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전골은 겨울에 특히 맛이 좋다. 여름에 비해 냄새도 안나고 뜨거운 국물고 한기를 녹이기에 좋다.

 

[고기박사 최계경의 육도락 기행]

 

서민의 겨울맛을 대변하는 뜨거운 곱창전골, 인사동 종가집

‘서민에게 한기를 이겨낼 수 있는 뜨거운 온기와 힘을 주는 음식’.

원조 식도락가이라 부를 수 있는 백파 홍성유(1928~2002) 선생은 곱창전골에 대해 이런 평을 남겼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곱창이란 소잡는 일을 도와준 이들에게 한자(尺)씩 나눠주던 허드레 식재료였기 때문이다. 도축일을 거들어 준 아버지가 얻어온 기다란 곱창을 썰어 김치나 푸성귀와 함께 들들 끓여먹던 곱창전골.

추운 겨울날 저녁, 아이가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고 질겅질겅 곱창을 함께 씹는 모습을 보면 아버지는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을 게다.

곱창전골은 그런 음식이다. 지금이야 비싼 음식의 반열에 들었지만 서민들이 그나마 맛볼 수 있던 고기인 내장과 기름에서 흘러나온 황홀한 맛. 그리고 구수한 국물. 서민들의 겨울나기에 든든한 배경이 됐다.

곱창전골은 소곱창 특유의 보들한 저작감과 한입 집어먹고 씹으면 슬쩍 흘러나오는 곱의 고소함이 맛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리 손질을 잘해야 냄새가 나지 않으니 곱창을 잘하는 가게는 밑손질을 잘하는 집이라 할 수 있다. 

 

인사동 종가집 곱창전골

 

인사동 종가집은 곱창전골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신선한 곱창을 잘 손질해 듬뿍듬뿍 썰어넣고 칼칼한 국물에 쑥갓, 우동사리와 함께 폴폴 끓인 전골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골목에 위치한 종가집은 분위기가 아주 옛날식당의 모습이다. 투박한 식탁에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의자. 하지만 그저그런 분위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역시 맛있는 음식과 그것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이다.

인사동이란 특별한 위치도 한몫한다. 2대째 지업사를 하는 종잇꾼,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화랑을 기웃거리는 늙수구레한 미술대학 강사, 발그레한 볼을 가진 앳띤 얼굴의 서양화가도 이곳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며 곱창을 먹는다. 염통도 있고 양깃머리도 있다. 정통 곱창집답게 신선한 등골도 판다. 메뉴만 봐도 믿음직하다.

곱창전골을 주문했다. 역시 특별할 것도 없는 스텐 냄비에 가득 담겨나온 곱창전골. 한소끔 다시 끓여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아주 먹음직스럽다. 

불을 줄이고 국물부터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입안에 한가득 퍼지는 뜨거운 온기와 매콤고소한 국물맛. 역시 주재료가 곱창이라 매운탕과는 달리 빨간 국물 속에 눅진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곱창을 집어서 다시 맛을 봤다. 얇은 곱창은 보들하고 씹을수록 진한 맛을 낸다. 속으로부터 곱이 섞인 국물이 흘러나와 고소하기가 더하다. 

채소도 제법 많이 들어 균형을 맞추고 있다. 국물 밑바닥에는 곱창으로부터 흘러나온 곱이 많아 더욱 맛이 좋다. 국자로 밑바닥부터 쑥 퍼올려 밥에 비비면 보기만해도 만족감이 들 정도다.

기가 허할 때 밥 메뉴로도 좋고, 소주 너댓병은 거뜬히 비우는 안주로도 딱이다.

도저히 안되겠다. 이만 밥을 볶아야겠다. 

 

<육도락가·계경순대국 대표> 

★종가집=전골 2인분 1만6000원. 버섯곱창전골 2만1000원부터 3만2000원까지. 양깃머리 2만5000원, 알곱창구이 2만3000원.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15-6.(02)734-0987

 

[스포츠서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