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가족 만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살아 계실 때는 부모님을 매개로 더러 만나기도 하지만, 돌아가시고 나면 점차 소통이 줄어들다

집안에 큰일이나 생겨야 만나는 정 떨어지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직계만 살아가는 소가족제가 된지 오래다.





지난 11일은 정영신씨 어머니의 49제였다.

돌아가신 지가 엊그제 같은데, 날자는 빨리도 다가왔다.

오후2시 무렵, 유해를 안장한 용인천주교 공원묘원으로 가족이 모여 들었다.

정광원, 정정자, 정영신, 정주영, 정성태, 심지윤, 김중호, 김소현, 박옥순, 권민숙씨등

십 여명의 상주와 조카들이 나타났는데, 장례식 이후 처음 만났다.





49제란 불교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 카톨릭 신자인 어머니 제를 49제로 치루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았다.

49제는 세상을 떠난 7일마다 일곱 번의 제를 올려, 그 동안 죽은 이가 불법을 깨 닫아

다음 세상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비는 불교 제례의식이다.





어떠한 종교이던 간에 형식이나 의식에 연연하지 않은 채 고인을 기리며,

가족들이 만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야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기독교와 카톨릭, 불교 등 여러 종교를 거쳐 보았는데,

옷의 색깔만 다를 뿐이지, 추구하는 것은 똑 같다고 생각해 왔다.

신이란 사람 위에 존재하는 지존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존재일 뿐이다.





제사 전날 밤, 정영신씨와 조카 심지윤씨가 제사 음식 장만하는 것을 지켜보며,

사랑도 세상 처럼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서 오빠와 언니는 두고, 왜 정영신씨만 사랑하냐는 것이다.

백수가 되도록 모셔 간병해 왔는데, 마무리 까지 사랑을 독점하게 하였다.

잘 사는 자식보다 찢어지게 가난한 자식을 더 사랑하는 것이 부모마음이겠지만...





중요한 사실 하나는 돈이 사랑을 눈 멀게 한다는 것이다.

돈과 사랑은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반비례라는 것을...





이제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났으니, 정영신씨 오빠와 언니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 

죽기 전에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모 끈 떨어지면, 가족도 남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혼을 떠나보내는 소지 올리는 걸 지켜보며, 마음 속으로 빌었다.

“부디 극락왕생하시어, 그 곳에서는 절대 편애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29일은 문영태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비는 49제가 김포 자택에서 열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내 정영신과 함께 떠났으나, 걸리는 시간을 잘 못 추정해 30분이나 늦어버렸다.
이미 방안에는 고인의 가족을 비롯하여 박진화, 최경태, 박 건, 이재민, 이인철씨 등

화단의 후배 여럿이 모여 제를 올리고 있었다.

예를 올리고 나니, 새삼 그리워져 하염없이 집 주변을 맴돌았다.
가끔 가족들과 추모객들이 오갔으나, 문화백 없는 '민예사랑'은 빈집처럼 허허로웠다.
한쪽 구석에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석상을 만났다. 마치 그가 환생한 듯 다가왔다.
옆에서는 그의 절개라도 말하듯 대나무 잎이 바람결에 속삭였다.
귀 기울이니 "세상사 다 부질없으니 곁눈질하지 말라"는 소리 같았다.

"미리 예견하고 집을 꾸몄구나." 혼자 짐작하며 거실에 들어가니,
문화백의 '운석' 그림 세 점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그림 보여 달래도 감추더니, 이제사 슬며시 고개를 내 민 것이다.

오랜 기억속의 옛날 그림이었으나, 마치 그의 얼굴을 보듯 선명했다.

"아! 그래서 보여주지 않았구나" 잔소리가 많으면 하나도 머리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었다.

그림이 너무 좋았다.
그 운석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초상화였고, 인간 모두의 초상화이기도 했다.

"이보게! 한 수 가르쳐 주어 고맙네."
오늘 49제를 정성껏 올렸으니, 지옥이나 아귀, 축생의 삼악도는 피할 걸세.
부디 피 칠갑하는 이런 땅에 태어나지 말고, 사람답게 사는 좋은 땅에 태어나, 못 다한 것 다 누리시게....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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