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주차 갈등에 인사동 공연장 날릴 판

[이슈추적] 진척 없는 인사동 랜드마크
서울시 "관광버스 댈 곳 두자"
종로구 “진입로 좁다” 반대
접점 못 찾을 땐 국비 반납

 


서울 인사동 전통문화복합시설 예정 부지인 공영주차장 전경(점선 안).

기와를 얹은 한옥이 2006년 개관한 인사동 홍보관이다. 그 옆으로 주차장 진입로가 보인다. [김상선 기자]

“인사동 주변에서 관광버스 주차장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서울시 안석진 주차계획과장)
 “진입로가 좁아 버스 주차는 힘듭니다. 주차장보단 랜드마크가 될 공연장이 우선입니다.”(종로구청 관계자)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인사동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 부지 개발을 놓고 갈등 중이다. 서인사마당 공영주차장(면적 1588㎡)에 전통문화복합시설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관광버스 주차 문제를 놓고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5월 김상범 행정1부시장이 현장을 찾아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복합시설 건설 자체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통문화복합시설은 인사동 상인들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3일 만난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 윤용철 회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사동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 1시간 관광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인사동에 들른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이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물건을 구입하기보단 가게 앞에 진열된 기념품을 둘러보기에 바빴다. 한때 인사동을 대표하던 고서화 갤러리와 고서점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거리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에는 화장품 가게와 찻집으로 채워진 지 오래다. 관광객 패니 로젠펠트(42·캐나다)는 “안내 책자와 달리 한국 전통을 내세운 곳보다는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관광객들이 국악 등 제대로 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인사동에는 없다”며 “공연장이 들어서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문화복합시설 건설 계획은 2010년 시작됐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절반씩 소유하고 있는 공영주차장 부지가 물망에 올랐다. 지하 4층까지 주차장 120면을 만들고 지상 5층 건물에는 국악 공연장 등을 만들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추가경정예산으로 국비 38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서울시도 매칭펀드로 38억5000만원을 내놨다. 종로구는 서울시가 소유한 부지매입비 85억원과 주차장 건설비 80억원 등 165억원을 특별회계로 편성했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지만 동상이몽(同床異夢)이었다. 서울시는 “마지막 남은 주차장 부지이니 45인승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주차장이 좁고 버스가 진입하려면 4억원이 들어간 인사동 홍보관을 이전해야 한다”고 맞섰다. 가설계를 해보니 대형버스 주차장으로 역할을 하기엔 부지가 좁았다. 이에 서울시는 필로티 구조(기둥 위에 건물을 올리는 것)로 건물을 짓고 35인승 관광버스 10대를 지상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안석진 과장은 “이곳은 2002년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주차장으로 확정된 부지로 인사동엔 버스 불법 주정차 민원이 끊이지 않아 버스 주차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종로구청은 “12인승 승합차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이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연말 확보한 국비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사업 진척이 없으면 국비를 반납해야 할 판”이라며 “제대로 된 공연장을 만들기에도 예산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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