 중심과 주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의 방향과 그에 따른 결과를 안타까워하면서 승전국이라는 전후 또 다른 형태로 등장한 괴물들의 패권주의가 만들어낸 폭력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편승한 당시의 권력자들에 의해 기만과 허위는 진실이 되고 정의를 가장한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정의에 투신한 사람들은 권력의 서슬퍼런 총구에 스러져 갔다. 이 사실이 작가는 너무 가슴 아픈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당시의 무도한 권력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민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내면서 정의를 억누르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 「뿌리는 이승만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맥락적으로 서술된 대작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한국현대사의 질곡상과 연관된 장면들이 장편 서사시로 표현되어 있다. 시인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에서 착상한 이 작품은 이승만 정부 말기 4.19 혁명과 5.16 정변의 주역인 박정희와 주변 인물과 이들의 계승자인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익숙한 도상들이 핏기를 잃은 채 화석같은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격랑의 한국현대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루고 화면 하단에는 시인 김수영이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인으로 자리 하고 있다. 이 모든 형상들은 극적이고 암울하다. 그간 우리가 간과했던 역사적 진실들, 질곡과 폭력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피를 흘리고 스러져간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핍박과 저항으로 점철된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는 그의 그림에는 스치는 피냄새와 그 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스러져간 이름모를 영혼들이 뒤엉켜 있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의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화면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다. 언제 우리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극복하고 현실역사의 참된 가치를 일깨울 수 있게 될 것인가? 이를 증언하고 극복하기에 예술의 힘은 여전히 미미할 뿐이다.

 

이명복_엄마의 바다_장지에 아크릴채색_127×194cm_2022
이명복 _ 절정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2
이명복 _ 절정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5cm_2023

땅의 역사와 풍경 이명복은 아울러 제주의 자연을 그린다. 작가는 "제주의 풍광으로 특히 곶자왈을 사회적으로 해석한, 즉 역사와 인간을 중심에 놓고 풍경을 해석"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단색조로 표현한 그의 숲 그림은 강한 빛의 여운이 초목 곳곳에 스며들어 형태를 지지하고, 숲은 원시적 향취를 풍기며 고고한 역사적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빈 곳을 허락하지 않는 검소한 공간의식은 화면 전체를 마치 올오버페인팅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기조로 가득 채우나, 이 균질적 양상들에서 초목이 생동하는가 하면 이들은 다시 긴 여운을 드러내며 화면에 몰입되곤 한다. 이명복의 곶자왈 풍경에서 우리는 숲 본래의 우거짐뿐 아니라 나무의 굴곡진 형상과 이를 휘감고 빛을 향해가는 잡목들에서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존재를 드러내는 기개를 본다. 곶자왈은 제주사람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지근에서 지켜보며 이들의 삶과 땅의 역사를 증언해왔다. 화면의 곳곳에 거칠게 자리잡은 교목들은 오름을 굽어보며 제주의 역사를 환기시키는가 하면, 주변의 잡풀들은 제주사람의 삶과 애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색채는 빛의 독주를 제어하는 정도로만 사용되고 각각의 형태들은 존재의 실상을 전달하는 정도로 절제된다. 큰 그림임에도 기념비적이거나 과장된 구성은 되도록 자제하면서 곶자왈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포착하고 원경은 실루엣으로 처리함으로써 화면의 뉘앙스는 어떤 역사적인 차원을 제외하면 정적이다. 이 모든 것들은 제주라는 땅의 역사와 그 곳을 스쳐간 제주사람이라는 현실과 존재 사이의 시공간적 카오스에 대한 작가적 사유와 인문적 감성의 산물이다. 재현의 관점은 마치 하나의 소실점을 가진 원근법적 회화가 화면상의 모든 사물을 희미한 빛이라는 유일한 중심으로 집중시키고 조련하는 것에 비견된다. 제주의 땅과 역사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집중시키고 조직하는 것처럼, 진실()이라는 유일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한라산 자락에서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초목들을 통하여 다시금 땅의 역사와 삶을 사유하고 있다. 이렇게 환기된 삶과 역사는 자연의 수레바퀴 속에서 순환을 거듭하나, 그의 작품 속에서 유형·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며 형언할 수 없는 가치를 머금은 채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경모

 

이명복_곶자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2×208cm_2022
이명복 _4 월의 숲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164×260cm_2020

 Myoung bok Lee-Landscapes or Narratives about nature and history "Until now, we have been taught distorted history as if it were the truth. I plan to continue my work of seeing the truth by reflecting on the distorted history that I was taught by being caught up in left-right ideology. This is not the painful history of only a specific region, but the history of the entire Korean Peninsula. So, I am going to draw the Korean Peninsula as seen from Jeju Island. In addition, I seek to create a world where our wounds and grievances are not hidden, but reopened and sutured well, so that our community can move toward the future with the right philosophy, live like human beings, and become a peaceful world. I hope that my paintings will become a small driving force that can move beyond this era to a better world and a future that opens properly."(Myoung bok Lee)

landscapes of human life In modern Korean history, there are countless facts intertwined with the violence by the regime and resistance by the people, development dictatorship and industrialization, and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who have quietly survived in the midst of this situation. These facts have been distorted or concealed by formidable powers, and despite its short history, justice has been turned into injustice, or the truth has been described as lies, or vice versa. Artist Lee Myoung bok, who could not simply look at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in a pitiful way, chose and lived out his calling to describe them through paintings. As a natural storyteller, his love for life and nature and his desperate humanistic spirit to search for historical truth are read as a fateful journey to search for 'justice and truth' rather than a rumination on nature, humans, and history. As is well known, Myoung bok Lee's main interest is 'people.' Since his youth, the artist has been painting various people around him, either with an affectionate gaze or with a critical gaze. In the 1980s, Lee Myoung-bok looked at us through the eyes of a U.S. soldier and took a cool-headed look at the reality of Korean society at the time. This artist also reconstructed the horizon of our lives three-dimensionally through portraits of workers and farmers in the 1990s. Whether it is the true part of life or the absurd aspect, the artist has dug into the strata of contemporary Korean society through the psychological desires deep within humans as well as the people overcoming the weight of life full of burdens. The artist has induced new awakenings by reproducing aspects of human life that we have seen inadvertently, and has investigated the historical and social values of our lives through various approaches that awaken the philosophical aspects of life. This is evaluated as an important practical achievement in the history of Korean contemporary art achieved together with a group of realist artists who shared the same ideas of the time. In recent years, Myoung-bok Lee has been searching for Jeju women and survivors of the April 3 Incident, who are living strong lives, and capturing their portraits on canvas. The artist reflects on the traces of a woman's life through the image of a Jeju 'grandmother' who reveals the deep lingering effects of life. In addition, he demonstrates his wit to sublimate the value of realistic life into the realm of the sublime through the image of a human being who has become accustomed to labor. The expressions on the faces of the characters who take a break from work or stare at us clearly show the traces of time spent overcoming the formidable ups and downs of life. Nevertheless, they remind us of the essence of life that transcends reality. Their poses clearly show the history of life in response to the hardships of labor and the trends of time. The facial expression, showing strong curves tanned by the sun, still retains the appearance of a warrior who confidently faced the formidable challenges of life. The source of the charm of Lee Myoung-bok's 'Eomeong' can be found at this point. This 'beautiful' Jeju grandmother is more than just a well-drawn portrait, she is the image of our mother and implicitly reveals Korean motherhood. We infer history from the image of the Jeju female diver, who appears distantly behind her anonymity, and reflect on her life. The artist focuses on the overall appearance of the person and shows excellent talent in finding the rough charm of the person while ensuring the subject's natural movement. The artist questions the value of existence and its history by depicting living mothers, whether they are working mothers or grandmothers taking a break, with their individual personalities and emotions reflected in their expressions. Meanwhile, I pay attention to Lee Myoung bok's work called Brothers and Sisters. This work depicts Lee Jae-su, the leader of the 'Shinchuk Jeju Uprising of 1901', and his sister Lee Sun-ok. It is said that image of Lee Jae-su, who resolutely stood up to foreign powers and corrupt officials backed by the Catholic Church, was drawn from imagination because there was no data, and Lee Soon-ok's portrait was drawn based on a photo included in her book Halla Mountain in the night moon- Lee Jae-su's Practical Story. Lee Jae-su's spirit of punishing unjust forces as a government slave is clearly visible in his facial expressions and poses, and Sun-ok's steadfastness in working hard for her brother's reinstatement throughout her life is impressive. In this way, Lee Myung-bok's portraits clearly reveal the identity of the subject and pursue a realism that surpasses photography to the point where a specific being can be perceived. Just as the portrait paintings of the Joseon Dynasty aimed to follow the spirit of the whole world, the artist shows a humanistic spirit that seeks to capture the life and spirit of the protagonist beyond just reproducing the shape of the character.

Landscapes of modern Korean history Lee Myoung bok's portraits gain strong power when combined with his historical awareness. His 'Korean Modern History Series', which can be called a restored and constructed 'historical landscape', depicts the chaos of the liberation from Japanese colonial rule and the confrontation between the left and right, the 4.3 and 6.25, the subsequent political chaos and 4.19 Revolution, the 5.16 and 12.12 military coups. It is a magnificent epic that collaged with dramatic scenes of the situation of our people who had to protect themselves in these turbulent times. His pictorial experiments, such as his Frantic Memoriesseries and Lost Dreams, are also an important methodology for healthy historical exploration to establish the values of 'justice and truth' as an artist. In Lee Myoung bok's Frantic Memoriesseries, all the absurd aspects that our people have to experience in the 'Era of before and after liberation,' are described without any difference in time and space. At that time, the power elements related to the center and periphery, which were reorganized into victorious and defeated countries, existed at various levels. Among them, our country was just a newly divided independent country that could not join any of the sides. In a broad sense, the fate of the nation was determined through countries and groups with specific ideologies and the power dynamics that existed outside the country. If we look at it from a domestic perspective, we can look at the issues of falsehood and truth, center and periphery, in the form of power of each ideologically divided group and in each individual's internal worldview. In this process, the artist recommends correcting the distorted truth and moving toward a better future. The background of the work Lost Dreamsis the Cheorwon Plain, where traces of Taebongguk, founded by Gung Ye during the Later Three Kingdoms period, remain within the DMZ. Among them, the figures at the top are Roosevelt, Churchill, and Stalin at the Yalta Conference. And the traces of the Korean War, such as trains and planes, the victims of the 'Bodo Union' massacre incident being dragged away, and the presidents of the United States are intertwined with various visual references floating in space. The artist calmly paints a picture while thinking about the bleak situation in which we had no choice but to decide our fate at the hands of the leaders of the great powers, and the tragedy that followed. The painter laments the direction of power and its results in the process of forming the center and periphery that exist in a new dynamic relationship. And it is criticizing the violence created by the hegemony of monsters that emerged in another form after the war, the victorious nation. By the powerful people of our country who took advantage of this, deception and falsehood became the truth, and violence disguised as justice was rampant, and those who had devoted themselves to justice were killed by the cruel gun of power. This fact is so heartbreaking to the artist. And unfortunately, the ruthless power of that time survives to this day, suppressing justice and misleading the truth while causing deep wounds to national pride. The work Rootsis a masterpiece written in context with President Syngman Rhee at its peak. Likewise, scenes related to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are expressed like a full-length epic. This work, which was conceived from poet Kim Soo-young's Giant Roots, expresses the righteous people of the April 19 Revolution at the end of the Rhee Syngman administration, Park Chung-hee, the protagonist of the May 16 coup, and surrounding figures of his successors Chun Doo-hwan, Roh Tae-woo, Kim Young-sam, Lee Myung-bak, and Park Geun-hye. These familiar icons have lost their blood and are lined up like fossil-like figures. In the turbulent modern history of Korea, at the bottom of the canvas screen, where perpetrators and victims are mixed together and in chaos, poet Kim Soo-young stands as a great witness of a dark era All these images are dramatic and grim. This is because it reminds us of the historical truths that we have overlooked and the images of our ancestors who shed blood and died without being able to survive in modern Korean history marred by bondage and violence. In his paintings, which depict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full of persecution and resistance, the scent of passing blood and nameless souls who passed away without receiving compensation for that blood are intertwined. And the perpetrators of merciless violence still proudly stand as the protagonists of the picture. When will we be able to overcome our distorted perception of history and awaken to the true value of real history? The power of art to testify and overcome this is still weak.

landscapes of the land history Lee Myoung bok also depicts Jeju's nature. The artist is creating a work that "socially interprets the scenery of Jeju, especially Gotjawal, that is, interpreting the scenery with history and humans at the center." In his forest paintings expressed in monochromatic tones, strong lingering light seeps into various parts of the vegetation and supports the form, and the forest exudes a primitive scent and represents a archaic historical appearance. The frugal sense of space that does not allow for empty spaces fills the entire canvas with an abstract tone reminiscent of all-over painting. However, while the vegetation is vibrant in these homogeneous aspects, they often reveal a long lingering effect and become immersed in the picture. In Lee Myoung bok's Gotjawal landscape, we see not only the original lushness of the forest, but also the mettle that overcomes rough weather and reveals its existence in the curved shape of the trees and the undergrowth that wraps around them and heads towards the light. Gotjawal has closely witnessed 'the joy, anger, sorrow, and pleasure', also 'births, aging, illness, and death' of Jeju people and has testified to their lives and the history of the land. Trees roughly placed in various parts of the canvas screen overlook the Oreum(volcanic cone) and evoke Jeju's history, while the surrounding weeds seem to symbolically show the lives and joys and sorrows of Jeju people. Colors are used only to the extent of controlling the intensity of light, and each form is restrained to the extent of expressing the reality of existence. Although it is a large painting, the artist characteristically captures the appearance of Gotjawal while refraining from using monumental or exaggerated compositions, and treats the distant landscape as a silhouette. As a result, the nuance of the screen is static except for a certain historical dimension. All of these are the product of the artist's thoughts and humanistic sensibilities about the spatial and temporal chaos between the history of the Jeju territory and the reality and existence of Jeju people who passed by. The point of representation is comparable to a perspective painting with a single vanishing point that focuses and manipulates all objects on the screen into a single center called faint light. Just as we focus and organize our thoughts with a consistent perspective of Jeju's land and history, we evoke our thoughts with a unique perspective called truth (light). In this way, the artist is once again thinking about the history and life of Jeju land by painting the bushes and trees that live in support of each other on Halla Mountain. The life and history evoked in this way continue to cycle in the wheel of nature, but in his works, they exist in tangible and intangible forms and emit a mysterious light with indescribable value.  Lee Kyeongmo

 

 

The Window of Meditationcomposition

김수진/ KIMSUJIN / 金秀珍 / painting

 2023_1108 2023_1113

김수진 _composition-city people_ 종이에 혼합재료 _112.1×162.2cm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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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인스타그램_@kimsujin_ar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전북아티스트지원사업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전시공모 선정

Jeonbuk artist support project Jeonbuk provincialMuseum of Art Seoul Hall exhibition contest selection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eonbuk Museum of Art, Seoul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인사아트센터 6JMA 스페이스

Tel. +82.(0)2.720.4354

www.jma.go.kr www.facebook.com/jmaspace www.insaartcenter.com

 

 

현재 작업은 외형적으론 기존작업 창의 구상적 요소를 제거하면서 색, 질감, 선이 주는 추상을 목적으로 하고, 기존 페인팅하는 작업에서 벗어나 디지털과 결합된 자신만의 정신과 선이 들어간 회화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내적으론 서로 간의 수직적 구조를 거부하며, 수평적 위치에서 어는 한쪽을 소외시키지 않은 포스트모더니즘에 근거하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로 어떤 한 사조에 전적으로 동조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화되며, , 권력, 힘에 의해 세상은 규정되고 왜곡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Post-modernism이 갖는 반이성, 차이와 불일치에 공감하는 것이다.

 

김수진 _composition-B1_ 종이에 혼합재료 _112.1×112.1cm_2023
김수진 _composition-B2_ 종이에 혼합재료 _72.7×72.7cm_2023

수채화와 동양화의 특성은 물이주는 우연적 기법과 투명성이다. 이 투명성은 자신을 오롯이 들어내기에 삶의 지향점과 맞아 모든 수용성 매체를 이용한 작업을 한다. 물의 농담과 물의세기에 도구의 자율성을 더하면 오롯이 작업은 자신을 향해 드러난다. 자연을 통한 치유가 있듯이 물을 사용한 작업은 지워가는 과정에 치중되어있다. 회화 사진주의 작가 드마시가 평이한 사진이 아닌 독창성을 갖기를 원했던 것처럼 나 역시 모든 작업이 오롯이 자신이 들어가길 바란다.

 

김수진 _composition-B3_ 종이에 혼합재료 _45×45cm_2023
김수진 _composition-B4_ 종이에 혼합재료 _24.5×41cm_2023

  지금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수많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쫓긴다. ? 전보다 많은 물질을 가지고도, 문득 이해하기 힘든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 한국은 모든 것이 과잉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과잉과 정신의 피폐가 과히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불안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며,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서로를 가른다. 기기의 발달과 통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빠른 성장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서로 부딪히며 조화를 이루지는 못하는 것이다. 세대의 교육과정과 호흡도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열음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호흡을 찾기를 원한다.

 

김수진 _composition-R1 _ 종이에 혼합재료 _112.1×162.2cm_2023

  집 근처엔 정말 조막만 한 개울이 있다. 매일 아침에 그곳을 걸으면서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다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이름 모를 풀들이 봄에는 귀엽게 싹을 내밀고, 여름엔 더위보다 맹렬한 기세로 우거져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며 나름대로의 생을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항상 보고 있지만 매일매일이 새롭다.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때마다 폐 깊숙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생각을 깨운다. 어려서부터 오감을 통한 자연과의 교감이 여전히 그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한다. 그러면 마음이 보인다.

 

김수진 _composition-T_ 종이에 혼합재료 _45×45cm_2023

식물과 사람은 서로가 반대로 호흡한다.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도 호흡을 하면서 말을 주고받으면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무형에 것이나 우리는 느끼고 교감하는 것이다. 식물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는 공기라는 매개체가 항상 존재한다. 보이지 않지만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형상의 것들이 존재함을 느낀다. 단순하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대지 위에 있는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공기로 인한 멈춤이 어떤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해 수많은 비용과 시간 이상의 것을 대가로 주었다. 그러한 공기, 아니 대기가 점점 메마르고 호흡하기 힘든 시대로 접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유기적으로 관계 속에 속해 있기에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업 역시 사색의 창 속에 있다. 작업을 하는데 있어 매체나 재료에 제한을 두지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 하는데 적합한 재료이면 모두 쓰인다. 작업은 자신을 대상속에 녹여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수진 _composition_ 종이에 혼합재료 _45×45cm_2023

composition은 자연과 인간의 동화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여기서 동화는 흡수나 혼합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각 개인의 색이 유지되면서 서로가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그저 공기가 아닌 것이다. 지구상 모든 것은 대기 속에 함께 하기 때문에, 그 속에 자신만이 느끼는 교감을 집어넣어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자연스러운 우연성 위에 인위적인 힘을 가했을 때 일어나는 또 다른 우연성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시적 대상은 존재하나 또한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경계를 갖지 않는다.  김수진

창연 蒼然 Sublime of the olden days

이화자/ LEEWHAJA / 李和子 / painting 

2023_1018 2023_1209 / ,월요일 휴관

이화자 _ 풍어제 _ 한지에 먹 , 분채 ; 비단천 ,화선지 _145.5X112cm_1992

 

초대일시 / 2023_101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소포라

Space Sophora

서울 중구 덕수궁로 114 B1

Tel. +82.(0)2.3789.3754

www.spacesophora.com @space_sophora

 

이화자 작가는 한국 채색화의 명맥을 이어온 작가로서 석채, 분채 등의 전통 재료들을 고집스럽게 사용하여 토속신앙, 불교 미술을 바탕으로 풍경, 화조, 영모화 등 다양한 소재를 작품 속에 표현해 왔으며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표현 방법으로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습니다. 특히, 전통 염료를 사용하여 수없이 덧칠을 반복한 작가의 노력이 빚어낸 깊이 있는 색채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 미감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으며, 유장한 세월의 거쳐 더욱 깊이 있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작과 중기작은 물론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색채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해 여러 작품을 선보입니다. 특히, 풍경 위주의 최근작들은 원근을 표현하기 힘든 한국화 붓 터치의 한계를 면 분할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며 한결 부드러운 색감으로 초기, 중기작과는 다른 편안하고 관조적인 심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본 전시의 주제인 '창연(蒼然)'"오래된 옛 것으로부터 그윽한 빛이 나온다"라는 뜻으로, 흔히 "고색창연"과 같이 사자성어로 사용됩니다. 전시의 영문 제목인 Sublime of the Olden Days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옛 것의 아름다움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전시는, 새롭게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공간의 의지이면서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페이스 소포라

 

이화자 _4 월 April_ 한지에 분채 _145X109cm_1980

'박락''균열'의 미학 - 이화자 작품을 중심으로 '박락(剝落)'은 그림이나 글씨가 오래 묵어 긁히고 깎여서 떨어진 현상을 말하며, '균열(龜裂)' 역시 오래되어 갈라지고 터진 상태를 일컫는다. 박락과 균열은 거의 유사한 어의로 문화재 보존수복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이기도 하다. 미술작품에 박락과 균열이 있다는 것은 작품의 손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작품의 상태가 불완전함을, 더 나아가 수리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미적 감상을 위한 시각적 차원에서든, 유지를 위한 보존의 차원에서든 미술작품의 박락과 균열이란 피해야 마땅한 변화인 셈이다. 그런데 이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오히려 없애야 할 박락과 균열을 작품의 중요한 조형 요소로서 차용한 작가가 있다. 바로 채색화가 이화자(李和子, 1943-). 그녀는 한국 채색화단의 2세대로, 지난 2000년 박생광과 뉴욕에서 2인전을 개최하는 등 한국의 채색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화자가 화가로서의 수련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형성해나갔던 시기는 1960년대였다. 채색화로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게 된 것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재학시절 박생광과 천경자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그는 박생광으로부터 그림에 담겨야할 민족 전통의 중요성을, 천경자로부터는 현대 미술의 감각을 배웠다.

 

이화자 _ 달밤 Moon night_ 한지에 분채 _145.5X97cm_1995

1960년대는 박정희 정부 주도로 경제 성장과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도록 전통을 새삼 강조하던 시대였다. 이러한 문화정책 아래 전통 예술과 문화재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1) 전통시대의 목공예품 역시 그 자체로서 민족적 특질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1970년대에 이화자 외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서 이와 유사한 소재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회고적 취향은 당시 한국화단에서 잠시 인기를 끌긴 했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반면 이화자는 시류와 달리 회고의 경향을 본인 작품 세계의 모토(motto)로 삼고 꾸준히 심화시켜 나갔다. 1970년부터 90년대에 걸쳐 그린 고분벽화와 불교회화를 제재로 한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소재들에 깊이 천착했던 이유를 이화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더욱이 채색화는 곧 일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은 채색화가로서 너무나 답답한 현실이었습니다. 내가 앞으로 한국의 채색화가로서 갈 길은 한국적 채색화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이를 정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아마도 이러한 이화자의 고백은 당시의 채색화가들 뿐만 아니라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을 창조하려는 오늘날의 채색화가라면 여전히 모두에게 공감되는 대목일 것이다. 여기에 박생광의 "모든 민족 예술은 그 민족 전통 위에 있다"는 언급 등은 이화자로 하여금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한국성 추구'라는 일관된 주제 의식을 갖게 했다. 그 실천의 대상으로서 한국 채색화의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는 고분 벽화에서 채색화의 기법을 탐구했고, 오랜 역사 속에 꾸준히 전개되어온 불교회화를 채색화의 본령(本領)이라 여기며 이를 통해 한국인의 정신성을 발견했다. 이후 이화자는 한국적 채색화의 구현이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사찰들을 답사했고, 더 나아가 그 원류가 되는 돈황, 아잔타 석굴 등 해외 답사를 하기에 이른다. 이는 한국 불화만의 독창성을 분별해 나가며 자신의 작품에서 적극적으로 응용해 나가기 위함이었다.

 

이화자 _ 초여름 An Early Summer_ 한지에 분채 _240X290cm_1989

그림 속에 보이는 박락되고 균열된 현상은 그 안에 담겨있는 시간의 역사를 증명한다. 분명 세월의 풍파 속에 손상되고 낡은 모습이지만, 그래서 그것을 다시 명료한 색채로 복원해야 할 것 같지만, 그 자체가 주는 낡음의 미가 있다. 방금 만든 듯한 목가구보다 손때 뭍은 고색의 목가구에서 더욱 감동 받는 이치와 같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금속공예품인 국보 92호 물가풍경무늬 정병에서도 이러한 낡음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청동 재질의 정병 표면에 물가의 풍경 무늬를 파낸 뒤, 그 안에 은실을 박아 넣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러한 은입사 기법의 금속공예품들은 바탕의 청동은 어두운 색으로, 은실로 표현된 문양과 그림은 은색을 발하게 된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이 정병의 경우 현재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다. 정병의 표면은 연두색으로, 은색으로 빛나야 할 물가풍경무늬는 어두운 회색빛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면은 녹이 슬고, 물가의 풍경무늬는 변색된 것이다. 사실 박물관에서는 금속공예품을 이렇듯 빛이 바래고 산화된 상태로 유지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전시된 다른 은입사 기법의 청동 정병을 보면 말끔하게 녹을 제거하고, 은색의 문양은 또렷하게 드러난 모습이다. 물가풍경무늬 정병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낡음'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문화재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박물관에서조차 낡음의 미학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화자_세월2 Time &Tide 2_한지에 분채_130X161cm_1998
이화자 _ 작은 숲과 황혼 Little Forest &Twilight_ 한지에 분채 _76.5X60cm_2009

이화자 작품 속의 균열과 박락 역시 같은 맥락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낡고 오래됨이 추()가 아닌 미()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일찍이 장자(莊子)는 외형의 추를 내재적인 정신미와 대립적 요소로부터 통일시키며, 형체는 추하지만 마음이 선한 것을 높이 산 바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기이한 외형이 건전한 형체에 비해 그 내재적 정신의 숭고와 위대함을 드러내기에 더욱 쉽다고 본 것이다. 3) 이처럼 처음의 아름다운 모습이 비록 낡고 훼손되었지만, 거기서 발현되는 내재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읽어내려 한 시도는 단순히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그림으로 재현한 것에 한층 깊은 의미를 더하며, 그림 속 등장한 불화가 더 이상 종교적 의미의 불화로서가 아닌 오래된 숭고미를 지닌 고화(古畵)로 탈바꿈 시켰다. 결국 채색화가 이화자에게 있어 박락과 균열은 한국 채색화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불화와 벽화에 이를 주입함으로써 '고색창연'이란 낡음의 미학과 연결 짓고, 이를 한국성의 추구로까지 이어지게 한 매개(媒介)였던 것이다. 이화자의 작품에 있어 고색미(古色美)의 추구를 위한 주된 조형적 요소인 박락과 균열. 작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점차 박락과 균열을 본인 작품의 구상적 이미지를 해체해가는 도구로 활용해 나간다.

 

이화자 _ 해금강 Haegemgang_ 한지에 분채 _49X78.5cm_1997

이처럼 이화자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추상화 작업을 보다 구체화해갔다. 1997년도에 그려진 기원시리즈나 1998년 작 세월Ⅱ」 등은 그의 대표적인 추상화들이다(10). 세월Ⅱ」에 보이는 늘어트려진 옷의 천자락은 화려한 원색의 사용으로 주술적인 상징성과 함께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들 작품 중에는 이전에도 그렸던 불교적 제재들을 변형시켜 단순화, 추상화한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박락과 균열이 작품의 조형적 요소로서 여전히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면 전반의 형태 자체가 불완전하다보니 어느 부분이 균열이고 박락인지 이전보다는 불명확하게 드러나지만 그의 작품 요소요소에서 긴밀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화자가 이 '박락''균열'을 한국적 추상의 방법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그는 "형태를 완전히 해체하는 서양의 추상은 한국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서와 이질적이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도 한다. 4) 이에 대상을 해체하되 이를 완전히 해체해 버리지 않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견뎌온 박락되고 균열된 상태의 완전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방기해 버림으로써 불완전한 형체를 만들었다. 작가는 여기에 상상력을 가미했고, 한층 온건한 자기 나름의 추상화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예술가에게 있어 구상의 세계에서 추상의 세계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전개시켜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재현하는 작품에서 점차 그 핵심과 요체를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연륜이 쌓임에 따라 작품의 표현 방식과 성격이 바뀌어간다는 뜻이다. 이것이 모든 미술가들에게 해당되는 수순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띠고 있는 흐름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화자의 균열과 박락이 고색의 취향, 추상화의 방편(方便)에 더하여 한국적 표현을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화자_회상eminiscence_한지에 분채_54.5X76cm_2018

박락과 균열은 이화자 작품 세계의 주요한 시각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한국 채색화단의 역사와 현재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채색화의 전통은 고구려 고분벽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것이 고려 불화, 조선시대 궁중회화, 민화로 이어질 만큼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근대기 일본 화풍과 서양 미술이 점진적으로 유입되기보다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영향을 주게 되면서 채색화에도 무수한 균열과 박락이 초래되었다. '채색화=일본화'라는 왜곡된 인식 등에서 안타까운 상황들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5) 한국 채색화는 오래된 전통을 뒤로 한 채 왜색 화풍의 논란과 수묵화와의 대립적 관계 속에 역사적으로 심한 단절과 부침을 겪으며,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균열과 박락으로 존재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화자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균열과 박락으로 존재했던 채색화를 통해 자신의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성의 추구를 핵심적 명제로 삼았으며, 공교롭게도 이 균열과 박락은 그의 작품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즉 이화자가 작품의 조형 어법으로 사용한 '균열''박락'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분열''단절'로 존재했던 채색화를 제 위치에 자리매김 시키고 봉합하는데 활용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전통 시대 문인화가 상위의 미술로서 인식됐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화자의 채색화와 문인화의 지향이 어느 지점에서 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대 이전 문인화는 지식인 계층이 만들어낸 예술론의 결과물로 해당 시대 미학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대변한다. 이화자가 문인화의 미학을 염두에 두고 작품에 박락과 균열을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시아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 접점(接點)이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화자_두물머리1 Dumulmeori 1_한지에 분채_28.5X49cm_2003

극단적인 추상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은 태도는 기본적으로 균열과 박락을 통해 추상을 시도했던 작가 이화자의 태도가 일관되게 이어지는 면모다. 채색화를 자신이 생각한 방식으로 한국화, 현대화하고자 했던 의식을 읽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바는 마땅히 균열과 박락의 채색화를 복원하고, 한국 현대미술사에 위치 지우는 일일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화자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충실한 데생과 섬세한 채색에 기반한다. 또한 그 주제는 서구적이기보다는 한국적,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는 기존 채색화의 내용과 기법에 '균열''박락'을 통한 새로운 미감을 더하며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보여주었다. 한국 채색화의 전개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바른 전개 방향을 설정하기에 앞서 이화자에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발췌)  배원정

 

* 각주1) 김현권, 이데올로기와 미술 속 전통,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국립현대미술관, 2021), p. 353.2) 20151110일 이화자 인터뷰.3) 주래상 , 남석헌 · 노장시 , 中國古典美學(미진사, 2003), pp. 85-86.4) 20161116일 이화자 인터뷰.5) 강민기, 전통에 색 입힌 근현대 채색화 부흥,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국립현대미술관, 2021), pp. 534-535.

파르티잔 미술가들의 게릴라전, 홍범도 장군 초상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행동이 오늘의 행동으로 이어진 홍범도 장군의 초상전에는

35명의 민중미술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 누구인가?

조국 독립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에 온 몸을 바친 분을 두 번 죽이려 한다.

 

윤석렬 친일 정권에서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하는 암담한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어 분연히 들고 일어난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초상화가 제작되어

항일 독립 정신을 계승하는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장군에 대한 사진이나 이미지가 귀한 현실에서 재조명하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참여작가만의 전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전시다.

홍범도 장군을 추앙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역사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한 후 방명록에 적는 것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다.

방명록에는 홍범도 부대 입단 지원 명단이라고 적혔다.

 

참여작가 명단 

강경구, 김구, 김억, 김인규, 김재홍, 김주호, 김준권, 김진열, 김진하, 류연복, 류준화, 문승영.

박건, 박건웅, 박순철, 박영균, 손기환, 송창, 유기호, 유대수, 이동환, 이명복, 이상호, 이원석,

이윤엽, 이인철, 이재민, 이태호, 이현숙, 장경호, 정기현, 정원철, 최경선, 최윤정

 

이번 게릴라전은 한때 광화문 미술행동을 추진했던 김진하씨가 기획했다.

 

아래는 전시 취지문이다.

 

1. 최근 윤석열 정권이 친일과 반공을 하나의 이념으로 묶어 국민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선전포고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획책이 바로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를 비롯, 평생을 조국 독립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에 일생을 바친 분이셨습니다.

 

2. 그런 홍범도 장군을 의도적으로 욕보임으로써 반공=친일이란 그릇된 프레임을 일반화시키려는 작태를 현 정권이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소련공산당 입당, 빨치산 활동, 자유시 참변 등의 이유로 홍범도 장군의 활동 폄하와 함께 무장 독립운동사를 우리 역사에서 숙청하고, 궁극적으로는 친일 극우 세력의 영구적 정치 기반을 만드려는 획책이기도 합니다. 역사학계와 양심적 지식인들은 이 정권의 황당한 양두구육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3. 1940년대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한 고독한 70대 독거노인이 소련군에 입대하겠다고 했답니다. 소련이 미국과 연합해서 대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하면 본인도 전장터에 나설 거라면서요. 일본에게 부인과 아들 둘 가족 모두를 잃은 봉오동 영웅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채였지만, 파란만장했던 삶의 마지막까지 조국 독립을 위해 일본과 싸우려 했던 내면의 도저한 치열함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임종하기 직전까지 30년의 저항, 그 고단했던 대일항쟁 편력이 아마도 그의 마지막 얼굴에 생생하게 스며있었을 것입니다. 그 절절했을 절대 고독, 그게 홍범도 장군의 실존적이고도 수명적인 '장군의 길'이었던 모양입니다.

 

4. 이런 과거-현재 얘기가 설왕설래하는 와중, 저희 나무아트에서는 깨어있는 작가들과 함께 게릴라형태로 홍범도-장군의 초상전을 기획했습니다. 현재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사진이나 이미지는 상당히 희박한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미술인들이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초상화를 제작-전시함으로, 우리 근대사의 항일 독립 정신이 시민에게 널리 향유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작가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이 초상화들이 진지한 역전의 역사화로 연결되면 더 좋겠습니다. [김진하]

 

) 한정식 선생의 미 발표작, ‘()은 열려있다전이

지난 1021일부터 1214일까지 후암동 ‘KP Gallery’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고인이 남긴 유작 중 공개되지 않은 미 발표작으로 구성되었다.

유작을 맡아 관리하는 제자 이일우씨가 찾아낸 작품으로,

그것도 한두 점이 아니라 전시와 사진집을 만들 정도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한 것은 빈틈 없는 선생께서 왜 발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정적인 고요의 세계에 너무 몰입해 놓친 것일까?

아니면 사후에 발표하려고 의도적으로 숨겨 둔 걸까?

사진가가 자기 작품을 고르는 데 눈이 어두울 수는 있으나,

남겨 둔 글로 보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이번 전시로 선생의 작품세계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된 사진은 존재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된 '선(禪)의 경지다.

긴 세월 동양 철학과 한국적 미학을 탐구해 온 선생의 작품세계에서

길이 빛날 유작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 한정식선생의 철학과 한국적 사진 미학의 정수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미발표 작을 담은 ()은 열려 있다사진집은 신청한 분에 따른 한정본으로 발행된다.

전시가 끝나는 1214일까지 신청 받는다고 한다.

 

아래는 선생께서 남긴 글이다.

 

 

"모든 존재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종말인 거기에 공()은 열려 있다.“

 

내 사진은 사물의 존재로 향하고 있다. 특히 물, , 풀 등 자연 자체의 존재에 대한 관심이요 애정이라 해도 좋다. 내가 왜 자연으로 눈을 돌린 것일까. 내 눈을 끄는 것은 대개의 경우 인간을 떠난 자연이었다. 내가 지향하는 자연의 사진이란 이런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의 재현이 아니라, 그 안 깊이 잠겨 있을 시원에 대한 향수, 하늘이 열리던 때의 그 아득함을 생각한다. 그것을 찍고 있다가 아니라, 찍고자 한다, 찍고 싶다.

하지만 시원의 광야를 나는 아직 열지 못하고 있다. 그리로 가고는 싶은데 가는 길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그 깊은 속으로 들어가 시원의 하늘과 땅을 드러낼 방법을 아직은 모른다. 자연의 그 장엄함이 원시의 힘찬 숨결이 저절로 느껴지는 그런 풍경을 향해 서 있을 뿐 그리 들어가는 길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한 개 사물을 통해 그 안에 숨어 있는 시원을 찾아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모색해 오던 사진의 경지, ‘적정, 적멸(寂靜, 寂滅)’ ()’의 경지라는 것도 결국은 사물의 근원적 존재 양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움직임이 사라진 고요, 움직임도 움직임이 아님도 아닌 고요, 다시 말해서 생성 소멸을 벗어나 형태도 사라지고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는 그런 경지, 모든 존재의 근원이요 동시에 종말인 거기에 은 열려 있다. 그곳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 내 <고요>의 또 하나의 시도이기도 하다.

태풍의 눈이 그러하듯 모든 움직임의 중심은 고요하다. 그 고요가 곧 이다. 존재의 근원이다. 적정, 적멸이 그것이고, 그리고 이 <고요>는 그 을 향한 나의 발자국이다. 하늘이 열리던 날의 바람 소리가 듣고 싶다. 땅이 처음 솟던 날의 울림을 느끼고 싶다. 그 땅으로 처음 싹을 피워 올린 풀잎의 작은 촉감을 손가락 끝에 누리고 싶다.

 

2009년 밝은 방에서,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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