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평한 것들 Flatness of Things

김옥선/ KIMOKSUN / 金玉善 / photography 

2023_0609 2023_0813 / 월요일 휴관

김옥선_Adachi Portraits_acp_srw259_디지털 C 프린트_2023

김옥선 홈페이지_www.oksunkim.com  

 

기자간담회 / 2023_0612_월요일_11:00am

도슨트 / ~일요일 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주최,주관,기획 / 성곡미술관

 

입장료 / 일반(18~64) 5,000원단체,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예술인패스 4,000

초등생 이하, ICOM 무료 인터파크 티켓예매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신문로 21-101번지) 1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sungkokartmuseum

 

김옥선(b.1967, 서울)은 사실성과 객관성에 충실한 사진으로 땅 위를 표류하는 우리 사회의 주변적 존재와 풍경을 새겨온 작가다. 떠남과 머묾, 차이의 공존, 경계에 선 이들에 주목하는 그의 시선은 결혼 이후 건너간 제주에서 30년 가까이 살며 겪은 이주의 경험과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이방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성곡미술관의 '한국중견작가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개인전 평평한 것들 Flatness of Things은 주체와 객체, 문화와 자연의 대비 너머 차이를 딛고 존재하는 다양한 ''들의 초상을 평평한 시선으로 담아낸 김옥선의 지난 20여 년의 작업을 나란히 펼쳐 보인다.

 

김옥선_The Shining Things_untitled_jmd232_디지털 C 프린트_2023

언어, 사고, 문화 등 서로에게 이질적인 조건과 환경 속에서 함께 사는 커플들을 담은 초기작 해피 투게더(20022004/2023)를 시작으로, 김옥선은 결혼과 취업, 여행 등 각자의 이유로 경계를 횡단하고 모험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이어 왔다. 특히,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인 간호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베를린 초상(2018)을 계기로 근현대 역사 속에서 각자가 지닌 이산의 경험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여성들에 주목하고 있다. 그 연장선인 신작 신부들, 사라(2023)20세기 초 사진 교환만으로 성사된 결혼으로 낯선 미국 땅으로 건너간 최초의 사진신부 '최사라'와 이름 모를 신부들을 오마주하며, 베트남, 몽골, 중국 등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결혼이주여성들의 초상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진신부의 기록 자료를 재현하는 대신, 어느덧 7년에서 20년 가까이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며 지금 우리 시대의 얼굴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번 연작에서는 기존의 작업과 확연히 구분되는 극적인 조명 연출이 돋보인다. 세 방향에서 조명을 비춤으로써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물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고전적인 인물 초상의 조명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옛 사진관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한 배경과 더불어 이와 같은 시도는 황학동의 한 사진관을 섭외하며 구체화되었는데, 사진관을 거쳐 간 수많은 한국인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새겨진 결혼이주여성의 초상은 그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얼굴임을 환기하고 증명한다.

 

김옥선_Adachi Portraits_acp_rsj551_디지털 C 프린트_2023

김옥선의 사진에서 익명화된 이 이름 모를 얼굴들은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비춘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민족의식에 기반한 독립운동에서의 활약'이나 '외화벌이'와 같은 거시적인 목적과 성과에 기대어 기록되거나, '가족을 위한 희생'과 같은 부풀려진 서사 속에서 소비되어 온 이 개별 주체들을 김옥선이 달리 그려내는 방식이다. 그는 이 미시적인 존재들이 이주와 정착, 꿈의 실현, 가족의 형성 등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 내린 선택들에 주목하고, 그들이 살고 있는 현재를 가시화한다. 그런데도 경계 밖으로 늘 미끄러지는 이들의 존재를, 김옥선은 사진을 통해 움켜쥔다. 오랜 시간 대상을 바라보고 사실적으로 포착하는 김옥선의 다큐멘터리 초상은 우리로 하여금 사진 속의 대상을 직시하고 그 이면의 의미를 마주하게 한다. 대상이 그 장소에 실재함을 기억하고 증거하는 사진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며, 실물 크기로 확대된 사진 속 얼굴과 시선을 교환하게끔 하면서 말이다.

 

김옥선_Adachi Portraits_acp_kns324_디지털 C 프린트_2023

김옥선의 사진에서 인간, 자연, 사물은 평평한 세계에 놓여 서로를 가리켜 보인다. 이국적인 낙원의 땅을 욕망한 인간에 의해 이식된 야자수가 어느덧 제주를 상징하는 식물로 자리 잡았듯, 김옥선은 제주의 나무들에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비롯해 그간 담아왔던 이방인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고 말한다. 신작 영상에서 작가는 경계를 표류하며 새로운 터전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는 이 존재들을 떠올리며 '야자수 인간'을 제시한다. 야자수의 외양을 하고 제주 곳곳의 풍경에 이질적으로 녹아드는 야자수 인간의 초상은 이들 각자를 연결하고 상징하며, 나아가 인간/자연, 유기체/비유기체 등의 구분을 교차-횡단하는 트랜스적 존재에 대한 작가의 상상적 산물이다.

 

김옥선_Brides_Sara_bsp_ahs130_디지털 C 프린트_2023

2023년 착수한 아다치 초상은 재일교포 2, 연변 등 중국에서 온 교직자, 일본인-미국인 부부와 그들의 자녀 등 재일외국인의 얼굴을 보여준다. 집과 근무지, 주변 동네와 자연, 신사 등 그들이 몸담은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이번 시리즈는, 각자 좋아하는 제주의 풍경 혹은 그들이 머무는 실내 공간을 배경으로 제주의 이방인을 담은 전작의 양식들이 종합된 듯 보인다. 베를린 초상에서 동일한 형식의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열거하되 자유로운 포즈를 허용하는 등의 유연성을 견지했다면, 아다치 초상에서 그 유사성은 더욱 느슨해진다.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삼각대와 시트 필름 대신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보다 자유로운 카메라 워킹이 가능해졌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인물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그들의 일상적 삶에 더욱 가까워진다. 홀씨처럼 날아온 이 존재들은 어느새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우리 곁에 자리한다. 김옥선은 빛나는 것들(20112014/2023)에서 뒤엉킨 잔가지와 넝쿨, 이끼가 잔뜩 낀 나무 둥치, 길 밭에 볼품없이 자란 야자수에 주목한다. 무분별한 개발이 휩쓸고 지나간 지금의 제주에서는 이 평범한 풍경마저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 특별할 것 없는 주변적 존재들은 여전히 사진 밖으로 생명력과 존재감을 발산하는 듯하다. 순수박물관(2016)에서도 반핵 기호가 그려진 버려진 탁자, 손때 묻은 온도계, 지나간 계절을 뒤로 하고 우두커니 놓인 선풍기는 각자 그들이 놓인 장소의 흔적과 관계의 기억을 품은 채 잔존한다. 이처럼 초상사진의 방식을 빌어 담아낸 자연과 사물의 장면에는 이들을 독자적인 객체이자 존재로서 호명하고 존중하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다. 김옥선은 우리의 세계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비유기체적인 사물들이 함께 얽히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지는 것임을 사진을 통해 아로새긴다.

 

김옥선_Brides_Sara_bsp_sph796_디지털 C 프린트_2023

2차원 평면에 인화된 사진 매체의 고유한 평면성을 넘어서, 김옥선이 말하는 '평평함'은 무엇일까. 너와 내가 '평평하다'는 것은 각자가 딛고 있는 지면이 굴곡 없이 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우리 각자가 동등한 선상에 서 있다는 것이며, 서로가 위치한 장소를 긍정하는 것은 곧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옥선의 카메라에 담긴 대상들은 인간, 자연, 사물의 구분과 인종과 젠더, 국경 등 각종 위계에서 자유로운 평평한 세계에 놓인다. 이처럼 각자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김옥선의 사진은 ''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며 '우리'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려는 노력이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그러쥘 때, 서로가 정박해 있는 자리를 긍정할 때 우리 안에 자라날 환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전지희

 

Through her photography, Oksun Kim has been recording people as peripheral beings who are constantly drifting in our society, as well as the landscapes that surround us, all the while remaining faithful to realism and objectivity. Kim's view to focus on departing and staying; the coexistence of differences; and people straddled on boundaries started with her own experience of migration, as she has been living on Jeju Island for nearly 30 years since her marriage, with constant attempts to better understand the lives of foreigners and strangers all around her, including her own family members. Flatness of Things, a solo exhibition of Oksun Kim at the Sungkok Art Museum, juxtaposes Kim's works over the past 20 years, in which she uses an egalitarian gaze to capture portraits of various things existing with differences, beyond the contrast between the subject and object and between culture and nature. Beginning with one of her early works, Happy Together (20022004/2023), which depicts couples living together in conditions and environments that are foreign to each other in terms of language, thought, and culture, Kim has continued to pursue her interest in people who cross boundaries and venture out for their own reasons, such as through marriage, work, and/or travel. In particular, with Berlin Portraits (2018), which looks at Korean nurses in Germany, Kim paid close attention to the experience of diaspora in modern history and the women who are actively managing the changes in their lives due to such experiences. As an extension of that, her newest work, Brides, Sara (2023), pays homage to Choi Sara, the woman who is believed to have been the first Korean picture bride, and other unnamed Korean brides who crossed over to the unfamiliar land of the United States in the early 20th century through arranged marriages carried out solely after exchanging photographs. At the same time, this artwork documents portraits of migrant women who came to Korea from Vietnam, Mongolia, China, and other countries. Instead of representing the archival materials of the picture brides, the artist capturesas they arethe lives of people who have been living in Korea for between seven and nearly 20 years. Some of them have started families, while others have become naturalized citizens. In this way, Brides, Sara also brings viewers face to face with the faces of our time. With its dramatic lighting, this series is distinctly different from her previous works. By illuminating her subjects from three different directions, she adopted the classic portrait lighting method of maximizing the effect of light and giving the portrait a three-dimensional look. Along with the retro backdrop reminiscent of old photo studio photographs, the project was realized by arranging the use of a local photo studio in Hwanghak-dong, Seoul. The portraits of married migrant women, which were captured like the faces of countless Koreans who have passed through the same photo studio, remind usand provethat they are also the same diverse faces that make up our society today. In Kim's photographs, these anonymized faces mirror each other across time and space. What is noteworthy is the way in which she portrays these individuals, all of whom have been recorded in terms of macro goals and achievements such as "playing an active role in the independence movement based on national consciousness" or "earning foreign currency," or consumed in inflated narratives such as "sacrificing for family" in a different way than before. Instead, Kim focuses on the choices these people make as microscopic beings in their personal livesmigrating and settling, realizing dreams, starting familiesand visualizes the present situation in which they live. And yet, their existence, which is always slipping outside the boundaries, is captured by Kim through her photographs. By looking at her subjects for an extended period of time and capturing them realistically, her photographs force us to look directly at the subjects and face the meaning behind them. Ultimately, she stays true to the purpose of photography, which is to remember and testify to the existence of the subjects in each specific place, as she allows us to exchange gazes with the faces in the photographs that are enlarged to life size. In Oksun Kim's photographs, humans, nature, and objects point to one another. Just as the palm tree, transplanted by humans who desired an exotic paradise, has become a symbol of Jeju, Kim says she saw in the trees of Jeju the faces of the strangers she had been capturing, including the children of multicultural families. In her new video Home (2023), the artist presents "palm tree humans," recalling these beings who are drifting over boundaries and constantly making their places in new lands. The portrait of the palm tree human, which has the appearance of a palm tree and blends into the landscape of Jeju, is the product of the artist's imagination, which connects and symbolizes these people. Furthermore, it is also a symbol of a transitional being that crosses over and traverses the divisions of human/nature, organism/non-organic objects. Begun in 2023, the series Adachi Portraits shows the faces of expats in Japan, including second-generation overseas Koreans in Japan, lecturers from Yanbian and other cities in China, as well as a Japanese-American couple and their child. Photographed in various places where they stayed, including their homes, workplaces, and neighborhoods, the series seems to be a synthesis of styles from her previous works, which depicted Jeju's foreigners against the backdrop of their favorite Jeju landscapes or the interior spaces they occupy. If Berlin Portraits maintained flexibility by enumerating images in the same format but allowing for free poses, the similarities are even looser in Adachi Portraits. This is because the use of a digital camera, instead of tripods and sheet film that restrict the movement of the subjects, allows for free camera work. This brings the artist's work closer to the naturalness of the subjects and their everyday lives. These beings that flew here like spores became part of our everyday lives in the most ordinary and mundane ways. In The Shining Things (20112014/2023), Kim pays attention to the tangled branches and vines, the moss-covered base of a tree trunk, and the palm trees that grow unattractively in the roadside field. Even these ordinary scenes are hard to find on Jeju now that sprawling development has swept across the island, but these unremarkable peripheral beings still seem to radiate vitality and a sense of presence in the photographs. In Museum of Innocence (2016), an abandoned table with an anti-nuclear sign on it, a hand-stained thermometer, and a lonely electric fan are objects that remain, bearing the memories of the places they are placed, and perhaps more directly than the portraits, attest to the traces of existence. These scenes of nature and objects, captured in the manner of a portrait photograph, reflect the artist's intention to recognize and honor them as unique objects and beings. Through her photographs, Kim clearly conveys that our world is created as humans, nature, and non-organic objects intertwine with and influence one another. Beyond the inherent flatness of a photograph printed on a two-dimensional plane, what does Kim mean by "flatness"? For you and me to be "flat" means that the ground we stand on is even, without curvature. It means that each of us is on an equal footing, and to affirm each other's place is to acknowledge its existence. In this sense, the subjects of Kim's camera have the same degree of being-ness, free from all hierarchies, such as those based on factors related to humans, nature, objects, race, gender, or boundaries. Her photographs, which reveal their differences as they are, are an effort to expand the periphery of "us" by understanding beings who are different from "me." When we grasp each other's existence in such a way, when we affirm the place where each other is anchored, we are more likely to discover the possibility of hospitality that will grow within us.  Jihee JUN

 

 작가 도슨트- 진행자: 김옥선(참여작가)

- 일시: 1- 2023610() 오전 11         

           2- 2023723() 오후 2

- 장소: 성곡미술관 1

 아티스트 토크-박상우 &김옥선

- 진행자: 박상우(서울대학교 미학과 교수) &김옥선(참여작가)

- 일시: 2023624() 오후 2- 장소: 성곡미술관 1

 

 

교통통제 중인 시민군. 이창성 사진 / 눈빛 제공

이창성씨의 ‘나는 시민군이다’사진전이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리고 있다.

’5·18 기념재단‘과 ’눈빛출판사‘가 5,18, 43주년을 기념하여 선 보이는 생생한 기록 사진전이

지난 17일 오후4시 개막식을 가졌다.

 

금남로에서 교통 통제하는 시민군. 이창성 사진

슬픈 역사적 기록이 4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광주 외는 한 번도 전시회를 가진 적이 없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지만, 그 첫 전시가 인사동에서 열려 더 반가웠다.

 

시민군들. 이창성 사진

사진전 개막 시간에 맞추어 갔으나 이미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보도 사진가 이창성씨를 비롯하여 당시 시민군 방송 요원이었던 차명숙씨와

'금남로 광수 1호'로 지목되었던 화제의 인물 차복환씨도 와 계셨다.

 

교통통제 중인 시민군. 이창성 사진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와 '인덱스갤러리' 안미숙관장을 비롯하여 전민조, 장남원, 김문호, 김녕만,

윤세영, 정영신, 곽명우, 김 헌, 이명옥씨 외는 모르는 분이 더 많았다.

 

전시 작품은 중앙일보 사진 기자였던 이창성씨가 광주에 투입되어 찍은 흑백 30점과 컬러 10점이었다.

5·18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군’으로 압축되었다.

 

방석모와 총기로 무장한 시민군. 이창성 사진

관람객 틈 사이로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눈물이 나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처음 보는 사진들도 많은데, 누가 그들을 폭도라 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꽃다운 청춘이라 더 가슴이 미어졌다.

 

의사가 동승한 시민군 구호 지프가 광주 시내를 돌고 있다. 이창성 사진

시민군은 훈련된 군사 조직이 아니라 계엄군 과잉 진압에 맞선 자위 조직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사진들은 계엄군이 물러간 이후의 기록이었는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논란이 되어 온 북한군 투입설이나 불온 세력, 부랑 집단이라는 억지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취재 중인 이창성 기자, 광주 1980. 5

지금까지 외국 기자들의 활동은 영화 등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국내 기자들의 취재 활동에 대해서는 평가절하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창성씨가 찍은 사진이야말로 5·18에 머물지 않고, 시민군의 활동상을 기록하였다는 점에서 더 높게 평가된다.

 

이창성씨는 개막식에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야간 교전중이라 기자들이 숙소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며, 당시의 현장을 지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새벽녘에야 시민군 지휘부를 찾아가 설득한 결과 어렵사리 취재 허락을 받아 냈다고 한다.

시민군 지휘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현장에 뛰어든 공식 시민군 사진가가 되었는데,

역사적 현장을 기록해야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그를 사지로 내몬 것이다.

 

“나는 역사의 기록자로서 현장에 있었을 뿐이다. 혼신의 노력을 쏟았던 것은 1980년 5월이 내게 부여한 의무였다.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만 시민군 사진들은 대부분 젊은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순전히 그들의 희생 덕분이다.”고 말했다.

15년 전 '눈빛출판사'에서 '28년만의 약속'이란 사진집을 펴낸 것도 전민조씨의 권유와 소개로 성사되었다며,

찍은 사진 2300컷 중 공개하지 못한 사진을 보완하여 다시 사진집을 출간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당시 동료였던 고래 사진가 장남원씨는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숨어 찍은 사진이 아니라 대부분 정면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이창성씨의 투철한 기자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당시 방송요원이었던 차명숙씨는 발표된 사진 대부분이 외국 기자가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찍어도 내놓을 수 없는 엄격한 상황에서 당당히 발표한 용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한때 북한에서 남파된 '광수1호'로 지목되었던, 실제 인물 차복환씨도 나와 그날을 회고했다.

기관총으로 무장된 페퍼포그 차량에 올라탄 채 카메라를 째려보는 문제의 사진은,

당시 이창성 기자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며 화를 낸 장면이었다고 했다.

 

금남로 광수 1호로 지목되었던 시민군 차복환 씨 1980. 5. 22 광주. 이창성 사진

2008년 이창성 사진집 ‘28년 만의 약속’을 펴낸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인사말에서

“그동안 논란 되어온 북한군 투입설이나 불온세력이란 억지를 불식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5,18은 광주만의 행사가 아니라 전 국민의 행사가 되어야 한다"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듯 모든 진상은 사진 속에 다 있다고 했다.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의 말보다 더 많은 진실을 알려 주었다.

 

전시는 5월 29일까지 열린다. 꼭 관람하시어 그 날의 아픔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이창성'28년 만의 약속' 사진집 표지/ 눈빛출판사/ 가격35,000원

 

5,18 영령을 추모하는 날이라 뒤풀이는 생략했지만, 전시관계자들은 '부산식당'에서 만찬의 시간을 가졌다.

 

 

[2023,5,19작성]

인사동 ‘인덱스갤러리’에서 사진가 임종진의 ‘사진과 삶, 30년 그 어느 날 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가난한 사진가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어 더 가슴 아픕니다.

시간 나면 ‘임종진 Print Sale전’ 구경하가세요. 여유 있으면 함께 삽시다.

 

사진은 30만원에서 15만원까지 네 가지 크기가 전시장에서 판매된답니다.

(우리은행 1002-358-549683 임종진)

 

날짜는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이고, 전시는 오전 11시에 열어 오후 6시에 닫습니다.

- 작가와의 만남 : 5월 14일(일) 14시

 

갤러리 인덱스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5 인덕빌딩 3층 (문의 : 02-722-6635)

 

[2023,5,11작성]​

 

우연히 마주친 오래된 창고 벽이 흐르는 세월에 의해 화판으로 변했다.

녹슨 양철판이나 퇴색한 페인트 자국, 그리고 시멘트벽의 균열까지 그림 아닌 것이 없었다.

세월이란 무명의 작가가 남긴 훌륭한 작품이었다.

 

지난 1일 정동지 따라 모처럼 장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장항선 따라 장터 문화를 탐방하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코스였다.

 

일 년이 넘도록 장항선 열차길 따라 혼자 돌아다녔는데, 무거운 가방 둘러메고 찾아다니느라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촬영 안 가는 날은 컴퓨터 앞에 달라붙어 얼굴 보기도 힘든데, 하필 무더운 여름에 책 내느라 혼자 바쁘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이번에 나오는 책은 꼭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 힘든 사정을 훤히 알면서도 ‘사서 고생한다’거나

‘장항선 철도여행이면 철도청에서 후원하냐?’는 등 염장 지르는 소리만 했다.

 

장항지역에 누락된 곳이 있어 간다기에 처음으로 따라나섰는데, 모처럼 콧바람 씌는 봄나들이였다.

 

그러나 전 날 티스토리 블로그 ‘인사동 사람들‘ 에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삭제당한

‘가깝고도 먼 당신(性)’이란 글이 도무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네이브 블로그 ‘인사동 이야기’도 올리고 싶지만, 원고를 돌려줄 수 없단다.

 

텍스트를 남기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다시 쓸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기저기 자료 찾느라 공을 꽤 들인 글이라, 같은 일을 반복 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더구나 고객을 흑사리 쭉지로 아는 카카오의 갑질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장항 변두리에 있는 어느 한적한 창고 옆에 차를 세워두고, 정동지 혼자 촬영을 나섰다.

같이 가면 이것저것 찍어 올리는 습성으로, 책도 나오기 전에 김 뺄 수야 없지 않은가?

 

정동지가 돌아올 때까지 차에 앉아 있으니, 카카오 갑질이 생각나 견딜 수가 없었다.

다른 곳에 신경쓰려고 차에서 내려 창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미지 사냥에 나선 것이다.

 

세월에 의해 퇴화된 벽의 흔적들은 한 폭의 추상화를 방불케 했다.

세월이란 이름의 작가보다 더 진실한 작가가 어디있겠는가?

벽화에 빠져 잠시나마 잊었지만, 카카오의 갑질은 기어이 고치고 말 것이다.

 

소명서와 함께 이의제기를 했는데, 수용되지 못한다면 법적대응할 생각이다.

갑 질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이 망하는 날까지 저주할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2023.5.6작성]

브레송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아홉 번째 작가인 강제욱지난 21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8월 양승우씨를 그 첫 번째 사진가로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쓴 본 기획전에는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 서준영, 최치권, 모지웅, 박찬호, 강제욱씨 등 모두 아홉 명이 선정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한 작가의 지난 사진에서 부터 현재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의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사진가에 초점을 맞췄다.

 

마지막 작가로 참여한 강제욱씨는 ‘The Lost Land’, ’‘민국(民國) 100’, ‘The Wall’, ‘The Planet’, ‘Thinguniverse’

2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주었다.

 

사진가 김영호씨의 사회로 시작된 강제욱개막식에는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의 사진에 대한 비평이 있었다.

 

강제욱은 역사를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찾는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우연과 감성의 시간 속에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사진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명쾌한 이교수의 강의는 귀머거리에 가까운 내 귀에도 속속 들어왔다.

 

강의가 끝날 무렵, 사진가 김문호씨가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전체 평가를 물었더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고 독한 사진이 많았다고 한다.

관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변사가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고 넘어갔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밋밋한 화면에 변화를 주어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이겠으나,

마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어둡고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어법에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이어 강제욱 작가가 나와 작업에 대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려주었고, 기획전을 마무리하는 김남진 관장의 소회도 들었다.

 

아무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기획전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두루 돌아보는 좋은 전시였다.

내 눈에는 첫 전시였던 양승우론과 두번째 강재구론, 그리고 마지막 전시인 강제욱론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는 430일까지 이어진다.

 

김남진 관장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작가론을 써가며 먼 길을 오간 이광수 교수의 노고와 열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사진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16년에는 매달 두 차례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 주요 사진가를 인터뷰하여 작가론을 쓰고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결과물로 한국현대사진가 열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눈빛출판사에 펴내기도 했다.

 

카메라는 칼이다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로 강정효, 권 철, 신동필, 최영진이 참여했고,

2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는 김문호, 김보섭, 문진우, 이재갑, 이영욱, 조문호가,

3부인 파인아트 에는 고정남, 이수철의 사진을 논했다.

 

그 외에도 인도 사진가 일곱 명과 최민식선생을 비롯한 한영수, 김기찬, 이주용, 이재갑, 노순택, 조문호 등

국내 사진가 일곱 명의 논문을 마무리하여, 곧 두 권의 논문집도 출판한단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학자들이 잘 알려진 외국 사진가들만 반복해가며 짜깁기하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광수씨는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로 정년을 일 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전공인 인도사는 물론 정치평론에서 사진 비평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인데,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 비평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그침 없는 바른 말에 주눅 들어, 이단아처럼 기피 하는 기득권 세력도 있다.

끼리끼리 사진판을 좌지우지해 온 그 자들의 짓거리가 더 웃긴다.

 

강제욱론 전시 개막식에 함께한 사진가는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이윤기, 정영신, 김영호, 정윤배, 나인석,

김동진, 서준영, 모지웅, 최치권, 오철민, 고옥룡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이광수씨는 인도사 유튜브 강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는데, 일이 끝난 후 나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또 뒷북을 쳤다.

페북은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는 충무로 김삼보에서 했는데, 모처럼 반갑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다.

이교주의 통쾌한 구라에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자리에서 최민식선생 아카이빙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처럼 최민식 선생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한 내 사진 논문은 철학자 니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니체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거나 신은 죽었다정도밖에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부 좀 해야겠다.

무려 2년에 걸쳐 논문을 썼다는데,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밤 열시 무렵에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몇은 맥주집으로 이차를 간단다.

매번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안 서러웠다.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열어보니, 페북에 이광수씨의 글이 올라왔다.

부산 가면서 취중에 올린 글 걑은데, “진짜 내가 오래살아야 한다.”란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맞는 말이다. 그가 없으면 한국 사진의 미래는 없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조문호

 

 

[2023.4.22작성]

 

브레송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아홉 번째 강제욱이 지난 21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8월 양승우씨를 그 첫 번째 사진가로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쓴 본 기획전에는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 서준영, 최치권, 모지웅, 박찬호, 강제욱씨 등 모두 아홉 명이 선정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한 작가의 지난 사진에서 부터 현재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사진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지막 작가로 참여한 강제욱씨는 ‘The Lost Land’, ’‘민국(民國) 100’, ‘The Wall’,  ‘The Planet’, ‘Thinguniverse’ 2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주었다.

 

사진가 김영호씨의 사회로 시작된 강제욱개막식에는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의 시원한 사진비평이 있었다.

 

강제욱은 역사를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찾는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우연과 감성의 시간 속에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사진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명쾌한 이교수의 강의는 귀머거리에 가까운 내 귀에도 속속 들어왔다.

 

강의가 끝날 무렵, 사진가 김문호씨가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전체 평가를 물었더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고 독한 사진이 많았다고 한다. 관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변사가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고 넘어갔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밋밋한 화면에 변화를 주어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이겠으나, 마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어둡고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어법에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이어 강제욱 작가가 작업에 대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려주었고, 기획전을 마무리하는 김남진 관장의 소회도 들었다.

 

아무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기획전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두루 돌아보는 좋은 전시였다.

내가 보기로는 첫 전시였던 양승우론과 두번째 강재구론, 그리고 마지막 전시인 강제욱론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는 4월30일까지 열리니, 시간나면 한 번 가보시라.

 

전시를 추진한 김남진 관장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작가론을 써가며 먼 길을 오간  이광수 교수의 노고와 열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열정적인 분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16년에는 매달 두 차례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 주요 사진가를 인터뷰하여 작가론을 쓰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결과물로 한국현대사진가 열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눈빛출판사에 펴내기도 했다.

 

카메라는 칼이다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로 강정효, 권 철, 신동필, 최영진이 참여했고, 2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는 김문호, 김보섭, 문진우, 이재갑, 이영욱, 조문호가, 3부인 파인아트 에는 고정남, 이수철의 사진을 논했다.

 

그 외에도 인도 사진가 일곱 명과 최민식선생을 비롯한 한영수, 김기찬, 이주용, 이재갑, 노순택, 조문호 등 국내 사진가 일곱 명의 논문을 마무리하여, 곧 두 권의 논문집도 출판한단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학자들이 잘 알려진 외국 사진가들만 반복해가며 짜깁기하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대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면, 밑천이 짧아 그런걸까?

 

이광수씨는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로 정년을 일 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전공인 인도사는 물론 정치평론에서 사진 비평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인데,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 비평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그침 없는 바른 말에 주눅 들어, 이단아처럼 기피하는 기득권 세력도 있다. 끼리끼리 사진판을 좌지우지해 온 그 자들의 짓거리가 더 웃긴다.

 

강제욱론 전시 개막식에 함께한 사진가는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이윤기, 정영신, 김영호, 정윤배, 나인석, 김동진, 서준영, 모지웅, 최치권, 오철민, 고옥룡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이광수씨는 인도사 유튜브 강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는데, 일이 끝난 후 나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또 뒷북을 쳤다.

페북은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는 충무로 김삼보에서 했는데, 모처럼 반갑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다.

이교주의 통쾌한 구라에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자리에서 최민식선생 아카이빙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처럼 최민식 선생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한 내 사진 논문은 철학자 니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니체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거나 신은 죽었다정도밖에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부 좀 해야겠다.

무려 2년에 걸쳐 논문을 썼다는데,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밤 열시 무렵에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몇은 맥주집으로 이차를 간단다.

매번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안 서러웠다.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열어보니, 페북에 글이 올라왔다.

부산 가면서 취중에 올린 글 걑은데, 진짜 내가 오래 살아야 한다.”란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맞는 말이다. 그가 없으면 한국 사진의 미래는 없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그들의 노래―네가내러티브2

Let them sing―NEGA-NARRITIVE 2

박영선展 / PARKYOUNGSUN / 朴瑛善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2023_0413 ▶ 2023_0423 / 월요일 휴관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1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 블로그_https://blog.naver.com/twofram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CN갤러리

CN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5길 56-7(정독도서관 앞)

Tel. +82.(0)2.739.6405

cngallery.kr

 

2022년 합정지구에서 열었던 개인전 『네가내러티브』에 이어 2023년 개인전 『그들의 노래』에서는, 그동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온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의 존재성과 물질성에 대한 탐구심과 경의를 갖고 작업한 「투명한 것들의 나날」 연작, 그리고 부정不定의 서사를 탐색하는 설치 연작 「폐허에서」에 속하는 신작들을 발표한다. 방법적으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상품화·특권화된 카메라 장치를 배제한 초기 사진 기법인 포토그램, 회화와 사진의 기원인 그림자그림shadowgraphy, 그리고 포토필름 몽타주와 텍스트-사운드 다시쓰기 등을 다층적으로 활용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도록 만들어진 비닐과 플라스틱 물건들을 유심히 바라본 지는 오래되었다. 살림을 살다보면 날마다 온갖 용도와 모양의 플라스틱 사물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뜯고 찢고 잘라내야 했고, 버려야 할지 말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 수십 년간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딜레마에 빠트려온 이 고민은 어떤 거대하고 심각한 이론적 주제보다 더 깊고 절실했다. 내가 이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또 이들 대부분은 너무나 멀쩡해서 한 번 쓰고 버리자고 이런 물건들을 만든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차마 버리지 못하여 깨끗이 씻어 개켜두고 다시 쓰거나 가만히 바라보게 되었다. 플라스틱, 전문용어로는 폴리머(중합체重合體)의 일종인 이 인공물질이 지극히 수학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물질이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자본주의적이라는 점은 그럴법하지만, 추상적인 수학과 구체적 물질을 연결시키는 것은 잘 안 맞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서구문명을 건설한 수학적 세계관은 이 세계의 물질성 자체를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내 눈앞에 당도한 얇고 바스락거리는 이 투명한 사물들은, 물질 자체를 수학적으로 임의 조작하고 생산하는 현대문명의 지배시스템이 내게 보내는 난처한 전언을 담고 있었다.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2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5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6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7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8_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둥글어지고 둥글어져야 했어 2_젤라틴실버 포토그램_27.9×35.6cm_2023
박영선_둥글어지고 둥글어져야 했어 1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27.9×35.6cm_2023

그런데 내 눈앞에 당도해서 나를 곤경에 빠트리는 서구문명의 또 하나의 전령, 속이 빈 채 빛나는 사진적 이미지들과 이 사물들이 친연성을 가졌다고 나는 느껴왔다. 이 느낌이 이론적 근거가 없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이 느낌의 꼬임 사이를 나는 여전히 더듬고 있다. 인간에 의해 쉬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 더 정확히 말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부단히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 상품쓰레기들의 행위자성에 다가가는 심미적이면서도 윤리적인 태도는 어떤 것일까…? 어쩌면 나를 '휴먼의 틀'로부터 단 한치라도 비껴가게 할 미학적 경험과 정동은, 적극적 행위와 표현을 통해서보다 차마 하지 못함으로부터 비롯되는 하지 않음이라는 일종의 윤리적 선택을 통해 오히려 가능해지지 않을까?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1_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5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9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폐허에서 4_두 개의 버려진 생수병, 세 대의 슬라이드 프로젝터_가변크기_2023

 

암실에서, 익숙한 플라스틱 사물들의 잠재된 형상이 빛과 감광물질들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발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침묵을 '듣는' 느낌에 들었다. 이제, 그들이 노래 부를 차례다. ■ 박영선

 

Vol.20230413a | 박영선展 / PARKYOUNGSUN / 朴瑛善 /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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