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76’이 내놓은 야심작 ‘END GAME’(사무엘베케트 작, 기국서 연출)이

지난 9월 6일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 무대에 올랐다.




76년에 창단된 ‘극단 76’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관록있는 극단이다.
상임 연출가로 활동하는 기국서씨의 혼이 서린 극단이라 할 수 있다.
‘관객모독’을 비롯한 수 많은 작품들로 세월 따라 바뀌는 관객층과 소통하며

쉼 없는 시대적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기국서씨는 연극의 연극성을 중시하는 연출가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무겁고 난해한 베케트 작품을 쉽게 풀어냈다. 

“연극이 시작되고 5분만 지나면 모두가 몰두하게 될 작품이다. 심오하지 않고 단순하게

즐길 수 있으니 선입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관람하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원작자 베케트와 연출가 기국서씨의 한 판 대결로 볼 수 있는 "END GAME'에서

기국서씨의 연출력과 그만의 해학적 끼를 만날 수 있다.


극은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기국서씨는 “지난 43여년이란 세월이 쉽지마는 않았지만,

우리시대에 연극이 필요한 이유하나 때문에 극단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만만찮다.
정재진, 이재희, 하성광씨는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베테랑이지만,
젊은 배우 김규도는 세대 간의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연기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기국서씨의 에너지에 배우들 연기력과 팀워크가 어울려 관객과 유쾌한 소통을 끌어낸다.




부조리극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사무엘 베케트가 1957년 발표한 '엔드 게임'은

그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고도를 기다리며’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베케트 작품들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한 메시지를 가지는 현대의 고전이 되고 있다.




내용은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과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절뚝거리는 하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정 장소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이들이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만들어내는 관념적이면서도

가학적인 유희가 극의 주 내용이다.



모순된 사회문제에 당면하며 하루하루 부조리한 현상을 체험하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에서 열리는 ‘앤드 게임’은
평일은 오후8시에 시작되고, 공휴일은 오후4시와 오후8시 두 차례 있다.
11일 17일은 쉬고, 22일에 막을 내린다.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문의는 070-7664-8648 / 070-7705-3590으로 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관람을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줄거리-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하반신마비의 주인공,

그리고 절뚝거리는 하인이 벙커와 같은 장소에서 비스킷 몇 조각으로 삶을 영위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그들은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계속해서 관념적인, 가학적인 유희를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얼핏 작가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자신의 고통 속에 침잠하여 하인을 괴롭히고,

하인은 언젠가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를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두 노인부부는 끝없이 추억 속으로 숨지만 서로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러나 그 모두의 미래는 계속 절망적이다.

유희가 지속될수록 점점 더 암울한 세계관만 남게 되고 마는데......


그러다 문득 황폐한 세계 가운데서 <살아있는 소년>을 발견하게 되는데 하인은 거기에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기대마저 무너뜨린다.

마침내 하인은 그곳을 떠나려는 차림새로 나타난다.



END GAME

CREATIVE TEAM


극작 / Samuel Beckett

번역, 드라마터그 / 오세곤

연출 / 기국서

제작총괄 / 허태경

조연출 / 이동규

무대 / 박성찬

조명 / 주성근

분장, 의상 / 김선미

작곡 / 박진규

진행 / 강정진

조명 오퍼레이터 / 전소은


기획 / 조혜랑 (잘한다 프로젝트)

홍보 / 김효상, 류혜정 (티위스컴퍼니)

그래픽, 사진 / 김솔, 박태양 (보통현상)





































아래는 개막을 앞두고 무대에서 지낸 고사 장면이다.

출연진과 스탭 외에도 기주봉씨 등 여러 명이 함께 했다.







































ㆍ창단 40주년 맞은 ‘극단76’의 연출가 기국서

최근 들어 ‘극단76’이 언론 지면에 빈번히 오르내리고 있다. 진원지는 연출가 이윤택(64)이다. 그는 한 달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단 40주년을 맞은 극단76이 극장도 사무실도 연습실도 없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얼마 후 자신의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창단 30주년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1970년대 전위연극을 이끌었던 기국서(극단76의 연출가)는 요즘 생계유지를 위해 비천한 노동을 하고 있다. 이게 제대로 된 사회인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 연극판에서 극단76이 새겨온 족적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아울러 그런 의미 있는 극단이 자본의 위압에 쫓겨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개탄이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극단76이 어느덧 창단 40주년을 맞았다. 1976년 신촌에서 문을 연 이후, 전위적이면서도 사회성이 농후한 연극 세계를 펼쳐왔던 극단76은 한국 연극판에서 보기 드문 ‘반골(反骨)의 극단’이다. 이제 우리 연극계의 주요 연출가로 손꼽히는 박근형(53), 김낙형(46) 등이 수업했던 ‘연극적 친정’이기도 하다. 흰 눈이 펑펑 쏟아지던 16일 오후, 창단 40주년을 맞아 새 작품을 준비 중인 기국서(64)를 대학로의 카페에서 만났다. 유독 ‘언어’를 고심하는 작가 겸 연출가인 그는 “처음 20년은 행복했고, 그 후 20년은 난파선의 심정”이라는 말로 40년의 소회를 내비쳤다.

그의 육성을 최대한 전하기 위해 1인칭 시점으로 옮긴다.

“40주년? 사실 내 동생 기주봉(배우)이 40주년의 산증인이겠지. 나는 창단 2년 뒤에 합류했으니까. 당시 극단76에는 10개 조의 강령이 있었는데, 나는 그중 마지막 조항이 참 마음에 들었어. ‘진정한 꿈을 꾸는 자는 결코 헛된 꿈을 꾸지 않는다’라는 거였지.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 20년은 매우 행복했지. 연극은 사회를 거울처럼 반영한다는 신념, 사는 게 팍팍해도 그 신념이 흔들리지 않았거든. 한데 다음부터는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어. 풍랑의 바다에 표류하는 난파선 같았지. 아예 극단 이름을 난파선으로 할까, 그런 생각도 했어. 같이 탈 사람만 따라오라고. 경제적으로 어렵고 권력에 부딪히고….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햄릿과 오레스테스>를 공연할 때였는데, 극장 앞에 ‘닭장차’들이 3대나 서 있더라고. 그게 5시간짜리 공연이었어. 공연 1부를 극장 내부에서 하고 2부는 로비와 계단에서 하는 거였는데, 공연 직전에 ‘로비 사용 불가’ 통보를 하더라고. 요즘 후배들이 겪고 있는 ‘검열’을 그때 먼저 겪은 거지.




동생 기주봉? 아, 말썽꾸러기였어. 고등학교 때부터 패거리 지어 다니고 싸움하고, 그 어린 나이에 도박도 했어. 세 살 위의 내 친구들한테도 반말로 엉겼지. 한데 대학 들어가더니 사람이 180도 바뀌더라고. 나하고는 굉장히 달라. 그 친구는 정말 몽상가거든. 돈암동 살던 어린 시절에, 우리 집에서 산양 17마리를 키웠거든. 그걸로 생계를 유지했어. 나하고 주봉이하고 산등성이로 양을 몰고나가곤 했는데, 나는 언제나 손에 책을 들고 갔고 주봉이는 머리에 대야 같은 거 뒤집어쓰고 손에는 긴 막대기 하나 들고 ‘생쑈’를 했지. 자기가 김삿갓이라는 거야. 10살이 안됐을 때부터 그랬어. 중학교 들어가더니 연극반에서 배우를 하더라고. 걔는 애초부터 배우가 되려고 태어난 거 같아.

나? 나는 연극을 우습게 봤어. 초등학교 때 어머니하고 여성 국극이나, <자명고> 같은 신파조 연극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굳어진 같아. 좀 엉성하고 웃기잖아. 나한테는 언제나 문학이 최고였어. 그러다가 고3 때 임영웅 선생이 연출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거든. 물론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을 먼저 읽었지. 그해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까. 그런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연극도 마찬가지였어. 꾸벅꾸벅 졸았지. 그러다 갑자기, 에스트라공을 연기했던 배우 김성옥이 ‘고도를 기다려야지!’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잠이 번쩍 깼어. 아, 천둥 같은 소리였어. 연극에 뭔가 있구나, 그런 생각을 처음 했지. 그 다음에는 드라마센터에서 유덕형 연출의 <생일파티>를 봤거든. 뼈다귀로 이뤄진 무대에 조명을 비추고, 배우가 벽 속으로 스르르 사라지는데, 그 시각적 충격이 오래 가더라고. 팸플릿을 보니까 등장인물 맥켄은 메커니즘을, 골드버그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를 상징한다고 써 놨더라고. 심오해 보이잖아. 20대 때는 그런 것에 심취하지. 그리고 세번째 본 연극이 오태석의 <루브>였는데, 정말 너무 웃겨서 계단에서 구를 뻔했어. 그 세 편이 연극에 대한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꿨지.

극단76의 대표작 <관객모독>? 아, 징그러워. 1979년 초연부터 30년 넘게 했으니까. 가장 마음에 드는 버전은 초연하고 10년쯤 뒤에 공간 사랑에서 했던 공연이지. 아주 단순하게 연출했어. 그 다음부터는 자꾸 교묘하게 손을 대게 되더라고. 앞의 공연하고 달라야 하니까. 그런데 즉흥성이 강조된 이 연극의 형식은 지금도 유효한 거 같아. 배우들도 관객들도 그 즉흥이 재밌는 거지. 제작사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또 할 수는 있어. 솔직히 돈이 들어오니까. 하지만 일단 부담스러워. 아휴, 이걸 또 해야 하는구나! 그런데 막상 연습 시작하면 또 재미있어. 나도 배우들도.

40주년 기념작? 한 편 준비하고 있지. <리어의 역(役)>(가제)이라는 작품인데, 평생 리어왕 역할을 해온 노배우, 치매에 걸려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거든. 작년부터 대본을 쓰다가 멈추다가 그래 왔는데,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야. 4월에 선돌극장, 5월에 게릴라극장에 공연이 잡혀 있어. 쓰는 건 정말 힘들잖아. 오늘도 7~8줄 간신히 썼어. 그래도 가장 행복한 곳은 연습실이지. 배우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 어느새 생기가 나거든.”

경향신문<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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