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요즘처럼 몰려 다니며 피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난화에 의한 찜통 같은 날씨도 아니겠지만,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던 시절이 아니던가?

찬물에 발 담그는 탁족에 부채질하며, 죽부인이나 껴안고 딩구는 게 고작이었을 것이다.





음식물은 깊은 우물 속에 걸어두거나, 소쿠리에 담아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했다.

밤이 되어도 점 잖은 사람은 냇가에 나가 목욕할 처지도 못되어,

대문 걸어 잠그고 아내가 밀어주는 등밀이에 "어푸~어푸~"를 연발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은 정선 조양강에도 피서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난, 사람들이 몰리는 강변을 피해 만지산 중턱에 살고 있지만,

피서객들의 차량이 좁은 산길까지 가로막아 바야흐로 피서철 임을 절감한다.






옛 귤암분교 터에 자리 잡은 캠핑장에는 야영객들로 넘쳐나고,

강가에는 가족들 끼리 낚시나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20여년 넘게 들락거렸으나, 강변에서 한 번도 더위를 피해 본 적이 없다.






젊은 시절부터 물가 찾아다니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이 곳 귤암리 강변은 그늘이 없어 무지 덥기 때문이다.

간혹 아는 분들이 밤 낚시를 부추기기도 하지만, 그마저 나서지 않는다.






현지에 사는 원주민들의 피서 법은 따로 있다.

이열치열이라 듯 부지런히 일하여 땀 흘린 후, 찬 지하수 물을 뒤집어쓰는 것이다.

축 늘어진 불알이 착 달라붙는 그 맛을 알랑가 모르겠다. 푸! 하하~
밤에는 고기 구워 소주 한 잔하는 맛도 죽인다.






그나저나 지난번에 허리를 다쳐 옥수수 밭을 매지 않았더니, 옥수수 밭이 풀 밭이 되어버렸다.

풀 밭이던 옥수수 밭이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옥수수가 비쩍 말라 이빨 빠진 내 강냉이를 닮았더라.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멧돼지가 먹어 치우지 않은 것이다.

강냉이가 부실해 봐주었는지 모르지만, 멧돼지들도 그렇게 얌체는 아니다.

오랜 세월 지켜 본 바로는 한 해 쑥대밭을 만들었으면 그 다음해는 그냥 넘어가 주었다.

하물며 짐승도 상대를 배려하는데, 어찌 전기 철망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피서나 농사나 자연의 섭리대로 따를 수밖에...



사진, 글 / 조문호












모처럼 짬 내 정선 갔더니,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네.
‘우루ㅡ루 쾅’ 천둥소리에 놀란 가슴 삭이며,
일손 놓은 채, 담배연기로 시름 달랜다.

시원해 좋긴 하다만, 밀린 일은 언제 할까?
칡넝쿨은 나무를 뒤덮고, 불 지필 화덕에 코스모스가 웬 말이냐?
텃밭의 상추 대는 하늘로 치솟고, 잡초들만 제 세상 만났는데..

맛도 보여주지 않고, 가버린 님은 얄밉지만,
고추, 옥수수 같이 반겨주는 것들도 남았구나.
공들인 것 만큼 거둔다는 이치 따라, 또 다시 땀을 흘린다.

“아이구! 허리야”
이러다 밤일 못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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