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14

‘노숙인, 길에서 살다’ 출판기념전

 

조문호展 / CHOMOONHO / 趙文浩 / photography

2021-09232021-1004

노숙인, 길에서 살다 / 이숲출판사 / 가격 25,000원 / (2021,6 동자동)

 

-작가 사인회 : 9월25일과 10월2일, 오후1시부터 5시까지-

‘유목민’ 골목 담벼락

서울 종로구 인사동 16길

사람보다 짐승이 더 사랑받고, 사람보다 돈을 더 우러러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재물 지상주의에 밀려나 가족에게 버림받고 거리를 헤매는 노숙인들이 많습니다. 더러 사업 실패로 밀려난 사람도 있으나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다 노숙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습니다. 부모에 의해 가난이 대물림 되었기에 대부분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니 운신조차 힘들어 술로 위안하며 아무도 가보지 못한 천국행 열차를 기다립니다.

 

2019, 2 / 서울역 지하도

 

그들은 영양 결핍과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무슨 천형의 죄를 지어 짐승보다 못하게 살다 길에서 죽어야 하며, 죽음을 방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방관보다 더 슬픈 것은 노숙인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젊은 놈들이 일 안 하고 술만 마신다’지만 신체적 장애가 있거나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2017, 3 / 동자동

대개 인간적이거나 마음 여린 사람들이 생활전선에서 쫓겨나게 되는데, 가면 갈수록 물질문명에 밀려나는 능력 없는 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잘 살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져 절대 빈곤자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제 국민들의 공감 아래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그들을 구제하는 것은 줄 세워 밥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쪽방이라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2018,5 / 동자동

그들은 빈민들에게 주는 기본적인 혜택마저 별의별 까다로운 규제에 걸려 소외되고 있습니다. 삶의 고통을 잊기 위해 술로 연명하며 죽음을 재촉합니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81세라지만, 노숙인의 평균 수명은 48세로 한 해에 거리에서 죽어가는 무연고자가 300명을 넘습니다. 서울역광장에 머무는 노숙인 최씨는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 죽는 편이 낫겠다.”고 말합니다.

 

2017,12 / 서울역광장

쪽방 사는 빈민들도 추위나 비를 피할 곳만 있을 뿐이지, 그 비참함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춥거나 더운 비좁은 쪽방 공간은 차지하고라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려면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합니다. 식기마저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닦아야 해 위생이란 말은 사치스런 말일 뿐입니다. 옆방에 살던 멀쩡한 사람이 가파른 계단에서 넘어져 목숨까지 잃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2018,5 / 동자동

빈민들을 줄 세워 나누어 주는 것도 불편하지만, 정치인들은 빈민들을 이용하는 자선 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얻어 먹어려고 줄 서는 것이 비참하고 부끄러웠으나, 세월이 지나니 서서히 길들어 갔습니다. 줄 세우지 말고 시간 날 때 찾아가도록 해 달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 모이는 것 자체를 제한하지 않습니까? 동사무소에서 할 일을 ‘쪽방상담소’란 별도의 조직을 두어 강제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2017,1 / 동자동

정작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가파른 계단의 손잡이 설치나 수시로 합선을 일으키는 오래된 전선의 정비는 물론 짐 둘 곳이 없어 다리도 펼 수 없는 쪽방에 선반을 만들어주는 등 꼭 필요한 일은 나몰라라 합니다. 물론 방세 받는 건물주들이 할 일이나 시설보수란 어림반푼어치도 없고, 방세가 한 달만 밀려도 쫓아냅니다. 월세도 현금으로만 꼬박꼬박 받아 탈세를 밥먹듯 하는 악덕건물주들은 왜 단죄하지 못합니까?

 

2016,10 / 동자동

그러나 쪽방에 사는 빈민들은 절반이 기초생활수급자라 얼어 죽거나 굶어 죽을 염려는 없지만, 길에서 사는 노숙인의 비참한 삶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입니다. 줄 세워 나누어 주는 식료품 배급마저 그들은 받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물론 세상이 포기한 버려진 사람들입니다. 빈민들을 위한 복지라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2021, 1 / 서울역광장

저는 5년동안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사연을 기록해 왔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쪽방촌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살아 남기 위해 온 것이라 제대로 된 카메라도 없습니다. 똑딱이 카메라 하나 달랑 챙겨 온 것은 일기처럼 나의 생활 주변을 기록하기 위해서입니다. 연필처럼 항상 주머니에 지니고 다니며 가감 없이 보이는 대로 찍었습니다. 주관이 개입되는 글을 보완하는 장치로서 말입니다. 그 동안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으로 남긴 것이 이번에 펴낸 ‘노숙인, 길 위에 살다’ 포토 에세이 집입니다.

 

2020,3 / 동자동

이 책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죽음에 내몰린 노숙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고, 쪽방촌 악덕 건물주들의 방해로 머뭇거리는 쪽방촌 재개발이 하루속히 이루어져, 빈민들의 삶이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0,10 / 동자동 새꿈공원

 

다른 나라에서도 못하는 부랑자 구제를 우리가 선진적으로 해결합시다. 빈민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정치인들 몫이므로, 이 책을 정치인들이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딜 가나 밥 먹여주고 잠 재워주는 환경을 만드는 대신, 노숙은 못하도록 단속해야 합니다. ‘사람이 먼저다’는 문대통령이 내세운 기치가 빈말이 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조문호

 

 

조문호展 / CHOMOONHO / 趙文浩 / photography

 

 

 

 

 




벽치기 길로 통하는 좁은 골목에서 인사동 16길로 빠지는 중간지점(옛 이진옥옷가게)에 '보고사'란 조그만 갤러리가 들어섰다.
아래 위층을 합하여 15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행인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의 대작 세점과 소품전으로 안성마춤이다.
대관료는 주 150만원이고, 전화는 02-722-3624









[모델은 국악인 조수빈씨와 언론인 정경호씨다.]


인사동에서 제일 좁은 ‘벽치기 길’은 길도 아닌 개구멍같은 통로다.
안국역 6번 출구 2-30m 전방의 담배 가게 맡은 편에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는 샛길인데,

주차장 주인과 건물 주인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웃기는 골목이다,


오래전에는 취객들의 방뇨로 지저분하기 그지없었으나,

이젠 그런 놈은 없으나, 일단 멀리 내다보고 들어가야 한다.

젊은 남녀라도 부딪히면 설레기라도 하지만, 나 같은 놈 만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인사동 골목마다, 인사동 십 길이니 몇 길이니 다 이름이 있는데,

이 샛길은 이름이 없어 설명하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믿거나 말거나 ‘벽치기 길’로 명한다.

중요한 것은 이 샛길 안의 술집 터에 인사동 마지막 풍류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 안에는 ‘유목민’ 외에도 ‘푸른별 이야기’, ‘누룩나무’,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때', 스토그,

'백화'등의 술집과 '유담'찻집이 있고, 마지막에 있는 ‘이진옥 옷가게’자리를 꺾어 돌면,

'시골밥상', ''산골물' , '우리선희', '사랑채', '다미', +84'가 있고, 연애 걸 수 있는 PEARL모텔과

예술접경지 ‘인사아트스페이스’로 연결되는 인사동16길 입구가 나온다.

밤 늦은 시간 인사동을 기웃거리거들랑, 벽치기 길로 들어가 막걸리 한 잔 하시라.
가끔은 낮 익은 반가운 분들과 어울려 사라져 가는 인사동의 낭만을 맛보게 될 것이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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