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닥아 오면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사흘 동안 정선으로 장터로 정신없이 떠돌다 왔다.

예전에는 명절이 가까워지면 목욕탕과 이발관이 북새통을 이뤘으나,

요즘은 집에서 목욕을 해서 그런지 한산하다. 

늦은 시간, 설 차례에 대비해 이발소부터 찾았다.
우리 동내엔 음흉한 이발소 밖에 없어, 미용실에서 잘라야 했다.
어떻게 자를까 묻기에 아지매 마음대로 자르랬더니 일사천리다.
가위질 몇 번하고 훌훌 털어 버리니 끝이란다.

오래전, 김기찬씨가 찍은 이발소 풍경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의자를 재키고 누워, 면도사의 손놀림에 수염 깎기는 사근 그림이 그립다,

깨진 거울 틈 사이로 그려 놓은 이발소 그림도 보고 싶고,
물 조리로 머리 감겨주는 모습은 이제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1988년 도화동이발소는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김기찬 골목안 풍경3집에서 옮겼다.

컬러 / 정영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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