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은 차 없는 거리? 사람과 차의 불편한 동거

평일에도 확대 실시한 '차 없는 거리'…수시로 오가는 차량에 정책 유명무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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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차 없는 거리'가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차 없는 거리'를 찾은 보행자는

여전히 차량과 불편한 동행을 감수한다. 관계당국은 보행자와 상인 눈치를 보느라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차 없는 거리'를 휘젓는 불청객
지난 12일 오후 3시. 주중엔 거센 비바람에 시달리다가 주말을 앞두고 날씨가 다소 풀렸다. 종로구 인사동은 모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들이 온 인파로 북적였다. 650여미터(m)에 이르는 인사동 거리는 국적을 짐작하기 어려운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과 두 손을 꼭 붙잡은 젊은 연인 등으로 가득 찼다.

난데없는 불청객이 불쑥 인파를 비집고 들어왔다. 연인은 황급히 길 안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영문을 모르던 외국인은 낯선 경적소리에 몸을 잔뜩 움츠렸다. 차 없는 거리를 찾은 불청객은 승용차였다. 은색 중형 승용차는 거리를 휘젓더니 유유히 옆길로 사라졌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는 '차 없는 거리'를 걷기가 부담스럽다. 박희승씨(42)는 "오랜만에 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여긴 차가 다니니까 외려 위험하다"며 "거리 전체에 자동차가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리를 지나던 김명철씨(50)도 "이곳은 길 전체가 사람이 다니는 인도 같아서 자동차가 오가니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 없는 거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더 놀란 눈치다. 스위스 관광객 토마스씨(60)는 "유럽에선 보행자 중심이기 때문에 이런 거리는 대부분 전면 통제한다"며 "거리에 차가 많이 다녀서 쇼핑에 집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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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홍색선)과 주말(남색선)에 차량이 통제되는

인사동 '차 없는 거리' 구역 ⓒ강기영 디자이너

 

'차 없는 거리'는 북인사동 관광안내소 초입부터 인사동 네거리까지 약 650m 직선거리에만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다. 평일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북인사동 관광안내소를 기준으로 230m. 주말은 인사동 네거리까지 '차 없는 거리'로 확장된다.

서울시는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일부 구간에 차량 통행을 제한했다. 인사동은 2002년 문화예술진흥법으로 전국 최초 문화지구로 지정된 후부터 관광객 수가 증가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5명 중 4명이 인사동을 방문한다"며 "하루 평균 인사동 방문객은 평일 기준 최대 5만명이며 주말은 1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제'가 불편한 인사동 상인과 눈치 보는 서울시


'차 없는 거리'를 바라보는 인사동 상인 속내는 복잡하다. 인사동을 찾는 고객은 차량을 이용해 고미술품이나 화랑 등과 거래했다. 인사동 '차 없는 거리' 시행이후 상점 매출이 떨어지면서 상가 세입자는 매출 압박을 느꼈다.

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 회장(58)은 "인사동 대표 상점은 약 450곳으로 필방과 지업사, 화랑, 표구사 등 전통상품을 파는 상점"라면서도 "2009년 이후 인사동 전통상점이 삼청동과 부암동 등 인근 지역으로 하나둘씩 떠났다"고 말했다.

주말에만 적용됐던 '차 없는 거리'는 2011년 11월26일부터 평일로 확대됐다. 다만 인사동 상인회 반대로 전면 차량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행 초기엔 규제당국인 서울시와 상인 사이에 잡음이 일었다.

서울시는 상인과 보행자 간 마찰을 줄이고자 통행증을 발급했다. 서울시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전통문화업소를 이용하는 차량과 인사동으로 배달 오는 택배차량 등 꼭 필요한 차량은 언제든 '차 없는 거리'를 지나갈 수 있다"며 "하루 평균 70대에서 100대 정도 허가받은 차량이 오간다"고 밝혔다.

인사동 거리를 통과하는 차량 중 대부분은 목적지가 인사동이 아니란 통계도 나왔다. 종로구청이 조사한 통행량 수요조사에서 인사동 통행 차량 가운데 70%는 다른 목적지를 가려고 통과하는 차량으로 집계됐다.

관계당국은 그러나 차량 전면 통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은 관광객과 상인간의 요구가 달라 해결이 쉽지 않다"며 "외국인 관광객 버스를 주차할 대형 주차장이 인사동 근처에 만들어지거나 전통상품을 배달할 수단이 갖춰지면 차 없는 거리를 전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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