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퀘백정부 대표부, 도깨비 종방 5주년 기념 설치

‘캐나다 여행권’ 내건 포토존 이벤트도 함께 진행

 

서울 인사동에 자리잡은 드라마 '도깨비' 빨간문. 주한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 제공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빨간문이 이달 서울 한복판에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빨간문은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신(공유 분)과 지은탁(김고은 분)이 시공간을 초월해 캐나다 퀘벡과 한국을 오갔던 문으로 등장한 바 있다.

 

주한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는 퀘백정부 대표부가 도깨비 종방 5주년을 기념, 7월부터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 건물에 빨간문을 만들었다고 11일 밝혔다. 

 

빨간문은 드라마의 주인공 김신과 은탁을 퀘벡으로 순간 이동시킨 신비로운 비밀 통로로 캐나다 퀘벡의 쁘티 샹플랭 거리(Petit Champlain)에 있다. 쁘티 샹플랭 거리는 퀘벡 시티에서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 창문에 내걸린 꽃 화분과 아기자기한 상점들, 운치 있는 노천 레스토랑 등이 동화 속 같은 예쁜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좁은 골목에 있는 소극장의 옆문인 빨간문은 전 세계 관광객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는 퀘벡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서울 인사동의 빨간문 포토존은 이 빨간문을 벽면 그대로 복제한 듯 고스란히 옮겨왔다. 애틋하고 로맨틱하며 코믹하기까지 했던 도깨비 김신과 은탁을 추억하며 그때의 감동과 여운을 다시 한번 느껴 볼 장소이자, 화보 같은 멋진 사진을 연출할 수 있는 곳이다.

 

한편, 캐나다관광청은 포토존 이용자를 위한 푸짐한 선물도 준비했다. 다음달까지 빨간 문 포토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5명에게 상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1등에게는 퀘벡시티에 있는 진짜 빨간 문을 만날 수 있는 항공권과 숙박권을 제공한다.

 

사진을 통해 퀘벡 주를 미리 만나보는 공간도 마련했다. 퀘벡 주의 다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미니 갤러리에서는 퀘벡의 매력이 사진으로 드러나 있다.

 

퀘벡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주이며, 주도인 퀘벡시티는 북미의 프랑스로도 불린다. 퀘벡주에는 역사, 문화, 대자연이 어우러지는 세련된 국제도시와 동화 속 그림 같은 소도시가 공존하는데, 도깨비의 촬영지인 퀘벡시티뿐만 아니라 몬트리올 등이 대표적이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요즘 사진 정리하는 일은 물론 포스팅마저 차일피일 하다 때를 놓치거나,

기억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누군 그만둘 때가 되었다지만, 돌아다니는 동안은

그 때를 기억할수 있는 일기를 아니 쓸 수 없다.

 

이 글도 한 주가 지나 더 이상 미룰 상황이 아니었다.

한꺼번에 두 차례 인사동 이야기를 하려니 사설이 길어졌다.

 

425일의 인사동은 날씨가 흐려서인지 분위기가 설렁했다.

 

나무화랑에서 열렸던 심현희씨 전시를 보았다.

 

자화상에서부터 주변 일상을 그렸더라.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동화처럼 자유롭고 순수했다.

 

거창한 이야기보다 작가 주변의 작은 풍경이라 더 애착이 갔다.

한 작가가 코로나의 암울한 시대를 겪으며 느꼈던

 주변 단상을 그만의 어법으로 말하고 있었다.

작가의 내공이 엿보였다.

 

옷가게 진열장에는 봄 처녀 치마가 들썩였고

필방 진열장에는 털 방망이가 주렁주렁 달렸다.

 

경고문 치고는 무지막지하다. 정신 나간 놈들...

 

일주일이 지난 52일도 인사동길을 걸었다.

 

북인사마당 초입의 제과점 자리는 수리하느라 분주하고 사람도 많았다.

 

모처럼 인사동의 봄이 실감 났다.

 

갤러리인사아트에서 열리는 고수정씨 그림을 보러 갔다.

 

작가의 사유를 우화화 한 작품인데, 무거웠다.

 

왜곡되거나 이그러진 형상들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 같았다.

 

고독한 현대인들의 심리를 대변한 걸까?

 

청소부로 다시 들어간 발렌티노 김을 길에서 만났다.

 

강제로 끌어내 '땡처리' 매장으로 둔갑시킨 코트

장사가 되지 않는지 상품을 철수하고 있었다.

 

사진, 글 / 조문호

 

백화점 떨이매장으로 변한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 전경

인사동의 복합 문화 공간 코트돈에 예술이 밀려나는 인사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반드시 지켜내야 할 예술가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예술가들이 이 공간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돈에 눈먼 임대 업자가 '땡처리' 물건 파는 곳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생긴단 말인가?

 

땡처리 매장으로 바뀐 전시장

지난해부터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 건물 운영을 둘러싼 분쟁은 계속되어 왔다. 임대업체가 임대기간이 완료되지 않은 코트를 내보내기 위해 용역 깡패를 동원하여 건물 내부를 무단 철거하고, 전시장을 지키는 예술인들에게 물대포를 살포하는 횡포까지 부리며 법적 논쟁으로 비화된 사건이다.

 

지난 해 용역업체에서 테이블을 밀어내고 차를 밀어넣는 장면

임대업체는 수익이 안 나는 문화 공간 대신 주차장과 의류 매장을 원하고 있고, 임대자는 "예술인들이 가꾼 공간을 임대 만료기간까지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참여 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인사동의 문화 공간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며 함께 싸우는 실정에 있다.

 

차를 진입시켜 문을 걸어 잠근 전시장에 텐트를 쳐 놓았다.

인사동 복합 문화공간 코트(KOTE)는 예술인들이 공유하는 작업실로, 전시를 비롯하여 공연이나 강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곳이다. 때로는 광고나 방송 촬영 세트장이 되기도 했는데, 아직까지 2층의 코트랩은 예술인 작업 공간과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2층의 코트랩 작업공간

얼마 전 까지만 해도 1층에서 전시하는 '모든 경계에 꽃이 핀다'전을 방해하려고 자동차 두 대를 집어넣어 문을 잠가 놓았는데, 지난 주말 가보니 '백화점 철수상품을 정리'한다는 땡 처리 매장이 열리고 있었다.

입구 매대에 진열된 양말과 옷

길 앞으로 나온 매대에는 옷과 양말이 걸려 있고, 가게 안에는 가방, 등산복, 지갑과 건강식품 등 잡다한 물건들을 가득 펼쳐놓았더라.

 

2층 카페

분쟁의 두 점유 주체가 건물 운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지는 오래 되었다. 한쪽은 수익을 내야 한다며 예술인들을 쫒아 내려하고, 다른 쪽은 계약 만료까지 예술인들이 가꾼 공간을 지켜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간 운영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자 용역 깡패까지 동원하여 강제 철거하는 폭력 사태까지 벌인 것이다.

 

2층 작업공간 벽에 걸린 사진가 김용호의 작품 '신여성'

코트 건물은 지난해 사망한 김문기 상지대 전 총장 소유인데, ㈜CAAMC 최경순 대표가 10년 임차 계약을 맺은 곳이다.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는 최 대표는 삼년 전부터 줄라이파트너스 안주영 대표에게 임차 대행권 및 운영권을 모두 넘겼다. '코트'라는 이름도 안 대표가 '경계의 뜰에 핀 꽃'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코로나 전염병이 시작되며 인사동 상권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어렵사리 예술 공간을 지켜왔지만, 최대표가 돈 되는 사업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임차권 분쟁을 벌인 것이다.

 

왼편 골목 벽에 그려진 벨기에 어반 아티스트 드니 메이어의 코트 커뮤니티 벽화

안 대표 측은 지난 111일 서울중앙지법 영업방해금지가처분 소송 1에서 승소했다. 최경순 대표가 안주영 대표의 임차대행권에 따른 권리행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대표는 안 대표에겐 임차 대행권만 있을 뿐 자체적인 운영 권한이 없는데, 건물주와 임차 계약한 최씨 이름으로 임대 업무를 하지 않고, 안주영 대표 이름으로 한 게 불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리고 안대표가 임차료를 내지 않아 명도 소송이 진행 중인데다, 나가기 전까지는 최대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땡처리 매장을 끌어들인 당위성을 강조했다.

 

텅빈 공간에 남아 있는 의자 하나가 말 걸고 있다.

그동안 ‘코트에선 화가, 사진가, 산업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어울리다 보니 생각하는 방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코트의 정체성은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예술가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철거하다 중단된 별관

그러나 지난해 11월 최 대표 측이 코트 별관을 주차장으로 만들기 위해 철거를 시작하자, 갑자기 쫓겨나게 된 예술인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년 반 동안 코트에서 노력해 온 결과가 물거품이 될 지경이기도 하지만, 코트처럼 저렴하게 대관할 곳도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궁지에 몰린 예술인들이 이곳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았다. 예술인들이 건물 안에 텐트를 치고 문화제를 여는 등 연대 활동을 벌인 것이다.

 

전시공간 구석에 남아 있는 설치물들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협업하고 싶은 욕구도 갖게 되는데, 미술이 음악 이나 다른 매체와 어우러지니까 확장성이 생겨 새로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구석 공간을 지키는 작품들

이처럼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던 데에는 안 대표의 노력이 컸다. 안 대표는 예술가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아 대관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지원해 주었다고 한다.

더러 지금의 분쟁 상황을 업자들의 이권 싸움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안 대표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맞선다면 예술가들도 이렇게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공간의 설치물

지자체나 국가에서 지원 받는 다른 문화 공간들은 대부분 제도화되어 규정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지지만, 민간 공간은 상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코트는 민간공간으로서 제도화되지 않고 상업화되지 않은 전례 없는 공간이라고 다들 입을 모았다.

 

지난헤 코트 1층 전시실에서 열린 최소리의 두드림으로 그린 '겁' 전시장 풍경

지금은 코트랩 입주 작가가 40여 명에서 20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건물을 둘러싼 갈등으로 상당수 예술가가 떠나긴 했지만, 새로 입주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깨어진 틈 사이로 꽃이 피다'라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그리고 코트에서 벌어진 폭력과 그에 저항하는 예술인들이 연대하는 실상을 소재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경계 속에 핀 꽃"도 제작중이라고 한다.

지난 해 포크레인이 별관을 부술 때부터 예술인 20여 명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앞으로 코트를 지켜준 작가들에게 보답하는 뜻에서라도 공간을 개방하여 예술에 대한 지평을 넓히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지난헤 코트 1층 전시실에서 열린 최소리의 두드림으로 그린 '겁' 전시장 풍경

전문가들은 코트 사태와 같은 현상이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일이라며, 예술 공간은 시장 질서에 맡기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문화공간을 지탱해 가려면 지자체나 기업 등의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애초부터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 문화공간을 만들었다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예술가들을 쫓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코트에서 벌어지는 사태가 그런 대표적 사례라고 말한다.

 

지난 해 여름 '코트' 별관에 전시된 사진가 성남훈의 작품

또 인사동 특성상 건물이 역사적 분위기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코트가 있는 자리는 600년 역사의 피맛골과 독립투사들이 묵었던 '호해여관'과 '조선극장' 터가 있던 곳이다. 

서울특별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백화점 철수 상품 매장'은 인사동 권장 업종은 아니지만, 제한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인사동 가로 변 지역에서 조금 벗어나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빈 공간을 지키고 있는 설치물들

그렇지만 예술가들이 모인 장소에 '스토리'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보존되어야 한다. 예술이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의 질에 기여해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돈에 변질해 가는 인사동을 지켜야 할 예술가들의 사명이기도 하다. 법이나 제도를 고쳐서라도 기필코 보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코트 옥상에 전시된 작품, 액자의 녹물이 흘러내린 자욱이 세월의 의미까지 더해준다.

이제 예술 공간 보호를 위해 공공이 적극 나서 주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예술인들이 연대하여 잘 못된 현실과 싸워 끝까지 지켜야 한다. 인사동 에서 유일한 예술 복합공간을 지켜는 일이야 말로 예술인들의 마지막 자존감이 걸린 문제다.

 

사진, / 조문호

 

  

물대포 이은 전시장 내부 차량 점거
입주자 측 "당장 오늘 전시 어떡하나"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건물에서 철거 용역 업체가 전시장 내부로 승합차를 들여보낸다

이달 초 물대포까지 등장해 강제철거 논란이 일어났던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전시장에서 30일 오전 철거 용역 업체가 승합차 2대를 동원해 재점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종로경찰서는 아침 7시께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 본관 전시장을 점거한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을 영업 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코트 전시장 외부 CCTV에는 쪽문 진입 방향으로 우산 쓴 남성 네 명이 접근하는 모습이 찍혔다. 전시장으로 진입한 이들이 차량이 들어올 수 있도록 앞문을 열자 대기하던 검정 승합차가 진입했다. 해당 남성들이 주변 전시물을 치운 뒤 검정색, 회색 승합차 두 대가 전시장 내부 깊숙이 멈춰서 정차했다. 확인된 영상에서는 채 2분도 걸리지 않아 운전자를 포함한 6명의 남성이 곧바로 우산을 챙겨 유유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시관 점거를 주도한 용역업체를 고용한 인물은 코트 측 임차인 A씨로 파악됐다. 앞서 A씨는 이달 초 철거용역 업체를 동원해 코트 입주민들을 물대포로 위협하며 철거를 시도했다.

A씨는 지난달 종로구청에 해당 건물에 대한 철거를 접수한 상태인 반면 전대차 계약을 맺은 코트 대표 B씨는 "계약기간이 내년 11월까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건물 입주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쏜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돼 분쟁이 일단락되는듯했지만 이날 추가로 점거 사태가 일어나면서 분쟁이 재점화 되는 양상이다.


코트 대표 B씨는 "전시관을 점거한 승합차에 대해 경찰은 견인조치 할 권한이 없으니 구청에 연락해보라고 했다"며 "구청에 연락하자 사유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당하는 팀이 없다며 따로 방법이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매일경제 / 고보현, 박홍주 기자

인사동 철거건물 소유주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

5년전엔 문화사업한다며 세입자와 계약해지

이번엔 주차장 짓는다며 임차인 통해 내몰아

지난 3일 오후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이 포크레인을 동원해 문화공간 코트(KOTE) 별관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서울 한복판 건물 철거 현장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세입자 얼굴 등에 고압수를 쏘며 철거를 강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건물주는 교비 횡령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2016년 김 전 총장이 문화사업을 하겠다며 기존 세입자들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곳인데, 불과 5년 만에 주차장 부지로 쓰겠다며 임차인을 통해 또다시 세입자들을 내몰고 있는 셈이다.

7일 <한겨레> 취재 결과, 철거 폭력이 발생한 인사동 135-3, 135-6번지 건물주는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다양한 분야 예술인과 창작자 수십명에게 저렴하게 공유공간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 코트가 있다. 김 전 총장은 지난 9월17일 ㄱ건축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지정해 종로구청에 해당 건물 철거를 신청했다. 철거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그러나 지난 2일 새벽부터 갑자기 철거가 시작됐다고 한다. 안주영 코트 대표와 이곳에서 작업‧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예술인들은 현장에서 숙식하며 철거 진행을 막고 있다. 코트에서 작업을 했던 예술인 ㄱ씨는 “사유지라 하더라도 11월20일이 철거 신고일인데 무작정 들이닥쳐 포크레인으로 건물을 부수는 등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종로경찰서는 코트 철거 현장에서 안 대표와 직원 등에게 고압수를 쏜 용역업체 직원 2명을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코트 쪽이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용역업체 직원들은 지난 3일 인근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안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얼굴 등에 고압수를 뿌렸다. 직원들이 입건된 이후에도 업체에선 철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 철거 용역업체 직원 2명이 지난 4일 오전 8시30분께 세입자에게 고압수를 쏘는 모습. 직원 2명은 특수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코트 제공

지난 2일 오전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거 현장 입구에 '사유지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쓴 펜스를 설치해 세입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안주영씨 제공.

이번 분쟁은 코트 건물 임차인으로 철거를 주도하는 최아무개 ㈜씨에이에이엠씨 대표와 ‘임차관리 권한’을 부여받은 안 대표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중개·대리업을 하는 최씨 법인은 2016년 10월27일 김 전 총장과 인사동 133번지 외 15필지(인사동 1길)에 대한 장기임차계약을 맺었다. 최씨는 2019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안 대표에게 인사1길(코트 등)에 대한 임차관리 권한을 넘긴다’는 확약서를 작성했고, 이후 안씨가 이 공간을 임대한 업체를 관리했다. 안씨는 최씨 법인에 일부 지분투자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법적 임차인인 최씨가 문화예술 쪽에 발이 넓은 안씨에게 권한을 넘겨 세입자를 유치한 셈이다.

하지만 최씨 쪽에서 기존 입주 업체들의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특약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갑작스레 기존 건물을 철거한다고 통보하면서 대치 상태에 들어서게 됐다. 최씨는 <한겨레>에 “확약서를 쓴 것은 맞지만, (안씨가 세를 놓은 가게들의) 수익이 좋지 않아 건물을 주차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는 김문기씨와 합의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2016년에도 자신이 소유한 인사동 일대 부지에서 문화사업을 하겠다며 음식점·노래방 등을 운영하던 세입자들과의 계약을 종료한 바 있다. 당시에도 갑작스러운 용도변경으로 일부 기존 세입자는 소송을 내기도 했으나 결국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건물을 비워야 했다.

안씨는 “임차 권리 관계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기 전까지 철거를 중단하자고 최 대표 쪽에 요청했고, 건물주인 김 전 총장을 만나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직접 만날 수도 없었고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 3일 오후 최씨와 용역업체 직원들을 업무방해·협박·주거침입·퇴거불응·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한겨레>는 김문기 전 총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겨레신문 /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https://youtu.be/Kf2CMCrIH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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