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노인들을 제외시켜 온, 기초연금을 지급하라는 기자회견이

지난 4월24일 오전10시 30분 여의도 문재인,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장에서 열렸다.

‘동자동사랑방’을 비롯한 20개 빈곤단체들이 뭉친 ‘빈곤노인기초연금연대’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노년유니온 고현종 사무처장의 사회로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회장,

노년유니언 김선태 위원장, ‘세상를 바꾸는 사회복지사’ 이명묵 대표,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위원장 등

여러 명이 나와 ‘줬다 뺏는 기초연금’ 해결을 약속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기초연금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 놓았다.

그러나 생계가 제일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전혀 혜택이 가지 않는다.

왠 만한 노인들은 기초연금 30만원 없어도 산다. 그러나 가난한 노인들에게는 삶의 질이 달라지는 돈이다.

그 것도 통장에 넣었다 다시 빼가니 더 분통 터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지난 총선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까지 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두 후보가 약속이나 한 듯 슬그머니 빼버린 것이다.

그래서 거동도 불편한 노인들이 몰려나와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 세우라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동자동에서 김호태, 박정아, 김정길, 김정호, 김원호, 강병국, 임수만, 김선근, 조인형씨 등 십 여 명이 나왔는데,

몸이 불편한 김원호씨는 잦은 화장실 출입으로 곤욕을 치루어야 했다.

쥐꼬리만한 기초생활수급비로 잦은 병원비까지 대야하니, 힘들어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진 자들은 없는 자의 설음을 잘 모른다. 복지, 복지 나발 불어대면서, 어찌 이리 극빈자들에게 인색할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공약에 추가하여 꼭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란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캠프를 연이어 찾았는데, 두 후보 측의 노인들을 대하는 상반된 태도다.

안후보 측에서는 확성기로 시끄럽게 외쳐대도 얼씬도 하지 않아 사무실에 찾아가 정책제안서를 제출한 반면,

문후보 측에서는 정책담당관이 나와 정중하게 제안서를 받아 갔다는 점이다. 이게 무얼 말하겠는가?

가난한 국민들의 목소리에는 관심도 없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지금 대선기간 중이라 쇼라도 해야 할텐데, 확실히 뭔가 잘 못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 판세가 기울어 똥줄 탄다는 이야기다.


“정신 차려라. 이 바보들아!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쪽방 촌에 사시던 김광식(76세)씨가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지난 17일 동자동 ‘식도락’에 차린 빈소에는 많은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의 죽음이 남달리 안타까운 것은 가족 찾느라 한 달 동안이나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처음 병원으로 모시고 갔던 ‘동자동사랑방’조합 우건일씨가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루 게 된 것이다.

가족이 나타나더라도 대부분 시신 포기각서를 써 동자동 사랑방에서 장례를 치루기는 하지만,

그 긴 시간동안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떠돌아야 했던 영령이 안타까워하는 말이다.

돌아가신 김광식씨는 빚 보증을 잘 못 서서 가산을 날리고 가족까지 잃었다고 한다.
재산 잃고, 가족 잃고, 건강까지 잃어 고생하시다 결국은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대개의 주민들 사정이 이와 별 다를 바 없다는 현실이 더 가슴 아픈 것이다.

장례를 치루는 중에도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자동사랑방에서 장례를 치루면, 주민 모두가 상주가 될 수밖에 없으나,
이 날의 대표상주는 한정민씨가 맡았다.

빈소에는 우건일 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김정길, 김정호, 박정아, 선동수,

강병국, 이원식, 유한수, 차재설, 조두선씨 등 많은 사랑방 식구들이 조문했다.

동자동 보안관이신 이창희 경위도 조문하여 저승길 가는 노자 돈을 보태기도 했다.

그리고 이난순씨를 비롯하여 김규수, 구도원씨가 음식준비하고 돕느라 고생 많으셨다.

그 이틀 날 승화원에서 화장하여 꽃동네에 자리 잡았다고 한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길 빕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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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하루 앞둔 지난 토요일 정오 무렵,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부활절 연합감사예배 및 짜장면 나눔 행사'가 열렸다.

‘전국노인, 노숙인 사랑연합회’에서 주최한 이 날 부활절 감사예배는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 나왔다.

동내 주민들 보다 대개 처음 보는 외지 분들이 많았는데,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도 많았다,

‘제사보다 젯밥’이라 듯이 다들 예배 후에 주는 짜장면을 기다리는 듯 했다.

짜장면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없지만, 노숙인들에게는 별미 중 별미일 것이다.

봄바람에 실리는 연주가 분위기를 띄어주었지만, 차례대로 이어지는 설교에 참석자들의 표정에 지루감이 묻어났다.

예배가 끝나고 짜장면 급식이 시작되자 질서정연하게 짜장면을 받아먹었다.

두 줄도 채 받지 않았는데, 처음 받은 사람은 다 먹어버렸다.

너무 맛있어 단숨에 먹었는지, 량이 적었는지는 모르지만 다들 잘 먹었다.

부활절 계란을 선물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울긋불긋 봄 단장한 남산을 여러 차례 찾은 적이 있으나, 동자동 가족들과 어울려 나서기는 처음이었다.

지척에 멋들어진 남산이 있다는 걸 알기야하지만,

“꽃구경도 마음이 편해야 된다.” 듯이 잘 가지지 않는 것이 쪽방 촌사람들이다.

지난 12일 ‘동자동사랑방’에서 꽃놀이 간다는 사발통문이 왔다.

갑작스런 소식에 일정을 바꾸어야했지만, 흐드러지게 핀 벚꽃 보며 밝게 웃을 이웃을 보고 싶었다.

마치 소풍가는 어린 애처럼 설쳐나갔더니, 사랑방 앞에는 여럿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랑방 보물 박정아, 허미라님의 미소 따라 김호태, 김정호, 김영진, 김창현, 유한수, 김규수, 구도원씨 등 열 명이 나섰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봄 소풍이 될지도 모른다는 방정을 떨어가며,

산 오르기를 10여 분만에 남산의 진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동자동에서 손쉽게 나설 수 있는 최고의 산책코스이지만, 건강관리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 그런지 한 번도 나서지를 못했다.

벚꽃 사이로 진달래, 개나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색의 조화는 요염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의 감흥이야 늙은이나 젊은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 화창한 봄날 겨울털 모자 쓰고나온 김영진씨의 말없는 표정에서도 슬며시 드러나고 있었다.

허미라씨가 챙겨온 박상과자도 먹고, 기념사진도 찍어가며, 실없는 농담들을 꽃바람에 날렸다.

꽃에 취해 길을 잃어버린 유한수씨 찾느라 잠시 헤매었더니, 그 다음부터는 인원검열이 시작되었다.

자기를 빠트리는 돼지 세끼 세듯...
남산 길에 밝은 김호태씨의 안내로 산을 내려오니, ‘한국의 집’이 있는 충무로에 닿았다.

즐거운 봄 소풍을 끝내고 돌아 온 동자동 골목길에는 이미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원호씨도 있었고, 함께 다녀 온 김정호씨와 끼어 술잔을 기울였는데,
꽃놀이는 남산에서 하고, 술 놀이는 동자동에서 했던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사진, 글 / 조문호



























































봄은 부자 동네만 오는게 아니라 가난한 쪽방 촌에도 온다.
벚꽃이 흐드러진 동자동 공원에 봄바람이 살랑대니,
심란한 남정네들 삼삼오오 모여든다.

강호는 사과로 정염을 삭이고, 인봉이는 소주로 달랜다.
‘인봉이 상판대기는 왜 깨졌냐?’ 물었더니.
계단이 넘어져 얼굴을 때렸단다.

“야! 이놈에 봄바람아, 이 홀애비들은 어쩌라고 그리도 불어대냐?”
못 먹어 몸은 상했지만, 기어오르는 춘정마저 없을소냐?
목련은 쩍 벌어져 유혹하고, 발갛게 달군 복사꽃에 몸 둘 바 모르겠다.
애간장 그만 녹이고 술이나 한 잔다오.“

사진,글 / 조문호
























 



동자동 쪽방주민자치회의가 지난 4월7일 오후5시, ‘동자희망나눔센터’ 2층에서 열렸다.
이날은 쪽방주민자치회의 위원장을 선출하는 자리라, 정선에서 하던 일 중단하고 상경했다.
누가 맡느냐에 따라 주민들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보수 봉사 직이라 나서는 분들이 많지않다.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고는 김병택씨 한 분이었는데,
그 분은 연세가 많아 적극적인 봉사가 어렵지만, 상담소 편을들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민자치회의를 끌어 갈 사람은 항상 주민 편에 서야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김장수씨가 김병택씨 선임에 제동을 걸었다.
“추천된 분이 좋은지 아닌지를 묻는 무기명 투표를 하자”는 것이었다.
찬성이 많으면 넘어가지만, 반대가 많으면 다시 추천받아 선출 하자고 했다.
그리고는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젊은 김만기씨를 추천한다고도 말했다.

맞는 말이다. 회의장에 불과25명밖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다들 주민자치에 관심가진 분들이라, 그 들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이배식씨는 ‘권위나 경륜 있는 김병택씨가 되어야 한다’했고,
김장수씨는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서로 주민들의 동의를 구했다.

주민 투표를 실시한 결과 김병택씨를 찬성하는 표는 9표, 반대 표가 14표로 김병택씨가 신임을 얻지 못했다.

무효표도 두 장 나왔는데, 동그라미를 쳤다가 다시 액스 표를 쓴 것도 있고, 이름을 적은 표도 나왔다.

그런데 이해 되지 않는 것은 투표에서 떨어 진 김병택씨가 화를 버럭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 것이다.

“신청자가 한 사람 뿐이면 그대로 해야지 왜 투표를 하냐?”는 것이다. 이게 무슨 공채하는 자리인가?

주민들의 대표를 뽑는데, 어찌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있겠나?

그리고 대가 없는 봉사 직에 목맬 일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열심히 하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도리다.
쪽방주민자치회의 위원장 투표는 다음 달 자치회의로 미루어졌다.


상담소 직원은 필요 없는 물건과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물물교환장터를 연다는 공지를 했다.

사실, 필요 없는 물품들이 지원되어 비좁은 방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떤 물품이 필요하냐고도 물었다. 바퀴벌레약, 모기장, 메트 등 몇몇 요구가 있었지만,

그 몇 사람 요구로 천여 명이나 되는 전체주민의 뜻을 수용할 수 있겠나?

진정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주고 싶으면 직원들이 회람을 돌려 몇 가지 정도의 물품을 신청 받아 합리적으로 택하던지,

아니면  예산에 맞는 상품권을 지급하여 주민들이 필요한 것을 구입하도록 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매일 아침 우유 한 팩 배달해 드리는 것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을 것이다.

다들 몸이 불편하여 잘 나오지를 못하니 먹는 것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주민들의 실생활에 다가가는 실질적인 행정을 펼쳐주기 바란다.


주민들에게 물품을 지급할 때도 시간을 정해 줄 세우지 말라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

몸이 불편하여 나오지 못하는 분들도 많은데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주민들을 타자화하여 자립심을 잃게 하기 때문이다.

소량으로 보내오는 물품 때문이라지만, 물품내용에 불문하고 주민번호 대로 차례대로 돌아가며 지급하면 된다.

줄을 세우게 되면 받는 사람은 계속 받지만, 몸이 불편하여 게시물을 보지 못한 분들은 번번히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물품을 어디에서 얼마만큼 지원되었는지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보내는 분들의 고마운 뜻을 알아야 할 주민의 권리가 무시되기도 하지만, 그런데서 비리가 생기는 것이다.


모든 일을 주민측 입장보다 상담소 편한 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도대체 상담소 직원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날은 ‘서울역쪽방상담소’소장이라는 정수현씨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내가 동자동에 온지 육 개월이 넘도록 '서울역쪽방상담소'나 자치회의장을 여러차레 찾아 다녔지만 처음 보았다.

단상에 나와 그동안 몸이 불편했다고 한다.


비참하게 생활하다 홀로 비명에 돌아가시는 주민이 많건만, 그들은 아예 손놓고 있다.

손 놓은게 아니라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알리가 없다.
언제까지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이 따위 탁상행정을 계속할 것인가?
이 또한 우리사회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인 것을 명심하라.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 건너편 길가에 자리 잡은 노숙인 김지은씨 자리에서 김정귀씨를 만났다.
따스한 봄볕 쬐며, 길가에 비스듬히 누워 술을 마시고 있었다.
구걸한 돈으로 소주 한 병 사와 세상 부러운 것 없는 듯 했다.

그는 경주 감포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서울로 올라왔단다.
인쇄소나 제판소 등에서 일하며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왔지만,
월급모아 장사를 시작한 아내 때문에 가산이 거들 났다.
빚더미에 시달리다, 결국 아내와 헤어져 노숙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처음엔 억장이 무너졌으나, 하루 이틀 지나다보니 편해지더라고 했다.
돈에 시달렸던 모든 걱정을 내려놓았으니, 홀가분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무소유가 이렇게 편할 수 없다며,
배고프면 밥 얻어먹고, 술 고프면 구걸하면 된다고 했다.
도둑질하여 소유하는 것 보다 낮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 몇 일전 “소유한다는 자체가 도적질이다.”고 한
시대의 협객 방배추선생의 말씀이 생각났다.
물론,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유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욕심에 의해 많이 가지려하니 도적질이 되는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지은씨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이재용이가 교도소 갔구나,
큰 도둑만 잡아가지 말고 작은 도둑도 모조리 잡아가라”며 낄낄거렸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술잔도 없이 병 채로 나발불고 있었다.
나더러 마시라고 술병을 건네주었으나, 잠시 망설여졌다.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또한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옛날엔 사람중심으로 살았는데, 언제부터 얄팍한 지식가지고 계산하며 살았을까?






김정귀씨는 김해 김가 김수로왕 72대 장차자라며 자신의 출신을 종이에 적었다.
한자로 쓰 내려가는 필체에서 나름의 자부심이 엿보였다.
아무리 구걸하며 살아도 조상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은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권력 잡으려 발버둥치는 정치꾼들이여!
노숙인 김정귀의 말을 귀담아 들어라.
제발 조상과 후손들에게 욕 먹이는 짓을 하지마라.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사람들은 대개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많은 분들에게 여쭈어보았으나, 추정한 나이보다 훨씬 젊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빨리 늙어 버렸다.
삶 자체가 힘들고 고달프니, 몸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일 게다.






지난 4일 동자동의 ‘식도락’에 갔더니, 이인자할머니가 식사를 하고 계셨다.
허미라씨가 마주앉아 이 것 저 것 물어보고 있었는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오실 때 짚고 온 워커를 김호태, 우건일씨가 수선하는 것으로 보아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사랑방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셨다.
연세가 아흔은 되어 보였지만, 이제 일흔이란다.
나와 동갑내기인데, 어쩌다 이처럼 폭삭 늙어 버렸을까?
당뇨에다 관절까지 망가져 혼자 살기가 힘든 것 같았다.
아들은 죽고 딸이 하나 있지만, 7년 전부터 동자동에서 혼자 사신다고 했다.






하기야! 내 몰골도 크게 나을 바 없지만, 몸 쓰는 대는 지장 없으니 다행이다 싶다.


이제 6학년에 불과한 유한수씨는 골목 구석에 앉아 혼자 깡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금주령이 내려 진 상태라고 한다.
마침 우건일씨에게 적발되어 남은 술병을 빼앗겨야 했는데,
아쉬운 듯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식사 시간이 끝나니 ‘식도락’으로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식도락’에서 두 번째로 마련한 노란리본 공작소를 찾은 것이다.
주민들이 세월호 리본을 만드는 것은 그 끔찍한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웃끼리 오손도손 둘러앉아 세월호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누기도 하고
인양된 선박에서 실종자 찾기를 염원하며 리본을 만들었다.


 




힘든 이웃을 돕고 서로 정 나누며 사는 ‘동자동사랑방’은
각박한 서울 한 복판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마지막 달동네다.
돈으로 망가진 인간성회복을 위한 ‘희망공작소’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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