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에서 생선회와 복지리를 잘하는 싼 집을 만났다.

어제 예술활동지원금 결과 보고를 할 줄 몰라 불광동에 있는 스마트협동조합을 찾아갔다.

조합의 오피스아트를 빌려 쓰는 정동지도 그곳에 있었고, 장경호화백도 지원금 신청하러 와 있었다.

서인형이사장께서 자료를 찾아 잘 마무리해 주었는데, 주당 장경호씨를 만났으니 어찌 그냥 올수 있겠는가?

장화백이 알아 낸, 싸고 맛있다는 회집을 따라갔다.

손님 받는 테이블도 너 댓개 뿐인 조그만 횟집이었는데, 주방을 지키고 선 주방장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았다.

먼저 간 이사장이 모듬회와 초밥을 시켜놓았는데, 술상이 그득했다.

 

서이사장은 다른 약속이 있어 계산만 하고 먼저 일어났으나,

나중에 일을 끝낸 정동지도 왔고, 인사동에서 전시 중인 칡뫼 김구도 왔다.

술도 못 마실 놈이 술자리에 끼어 있기가 영 불편했으나, 안주로 시켜놓은 회나 축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회도 맛있지만 붙여 놓은 가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듬회 28,000, 복지리 12,000원 등 시중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일찍부터 마신 장화백은 안주는 손도대지 않고 술만 마셔 혼자 취해버렸다.

늦게 나타난 칡뫼김구 더러 타박 주기만 반복해 슬며시 일어났는데,

장화백이 정동지 먹으라고 복지리까지 포장해주었다.

 

이튿날 복지리를 조금 얻어 먹어보니 맛이 꽤 괜찮았다.

회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정동지가 좋아해 가끔 이용할 작정인데,

싸고 맛있는 집이라 우리만 알기는 너무 아까웠다.

소문나 자리가 없어 대기할 망정, 생선회를 좋아하는 분에게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주소는 은평구 진흥로1526-1, 상호는 진초밥이다.

 

그리고 개인사무실을 찾는 분은 스마트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오피스아트를 활용하시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사진, 글 / 조문호

 

긴 세월 인사동을 넘나들며 그림을 그려 온 화가 칡뫼 김구의 황무지, 우상의 벌판

지난 13일부터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개막식 날 다른 일로 보지 못하고 이틀 뒤 정동지와 전시장을 들렸더니,

전시작가와 김경일 신부가 함께하고 있었다.

 

전시된 황무지, 우상의 벌판작품들을 돌아보니,

정치검찰의 날선 칼이 공동묘지 묘석처럼 솟아나기도 하고,

사람 없는 법복만 그려 법관을 얼굴 없는 유령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온 천지에 돈 쓰레기가 난무하고, 기레기 들의 나팔이 세상을 어지럽히며 십자가가 불탔다.

오늘의 비참한 정치, 사회현실이 적나라하게 묘사된 것이다.

 

한 때는 분단의 현실에 집착한 작업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에는 항상 비판적 시선이 깔려있다.

 

동시대인은 자신의 시대에 시선을 고정함으로써 빛이 아니라 어둠을 지각 하는 자라는 말처럼

김구는 작금 한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뒤틀린 현실에 기꺼이 발을 담그고

시대의 어둠을 직시하고 있는 셈이며, 그의 작업 역시 착종된 현실에서 다종의 폭력을 배태시키는

인자들에 대한 증오와 그로인해 황폐화된 시대의 암흑을 형상화 한다는 화가 장경호씨의 전시서문처럼,

정치검찰이나 기레기 같은 쓰레기 들이 판치는 현실을 풍자하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 왔다. 

 

작가로서의 작품이 아무리 훌륭할지언정 정작 비틀어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외면한다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의 정치나 사회는 어떻게 돌아가던 말던 자신의 일만 하면 된다는 그런 의식에서 무슨 작품이 되겠는가?

 

좀 있으니, 전시서문을 쓴 장경호씨가 막걸리 두병을 들고 나타났다.

술을 끊어 술자리를 피해 다니는 형편이라 모른 척 딴전을 피웠는데,

책상에는 이번에 펴낸 화문집 고양이처럼 출근하기가 쌓여 있었다.

 

 

전시와 때 맞추어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펴낸 화문집에는 열여섯 편의 글과 그림이 실렸는데,

작가의 내밀한 고백이자 삶을 향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있었다.

 

재치 있는 글 솜씨와 더불어 생각을 끌어내는 그림까지 곁들여, 사 볼만한 책이었다.

 

전시는 오는26일까지 열린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 조문호

 

 

지난 9일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박흥순의 잊혀진 그림을 찿아서가 열렸다.

첫날 들리지 않으면 못 볼 것 같아, 아산 가려고 두 시쯤 짐을 챙겨 동자동에서 나왔다.

한글날이라 그런지 인사동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나무화랑에 올라가니 박흥순씨를 비롯하여 김진하 관장과 장경호씨가 있었다.

 

전시작들은 오래전 보아왔던 복서연작 말고도 환경 비판적인 작품이나 다른 작품도 있었다.

 

승자보다 패자에 초점을 맞춰, 인간의 잔인한 말초성을 까발린 복서연작은 비애감이 감돌았다.

 

링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권투선수도 그렇지만, 맞아 쓰러지는 선수 보며

객석에서 환호하는 사람은 또 뭔가? 폭력의 관음증에 노출된 인간 심리를 나무라고 있었다.

 

승자를 대리 체험하는 자기도취가 결국 권력과 자본이 연출한 허구임을 까발린 것이다.

한편으로 쓰러진 복서의 비참한 모습은 80년대 군부독재에 핍박받은 민중의 모습이기도 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는 젊은 시절 반체제 작가로 낙인찍혀 감시받아 가며 힘겹게 작업했다.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복서나 마찬가지였다.

 

박흥순씨는 1982년 결성된 임술년창립 멤버로,

당대 현실을 소재로 비판적 리얼리즘을 추구한 리얼리스트다.

한때 민미협대표를 지내기도 했는데, 작품도 좋지만 사람은 더 좋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 초상화 전시를 열며 나까지 그려 전시한 적이 있었는데,

돈 없는 거지 그리는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전시가 끝난 후 작품을 싸 주는데, 벼룩은 낮짝이라도 있다지만 벼룩보다 못하다.

그냥 그림만 챙기고 다음에 술 한잔 산다는 게 십 년이 넘었다.

 

초상화 또한 얼마나 멋지게 잘 그렸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 솜씨라면 당연히 잘 그리겠지만,

여태 다른 화가가 그린 내 초상화도 보았으나 최고였다.

 

그리고 복서신작도 있었는데, 정치적 풍자로 대상이 바뀌었다.

김정은의 주먹에 쓰러지는 트럼프를 보며 왜 그리 속이 후련한지 모르겠다.

그놈이 그놈이지만, 트럼프는 주는 것 없이 밉다.

 

트럼프 뿐 아니라 때려잡을 놈이 어디 한두 놈이겠는가?

다시 불을 지핀 박흥순의 새로운 복서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미술평론가 김진하씨의 서문 일부를 옮겼다.

고향의 불안, 1991,갈증, 1994은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거론했고, 이라크와 성조기, 2006를 통해서 미국의 폭력적 전쟁을 고발하고, 독도와 촛불, 2008은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관련 망언을 규탄하는 장엄한 현장을 그리고, 북에서 바라본 NLL, 2012은 핑크 모노톤으로 NLL의 긴장을 경쾌하고도 모던한 팩러독스 문법으로 회화적 실험을 하고, 만남, 2019은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작가의 기대를, 미완의 종지부, 2020를 통해서는 여전히 5.18에 대해서 반성하지 않는 전두환을 비판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다시 복싱에 북·미 관계를 대입한 풍자화 북미의 이벤트를 그렸다. 복서로 링에 오른 김정은이 역시 복서인 트럼프를 다운시키는 장면이다. 그런데 둘 다 상처투성이다. 심한 밀당으로 상호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하고 상처만 남은 북·미 간 협상 실패를 비판하고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한반도에서의 긴장 상황을 걱정해서인데, 결국 2024년 현재 그의 염려대로 한반도는 심각한 갈등상태에 처해 있다. 그의 염려가 예지였던 셈이다. 결국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우리사회의 문제를 직시하는 리얼리스트의 피가 흐른다는 게 반증된 것이라고 하겠다

 

전시를 보고 나니, 뒤늦게 정영신 동지와 정해레나씨가 나타났다.

박흥순씨가 삶아 온 약 밤 까먹으며, 님도 보고 뽕도 땄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날이면 날마다 열리는 전시가 아니오니, 놓치지 마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작가 강경구

 

강경구 바람의 시간전이 지난 2‘NAMA 갤러리에서 개막되었다.

떠나는 사람들, 162X112cm,캔버스에 아크릴,2024

 

강경구의 신작이 가까운 돈화문로에서 열린다는데,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그는 먹 대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겹겹이 칠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며,

인간 내면의 고민을 담아 온 작가다.

서있는 사람들,227X181cm, 캔버스에 오일,2024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여 자연과 도시 풍경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주목받았다. 20여 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지며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계리, 80.5X234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전시장에 들어서니 대작 임계리가 시선을 압도했다.

농토와 경작지로 여겨질 정도로 산세만 그렸는데도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을 현대적 해석과 결합해, 바람이 지닌 상징적 힘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송계리 , 130X324cm,  캔버스에 아크릴 ,2021

그 옆에 걸린 송계리는 산세만 드러낸 것으로 보아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울림이었다.

백두대간의 능선과 골만 드러냈으나 우직스러운 원시적 질감에서 마치 산의 꿈틀거림을 감지할 수 있었다.

뭔가 부족한 듯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충만함의 미적쾌감이 일어났다.

작품들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시간과 공간,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바람을 매개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본질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이 자연의 모든 요소에 영향을 미치며 화폭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우러라 우러라 , 80X117cm,  캔버스에 아크릴,2024

그리고 우러라 우러라연작은 한강 고수부지 잡초 넝쿨들의 질긴 생존 현장을 그렸는데,

인간들의 삶이나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야전 탱크의 위장막 같기도 하고, 귀신들의 너울거림 같기도 하고,

거대하고 육중한 다면체의 바위가 되었다가는, 얼굴 없는 수많은 군중의 시위 현장처럼 삼엄하게 다가왔다. 이곳은 또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전혀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상한 연극무대이기도 했다.”고 작가 노트에 적었다.

즉 인간들의 삶과 같은 처절한 생존 이미지라는 것이다.

우러라 우러라 , 60X73cm,  캔버스에 아크릴 ,2024

2층으로 올라가니 때마침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강경구 작가를 비롯하여 안창홍, 김진열, 송 창, 김근중, 장경호, 박 건, 이흥덕,

김진하, 이재민, 하일지, 이동환씨 등 내노라 하는 화가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유령처럼 서성이는 사람들 그림으로 장식했다.

 

한정된 시간 속의 모습이 다양한 자세로 그려져 있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떠나는 사람들의 연작, ‘외출’, ‘퇴근

도시 삶에 찌든 군상들은 마치 영혼이 실종된 현대인의 초상 같았다.

18년후, 110X259cm, 캔버스에 오일,2024

강경구 작가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직관과 느낌을 주관적으로 그려내는 화가로,

소소하고 비근한 일상의 모습을 친근하게 그려낸다.

그의 작품에는 삶의 무의미, 절망, 고뇌와 고독, 아픔 등 도시의 감수성이 절절히 녹아 있었다.

호방한 필치에 의한 대담한 축약의 형태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명쾌함을 선사한다.

얼핏 보면 삽화나 가벼운 스케치풍의 그림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구수한 해학의 정취가 녹아들어 오늘의 시대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다리는 사람들, 112X162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서문 그림, 그리기, 그림다움에서 이렇게 말했다.

액티브하고, 거칠고, 즉발적인 표현주의적 형태감과 색채와 붓질과 물질감은, 그만큼 충동적인 그리기의

유희성을 수렴한 그림이다. 아동화를 연상시킬 정도의 무작위로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조형성은

어른 식 아동화라 일컬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일상적 체험을 담은 내용이되 속기를 거세한 이런 내면의 드러냄은 강경구식 문인화로 보아도 될 정도이고, , 서양화라는 물리적, 관습적 구분에서 일탈한 채

자유로운 드로잉에 기반한 대교약졸의 형상성이 거기에서 꿈틀거린다. 원초적인 몸의 궤적인

그리기과정이 낳은 동사형 그림’, 동적 쾌감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탈속의 어법으로 전환하고,

그 형상은 다시 현실적 주제로 귀환하는 이미지다

모순의 날들, 117X73cm, 캔버스에 아크릴,2024

 

오늘의 현실을 읽을 수 있는 바람의 시간은 오는 1022일까지 열린다.

 

/ 조문호

지난 15일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린 장경호의 '묵시'전에는 반가운 손님이 많았다.

 

뒤풀이 집으로 정한 낭만에는 앉을 자리가 없었다.

전시장에서 만났던 김진하, 이정황, 안원규, 류연복, 우문명, 김정업, 박윤호, 배성일, 정동용,

황준연, 최석태, 김세규, 조준영, 정희섭, 심정수, 김재홍, 최민화, 박불똥, 전강호, 신동여씨 는 물론,

신학철 선생을 비롯하여 칡뫼김구, 나종희, 임경일, 이강군, 양상용, 김영진, 이명희, 김수길, 김정대, 강경석

서인형, 이명신, 김이하, 조경연, 박은태, 김윤기, 박영애, 임정희, 김정환, 황정아, 이재민, 이도윤, 김상천,

이현정, 김보영씨 등 많은 분이 모여 있었는데, 늦게는 현장스님, 이효상, 노형석, 하태웅씨도 오셨다. 

 

전시를 축하하는 자리지만 술로 한세상 인사동을 풍미했던 당사자는 뇌경색에 졸아 술 한 잔 마실 수 없었다.

 

다들 장화백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대신 마셨다.

 나는 너무 마셔 이틀을 드러누웠지만... 

 

어쨌거나, 장화백 덕에 인사동 풍류객들이 모처럼 한 자리 앉아 즐겁게 마시고 놀았다.

봄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가기 싫어 생 지랄발광을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장경호 초대전 '묵시' 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렸다.

 

화가 장경호씨가 전시를 앞 두고 뇌경색 진단을 받았단다.

 

분노를 술로 삭이느라 몸이 버텨내지 못한 것 같다.

  눈 앞에 다가온 개인전에 대한 강박감도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제 술과 담배는 버리고 작업에만 전념하라는 계시 같다.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

 

지난 15일 전시장을 찾았더니, 전시작가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김진하관장, 이정황, 안원규, 류연복, 우문명, 김정업, 박윤호, 배성일, 정동용, 황준연, 최석태,

김세규, 조준영,  정희성, 심정수, 김재홍, 최민화, 박불똥, 전광호, 신동여씨 등 아는 분이 많았다. 

 

많지 않은 작품이 걸렸으나, 대부분 미완의 작품 같았다.

사람만 달랐지 모두 그의 자화상 처럼 보였다.

 

화면을 잘라 나눈 것은 고립과 단절에 앞서 미완의 암시인 것 같다.

말없이 바라보는 침잠의 시선은 백 마디 말보다 강한 호소력이 있다.

민초의 응어리 진 분노가 한이 되었다.

 

장경호 초상전 '묵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울긋불긋 꽃처럼 돋아난 화려한 물질문명에 슴이 턱턱 막혔다.

지난26일 성균관로 정문규미술관에서 열린 김재홍 초대전 깨어나는 몸, 다시 서는 거인을 보면서다.

 

  2년 전 보여준 거인의 잠에서는 갈갈이 찢기고 망가진 땅 즉 병든 국토를 이야기 했다면,

이번에 보여 준 깨어나는 몸은 썩어 문드러진 인간의 정신을 탓하는 것 같았다.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물질문명, 즉 돈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실을 반영한 리얼리즘이 아니라 현실을 반성케 하는 리얼리즘이라 듯이,

작가 김재홍이 전해주는 시어들은 절규에 가깝다.

 

   

김제홍은 정치적 모순이나 불안한 한반도 평화, 환경의 황폐화, 물질문명에 병든 현대인의 끝없는 욕망 등

동시대인이 처한 삶의 문제점을 자신만의 문법으로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화산이나 지구를 멸망으로 몰아넣을 핵폭탄 등을 아름다운 꽃으로 표현한 작품에서는

보들레르 악의 꽃이 연상되었다.

 

  그대의 증오로 저주받은 이 씨앗은

나를 짓누르는 분노를 솟구치게 할지니

독기 품은 새싹이 돋아나지 못하도록

늦기 전에 이 나무를 아주 비틀어 놓으리라!“

-보들레르의 시 축복’ 중에서-

 

  그리고 마지막 남은 여행은 죽음뿐이라고 했다

죽음의 길에서 새로운 미지의 희망을 찾는다는 것은

목숨 걸고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악의 꽃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였다.

 

  김재홍이 추구해 온 일관된 작업은 우리민족이 겪어 온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다.

민주화 과정을 겪는 지난한 시대적 사건에서 부터,

국토의 분단과 자연의 황폐화 그리고 핵 확산이 가져올 종말적 위기론까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가 배경으로 끌어들이는 인간의 몸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며 세상이다.

분단의 상처나 핵폭발로 일어 날 비극적 상황을 몸의 상처로 드러낸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반성케 한다.

 

  아래 글은 홍경한 미술평론가의 전시 서문에서 한 단락 옮겼다.

 

김재홍은 정치적·사회적 관계망 속에 거주하는 실존이 겪는 삶의 냉혹한 현실을 기록하고

시대의 긴급한 사회적 문제들을 품격 있게 다룬다.

또 다른 역사화로 <근정전>을 잇는 <안타까운 유산>에서처럼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강력한 논평이 된다.

 

  물론 또 다른 특징도 있다. 바로 그의 작품은 형식상 사실주의적 경향을 따르지만 입체적 상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입체적 상상은 상징적인 요소에 의한다. 작가는 상징을 통한 직관성을 회피하는 대신 작품마다 시어(詩語)를 심으며 현실 인식과 성찰의 행간을 만든다. 예를 들어 폭탄에 의해 깊은 웅덩이가 들어선 대지 혹은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는 몸을 그린 <거인의 잠>, <야만의 흔적> 연작은 거칠고 험난한 질곡의 역사를 다룬 진혼곡이다. 몸에 새겨진 크고 작은 기록과 생채기들은 엄혹한 현실의 투영이면서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었던 익명의 상흔이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26일은 청승맞게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성균관대 부근에 있다는 말은 들었으나, 정문규씨 집 찾느라 고생 좀 했다.

어렵사리 찾았지만 많은 분들이 뒤풀이 집으로 옮기고 있었다.

 

일 이층에 나누어 내건 대형 작품에 압도되었지만 손님이 너무 많았다.

뒤늦게 작품 보랴 인사 나누랴 정신없었는데, 단양 사는 김언경씨 모습도 보였다.

 

주인공 김재홍씨를 비롯하여 박불똥, 조경연, 장경호, 박흥순, 안원규, 박상희, 이필두, 최석태,

김도수, 김영진, 최운영, 류충렬, 나종희, 황준연, 이인철, 김진하, 류연복, 이재민, 양상용, 이현정,

칡뫼김구, 성기준, 두시영, 박은태, 곽대원, 손기환, 한상진씨 등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많은 화가들이 나왔다.

 

  임정희씨는 동행한 독일 문화비평가 안드레아스를 소개시켜 주기도 했다.

 

  뒷풀이 집인 한국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넓은 식당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마침 장경호씨가 자리를 잡아 놔 끼어 앉을 수 있었는데,

그 날 뒤풀이 비용은 갤러리측에서 낸다기에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마신 것 까지는 좋았으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게 탈이었다.

옆에 앉은 손기환씨가 술잔만 비면 따라주는 바람에 정량을 한 참 초과했는데,

문제는 술이 취하면 오버 하는데 있다.

 

  평소엔 말을 잘 하지 않지만, 술이 취하면 검정되지 않은 이야기를 마구 까발리거나 고집하는 게 문제다.

그 날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며칠 후 끝나게 될 이인철의 거리에서전시에 꽂혀,

전시 끝나는 다음 날 인사동 거리 전을 하자고 고집한 것이다.

 

  그것도 작품설치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이며 관리는 어떻게 한다는 등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이인철, 김진하, 최석태씨 등 가까이 있는 모든 분에게 반복했으니,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전시장은 텅텅 비고 거리에는 사람이 넘쳐나는 문제점의 대안을 찾고 싶은 궁여지책으로,

이인철의 ‘거리에서’전을 열면 행인들에게 오래된 추억을 소환할 것으로 판단했는데,

술자리에서 거론할 문제는 아니었다.

술 취한 자의 행복한 노래 쯤으로 여겼으면 좋으련만, 미운 살 박히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술이 취해 최석태씨 도움으로 버스정류장까지 갔는데, 길거리에서 중국 통 이강군씨를 만나기도 했다.

 

  대학로에서 버스로 출발해 갈아 탄 것 까지는 좋았으나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일어나보니 목적지에서 두 구역이나 지났는데, 술김에 걸었으나 너무 무리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시장 찾느라 많이 걸었는데, 며칠은 고생하게 되었다.

부산 같다 온 휴유증도 이틀 만에 간신히 가라앉히고 나갔는데 말이다

사람도 아닌 송장이 사람 행세하고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

 

이 전시는 1126일까지 열리니 꼭 한 번 관람하시기 바란다.

 

사진, / 조문호

 

'plan B'를 위하여

나무아트 기금마련

2023_1011 2023_1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보중_김상구_김억_김재홍_김정헌_김주호

김준권_김진열_류연복_박진화_손기환_송창

신학철_안창홍_윤여걸_이동환_이인철_이태호

이흥덕_장경호_정복수_주재환_최경선_최병민

 

후원 / 예술하라_네오룩

 

관람시간 / 12:00pm~06:00pm

 

57th 갤러리

57th GALLERY

서울 종로구 율곡로317

(송현동 57번지) 2

Tel. +82.(0)2.733.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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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트... 1. 지난 35여년간 '삶의 미술''비판적 형상성'을 지향하며, 이념대립 너머 개별 미술가들의 실존 현장성 미술을 중시해온 나무아트.

 

김보중_나무에 오르다_종이에 아크릴채색_40×30cm_2020
김억 _ 제주용연 _ 한지에 목판 _99×31cm_2023
김재홍_거인의 잠-202105-1_아크릴채색_130.3×97cm_2021
김정헌_풀,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1cm_2021
김준권_자작나무숲의 가을2_유성목판_32×50cm_2018
류연복 _ 겨울삼선암 _ 소멸다색판화 _60×30cm
박진화 _ 초상 _ 연작
손기환 _Wow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50×50cm_2023

2. 현존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포괄적 공공 이익에 복무하고 있는 나무아트.

 

신학철 _ Ⅰ -4  한국현대사 _2013
이동환 _ 뒷다리에 힘 팍주고 … _ 유성목판 _25×20cm_2023
이인철 _ 사과 - 탄
이흥덕 _ 소녀 _ 캔버스에 유채 _33.5×33.5cm_2023
장경호 _ 묵시 - 순천
최경선 _ 비오톱의 저녁 _ 캔버스에 유채 _60.5×72.7cm_2017
송창 _ 섬강풍경 _ 캔버스에 유채 _31×41cm_2004

3. 공간의 역사와 성격을 스스로 아카이빙 하며 한국 동시대 미술사의 뿌리이자 줄기가 되고 있는 공간. 그 미술 공간의 디렉터, 비평가, 미술사가로 현장에서의 노동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고투에 찬 미술지식 노동자 김진하. 노역의 퀄리티를 갖춘 채 동요하지 않는 정신. 해방 이후 이런 전시공간과 전문가는 일찌기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나무아트'라는 토대를 바탕으로 더욱 더 한국 당대 미술에 기여할 수 있기 바라며, 이 행사에 저도 마음을 보탭니다. 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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