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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성아트센터’ 신년 초대전으로 박찬원씨의 ‘돼지가 우리를 본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1월3일 오후5시에 개막된 이 전시는 사진평론가 최연하씨가 기획하고, 송호철씨가 설치를 맡았다.





개막식이 열리기 전에 들렸는데, 2개층의 전시장은 온통 돼지들로 가득했다.
중앙무대 벽에는 고사상에나 올라가는 돼지머리 연작 사진들이 인간을 조롱하듯 웃고 있었다.
오로지 고기로 태어나 인간들에게 몸을 내맡기며, 죽어서도 웃고 있는 형상에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
우매한 돼지가 아니라 신 같았다.






탯줄을 달고 있는 갓 난 돼지에서부터 발정에 헐떡거리는 돼지에 이르기까지 천태만상이었다.

아래층은 조립식 비계를 사용해 돼지우리처럼 꾸몄는데,
한쪽에선 꿀꿀거리는 돼지 소리와 함께 돼지들의 동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난, 사진가 박찬원씨를 지난 년말 곽명우씨 소장전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었지만,
이 사진들은 2년 전 ‘류가헌’ 전시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왜 하필이면 돼지에 집착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떻게 보면 악의 무리인 인간보다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박찬원씨와 돼지와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것 같았다.
어릴 적 별명도 돼지였다지만, 소년시절 교지에 써 올린 ‘돼지’에 관한 수필도 있었다.
사진뿐만 아니라 돼지를 그린 수채화도 있었는데, 글과 사진, 그림 등 다재다능했다.





그리고 지난 전시 때 관람객들이 그려 놓은 돼지 그림에서부터
집안 어르신이 썼다는 시조도 걸려 있었다.
시조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작은 눈 지그시 감고 액귀를 쫓는구나.'






나 역시 돼지띠기도 하지만, 돼지고기를 유별나게 좋아해 돼지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돼지를 마치 돈의 상징처럼 보았을까? 돈, 돈, 돈, 이름이 닮아 그럴까?
그냥 복덩이로 보면 좋을 걸, 그 더러운 돈과 연결 지어 돼지들도 기분 더러울 것이다,
돼지 꿈만 꾸면 복권부터 사는 데, 돈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 걸 정작 모르는 걸까?






전시된 사진들은 원주의 한 양돈장에서 100일간 촬영한 사진이라고 했다.
난 여지 것 돼지우리에서 키우는 한두 마리의 돼지만 보았지,
이처럼 닭이나 소처럼 집단 사육되는 것도 처음 보았다. 가축이 아니라 먹이 공장이었다.
고기만 처먹을 줄 알았지,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




-금보성아트센터 사진자료-



전시장에서 반가운 분도 여럿 만났다.
금보성 관장은 입구에서 주차관리에 여념 없었고, 전시장에서 작가 박찬원씨와 최병관씨를 만났다.
최병관씨는 오랜만의 회우였다.






전시를 기획한 최연하씨를 비롯하여 엄상빈, 장 숙씨도 있었다.
그러나 인사동에서 약속이 있어, 개막식도 보지 못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
얌체 같지만, 개막식 사진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올린 사진 다섯 장을 스크랩했다.




-금보성아트센터 사진자료-



'돼지가 우리를 본다'전은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새해의 복덩어리 만나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02-396-8744)로 가자.



사진, 글 / 조문호




-금보성아트센터 사진자료-

-금보성아트센터 사진자료-

-금보성아트센터 사진자료-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김남진의 이태원의 밤, 호모나이트쿠스’전시가 오는 816일까지 열린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향락과 욕정은 밤에 꿈틀댔다.

통금이 있던 시절에도 외국인을 위한 호텔 나이트클럽까지 가서 주머니를 털지 않았던가.

술과 음악 섹스, 그것이 자유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유일한 해방구처럼 설쳤다.

‘나이트’와 요즘의 ‘클럽’은 술과 음악과 춤, 이성이 어울린다는 점은 같지만, 그 섞이는 방식은 다르다.

나이트는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곳과 춤 추는 스테이지가 따로 있지만, 클럽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테이블이 있긴 하지만 잠깐 앉아 쉬는 자리이지 그곳에서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순 없다.

남녀가 만나는 방식도 다르다. 나이트의 핵심은 남녀 손님을 짝 지어주는 웨이터였다.

그런데 요즘 클럽은 웨이터도 부킹도 없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가서 말을 걸어야 한다.

공간적 차이와 더불어, 더 개방적이고 주체적이며 평등한 방향으로 변했다.





그런데, 사진가 김남진씨가 ‘이태원의 밤’ 2탄으로 ‘호모나이트쿠스’전시를 열었다.
처음 전시를 연 80년대는 ‘현실과 발언’이란 사회 저항성 문화운동이 일던 때라, 김남진의 현실비판적인 사진도 한 몫 했다.

그 당시 사진판에선 흔치않은 작업이기도 했지만, 일단 반향을 일으킨 전시였다.

그 이후엔 사진관련 기획자로 교육자로 갤러리 관장 등으로 활동해 다큐 사진가로서의 기억은 잊어버렸다,

그런데, 느닷없이 30여년이 지난 오늘의 이태원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이제 환갑을 맞은 사진가가 향락가를 기웃거리며 20대 젊은이와 어울려 사진 찍기가 그리 쉬웠겠는가?






난, 이태원의 퀴퀴한 술집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음악에 미쳐 결혼 첫날부터 신혼여행으로 이태원에 간적이 있었다.

레코드 사러 간 김에 클럽에 들어갔으나, 외국인들 체취에 좀 질려버렸다,

그 뒤 한 두 차례 갔으나 연이 맞지 않았는지 갈 때마다 사고를 쳤다.

본래 춤추며 노는 것 보다 음악 들으며 조용히 술 마시는 걸 더 좋아해 클럽 체질은 아니다.


김남진씨 역시 이태원이 좋아서 찍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다.

80년대 발표한 사진들은 찍을 때의 두려움도 엿보였지만, 이성적이고 아웃사이더적인 사진이었다.

시대적 변화에 따랐겠지만, 세월이 지난 오늘의 작업은 전혀 달랐다. 두려움이 사라졌고,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사진이었다.

흑백으로 보여 준 ‘이태원의 밤’과는 달리 강렬한 색이 주는 원색적인 분위기가 사뭇 감촉적이다.

디지털사진이 주는 강한 색으로 욕망과 열정을 극대화했다. 도발적인 이태원의 밤이 뿜어내는 열기는 절정에 달했고,

욕망에서 비롯되는 허망함까지 드러나고 있었다. 정적인 사진에서 동적인 사진으로 바뀐 것이다.

이태원에서 만난 젊은이와 외국인, 그리고 성 소수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도 전해주었다.






지난 26일 오후6시 ‘스페이스22’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에 갔는데, 마치 클럽에 간 것 같았다.

“놀 준비되셨습니까?”라는 특별한 파티였는데, 전시장에 조명과 음악은 물론 칵테일까지 준비해 놓았다.

함께 즐기며 작업해 왔던 이태원 클럽 분위기를 전시장에 끌어들인 것이다.

DJ가 틀어주는 음악과 바텐더가 만들어 주는 칵테일, 그리고 입구에서 찍어주는 팔목 스탬프까지 이태원클럽 그대로였다.

사진가들이 언제 전시장에서 함께 어울리며 춤추고 놀아본 적 있는가?


작가 김남진씨를 비롯하여 한설희, 구자호, 김석종, 김문호, 강제욱, 김광수, 고정남, 곽명우, 김보섭, 이규철, 박찬호, 

정영신, 서준영, 김영호, 한금선, 김봉규, 남 준, 최연하 이은숙, 마동욱, 이일우등 많은 사진가들이 신판 클럽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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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양승우씨가 일본에서 오기도 했고, 사회는 이정환씨가 보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던지 음악이 있어도 춤추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음악은 약했으나 칵테일 맛은 좋았다.

홀짝 홀짝 받아 마시다 ‘북촌’으로 옮겨 와 소주를 마셨더니, 술이 받지않았는지, 어지러웠다.

결국 술집에서 뻗어버려, 쪽팔리게 김남진씨가 불러준 택시에 실려 와야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수요일은 마음이 바빴다.
‘수림사진문화상’ 시상식이 열리는 팔판동 ‘한벽원갤러리’에도 가야하고,

인사동 ‘경인미술관’의  류경선교수 추모 사진전과 ‘리서울갤러리’의 사진가 6인전에도 들려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젊은 사진가들 수상부터 축하해 줘야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늘 하든대로 인사동을 기록키로 했다.

‘경인미술관’ 가는 길에 사진가 김광수씨와 가수 신현수씨를 만났고, 전시장에서는 류경선씨 유가족을 비롯하여

사진가 강운구, 최인진, 최재영, 김녕만, 양재문, 차정환, 김종호, 이평수, 노연덕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다.

개막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6인전이 열리는 ‘리서울갤러리’로 자리를 옮겼는데,

변홍섭, 윤 옥, 창 남, 이성은, 최영진씨 등 전시 작가들과 지인들이 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전시작품들은 대부분 그림 같은 사진이었는데, 유독 정신과 의사라는 이현권씨 작품 한 장이 눈에 밟혔다.

급히 와인 두세 잔을 마시고 뒤풀이에 합류했다.

윤 옥씨와 변홍섭씨 등  내가 잘 아는 분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 혼자 부지런히 들고 나왔다.

돌아오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유목민’에 잠시 들렸는데, 아! 이게 누군가?

구자호, 엄상빈, 이규상씨 등 뜻밖의 반가운 모습들이 보였다.

아마 ‘수림사진문화상’ 시상식에서 이쪽으로 자리를 옮긴 모양인데, 좀 있으니 수상자 장 숙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사진 찍히는 걸 무던히도 싫어하는 장 숙씨가 이날따라 상장까지 펼쳐 보이며 포즈를 취해줬다.

옆 자리에는 김명성, 이상훈, 김은영씨가 있었고, 안쪽에는 강선화, 공윤희씨의 모습도 보였다.

반가운 김에 소주 몇 잔 받아마셨더니, 평소와 달리 몸에 힘이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급히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결국 지하철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도저히 서 있을 기력이 없어 한 쪽 구석을 비집고 바닥에 앉아버린 것이다.

아마 평소같이 술만 취했더라면 잠들어 종점까지 갔을 텐데, 이 날은 정신이 말짱한데다 이마에 진땀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녹번역에 간신히 내렸으나 계단을 올라 갈 힘조차 없었다.

화장실로 들어가 좌변기에 앉아  엎드려있었으나, 진땀은 계속 흘렀다.

더 이상 머물 겨를은 아닌 것 같아 난간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쉬며 올라갔더니, 계단에서 떡 팔던 아주머니가 말을 건낸다.

“빈속에 술을 너무 많이 자셨군요. 떡 좀 자시고 정신 차리세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들여다보니 꼴이 사색이었다.
아내는 더 이상 술 마시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 같다지만, 난 정선 가서 좀 쉬었다 오라는 메시지라며 자위했다.

자리에 누웠더니 많이 나아졌으나, 이런 저런 생각에 통 잠이 오지 않았다.


할 일은 많으나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정선이던 저승이던...

사진,글/ 조문호


























 

7월3일 오후7시,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상훈씨의 ‘살기 품은 풍경’전이 개막되었다.
전시와 함께 눈빛 사진가선 열네 번째 사진집 ‘가자전쟁-미로의 벽’도 출간되었다.

가자지구의 참상을 기록한 사진들은 포화에 물든 전장의 긴장감이 가득했다.
분쟁지역의 아픔에 앞서 한 사진가가 목숨을 걸고 기록한 장면 장면들이라 존경심마저 일었다.

 

전시장에는 김남진, 김보섭, 엄상빈, 이규상, 박종우, 신현림, 이규철, 박순기, 장 숙,

곽명우, 채승우씨 등 50여명의 사진인들이 사진을 관람하며 전시를 축하했다.

나는 김상훈씨를 처음 알았다.
신문, TV는 물론 사진잡지 한 권 사보지 않았으니, 사진뿐 아니라 모든 정세에 어두웠다.
10여일 전 아내에게 등 떠밀려 페이스북에 발 들여놓으므로, 이 전시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사우들을 만나 술 한 잔 했는데, 사진상의 무성한 뒷이야기에 부화가 치밀었다.

아마추어 단체의 공모전 비리논란만도 부끄러운데, 프로들의 사진상까지 한몫한 것이다.

하기야 여지 것 수상자 명단이 오를 때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생각은 떨칠 수 없었다.

작품의 질은 차지하고 인맥으로 엮여온게, 오랜 사진사와 같이 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원로사진가들이 편 가르기를 하더니, 이젠 그의 직계 제자들이 이어받았다.

어떤 원로사진가는 영향력 있는 큐레이트를 앞세우며, 모두들 끼리 끼리 논다.

그 기득권에 밀려난 아웃사이드들만 설 곳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나, 왕따가 두려워 말 못할 뿐이다.
나 역시 모두들 가까운 분들이라 망설였으나, 늦었지만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가?
제발! 사진찍는 사람들 쪽 팔리는 일은 그만하자.
이젠 소신 있게 일 하는 능력 있는 운영자들이 나서주어야 한다.

김상훈씨처럼 목숨 걸고 찍는 유능한 사진가들에게 힘 실어주는 사람 말이다.

돈 명예, 죽고 나면 다 무슨 소용인가?
제발 우리 사진들을 넓은 안목에서 껴안아주자.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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