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전골은 겨울에 특히 맛이 좋다. 여름에 비해 냄새도 안나고 뜨거운 국물고 한기를 녹이기에 좋다.

 

[고기박사 최계경의 육도락 기행]

 

서민의 겨울맛을 대변하는 뜨거운 곱창전골, 인사동 종가집

‘서민에게 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뜨거운 온기와 힘을 주는 음식’.

원조 식도락가이라 부를 수 있는 백파 홍성유(1928~2002) 선생은 곱창전골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곱창이란 소잡는 일을 도와준 이들에게 한자(尺)씩 나눠주던 허드레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도축일을 거들어 준 아버지가 얻어온 기다란 곱창을 썰어 김치나 푸성귀와 함께 들들 끓여먹던 곱창전골.

추운 겨울날 저녁, 아이가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고 질겅질겅 곱창을 함께 씹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는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을 게다.

곱창전골은 그런 음식이다. 지금이야 비싼 음식의 반열에 들었지만 서민들이 그나마 맛볼 수 있던 고기인 내장과 기름에서 흘러나온 황홀한 맛. 그리고 구수한 국물. 서민들의 겨울나기에 든든한 배경이 됐다.

곱창전골은 소곱창 특유의 보들한 저작감과 한입 집어먹고 씹으면 슬쩍 흘러나오는 곱의 고소함이 맛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리 손질을 잘해야 냄새가 나지 않으니 곱창을 잘하는 가게는 밑손질을 잘하는 집이라 할 수 있다. 

 

인사동 종가집 곱창전골

 

인사동 종가집은 곱창전골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신선한 곱창을 잘 손질해 듬뿍듬뿍 썰어넣고 칼칼한 국물에 쑥갓, 우동사리와 함께 폴폴 끓인 전골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골목에 위치한 종가집은 분위기가 아주 옛날식당의 모습이다. 투박한 식탁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의자. 하지만 그저그런 분위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역시 맛있는 음식과 그것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이다.

인사동이란 특별한 위치도 한몫한다. 2대째 지업사를 하는 종잇꾼,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화랑을 기웃거리는 늙수구레한 미술대학 강사, 발그레한 볼을 가진 앳띤 얼굴의 서양화가도 이곳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며 곱창을 먹는다. 염통도 있고 양깃머리도 있다. 정통 곱창집답게 신선한 등골도 판다. 메뉴만 봐도 믿음직하다.

곱창전골을 주문했다. 역시 특별할 것도 없는 스텐 냄비에 가득 담겨나온 곱창전골. 한소끔 다시 끓여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아주 먹음직스럽다. 

불을 줄이고 국물부터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입안에 한가득 퍼지는 뜨거운 온기와 매콤고소한 국물맛. 역시 주재료가 곱창이라 매운탕과는 달리 빨간 국물 속에 눅진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곱창을 집어서 다시 맛을 봤다. 얇은 곱창은 보들하고 씹을수록 진한 맛을 낸다. 속으로부터 곱이 섞인 국물이 흘러나와 고소하기가 더하다. 

채소도 제법 많이 들어 균형을 맞추고 있다. 국물 밑바닥에는 곱창으로부터 흘러나온 곱이 많아 더욱 맛이 좋다. 국자로 밑바닥부터 쑥 퍼올려 밥에 비비면 보기만해도 만족감이 들 정도다.

기가 허할 때 밥 메뉴로도 좋고, 소주 너댓병은 거뜬히 비우는 안주로도 딱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이만 밥을 볶아야겠다. 

 

<육도락가·계경순대국 대표> 

★종가집=전골 2인분 1만6000원. 버섯곱창전골 2만1000원부터 3만2000원까지. 양깃머리 2만5000원, 알곱창구이 2만3000원.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15-6.(02)734-0987

 

[스포츠서울]


 



 

종로구 삼청동과 인사동은 가장 한국적인 매력을 가진 관광 명소다. 삼청동의 멋스러움은 단연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전통가옥이 빚어낸 거리풍경이다. 외관을 최대한 보존한 전통가옥은 한식부터 양식을 아우르는 맛집, 트렌디하고 세련된 쇼핑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사동은 삼청동과 상반되는 전통미을 가졌다. 얼핏 현대식 빌딩이 에워싼 듯한 거리는 상점마다 예스러움이 묻어난다. 오래된 골동품상과 수공예품이 밀집한 골목은 소품 하나, 옷 한 벌마저 장인정신이 담겨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의 거리’임을 느끼게 한다.

이는 길거리 음식도 마찬가지다. 인사동의 거리 간식은 안국역에서 쌈지길, 낙원동, 종로2가 까지 늘어선 거리음식들은 그 종류만큼 다양한 맛과 형태로 오감을 자극한다.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사동 길거리 음식을 찾았다.

✔ 명불허전(名不虛傳), 전통에서 찾은 맛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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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는 거리의 분위기를 닮은 클래식한 감성의 간식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익숙한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 닭꼬치, 오뎅, 호떡 등을 비롯해 한국스러움이 듬뿍 배어나는 거리의 음식들은 인사동 관광에 빼놓을 수 없는 묘미로 통한다.

‘궁중다과’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벗은 꿀타래는 전통엿과 함께 인사동을 대표하는 간식으로 손꼽힌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제조과정을 공개. 딱딱한 엿을 옥수수전분에 묻혀 얇은 실처럼 만드는 재빠른 손놀림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옛날과자 상점에서는 요즘 보기 드문 ‘추억의 불량식품’을 판매한다. 옛날과자는 ‘설탕과자’를 일컫는 달고나(일명 ‘뽑기’)와 함께 기성세대에게는 유년기의 향수를 자극하며 젊은 세대에게는 신기한 간식으로 호기심을 부추긴다.

쌈지길에서 천 원에 맛볼 수 있는 ‘똥빵’과 ‘와플떡’은 인사동만의 독특한 먹을거리다. 익살스러운 이름과 형태가 돋보이는 똥빵은 안에 단팥이나 초코 크런치를 넣고 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콤하다. 와플떡은 전통 밀랍떡을 와플기계에 따끈하게 구워낸 후 꿀과 함께 먹는 것으로 쫄깃한 식감과 진한 꿀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인사동 거리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절구에 떡메를 쳐서 만드는 인절미 판매 부스, 전통차 노점 등이 운영되고 있어 오감이 만족스러운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인절미나 쌀로 만든 피에 불닭, 불갈비, 잡채 등을 듬뿍 담아낸 ‘찰바’ 등은 가벼운 허기를 채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길거리표 간식이다.

인사동 투어 TIP

 

 

추천코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종로2가 방향으로 직진

주요 볼거리
무료 갤러리 전시 및 버스킹 관람(마술쇼, 비눗방울퍼포먼스, 거리콘서트), 골목맛집투어 (전통찻집, 전통주점, 전통음식점), 드라마·영화·주요 방송 촬영지 투어, ‘쌈지길’/‘인사동’ 마루 등의 복합문화공간 체험, 전통공예품·골동품·전통의상쇼핑, 스티커사진촬영(한복대여가능)  

참고사항
- 주요 수공예품 전문점은 제품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 안국역 앞에 ‘관광 안내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12시부터 20시까지 통역(중국어, 일본어, 영어) 가능한 ‘움직이는 관광안내소’를 운영 중이다.
- 주말(토,일)에는 각종 문화행사 진행 및 보행자들의 편의를 위해 ‘차 없는 거리’를 진행하고 있다.

인사동 거리에서는 매일 역사를 담은 공예품이 태어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먹을거리가 익어간다. 한국 고유의 정취를 가득 머금은 인사동에서 가족 혹은 연인과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환경닷컴/김지일 기자]

“우리 시대의 정서, 즉 마음은 허기로 가득하다.”

“식탁에서 밥을 먹어 욕구는 해결되었지만, 남아 있는 빈 밥그릇을 보면서 허기를 느낀다. 우리는 지금 허기사회에 살고 있다.”

<허기사회>의 저자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책에서 이같이 말했다. 왜 빈 밥그릇을 보면 ‘허기’를 느낄까? 최근에는 모르는 사람끼리 급작스럽게 만나 밥 먹고 대화를 나누는 ‘소셜다이닝’이 눈길을 끄는가 하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먹방’(먹는 방송)이 대세가 됐다. 이는 음식 자체의 의미보다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같이 밥 먹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맛있는 것도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먹어야 진정 맛있게 느껴지는 요즘, 잘 먹어야 잘 사는 ‘힐링’의 시간이 왔다. 정서적 허기의 충족은 먹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타인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의 바탕에서 시작될 수 있다.

기자가 찾아간 두 번째 ‘생명을 살리는 착한 맛집’은 사장님의 따스한 인품 아래 집밥처럼 푸근한 음식으로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허기를 달래고 올 수 있는 곳이다. 햇빛이 머무는 그곳을 찾아 허기를 달래보려 한다.

1. 음식 종류

‘지리산 앞집’은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한정식집이다.


2. 위치

 

 

▲인터넷 검색창에서 ‘메밀로’로 검색해야 ‘지리산 앞집’이 나온다. 출처=네이버지도

 


이곳을 찾아가려면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로 나온 뒤 수도약방 옆 골목인 인사동3길로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된다.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84-14(안국역 6번 출구 종로경찰서 뒤편, SK HUB 오피스텔 남문 앞)

• 연락처: 02-736-8989

• 가격: 19가지 메뉴 중 7개를 제외한 나머지 메뉴 8000원, 한우 갈비탕 1만5000원, 한우 통육적(안심스테이크) 3만원, 오징어비빔밥(계절메뉴) 1만원, 판메밀 7000원, 김치말이·버섯말이 각각 5000원, 우리콩국수(계절메뉴) 1만원

 

 

 

‘지리산 앞집’은 ‘지리산’ 한정식집과 맞닿아 있다. 마주보고 서 있는 한옥음식점과는 달리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탕과 찌개, 면류까지 다양한 메뉴와 함께 가격표가 보인다.

 

3. 상호

‘지리산 앞집’은 원래 ‘메밀로’라는 상호를 가졌으나 몇 년 전 사장의 임의로 개칭했다. ‘메밀로’는 메밀국수를 주메뉴로 삼고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님들이 이 집 메뉴의 육개장을 더 좋아하고 탕(湯) 종류를 더 즐기기에 상호를 개정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물론 메밀국수도 인기가 많았지만 계절음식이라 여름에만 집중적으로 팔렸다고 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인사동의 유명한 맛집인 ‘지리산’ 앞에 위치해 있어 상호를 ‘지리산 앞집’으로 새롭게 정했다. 사장은 ‘지리산’과 ‘지리산 앞집’ 두 곳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리산 앞집은 2009년에 오픈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하며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연다. 아침 10시에 식당을 오픈하고 저녁 주문은 오후 9시까지 가능하며 10시에 마감한다. 단, 일요일은 휴무다.

 

4. 경영철학

지리산 앞집은 ‘세상을 따뜻하게 받아주자’는 마인드로 식당을 운영한다. 사장은 배고픈 사람에게 정성껏 밥을 내어주고 어머니같이 큰 산인 ‘지리산’ 같은 식당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손님들을 정성껏 대하는 따뜻한 종업원들과 푸짐하고 친숙한 밥상을 차려주는 지리산 앞집. 모든 음식 선별과 조리, 관리는 지리산 앞집 사장의 통솔 하에 이뤄지며 경력이 많은 메인 주방장과 보조 스태프들이 함께 일궈나간다.

 

 

▲ 지리산 앞집의 2층 모습. 출처=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이 집의 사장은 ‘사장’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식당을 경영함에 있어 사장 자리에 올라있는 것보다 모든 직원들의 ‘심부름꾼’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만석꾼의 딸로 태어나 결혼 후 슬하에 아들 셋이 있는데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는 생계유지 수단을 찾아야만 했다. 마침 생각해낸 것이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었고 덕분에 식당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차린 것이 ‘지리산’이었고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리산’은 전통 한정식을 파는데 가격대가 조금 센 편이다. 이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단품을 팔아보자는 생각에 지금의 ‘지리산 앞집’이 탄생했다. 사장은 점심에는 ‘지리산 앞집’에 있다가 저녁에는 ‘지리산’으로 간다.

 

 

 

▲ 파스텔톤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지리산 앞집’. 출처=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식당 경력만 30년째인 사장은 식당 광고나 홍보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방송국에서 찾아와 급작스럽게 카메라를 들이밀면 주방장을 내세우고 본인은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매스컴에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것도 원치 않았지만 인위적으로 홍보하면서 유명세를 떨치고 싶진 않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이러한 내부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30년 전통의 인사동 맛집 ‘지리산’ 앞에 떡하니 ‘지리산 앞집’ 식당이 들어서니 식당 주인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서 한 개의 식당이 잘되면 다른 식당도 줄줄이 같은 방식으로 개점하고 이름도 비슷하게 짓는데 우리 세대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때는 정 많고 남의 장사에 해를 가할 만큼 영악한 사람은 없었거든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조용히 겸손하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장은 식당을 운영할 때도 정직하게 음식을 내놓는다.

 

5. 주메뉴

‘지리산 앞집’의 다양한 메뉴 중에서 대표적인 음식을 고르기는 매우 어려웠다. 모든 음식을 소홀한 점 없이 정성껏 만들기에 모든 메뉴를 다 보여줘야 마땅하지만 지면 관계상 2가지만 소개하게 됐다.

12월인 지금은 굴국밥이 한창 인기다. 시원하고 담백해서 해장국으로도 좋은 굴국밥은 겨울철에 제격이다. 한참 굴이 제철인 데다 뜨끈한 국물이 한 끼 해결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굴국밥의 미역과 부추는 굴의 비린내를 없애고 담백한 맛을 낸다. 겨울철 기력이 떨어지는 분들은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굴국밥. 출처=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굴은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영양만점인 음식이다. 미네랄과 비타민, 아연이 함유되어 있어 암 예방과 간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또 피부를 곱고 희게 만들어 최고의 미용식으로 통하며 스태미나 부족을 해소하고 산후 회복 등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 내장탕은 ‘지리산 앞집’ 사장님의 자부심과도 같다. 횡성 한우로 만들어져 고품격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 집의 한우 내장탕은 국물이 시원하고 부속물이 ‘한우’ 내장이라 더 담백하고 고소하다. 칼칼한 맛에 빨간 국물을 띠는 보통의 ‘한우 내장탕’과는 달리, 지리산 맛집은 하얀 국물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멀건 국물이 다소 생소할 순 있지만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한우 내장탕. 출처=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굴국밥과 마찬가지로 한우 내장탕도 숙취해소에 좋다. 내장탕에 들어 있는 곱창은 고단백 저콜레스테롤 식품으로 쫄깃쫄깃한 특유의 식감이 입맛을 자극한다. 이 집의 내장탕에는 한 가지 더 특별한 것이 있다. 사장의 말에 따르면 내장탕 맛은 내장의 질에 따라 좌우된다고 했는데, 강원도 횡성 한우 부속물로 만든 내장탕이어서 재료가 좋아 맛도 끝내준다고. 여기에 무, 양파, 생강을 조금 넣고 우려내니 그 맛이 가히 압도적이다. 생강은 잡내를 없애는 데 특효다.

 

‘동의보감’에서 곱창은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준다’고 했다. 오장을 보호하고 노약자의 양기 부족, 골다공증에도 좋다고 하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하다. 그 외에 당뇨, 술 중독, 장내 해독, 피부 미용에도 효능이 있다.

인사동 근처에는 여러 회사가 군집해 있어서 ‘지리산 앞집’을 찾는 주 연령대는 30~40대의 회사원들이 많다. 그들은 지리산 앞집의 내장탕이 깔끔하고 담백한 데다 다른 메뉴도 맛있어서 자주 방문한다고 했다.

식당 1층 안쪽에 자리 잡은 20대 남녀커플은 음식을 맛본 후 “가격표를 보면 부담스러운 식당이 많았는데 지리산 앞집은 맛도 가격도 부담없다. 친구들한테도 강추하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6. 맛의 비결은?

 

•조미료 NO! 식자재는 국산만!

음식에 조미료를 절대 넣지 않는다. 주방에서도 조미료의 대표격인 ‘미원’은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식자재는 무조건 ‘국산’이며 절대 수입품을 쓰지 않는다. 맛이 없어질지 언정 절대 식품첨가물은 넣지 않는다고 하니 가히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음식일 만하다. 식자재는 지인으로부터 얻는다. 실제로 ‘지리산 앞집’ 사장의 친척분은 강원도 횡성에서 도축장을 하고 또 다른 지인은 농사를 짓고 있다. 그 외에도 재래시장을 비롯해 지리산 앞집의 식자재 공급처는 다양했다. 특히, 자연에서 나온 싱싱한 채소는 본지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고 한다.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나?

“강원도나 지리산 지역에서 많이 와요. 콩과 배추, 고춧가루는 철원에서 가져와요. 서울시 내에 직접 김치를 만드는 곳이 별로 없지만 우리는 철원에서 가져온 배추와 고춧가루로 직접 김치를 담가요.”

 

식자재 구입의 조건은?

“지인의 농사 작물을 가져오고, 안전한 먹거리만 구입해요. 제일 중요한 건 국산이냐 아니냐는 건데 저희는 국산만 고집해요. 수입산은 맛이 다르거든요. 토란대 같은 경우 국산은 달짝지근한데, 수입산은 국산에 비해 당도가 떨어져요.”

그러나 사장도 현대인들이 음식이 싱겁거나 소위 조미료가 안 들어가 자극적인 맛이 아니면 “맛없다”고 치부해 버리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절대 조미료를 넣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맛있는’ 육수를 만들어 음식 맛을 낸다. ‘맛있는 국물내기’ 노하우는 많은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 거라고 했다. 메밀국수는 멸치에 갖은 재료를 넣어 국물을 우려내고, 육개장은 사골과 양지살을 같이 넣고 푹 끊인다. 돈가스 역시 국산 돼지고기를 이용하며 돈가스 소스는 식당에서 직접 만든다.

맛의 비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장은 식자재를 수급 받는 철원 지인의 농사터에 가서 한 번씩 살펴보고 돌아온다고 한다. 콩도 타작할 시기에 맞춰서 갔다 오고, 철원에서 싱싱한 버섯을 사가지고 와 직접 옥상에서 말려 재료를 다듬는다고 했다. 특히, 횡성 한우 도축장에도 수시로 찾아가 고기의 질을 점검한다. 식재료를 중히 여기고 맛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노력하고 있었다.

7. 특별한 서비스

모든 메뉴가 단상으로 나온다. 한 상 위에 4가지 반찬과 주메뉴가 나온다. 인사동에 위치한 식당의 특성상 손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사장은 한 그릇에 여러 숟가락이 오가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건강관련 문제도 대두되고 있어 단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인사동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먹거리 문화를 고려해 단상에 밥을 내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찾아볼 수 있는 단상의 이점은 고급스럽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것, 아울러 손님들이 남기는 음식량이 줄어든다고 한다.

 

 

▲ 음식이 단상으로 나와 정갈하고 깔끔하다. 출처=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4개의 밑반찬 중 김치와 깍두기는 바뀌지 않는다. 나머지 두 종류는 식자재를 어디서 구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밥은 잡곡으로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8. 고객이 말하는 ‘지리산 앞집’

지리산 앞집의 음식을 먹어본 손님들은 조미료 없이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조미료를 넣고 만든 음식을 누구보다 많이 먹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기자의 입맛에도 밍밍하지 않고 시원하고 담백하며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지리산 앞집 사장에 의하면 손님의 3분의 1은 “맛있다”고 하고 3분의 1은 “생각보다 맛없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그저 담담하게 손님들의 반응을 겸허히 수용하고 그들의 입맛에 따라 음식의 맛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과장할 줄 모르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정성을 담은 것이 바로 이 집의 음식 맛이다.

 

 

 

기자가 인터뷰 한 중년의 남성은 “집밥 먹으러 오는 기분입니다. 특별한 것 같지 않아도 차별화되는 맛이 있어서 부지런히 찾아옵니다”라고 했다.

 

지리산 앞집 근처 인권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40대 남성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왔다. 아들은 여기만 오면 내장탕을 잘 먹는다고. 그는 “어린 아들이 내장탕을 잘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재밌어 합니다. 우리나라 토속음식인 만큼 많이 먹이고 싶어 한 번씩 찾아옵니다”고 말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배고픈 이에게 밥을 주자”는 ‘지리산 앞집’ 사장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식당은 영리를 목적으로 사람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댓가를 받는 곳인데, 저처럼 따스함이 묻어나는 문구가 쉬이 잊혀질 리 있겠는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곳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집은 영업 개시 전에 손님이 와도 그냥 돌려보내는 법이 없다. 수십 명의 밥을 차리긴 힘들어도 한 분의 밥상을 내어드릴 순 있다며 특별히 주문받아 음식을 서비스한다. 한 번은 이런 일례가 있었다. 젊은 부부가 가게 문 닫을 시간쯤 식당을 찾아왔는데, 근처 식당이 모두 닫은 상태여서 왔다며 영업시간을 물었다고 한다. 사장은 그냥 돌려보내기 싫어 두 분의 주문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날은 그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는 것이다. 사정상 치르지 못한 기념파티를 그곳에서 했던 거였다. 사장은 그들의 사연을 듣고서는 음식값을 받지 않았으며 며칠 후 그 부부가 식당을 찾아와 귀한 부채 30개를 선물하고 갔다고. 그 남자분이 유명한 사진작가인데 본인이 쓴 서적에 ‘지리산 앞집’ 사장님과의 추억을 적어놓으셨다고 한다.

 

이처럼 지리산 앞집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베풀고 나누는 것, 단발성의 만남이 아니라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사람 간의 접촉을 중요시 여기는 곳이다.

 

“엊그제인가 이 근처 H회사 직원이 법인카드를 나누고 왔다길래 그냥 ‘다음에 근처 지나갈 때 들리면 주고 가세요’라고 했어요. 음식 값이 25만원이었는데 안 주면 뭐 못 받는 거겠죠.”

건강을 챙기고, 맛있게 먹고, 따뜻한 인정까지 느끼며 정서적 허기를 달랠 곳을 찾는다면 지리산 앞집을 강력 추천한다. “밥 먹었어?”, “언제 한 번 밥 먹자”, “밥 좀 잘 챙겨 먹어” 평소 안부를 물을 때도, 오래간만에 사람을 만났을 때, 누군가를 걱정할 때도 우리는 ‘밥’에 비유한다. ‘밥심’으로 사는 대한민국 국민은 밥과 함께 안전한 먹거리가 보장되고 깨끗한 어머니의 밥상 같은 음식이 딱 제격이다. 생명을 살리는 착한 맛집은 어디 멀리서 찾는 것이 아니라 수수하지만 힐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곳이다.

 

 출처=이코노믹 리뷰 노연주 기자

 

 

 

 

 

 

 





인사동에 맛있는 밥집들이 많으나 꼭 알아두어야 할 맛 집들이 더러 있다.
먹거리 분야별로 선정하기는 했으나, 대개 인사동 토박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을 골랐다.

맛도 있고 부담이 덜한...  

 

 

그리고 대부분의 식당들이 골목에 있다.

찾을 때는 골목 입구에 붙은 도로번지 이정표를 참조하면 찾기 쉽다.  

 

 

 

 

개성식 만두국과 조랭이 떡국으로 유명한 ‘궁’


 

 

개성식 만두국과 조랭이 떡국이 유명한 인사동의 이름난 만두집이다. 개성만두국과 조랭이떡국이 주 메뉴이지만, 감자전, 녹두전, 파전, 모듬전 등의 전도 있다. 만두 내용물이 실하면서 맛은 담백하다. 식사 시간이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점심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수도약국 옆 길인 석정길로 조금 가다 왼편의 경인미술관 방향으로 들어가면 경인미술관 바로 앞에 있다. 전화 (02)733-9240

 

 

 

생대구탕이 시원한 ‘부산식당’

 

 

부산식당은 시원한 생대구탕으로 소문이 나 인사동을 찾는 술꾼들이 많이 몰린다. 특히 인사동의 갤러리들이 오픈하는 수요일 저녁은 예술가들 뒤풀이로 북적여 자리 얻기가 힘들다.

이 식당은 갓 지은 밥도 일품이지만, 밑반찬으로 나오는 콩나물이 고소하고 맛있다. 생대구탕 2인분에 10,000원이고 내장을 추가하면 3,000원이다. 그 외에도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치구이는 각각 7,000원이고 제육, 오징어 뽁음은 14,000원이다.

 

 

위치는 서인사마당 주차장으로 가는 인사동11길로 70미터쯤 진입하면 오른편에 있다. 전화 (02) 733-5761

 

 

 

 

만두전골로 유명한 ‘사동집’

 

 

이북식 만두로 유명한 집이다. 큼직한 만두에는 10가지가 넘는 야채가 들어가 일반 만두와는 다른 맛을 내고 있다. 만두국이나 만두전골은 맑고 깔끔한 국물 맛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만두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들이 있고 2층에는 4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연회석도 있다.

 

 

위치는 ‘인사아트프라자’ 옆 골목인 인사동5길로 들어가면 나온다. 전화 (02)735-7393

 

 

 

41년 전통 삼계탕의 본가 ‘무교 삼계탕’

 

 

41년의 오래된 전통을 가진 삼계탕전문집으로 세월의 관록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밑반찬으로는 깍두기와 김치외에 고추장으로 무친 마늘이 있는데, 은근히 닭과 궁합이 잘 맞는 반찬이다. 삼계탕외에도 닭곰탕과 감자전도 있는데, 삼계탕은 13,000원, 닭곰탕과 감자전은 모두 5,000원이다.

 

 

위치는 인사동사거리에서 오른편 '인사동5길'로 가서 우리은행 건물을 끼고 돌면 바로 나온다. 전화 (02) 734-4635

 

 

 

 

쫄깃한 수제비가 일품인 ‘인사동 수제비’

 

 

항아리에 담겨 나오는 인사동수제비는 얼큰 수제비와 들깨 수제비(각 6,000원)로 구분되어 있다. 굴이 들어간 국물 맛도 좋지만 쫄깃한 수제비 맛이 일품이다. TV에 맛집으로 소개되어 점심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5,000원하는 동동주를 절반도 팔아 반주 한 잔씩 곁들여도 좋다. 골뱅이(11,000원)와 해물파전(9,000원)도 있고, 여름철에는 냉콩국수(7,000원)도 판다.

 

 

위치는 인사아트프라자 옆에 있는 ‘인사동8길’ 골목으로 진입해 60미터쯤 가다 왼편으로 돌아 10미터 전방 오른편 구석 집이다. 전화 (02) 735-5481

 

 

 

싱싱한 남도 제철음식으로 유명한 ‘여자만’

 

 

'여자만'은 여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여수와 고흥 사이에 있는 만 이름이다. 싱싱한 남도 제철음식으로 유명한 이곳은 특히 양념꼬막이 맛있다. 죽, 샐러드, 두 가지 전, 생선, 불고기 뚝배기, 간장게장, 김, 맑은 순두부탕과 밥이 제공되는 한정식 외에도 단품 메뉴들이 다양하다. 안쪽에는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석용 큰 방이 있다.

 

 

위치는 인사동 14길 골목으로 100미터쯤 들어가면 ‘귀천’ 맡은 편에 있다. 전화 (02) 723-1238

 

 

 

석쇠 불고기가 맛있는 "이모집"

 

 

인사동 터줏대감들이 꼽는 맛집으로 게장백반이 대표 메뉴이다. 석쇠 불고기와 낙지볶음도 맛있다. 들어앉은 한옥집이라 집처럼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 오래된 단골들이 많이 찾는 집이다. 음식들은 모두 맛있지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위치는 '인사동3길'로 들어가 가회라는 집 옆, 골목 끝집이다. 전화 (02)720-4688

 

 

 

청국장으로 유명한 ‘일미집’

 

 

갓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담백하고 고소한 청국장은 그 특유의 냄새가 적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청국장으로 잘 알려진 일미식당은 6개 남짓의 테이블 뿐인 작고 허름한 백반집이지만 일본관광객들까지 선호하는 맛 집이다. 점심식사 시간은 언제나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청국장,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모두 7000원이고, 오징어볶음·제육볶음 2인분 1만6000원, 더덕구이·해물파전 1만원이다.

 

위치는 인사동사거리에서 낙원동방향으로 가면 ‘낙원악기상가’지하148호에 있다. 전화 (02) 766-6588

 

 

 

 

나물 위주의 웰빙 한정식집 "지리산"

 

 

나물 중심으로 상을 차려내는 한정식집이다. 다양한 나물과 더덕, 버섯, 콩비지, 시래기 등의 웰빙 음식과 톳, 굴비 등 해산물로 상을 차린다. 환경 친화적인 음식 재료여서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지리산 정식은 1인분에 13,000원이다.

 

 

위치는 ‘인사동3길’로 끝까지 들어가, 신궁장에서 왼쪽으로 돌아서면 보인다. 전화 (02)723-7213

 

 

 

 

된장비빔밥이 별미인 ‘툇마루’

 

 

된장 비빔밥으로 유명한 집이다. 잡곡밥에 부추와 상추 그리고 참기름과 반찬으로 나온 열무김치를 넣어 비벼먹는 음식이다. 비벼먹는 강된장이 별미인데 가격은 7,000원이다. 그리고 녹두전과 가자미식혜도 유명하다. 지하와 2층으로 식당이 나뉘어져 있는데 지하는 마루고 2층은 테이블이다.

 

 

위치는 인사 길인 ‘갤러리 서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전화 (02)739-5683

 

[주혜진 기자의 싼집맛집]

소화율 높이고 장내 독소배출 돕는 청국장 일품

비싼 음식이 맛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입맛 살리는 음식에 건강정보까지 알차게 담은 주혜진 기자의 ‘싼집맛집’이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한국인은 뭐니 뭐니 해도 밥심으로 산다. 한 끼만 걸러도, 외국에 오래 나가 있어도 가장 절실하게 생각나는 것은 따뜻하게 갓 지은 밥 한 그릇이다.

갈수록 더욱 자극적이고 색다른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열을 올리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기본에 충실한 식당도 있다. 종로구 낙원상가 지하시장에 위치한 ‘일미식당’이 그렇다.

매일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집 밥을 먹은 듯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다면 일미식당이 제격이다. 이미 ‘착한 밥집’으로 널리 알려진 일미식당은 6개 남짓 테이블이 있는 작고 허름한 청국장 전문 백반집이지만 일본관광객들까지 선호하는 그야말로 맛집이다. 점심식사 시간이 약간 지나 일미식당을 찾았다. 도착했을 때는 먼저 온 손님들이 식당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식당 밖에 붙어 있는 차림표를 보니 청국장 7000원, 된장찌개 7000원, 김치찌개 7000원, 오징어볶음·제육볶음 2인분 1만6000원, 더덕구이·해물파전 1만원이었다.

이 식당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단연 청국장. 손님들은 당연한 듯이 청국장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김, 깻잎장아찌, 고등어조림, 감자조림 등 6가지 반찬과 갓 지어 윤기가 잘잘 흐르는 밥 한공기가 함께 나왔다.


담백하고 고소한 청국장은 그 특유의 냄새가 적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고 밥은 소문대로 씹을수록 달았다. 매일 새롭게 만들어 내놓는다는 반찬도 깔끔한 맛을 냈다. 이날 식당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여기 밥 한공기 더 주세요”. 김치를 얹어먹고 김에 싸먹고…. 정신없이 먹다보면 밥 한공기는 뚝딱이다. 이 식당 밥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의외로 그 비결은 거창하지 않았다. 국산 쌀을 깨끗이 씻고 충분히 불려 밥을 짓는다는 것이다. 식당에 밥통은 4개뿐인데 1통에 12공기 분량의 밥이 나온다고 한다. 원래 지을 수 있는 양의 절반 수준이다. 한꺼번에 밥을 짓지 않는 이유는 밥이 눌려 제 맛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까지 손님이 줄을 서는 이 식당은 고생스럽더라도 밥맛을 위해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었다.

누구나 갓 지은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곳. 밥이 떨어지면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다릴만 하네”라고.

<음식과 건강> 발효식품계의 甲, 청국장 효능은 무엇일까?



‘밭에서 나는 고기’라 불리는 콩은 영양분이 풍부하다. 이 콩을 삶아 2~3일 정도 따뜻하게 보온해 발효시키면 청국장이 된다. 콩을 발효하면 몸에 좋은 ‘납두균’이 생기는데 납두균의 작용으로 소화율이 높아지고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작용을 한다. 또 납두균은 장 속 노폐물을 제거해 독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청국장을 먹으면 장이 편안해지고 변비예방에 효과적이다. 청국장은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청국장은 항암효과부터 당뇨, 뇌졸중 예방 등에 좋은 식품이다. 게다가 비타민B도 풍부해 간장해독기능도 탁월하다. 청국장에 1g당 10억개의 유산균이 있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돼 온라인상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국장은 주로 찌개로 요리해 먹는데 청국장을 오래 끓이면 영양분이 파괴되기 때문에 두부, 호박 등 재료를 먼저 익히고 마지막에 청국장을 풀어 살짝 끓여 먹는 것이 영양분을 최대한 살리는 방법이다.

청국장을 잘 먹지 않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요리하면 좋을까. 오은경 요리연구가는 “청국장에 마늘, 파, 연겨자, 맛술을 약간 넣어 버무린 후 달걀반죽에 섞어 달걀말이를 하면 어린이들도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청국장가루, 생청국장 등 다양한 형태로 시중에 팔고 있고 식품건조기를 이용해 가정 내에서 직접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손쉽게 청국장을 즐길 수 있다. 청국장, 냄새는 좀 나도 이정도 효능이라면 인내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시절, 따뜻한 밥을 먹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가벼워보였다. (도움말=오은경 요리연구가)

[경향신문 : 주혜진기자]

인사동에서 유명한 대표적인 찻집들

 

귀천(歸天) : (02)3210-2288

 

 

 

유자차, 쌍화차, 모과차 등 다양한 차들이 있으나 모과차가 가장 유명한 집이다.

천상병시인의 아내 목순옥씨가 운영했던 찻집이지만, 목여사가 돌아 가신 후 조카가 운영하고 있다.

이즈갤러리옆 '인사동14길' 골목으로 80미터쯤 들어가면 오른편에 있다. 맡은 편은 '여자만'이다.

 

 

 

볼가 : (02)739-3652

 

 

인사동에서 인테리어로는 첫손에 꼽히는 카페이다. 입구의 담쟁이덩굴부터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는데 내부 역시 다양한 소품과 독특한 색상으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어 사진 찍는 사람들이 인사동 포토존 1호로 꼽는 분위기 있는 집이다. 저녁 시간에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는 사람이 많지만, 해산물 스파게티와 해산물 도리아도 맛이 괜찮은 편으로 알려진 집이다. 가볍게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도 좋다. 쌈지길 옆 수도약국 골목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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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미술관 다원 : (02)730-6305

 

 

작은 도심 속 숲인 경인미술관의 한옥과 그 한옥 앞마당에서 전통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다. 한옥 안채의 방이나 건물 마당에서 차를 마실 수 있어 인사동에서 느끼기 힘든 상쾌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시장도 돌아보며 여유 있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대추차, 모과차 등의 전통차도 오랫동안 우려낸 차여서 맛이 깊고 진하다. 인사동 경인미술관 안에 있다.

 

 

 

 

차이야기 : (02)735-8552

 

 

녹차대나무밥으로 유명한 집이다. 녹차 우린 물로 밥물을 하고 대나무통에 넣어 밥을 하는 집이다. 이 밥맛이 좋기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는 집이다. 메뉴는 다양해서 간단한 녹차대나무통밥부터 갈비살 정식, 쌈밥 정식, 너비아니가 함께 나오는 차이야기 정식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있다. 또 이 집의 쌈장이 유명한데 땅콩이 들어 있는 특이한 쌈장 맛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약국 옆 골목인 석정길로 들어가면 오른쪽 골목 초입에 있다.

 

 

 

민가다헌 : (02)733-2966http://www.minsclub.co.kr 

 

 

민가다헌은 구한말 명성황후의 친척이었다는 민병옥의 저택을 그대로 음식점으로 쓰는 집이다. 민병옥 저택은 당시로는 파격적이어서 서양식 한옥이라 불릴 만한 집이었다고 한다. 집의 골격은 한옥이고 내부 시설은 당시의 서양식으로 만든 집이다. 그렇다 보니 민가다헌은 음식점 자체가 우리 근대사를 보여주는 유물이라 할 수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빼어난 곳이다. 이곳의 음식은 한식과 양식이 결합된 퓨전 음식이다. 메뉴를 보면 ‘다진 쇠고기 허브 비빔밥과 장국’. ‘오늘의 파스타’, ‘청경채와 제주산 흑돼지 삼겹살찜’, ‘감자조림과 생강 데리야끼 소스의 흑대구찜’, ‘민트젤리와 레드와인 소스의 양갈비구이’ 등이다. 직접 먹어봐도 평을 하기 힘든 음식들이니 설명이 필요없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직접 찾아가 맛을 봐야 한다. 음식의 양은 적은 편이고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닌 것 같다. 수도약국 옆 골목인 석정길을 따라가면 왼쪽으로 주차장 건너편에 있다.

 

 

 

별다방 미스리 : (02)739-0939,   http://www.missleecafe.com 

 

 

별다방 미스리는 전통찻집이다. 모과차, 오미자차, 유과차 등 다양한 전통차가 있다. 전통차를 주문하면 한과도 푸짐하게 따라나온다. 그리고 이 집에는 ‘추억의 도시락’이라는 특별한 메뉴가 있다. 옛날 학창시절 도시락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메뉴로, 양은 도시락에 밥과 계란후라이, 소시지, 김치 등을 담아 주는 메뉴로 의외로 젊은층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로 나가 인사동길로 접어들자마자 길 오른쪽에 있다.

 

 

 

CJ푸드빌의 인사동 '비비고 계절밥상' 숙성실.

한국 전통문화의 거리인 서울 인사동에 국내 한식 프랜차이즈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CJ푸드빌은 인사동에 '비비고 계절밥상'을 처음 선보이고 이달 초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인사동 매장의 가장 큰 특징은 매장 구조가 더욱 고풍스러워진 점이다. 한국 전통 가옥의 기와 지붕, 대들보, 부뚜막 등을 재현한 내부 인테리어로 매장 어디에서든 한국의 미를 듬뿍 느낄 수 있다. 복층 구조로 위층에서 반대편을 내려다보면 마치 옛 시골 장터를 바라보는 듯 정겨운 전망도 선사한다.

또한 비비고 계절밥상은 매장 앞에 '숙성실'을 갖추고 장과 장아찌를 담가 실제 메뉴로도 사용한다. 5~10도 저온으로 유지하는 숙성실에는 경기 여주에서 빚은 항아리에 동치미, 마·무 장아찌 등을 담가 두었다.

'비비고 계절밥상'은 기존의 '계절밥상'과 이용 방법이 같은 한식 샐러드바 형태다. 가격 역시 성인 기준 평일 점심 1만3900원, 저녁과 주말은 2만2900원으로 동일하다.

비비고 코너도 강화했다.

해외 매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할 만큼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핫스톤(돌솥)' 메뉴를 추가했다. 비비고 코너에서는 제철 비비고 돌솥비빔밥과 찌개류 등 일품 요리를 무제한으로 주문할 수 있다. 계절마다 제공되는 제철 메뉴인 '낙지 구이'와 '안동식 쌀국수' 등 100종류 이상의 먹거리를 선보이는 '비비고 계절밥상'은 한층 더 진화한 한식 레스토랑이다.

파이낸셜뉴스 / 김경수 기자

 

이북 음식은 대체로 큼직하고 푸짐하다. 겨울이 길고 추워 음식의 간이 세지 않고 매운맛도 덜하다. 만두는 냉면 다음가는 인기를 누리는 이북 음식이다. 냉면의 계절이 가면서 만두의 계절이 오고 있다. 냉면은 평양과 함흥이 서로 호각지세를 이룬다면, 만두는 평양뿐 아니라 개성에도 뿌리를 둔 음식이다. 그래서 세간에선 평양만두와 개성만두를 은연중 비교 대조한다. 두 지방의 만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분단과 상업화로 지역적 차이 흐릿해져

우리가 평양만두, 또는 개성만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모양은 어떻게 생겼고, 만두 소는 무엇이 들어갔고, 맛은 어떤지 등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이 기준이 서로 다르다. 여기저기 떠도는 자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출신지가 같은 사람끼리도 상이한 기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동안 모호하고 막연했던 평양만두와 개성만두의 정체성을 전문점을 통해 알아보고자 했다. 양 지역의 만두를 대표할 만한 만두집을 각각 두 곳씩 들렀다. 이 집들은 대중적 지명도가 높고 비교적 오랜 업력을 지닌 곳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양만두와 개성만두의 의미 있는 정체성을 귀납적으로 밝혀내는 일은 불가능했다. 여전히 모호하고 혼란스러웠다. 물론 평양만두와 개성만두는 서로 달랐다. 그러나 평양과 개성이라는 지역과 문화의 차이라기보다는 점포 환경이나 점주 성향의 차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했다. 또한 개성만두집 끼리, 평양만두집끼리 ‘정체성’으로 묶을 수 있는 선명한 공통 요소들이 희박했다. 과연 평양만두와 개성만두의 실체가 본래 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좌) 개성식 궁 만두, (우) 평양식 평양면옥 만두
 

 

이러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우선 만두의 근거지를 이격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도 문화이므로 특정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공유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평양과 개성이라는 만두 문화의 토대와 멀어진지 반세기 넘게 지났다. 해당 지역에서 살았던 소수 사람들의 기억과 음식 솜씨에 의존해 명맥만 겨우 유지하다보니 원형이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향토음식이 상업화되는 과정에서 고객 입맛과 타협하면서 그 정체성이 탈색된 측면도 있다. 반세기 전 개성과 평양 사람의 입맛과 지금의 남한 사람 입맛은 다르다. 자기네 식구나 손님 접대용 가정식 만두가 외식사업 메뉴로 전환하면서 상품으로 진화했다. 이런 현상은 냉면도 비슷한 처지나, 만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크고 투박한 평양만두, 작고 세련된 개성만두


디테일한 정리는 어렵지만 일단 거칠게나마 평양과 개성의 만두 특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만두 크기는 평양만두가 개성만두에 비해 크다. 허균의 ‘도문대작’에도 대만두(大饅頭)는 의주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처럼 잘 만든다고 적었다. 대체로 중국에 가까울수록 만두 크기가 컸던 듯하다. 즉, 의주-평양-개성-서울 순으로 크다. 전체적으로 보면 평양만두는 서민적이고 투박하며 실속을 중시하는 반면, 개성만두는 귀족적 세련미를 중시하는 느낌이다. 물론, 개성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고기가 들어간 귀족적 만두를 먹었을 리는 없다.

평양 만두는 주로 두부, 김치, 숙주나물, 부추, 돼지고기를 소로 넣는다. 풍성한 만두소를 푸짐하게 씹는 맛과 담백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그런데 개성만두를 자임하는 어떤 업소에서는 오히려 두부, 김치, 숙주나물을 개성식 만두소의 필수 재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개성만두는 두부와 김치의 비율이 평양만두보다 적고 호박 부추 생 채소가 많이 들어가 퍽퍽한 맛이 적고 깔끔하다. 특히 여름철에 호박이나 오이를 고기와 섞어 만두소를 채운 편수의 존재는 개성 만두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편수 얘기가 나온 김에 편수의 명칭 유래에 대한 필자의 평소  견해를 간단히 밝히고 싶다.

궁중에서 물만두를 병시(餠匙)라고 했는데(숙종조, 진연의궤) 아마도 ‘고깔모양의 병시(물만두)’라는 뜻으로 고깔 변자를 써서, ‘변시(弁匙)’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뒤에 ‘편수’로 정착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조심스런 생각이다. ‘동국세시기’와 ‘웅희잡지’에는 편수를 ‘변씨만두’로 소개하면서 변씨가 처음 만들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민간어원설에 근거한 소박한 추론이 아닌가 싶다. 한편 '규합총서‘에는 변시만두, ‘훈몽자회’에서는 변시로 표기하였다.

 

평양면옥 만두

 

 

[평양] 큼지막한 외형에 고소한 두부 맛 여운 남아
서울 도곡동 <장충동 평양면옥>


몇 대째 이어오는 평양냉면의 명가로 유명한 집이다. 첫눈에도 큼직한 만두는 어린애 주먹만 하다. 생김새는 마치 커다란 교자의 양 끝단을 접어서 붙인 모양새다. 만개하기 직전의 모란 꽃봉오리 단면과 흡사하다. 1만1000원에 큼지막한 만두 6개를 준다. 만두가 큼지막할 뿐 아니라 만두소가 꽤 단단하게 들어있어 성인 남성이 먹어도 배가 든든하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불만스럽지는 않다. 만두피는 두께도 적당하고 쫀득해 씹는 느낌이 좋다.
만두소는 숙주, 두부, 돼지고기, 파, 양파 등을 넣었다. 씹으면 미약한 후추향 같은 느낌이 감돈다. 두부와 숙주나물이 전체적으로 많이 들어있는데 특히 두부의 고소한 맛이 여운으로 남는다. 만둣국의 국물은 소고기 양지 국물이라고 하는데 얼핏 닭 육수처럼 당기는 맛이 난다. 간이 세지 않으면서 묵직한 맛이다. 많은 양은 아니나 양지를 얇게 찢은 고명을 고춧가루 양념과 함께 얌전하게 올려 내온다. 주문하기 전에 따끈한 면수를 준다. 면수의 구수한 맛이 만두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단아하게 담은 김치와 무절임이 나온다. 김치는 젓갈을 넣지 않아 개운하고 생각보다 맛이 들었다.


평안도만두집 만두

 

 

[평양] 고향의 맛 원형 간직하려 양파 넣지 않아
서울 광화문 <평안도만두집>


서울 여의도에서 17년을 운영하다가 이전해 현 위치에서 10년째 성업 중이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명성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다. 주인장의 부친이 평북 용천 출신으로 만주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다고 한다. 만두는 주인장이 직접 빚는다. 투박한 유선형의 만두는 평양만두 치고는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래도 만두는 작지만 단단한 편인데 6개에 9000원이다.
만두소는 숙주, 두부, 김치, 돼지고기, 대파를 넣는다. 다른 집들은 조미 차원에서 양파를 다져넣는데 이 집은 양파가 없다. 평안도 지방 만두 맛의 원형보존 차원에서 일부러 양파를 넣지 않는다고 한다. 본래 평양만두에는 양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돼지고기의 고소한 맛과 두부나 숙주의 맛이 정제되지 않은 원초적인 맛으로 느껴진다. 만둣국은 <장충동 평양면옥>처럼 양지로 국물도 내고 고명으로 얹어준다. 빨간 고춧가루 양념도 비슷하다. 다만 고춧가루 양념이 진해서 국물이 좀 더 매콤하다. 특이하게 적은 양이지만 공기밥을 함께 내준다. 반찬도 버섯장아찌, 김치, 마카로니 샐러드 등 만두의 찬으로는 푸짐하다.


 

궁 만두

 

 

[개성] 깔끔한 맛에 세련미 물씬
서울 인사동 <궁>


개성만두로 잘 알려진 75년 전통의 4대 전승을 자랑하는 집이다. 만두 모양은 서울지방에서 익히 보았던 둥그런 형태다. 평양만두와는 다르게 외형이 작고 얌전하며 단아하다. 만두 6개에 9000원이다. 만두소 재료는 두부, 숙주, 돼지고기, 부추, 배추가 들어갔다. 고기보다 채소 비율이 더 높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개성만두의 특징으로 꼽기도 한다. 속이 꽉 찬 만두를 뜯어보면 초록의 부추와 연둣빛 배추가 도드라져 보인다. 돼지고기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양파, 마늘, 다진 파에 고기를 재웠다가 쓴다. 채소 비율이 높아 담백한 맛을 기대했는데 돼지고기의 느끼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우월했다. 그러나 찬으로 나온 동치미나 깍두기 김치가 충분히 상쇄시켜준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 동치미, 김치가 모두 시원하고 개운하다. 김치 맛은 매콤한 맛이 도드라지지만 기본적으로 <장충동 평양면옥>이나 <평안도 만두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게 해서 내온 동치미는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끝까지 시원하고 개운하다. 특히 생강 맛의 여운이 좋았다. 국물은 소고기 양지를 쓴다. 멸치국물 맛도 살짝 비치는데 어쩌면 고명으로 올린 김가루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고기, 파와 함께 올린 김 가루는 다소 양이 과하다. <궁>은 창가 쪽에 자리를 마련해 만두 빚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광객이나 외국손님들에겐 좋은 볼거리도 제공하는 셈이다.



 

개성집 만두

 

 

[개성] 두부 파 빼고 멸치로 국물 낸 꾸밈없는 소박한 맛
서울 목동 <개성집>


처음 서울 역촌동에서 문을 열었다. 81세의 주인할머니가 30년째 운영하는 만두집이다. 할머니의 고향은 황해도 평산이나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개성의 외가에서 성장했다. 처음에는 보쌈과 빈대떡만 했다. 그런데 단골로 출입했던 방송국 직원들이 술 먹으면서 ‘국물 좀 없느냐’는 말에 집에서 만들어둔 만두를 끓여냈다. 그때 방송국 직원들이 맛있다며 손님들에게 돈 받고 팔라고 권유해서 메뉴화하기 시작했다.
만두는 굵고 투박하며 거친 듯한 대륙적 스타일이다. 오히려 <평안도 만두집>의 평안도 만두보다 덩치가 더 크다. 커다란 만두가 5개에 7000원이다. 만두뿐만 아니라 만두소의 입자도 어느 곳보다 거칠고 굵다. 겉모양보다 실속에 더 무게를 두려고 작정한 듯한 만두다. 돼지고기, 호박, 부추, 숙주에 내부에서 접착제 구실을 하게 하려고 달걀도 넣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두부와 파가 들어가지 않았다. 일부러 두부는 금방 쉬기 때문에 넣지 않았고 파는 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 그 대신 마늘과 참기름을 충분히 넣어 맛을 냈다. 국물도 양지가 아닌 멸치국물이다. 김치는 겉절이 스타일로 마늘이 많이 들어가 맛이 좋은데 칼국수와 먹으면 더 좋을 맛이다.

 

<장충동 평양면옥> 서울 강남구 논현로 28길 28   02-577-7784
<평안도만두집>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30    02-723-6592
<궁>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 11-3    02-733-9240
<개성집> 서울시 양천구 목동중앙서로 47    02-2642-5695

[푸드뉴스] 기고= 글, 사진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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