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름의 밥벌이를 한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많은 직종이 어울려 사는 것이 세상이치다.

손님이 있으면 가게 주안이 있듯 주인이 있으면 심부름꾼도 있다.

 

이방웅씨, 2020년 인사동에서...

인사동에는 갤러리에서 부터 노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장사를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전시하는 예술가도 작품 팔러 나온 장사에 다름 아니다.

전시장에는 큐레이터에서부터 작품설치나 작품을 옮기는 일꾼도 있다.

 

이방웅씨, 2019년 봄 인사동에서..

그런데, 인사동에서 리어카로 작품 옮기는 일만 50년 동안 한 분이 있다.

내년이면 팔순이 되는 이방웅씨인데, 젊을 때부터 평생 리어카만 끈 셈이다.

 

가끔 인사동을 지나치다 만나게 되지만, 한 번도 통성명 해본적은 없다.

끼리끼리 놀아서가 아니라, 일로 연결되지 않으면 서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사동에서 참기름 등 양념을 밥집에 제공해 준 할머니도 그 일을 반 평생 했다.

 

2021, 7. 반 평생을 인사동에서 양념 장사 해 온 할머니

지난 22일 작심하고 그를 만나러 종로세무서 뒷골목을 찾아갔다.

리어카는 골목입구에 두고 노봉기씨가 운영하는 지하 공방에서 일거리 연락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은 일거리가 많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하루 10만원벌이는 된단다.

매일 번 돈을 할멈한테 갖다 주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살았는데,

그동안 아들 둘 공부시키고 장가까지 보냈다며 웃으신다.

 

지금은 리어카로 작품 옮기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지만,

아직도 인사동과 낙원동을 오가며 일하는 분이 다섯 명이란다.

이방웅씨가 인사동에서 최고참인데, 단골이 많아 그중 벌이가 나은 편이라고 한다.

작품이나 상품을 조심스럽게 다뤄 가게 주인들이 믿고 맡긴단다.

행여 인사동에서 짐꾼이 필요하다면 전화해 상부상조하세요.

[이방웅씨 전화 010-2335-8774]

 

직업에 귀천이야 없지만,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 돈이 없으면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꼼수를 부리거나 투기하지 않으면 집도 가질 수 없는 세상이 아니던가?

자본주의 세상에서 평등이란 말은 말짱 개소리일 뿐이다.

 

그다음은 요즘 인사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김발렌티노를 만나러 갔다.

일하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거리를 돌아다니다 뜻밖에 반가운 분을 만났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잘 몰랐는데, ‘이숲출판사‘ 김문영대표였다.

인사동을 걷다보면 가끔 반가운 분 만나는 것이 인사동 걷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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