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인덱스갤러리’에서 사진가 임종진의 ‘사진과 삶, 30년 그 어느 날 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는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가난한 사진가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어 더 가슴 아픕니다.

시간 나면 ‘임종진 Print Sale전’ 구경하가세요. 여유 있으면 함께 삽시다.

 

사진은 30만원에서 15만원까지 네 가지 크기가 전시장에서 판매된답니다.

(우리은행 1002-358-549683 임종진)

 

날짜는 5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이고, 전시는 오전 11시에 열어 오후 6시에 닫습니다.

- 작가와의 만남 : 5월 14일(일) 14시

 

갤러리 인덱스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5 인덕빌딩 3층 (문의 : 02-722-6635)

 

[2023,5,11작성]​

 

우연히 마주친 오래된 창고 벽이 흐르는 세월에 의해 화판으로 변했다.

녹슨 양철판이나 퇴색한 페인트 자국, 그리고 시멘트벽의 균열까지 그림 아닌 것이 없었다.

세월이란 무명의 작가가 남긴 훌륭한 작품이었다.

 

지난 1일 정동지 따라 모처럼 장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장항선 따라 장터 문화를 탐방하는 프로젝트의 마지막 코스였다.

 

일 년이 넘도록 장항선 열차길 따라 혼자 돌아다녔는데, 무거운 가방 둘러메고 찾아다니느라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촬영 안 가는 날은 컴퓨터 앞에 달라붙어 얼굴 보기도 힘든데, 하필 무더운 여름에 책 내느라 혼자 바쁘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이번에 나오는 책은 꼭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 힘든 사정을 훤히 알면서도 ‘사서 고생한다’거나

‘장항선 철도여행이면 철도청에서 후원하냐?’는 등 염장 지르는 소리만 했다.

 

장항지역에 누락된 곳이 있어 간다기에 처음으로 따라나섰는데, 모처럼 콧바람 씌는 봄나들이였다.

 

그러나 전 날 티스토리 블로그 ‘인사동 사람들‘ 에 올렸다가 한 시간 만에 삭제당한

‘가깝고도 먼 당신(性)’이란 글이 도무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네이브 블로그 ‘인사동 이야기’도 올리고 싶지만, 원고를 돌려줄 수 없단다.

 

텍스트를 남기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다시 쓸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기저기 자료 찾느라 공을 꽤 들인 글이라, 같은 일을 반복 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더구나 고객을 흑사리 쭉지로 아는 카카오의 갑질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장항 변두리에 있는 어느 한적한 창고 옆에 차를 세워두고, 정동지 혼자 촬영을 나섰다.

같이 가면 이것저것 찍어 올리는 습성으로, 책도 나오기 전에 김 뺄 수야 없지 않은가?

 

정동지가 돌아올 때까지 차에 앉아 있으니, 카카오 갑질이 생각나 견딜 수가 없었다.

다른 곳에 신경쓰려고 차에서 내려 창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미지 사냥에 나선 것이다.

 

세월에 의해 퇴화된 벽의 흔적들은 한 폭의 추상화를 방불케 했다.

세월이란 이름의 작가보다 더 진실한 작가가 어디있겠는가?

벽화에 빠져 잠시나마 잊었지만, 카카오의 갑질은 기어이 고치고 말 것이다.

 

소명서와 함께 이의제기를 했는데, 수용되지 못한다면 법적대응할 생각이다.

갑 질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들이 망하는 날까지 저주할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2023.5.6작성]

브레송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아홉 번째 작가인 강제욱지난 21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8월 양승우씨를 그 첫 번째 사진가로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쓴 본 기획전에는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 서준영, 최치권, 모지웅, 박찬호, 강제욱씨 등 모두 아홉 명이 선정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한 작가의 지난 사진에서 부터 현재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의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사진가에 초점을 맞췄다.

 

마지막 작가로 참여한 강제욱씨는 ‘The Lost Land’, ’‘민국(民國) 100’, ‘The Wall’, ‘The Planet’, ‘Thinguniverse’

2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주었다.

 

사진가 김영호씨의 사회로 시작된 강제욱개막식에는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의 사진에 대한 비평이 있었다.

 

강제욱은 역사를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찾는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우연과 감성의 시간 속에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사진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명쾌한 이교수의 강의는 귀머거리에 가까운 내 귀에도 속속 들어왔다.

 

강의가 끝날 무렵, 사진가 김문호씨가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전체 평가를 물었더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고 독한 사진이 많았다고 한다.

관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변사가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고 넘어갔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밋밋한 화면에 변화를 주어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이겠으나,

마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어둡고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어법에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이어 강제욱 작가가 나와 작업에 대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려주었고, 기획전을 마무리하는 김남진 관장의 소회도 들었다.

 

아무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기획전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두루 돌아보는 좋은 전시였다.

내 눈에는 첫 전시였던 양승우론과 두번째 강재구론, 그리고 마지막 전시인 강제욱론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는 430일까지 이어진다.

 

김남진 관장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작가론을 써가며 먼 길을 오간 이광수 교수의 노고와 열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사진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16년에는 매달 두 차례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 주요 사진가를 인터뷰하여 작가론을 쓰고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결과물로 한국현대사진가 열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눈빛출판사에 펴내기도 했다.

 

카메라는 칼이다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로 강정효, 권 철, 신동필, 최영진이 참여했고,

2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는 김문호, 김보섭, 문진우, 이재갑, 이영욱, 조문호가,

3부인 파인아트 에는 고정남, 이수철의 사진을 논했다.

 

그 외에도 인도 사진가 일곱 명과 최민식선생을 비롯한 한영수, 김기찬, 이주용, 이재갑, 노순택, 조문호 등

국내 사진가 일곱 명의 논문을 마무리하여, 곧 두 권의 논문집도 출판한단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학자들이 잘 알려진 외국 사진가들만 반복해가며 짜깁기하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광수씨는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로 정년을 일 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전공인 인도사는 물론 정치평론에서 사진 비평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인데,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 비평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그침 없는 바른 말에 주눅 들어, 이단아처럼 기피 하는 기득권 세력도 있다.

끼리끼리 사진판을 좌지우지해 온 그 자들의 짓거리가 더 웃긴다.

 

강제욱론 전시 개막식에 함께한 사진가는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이윤기, 정영신, 김영호, 정윤배, 나인석,

김동진, 서준영, 모지웅, 최치권, 오철민, 고옥룡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이광수씨는 인도사 유튜브 강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는데, 일이 끝난 후 나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또 뒷북을 쳤다.

페북은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는 충무로 김삼보에서 했는데, 모처럼 반갑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다.

이교주의 통쾌한 구라에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자리에서 최민식선생 아카이빙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처럼 최민식 선생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한 내 사진 논문은 철학자 니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니체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거나 신은 죽었다정도밖에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부 좀 해야겠다.

무려 2년에 걸쳐 논문을 썼다는데,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밤 열시 무렵에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몇은 맥주집으로 이차를 간단다.

매번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안 서러웠다.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열어보니, 페북에 이광수씨의 글이 올라왔다.

부산 가면서 취중에 올린 글 걑은데, “진짜 내가 오래살아야 한다.”란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맞는 말이다. 그가 없으면 한국 사진의 미래는 없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조문호

 

 

[2023.4.22작성]

 

브레송 기획전,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아홉 번째 강제욱이 지난 21갤러리 브레송에서 개막되었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우리 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8월 양승우씨를 그 첫 번째 사진가로 내세우며 시작되었다.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쓴 본 기획전에는 양승우씨를 비롯하여 강재구, 김동진, 김은주, 서준영, 최치권, 모지웅, 박찬호, 강제욱씨 등 모두 아홉 명이 선정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한 작가의 지난 사진에서 부터 현재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체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사진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지막 작가로 참여한 강제욱씨는 ‘The Lost Land’, ’‘민국(民國) 100’, ‘The Wall’,  ‘The Planet’, ‘Thinguniverse’ 2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주제별로 보여주었다.

 

사진가 김영호씨의 사회로 시작된 강제욱개막식에는 부산에서 올라 온 이광수교수의 시원한 사진비평이 있었다.

 

강제욱은 역사를 우주의 시간 속에서 찾는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우연과 감성의 시간 속에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미 지나 버린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역사를 사진의 시간 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명쾌한 이교수의 강의는 귀머거리에 가까운 내 귀에도 속속 들어왔다.

 

강의가 끝날 무렵, 사진가 김문호씨가 이번 기획전에 대한 전체 평가를 물었더니,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을 점검할 좋은 기회였다며,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고 독한 사진이 많았다고 한다. 관객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변사가 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한바탕 웃고 넘어갔으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밋밋한 화면에 변화를 주어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이겠으나, 마치 유행처럼 너도 나도 어둡고 자극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만의 어법에 고민하며,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이어 강제욱 작가가 작업에 대한 과정과 앞으로의 지향점을 들려주었고, 기획전을 마무리하는 김남진 관장의 소회도 들었다.

 

아무튼,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기획전은 우리나라 다큐멘터리사진의 얼개를 살펴볼 수 있는 장이었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두루 돌아보는 좋은 전시였다.

내가 보기로는 첫 전시였던 양승우론과 두번째 강재구론, 그리고 마지막 전시인 강제욱론이 인상적이었다. 

이 전시는 4월30일까지 열리니, 시간나면 한 번 가보시라.

 

전시를 추진한 김남진 관장의 노고야 말할 것도 없지만, 시종일관 작가론을 써가며 먼 길을 오간  이광수 교수의 노고와 열의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열정적인 분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에 보석 같은 존재다.

 

지난 2016년에는 매달 두 차례씩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국내 주요 사진가를 인터뷰하여 작가론을 쓰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결과물로 한국현대사진가 열두 명의 작가론을 묶은 카메라는 칼이다눈빛출판사에 펴내기도 했다.

 

카메라는 칼이다1부는 시대와 시간을 기록하다로 강정효, 권 철, 신동필, 최영진이 참여했고, 2사람과 역사를 바라보다는 김문호, 김보섭, 문진우, 이재갑, 이영욱, 조문호가, 3부인 파인아트 에는 고정남, 이수철의 사진을 논했다.

 

그 외에도 인도 사진가 일곱 명과 최민식선생을 비롯한 한영수, 김기찬, 이주용, 이재갑, 노순택, 조문호 등 국내 사진가 일곱 명의 논문을 마무리하여, 곧 두 권의 논문집도 출판한단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국내 사진가론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진학자들이 잘 알려진 외국 사진가들만 반복해가며 짜깁기하지만, 정작 국내 사진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대주의에 빠지지 않았다면, 밑천이 짧아 그런걸까?

 

이광수씨는 부산외국어대학에서 인도사를 연구하는 교수로 정년을 일 년 가까이 남겨두고 있다. 전공인 인도사는 물론 정치평론에서 사진 비평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인데,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진 비평에 힘을 쏟고 있다.

그의 그침 없는 바른 말에 주눅 들어, 이단아처럼 기피하는 기득권 세력도 있다. 끼리끼리 사진판을 좌지우지해 온 그 자들의 짓거리가 더 웃긴다.

 

강제욱론 전시 개막식에 함께한 사진가는 김문호씨를 비롯하여 이윤기, 정영신, 김영호, 정윤배, 나인석, 김동진, 서준영, 모지웅, 최치권, 오철민, 고옥룡씨 등 많은 분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이광수씨는 인도사 유튜브 강의 동영상을 찍기 위해 일찍부터 왔다는데, 일이 끝난 후 나에게 페북 메시지를 보내왔으나, 또 뒷북을 쳤다.

페북은 컴퓨터에서만 볼 수 있어 밖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뒤풀이는 충무로 김삼보에서 했는데, 모처럼 반갑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었다.

이교주의 통쾌한 구라에 술이 술술 넘어갔다.

 

술자리에서 최민식선생 아카이빙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다.

모처럼 최민식 선생의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번에 마무리한 내 사진 논문은 철학자 니체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했다.

니체라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거나 신은 죽었다정도밖에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

어떻게 관련 있는지 공부 좀 해야겠다.

무려 2년에 걸쳐 논문을 썼다는데,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해 밤 열시 무렵에야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몇은 맥주집으로 이차를 간단다.

매번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 길을 달려와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안 서러웠다.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와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열어보니, 페북에 글이 올라왔다.

부산 가면서 취중에 올린 글 걑은데, 진짜 내가 오래 살아야 한다.”란 열한 자가 적혀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맞는 말이다. 그가 없으면 한국 사진의 미래는 없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그들의 노래―네가내러티브2

Let them sing―NEGA-NARRITIVE 2

박영선展 / PARKYOUNGSUN / 朴瑛善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2023_0413 ▶ 2023_0423 / 월요일 휴관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1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 블로그_https://blog.naver.com/twoframe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CN갤러리

CN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5길 56-7(정독도서관 앞)

Tel. +82.(0)2.739.6405

cngallery.kr

 

2022년 합정지구에서 열었던 개인전 『네가내러티브』에 이어 2023년 개인전 『그들의 노래』에서는, 그동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온 플라스틱 일회용품들의 존재성과 물질성에 대한 탐구심과 경의를 갖고 작업한 「투명한 것들의 나날」 연작, 그리고 부정不定의 서사를 탐색하는 설치 연작 「폐허에서」에 속하는 신작들을 발표한다. 방법적으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상품화·특권화된 카메라 장치를 배제한 초기 사진 기법인 포토그램, 회화와 사진의 기원인 그림자그림shadowgraphy, 그리고 포토필름 몽타주와 텍스트-사운드 다시쓰기 등을 다층적으로 활용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도록 만들어진 비닐과 플라스틱 물건들을 유심히 바라본 지는 오래되었다. 살림을 살다보면 날마다 온갖 용도와 모양의 플라스틱 사물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그들을 뜯고 찢고 잘라내야 했고, 버려야 할지 말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 수십 년간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딜레마에 빠트려온 이 고민은 어떤 거대하고 심각한 이론적 주제보다 더 깊고 절실했다. 내가 이들을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고 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또 이들 대부분은 너무나 멀쩡해서 한 번 쓰고 버리자고 이런 물건들을 만든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차마 버리지 못하여 깨끗이 씻어 개켜두고 다시 쓰거나 가만히 바라보게 되었다. 플라스틱, 전문용어로는 폴리머(중합체重合體)의 일종인 이 인공물질이 지극히 수학적이고 자본주의적인 물질이라고 나는 생각해왔다. 자본주의적이라는 점은 그럴법하지만, 추상적인 수학과 구체적 물질을 연결시키는 것은 잘 안 맞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서구문명을 건설한 수학적 세계관은 이 세계의 물질성 자체를 추상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내 눈앞에 당도한 얇고 바스락거리는 이 투명한 사물들은, 물질 자체를 수학적으로 임의 조작하고 생산하는 현대문명의 지배시스템이 내게 보내는 난처한 전언을 담고 있었다.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2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5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6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7_ 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냉동밥과 야채를 덮었지 8_피그먼트 프린트_178×140cm_2023
박영선_둥글어지고 둥글어져야 했어 2_젤라틴실버 포토그램_27.9×35.6cm_2023
박영선_둥글어지고 둥글어져야 했어 1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27.9×35.6cm_2023

그런데 내 눈앞에 당도해서 나를 곤경에 빠트리는 서구문명의 또 하나의 전령, 속이 빈 채 빛나는 사진적 이미지들과 이 사물들이 친연성을 가졌다고 나는 느껴왔다. 이 느낌이 이론적 근거가 없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이 느낌의 꼬임 사이를 나는 여전히 더듬고 있다. 인간에 의해 쉬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 더 정확히 말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부단히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 상품쓰레기들의 행위자성에 다가가는 심미적이면서도 윤리적인 태도는 어떤 것일까…? 어쩌면 나를 '휴먼의 틀'로부터 단 한치라도 비껴가게 할 미학적 경험과 정동은, 적극적 행위와 표현을 통해서보다 차마 하지 못함으로부터 비롯되는 하지 않음이라는 일종의 윤리적 선택을 통해 오히려 가능해지지 않을까?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1_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5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입술들 손가락들 그리고 9_ 젤라틴실버 포토그램_35.6×27.9cm_2023
박영선_폐허에서 4_두 개의 버려진 생수병, 세 대의 슬라이드 프로젝터_가변크기_2023

 

암실에서, 익숙한 플라스틱 사물들의 잠재된 형상이 빛과 감광물질들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발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침묵을 '듣는' 느낌에 들었다. 이제, 그들이 노래 부를 차례다. ■ 박영선

 

Vol.20230413a | 박영선展 / PARKYOUNGSUN / 朴瑛善 / photography.video.installation

Naked as a Jaybird 부유하는 파편들

조성현展 / JOESUNGHYUN / 趙星現 / photography 

2023_0414 ▶ 2023_0506 / 일,월요일 휴관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6_90×75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www.kpgallery.co.kr@kpgalleryseoul

 

"사진은 아름답지만 보는 이의 감정을 속이고 때로는 진짜로, 때로는 가짜로 혼동을 주며 허망하고도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순수하거나 아니거나, 그 속에 들어있는 자신을 느끼고 세상을 향한 모습을 상상한다." (작가의 일기 중에서)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7_50×37.5cm_2023

KP 갤러리에서 4월 14일부터 5월 6일까지 조성현 작가의 개인전 『Naked as a Jaybird / 부유하는 파편들』 전시가 개최된다. 낯선 공간을 내면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조성현작가의 과거 작업과 달리 이번에 새롭게 소개되는 사진들은 작가의 내면에 침착되어 있던 고유한 감정들을 주변의 사물들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이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07_120×80cm_2023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과 생각의 덩어리들, 조성현은 규정할 수 없지만 자신 속에 존재하는 '날 것'과도 같은 그의 마음을 '순수'라 정의하고 '사랑', '미움', '분노', '연민', '자유'와 같이 그와 연결된 각각의 감정과 울림을 사진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작품 속 하얗게 빛나는 몸과 인간의 신체를 연상하는 형상들, 완성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일련의 덩어리들과 흩뿌려진 가루들을 통해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05_90×75cm_2023

솔직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일기장처럼 그의 작업에서 깊숙하게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표면으로 떠올라 부유한다. 하나로 뭉쳐질 수 없는, 그러나 떼어놓을 수도 없는 '날 것'의 감정들.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며 찾아낸 그만의 시각들. KP 갤러리는 『Naked as a Jaybird / 부유하는 파편들』 전시를 통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순수함과 스스로를 확인하고 지키고자 했던 노력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KP 갤러리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08_50×37.5cm_2023

전작 'I Saw You'로 낯선 공간을 응시하던 조성현의 신작 '부유하는 파편들'은 객체를 바라보던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옮겨온다.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면서도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많은 생각들, 그 생각의 덩어리들과 시선을 그는 자신의 언어로 옮겨온다. 하얗게 빛나는 몸, 주무르는 대로 뭉쳐지는 하얀 클레이,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액체 덩어리. 완성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일련의 덩어리들. 그리고 떨어지는 가루들. 조성현이 말하는 순수는 '날 것'에 가깝다. 마치 언어를 갖추기 전의 아이들의 옹알이처럼. 아직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는 작가의 고백은 순수 이전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순수라는 언어가 생기기 이전의, 발화 언어 이전의 무엇. 그러나 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3_90×75cm_2023

후설은 "그 자신의 의미에 대한 순수한 표현을 가져오는 것이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런 말없는 경험(expérience muette)"이라고 말한다. 후설의 주장을 이어받아 메를로-퐁티는 『지각의 현상학』을 통해 철학의 근본 목표가 말없는 경험의 고유한 의미를 표현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조성현의 사진들은 언어적 사유를 넘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시각적 사유로 빚어낸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작가의 고백은 순수 이전의 날것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메를로-퐁티의 논의를 빌면, 우리들의 '세계-내-존재(etre-au-monde)' 위에 토대하고 있는 지각은 그 자체로는 인식을 주지 못한다. 지각(知覺), 감각기관을 통하여 대상을 인식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세계-내-존재'로부터의 물러섬이 필요하다.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한 단계 물러서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1_90×75cm_2023

조성현의 작업들은 물러섬의 행위를 보여준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본인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시각화한다. 작가의 말대로 '순수'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의 감정들 – 사랑, 미움, 분노, 연민, 자유를 물질적 요소들을 통해 사진 이미지로 구현해낸다. 매순간의 감정의 경험은 개별적 이미지로 전환되고 전환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시간으로 구현된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균형을 잃어버리다가 다시 감정에 휩쓸리는, 날 것의 작가 그 자신의 모습으로. 솔직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일기장에서 잃어버린 날 것의 감정이 떠오른다. 깊숙하게 숨겨져 있던 감정들이 표면으로 떠올라 부유한다. 하나로 뭉쳐질 수 없는, 그러나 떼어놓을 수도 없는 날 것의 감정들.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며 찾아낸 그만의 시각이다.

 

조성현_부유하는 파편들 #13_90×75cm_2023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드러내는 작가의 노력은 '말해질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 사각의 프레임에 놓인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철저하게 작아진 '나'라는 존재일수도, 혹은 아무도 모르게 숨겨놓은 '나'라는 존재일 수도. 작가의 말대로, 순수하거나 아니거나, 우리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이 세상에 놓인 존재들이다. '부유하는 파편들'은 조성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자, 관객들이 순수 이전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 레나

 

Vol.20230414d | 조성현展 / JOESUNGHYUN / 趙星現 / photography

낯선 도심 풍경을 사냥한 '도시 산책'전을 보러 갔다.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른 채, 정 동지에 끌려 간 사진전에는

박순규, 이완순, 이한규씨 등 세 분이 참여하고 있었다.

 

갤러리 브레송에는 전시작가 외에도 김남진관장, 곽명우, 박설미, 김창주씨 등

아는 사진가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 전시작가 중 아는 분은 박순규씨 뿐이었다.

대전 사는 박순규씨는 마음씨 고운 아낙인 줄만 알았는데, 사진을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다들 산책을 하다 건물에 비치거나 겹쳐진 도심 풍경들을 찍었는데,

어쩌면 세 사람이 작정이나 한 것처럼, 찍은 사진들이 대개 비슷했다.

사람마다 감성도 다르지만 도시를 걷는 감상도 다를 텐데, 다들 문명 비판적 시각이었다.

산책하다 만난 자연도 있을 것이고,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다.

 

, 산책이라는 말만 들어도 질색하는 사람이다.

다리가 아파 조금만 걸어도 그다음 날 자리에 드러눕는 체질이다.

그러나 덜덜거리는 고물차를 휠체어처럼 끌고 어디든 찾아다닌다.

예전엔 사랑 없인 못 살았으나, 지금은 차 없으면 못사는 로봇이 된 지 오래다.

 

폐품이 되어버린 내 눈에 들어오는 도시 풍경도 변질되어 괴기하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다 그렇지만, 특히 사진가들은 철저히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박이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운전하다 보이는 도심 풍경도, 걸어가다 보이는 거리풍경도 모두 절망적인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전신주 위에 이리저리 뻗어나간 전선 뭉치나,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같은 부정적인 것에 더 눈길이 간다.

 

문명 비판적인 생각이 작용한 건지, 아니면 부정적인 심성이 작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사진가의 잠재된 의식에 의해 현실을 보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러나 전시된 사진은 마치 누구의 지령에 따른 것처럼 천편일률적이었다.

 

화려한 도시에 가려진 인간의 고독과 상실감을 말하고 있으나, 시각적 미감에 중점을 두었다.

 

욕심 같아서는 산책하다 만난 사람에서 느끼는 온기나 자연에 따른 안온한 느낌의 각기 다른 시선이었더라면,

도시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약이 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전시작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작가 마다의 개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위적인 사진이나 일률적인 시각보다 작가의 마음이 담긴 진정성 있는 접근이,

좋은 사진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려 술 생각이 간절한 저녁이었다.

차 때문에 소주 한 잔으로 달래는 뒤풀이지만, 반가운 분들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도시 산책사진전은 오는 15알까지 열린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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