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닥아 오면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사흘 동안 정선으로 장터로 정신없이 떠돌다 왔다.

예전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목욕탕과 이발관이 북새통을 이뤘으나,

요즘은 집에서 목욕을 해서 그런지 한산하다. 

늦은 시간, 설 차례에 대비해 이발소부터 찾았다.
우리 동내엔 음흉한 이발소 밖에 없어, 미용실에서 잘라야 했다.
어떻게 자를까 묻기에 아지매 마음대로 자르랬더니 일사천리다.
가위질 몇 번하고 훌훌 털어 버리니 끝이란다.

오래전, 김기찬씨가 찍은 이발소 풍경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의자를 재키고 누워, 면도사의 손놀림에 수염 깎기는 사근 그림이 그립다,

깨진 거울 틈 사이로 그려 놓은 이발소 그림도 보고 싶고,
물 조리로 머리 감겨주는 모습은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1988년 도화동이발소는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김기찬 골목안 풍경3집에서 옮겼다.

컬러 / 정영신사진






전쟁으로 피폐한 삶을 산 1956년도의 청계천 천막촌 풍경이다.
청계천 어느 지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추운 겨울엔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곤궁한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힘들어도 불만조차 털어놓을 수 없다.
환경은 열악하고 살기는 힘들었지만, 서로간의 인정은 더 따뜻했을 것이다.
물질이 풍족해진 요즘이야말로 인정은 메마르고, 사는 게 흉악스럽게 변해버렸다.

옛날에는 단순히 머리만 깎던 이발소가 지금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자정이 넘도록 회전등이 돌아가는 걸 보면, 늦은 시간에도 손님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대개들 발 씻겨 주고 안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춘까지 풀코스로 이루어진다.
이름만 이발소일 뿐이지 사창가나 마찬가지다.
바깥을 지켜보는 CCTV로 경계들을 하지만, 경찰도 단속에 손을 놓은 듯하다.

재미있는 요지경이라, 가끔은 시절을 되돌리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1956년 이해문 선생께서 찍은 사진으로, ‘한국사진의 재발견’(눈빛출판사)에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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