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빵 타는 날이다.
추적추적 비 맞으며 나갔는데,
심하게 젖을 정도는 아니었다.
날씨 때문에 빵 나눔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잔뜩 줄지은 사람들 보니, 눈물겹더라.






비오는 데도 바리바리 싸들고 온
‘한강교회’ 봉사원들의 마음도 그렇지만,
빵 타려 비 맞고 선 사람들이 얼마나 찡하던지...






진 찍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진 찍지마~ 초상권 침해야.”
돌아보니 ‘구글 보지’로 알려진 유영철이었다.
비시시 웃으며, ‘이거 형 먹어’라며 금방 받은 빵 봉지를 내 밀었다.
나도 받았다며 밀쳤더니, 추워 보인다며 윗도리를 벗어 주었다.

이 어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순정의 드라마가 아니겠는가?






그를 끌고 ‘광주식당’으로 들어가,
된장찌개 1인분에다 막걸리 한 병 시켰다.
밥 한 그릇을 나누어 막걸리와 마셨는데,
술 마시며 털어 놓은 그의 가족사가 엿 같더라.






마누라가 다른 남자와 붙어먹는 꼴을 목격하고,
집 나온 지가 몇 년째인데,
얼마 전에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에도 가지 못했단다.






감정이 격해지는 영철이 더러 ‘광주식당’ 주모가 나가라고 성화다.
남의 가슴 아픈 사연보다 자리 차지한 게 싫은 모양인데,
그의 망가진 모습을 더러 본 듯했다.






광주식당 주모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망가진 모습으로만 판단하고, 망가진 이유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 모두들 정상이 아니다.
정신병적인 증상이 드러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속에 가두고 사는 차이일 뿐이다.
사실, 양성 환자보다는 음성 환자가 더 위험하다.






인간을 이렇게 만든 주범은 바로 돈이다.

돈이 필요 없는 새 세상은 영원히 오지 않을까?
정말, 돌아버리겠다

사진, 글 / 조문호














일산 사는 石泉 유영철(90세)씨는 인사동에서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분이다.
젊은 시절 일본 명치대 미대를 나온 후 70여년동안 동양화를 그려 왔다고 한다.
요즘 소일거리로 인사동에 나와 부채에 그림을 그려 하나에 만원씩 팔지만
노인들에게는 싸게 팔기 때문에 하루 수입이 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사동과 잘 어울리는 행상으로 생각되어 목단 그림이 그려진 부채 하나를 골랐는데,

날 더러 늙은이라며 6천원만 내라고 하였다.
아무튼 유화백 덕분에 한량 행세도 해가며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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